사람은 죽을 때에 한 번은 아름다운 종소리를 내고 죽는다는데 새들도 죽을 때에 푸른 하늘을 향해 한 번은 맑고 아름다운 종소리를 내고 죽는다는데 나 죽을 때에 한 번도 아름다운 종소리를 내지 못하고 눈길에 핏방울만 남기게 될까봐 두려워라 풀잎도 죽을 때에 아름다운 종소리를 남기고 죽는다는데 종소리 - 정호승 Blue Moon
(꼭 틀어주세요.)
"그러니까, 얘를 너한테 두고 가라고?"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린 호석이 깊은 한숨과 함께 머리를 쓸어넘겼고, 그를 바라보던 태형이 무릎 위에 놓여있던 손가락을 꼼지락대기 시작했다. 점차 굳어가는 호석의 표정에 이리저리 눈치를 보며 굴러가던 태형의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렸다. 태형은 생각보다 아이같은 구석이 있었다. 뭐, 기본적으로 배운 게 없을테니 그럴 수 밖에 없는걸지도 모르고. 점차 소리를 높이던 호석이 온 몸을 부르르 떠는 태형을 발견하고는 한숨과 함께 목소리를 낮췄다. 연구소에서 도대체 그를 어떻게 키웠길래, 태형은 필요 이상으로 사람들을 무서워했다.
"뭐, 방도 많이 남고."
"쟤도 여기 있는 게 죽는 것보다야 나을테고."
"나도 뭐. 그리 나쁘진 않으니까."
괜히 손톱 끝을 매만지며 변명스레 나온 말 끝이 태형을 향했다. 거세게 흔들리던 잿빛 눈동자가 나를 향하고, 그의 흔들림이 점점 잦아들었다. 나를 오롯이 바라보는 그의 두 눈 속에 내가 담겼다. 그리고, 그를 바라보던 내 눈빛이 단호해졌다. 태형을 그 곳에서 빼내고 싶다는 생각이 순식간에 파도를 타 듯 흘러들어왔다. 그 눈빛을 더 오래, 더 깊이 간직하고 싶었다.
"감당할 자신 있긴 해?"
"걸리면 끝장이야. 그렇게 쉬운 문제 아니라는 거 너도 잘 알잖아."
나를 위한 말이었다. 진짜 위험할 수도 있다며 나를 다그치는 말. 그 속에 담긴 걱정스런 마음은 알았지만, 멈추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이미 나는 태형을 들이기로 마음 먹었고, 그 생각은 더 이상 바뀌지 않았다. 내가 책임지겠다며 툭 튀어나온 말에 태형의 두 눈이 커지고, 호석이 커다란 두 손 사이로 얼굴을 파묻었다.
"쓸 데 없이 오지랖만 넓어서는."
이제 자신도 모르겠다며 알아서 하라고 한숨과 함께 중얼거리던 호석이 거칠게 머리를 쓸어넘기고, 허락과 같은 그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나와 호석을 번갈아 보던 태형이 아직까지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한 듯 굳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의 동그랗게 커진 눈이 설명을 바라는 듯 했지만, 나는 그저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왜 폐기처분이 결정 된거야?"
자신을 향해 뱉어진 말에, 두 무릎을 끌어 안고 있던 태형이 자신의 모습을 숨기 듯 무릎 사이로 얼굴을 파묻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아무 일 없었잖아."
"넌, 폐기처분 될 거 알고 있었던거야?"
꽤나 다정스레 흘러든 말에 두 무릎 사이로 눈만 빼꼼히 내놓던 태형이 결심을 한 듯 혀를 내어 입술을 축였다.
"탈출을 시도했어요."
언제 들어도 낮고 깊은 그의 목소리에 호석 또한 진지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봤다. 짙은 잿빛의 눈동자 속에 또 한 번 어둠이 내려앉았다. 과거를 회상하 듯 허공을 떠도는 목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히며 파고들었다.
"여기선 탈출이 곧 죽음이라. 폐기처분 될 건 알고 있었습니다.
별 후회도 없었구요."
"그럼, 왜 나한테 살려달라고 한거야?"
"어차피 탈출할 거였으면, 내 도움따윈 필요없었잖아."
그를 추궁하려는 건 아니였지만, 듣고 싶은 얘기가 많았던지라 빠르게 흘러나온 말이 그에게 날아갔다. 그 또한 그런 나의 심정을 이해하는 듯 여전히 차분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고, 안고 있던 무릎을 내린 그의 눈동자 속에 내 모습이 흩어졌다.
"지금."
"이렇게 살려주셨잖아요."
그의 말 속엔 나를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있는 듯 했다. 나와 태형을 바라보는 호석의 시선을 잊은 채, 두 개의 시선이 서로를 갈구하고 또 갈구했다.
"형사님이라면 절 그냥 버리진 않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처음 겪는 느낌이었거든요."
"깊고 또 자꾸만 보고싶은."
꿈을 꾸는 듯 자신의 머릿 속에 나를 그려내던 태형의 모습에 그를 처음 봤던 당시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역시 그 또한 나와 같은 길을 걷고 있었다.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닌 서로의 것이 되어버린 꿈이 아스라히 둘 사이로 스며들었다.
"전 그 느낌을 믿었을 뿐입니다."
그 꿈은 절대 헤어날 수 없게 낮고 또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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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과 함께 밥을 먹는다는 건 정말 이상한 느낌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혼자 먹는 데에 길들여져있었던지라, 앞에서 들리는 내 것이 아닌 숨소리는 참으로 이상하고 또 이상했다. 멀뚱하게 앞 의자에 앉아있는 태형이 나를 바라봤다. 김이 모락모락나는 밥과, 일부러 태형을 위한답시고 준비한 노릇노릇한 고기가 탁자 위에 가득 차있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먹자.' 어색한 목소리 하나가 잔잔한 공기의 흐름을 깨고, 일부러 더욱 더 고개를 파묻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위에 오랜만에 기름칠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밥을 씹는건지 돌을 씹는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놨음에도 불구하고 올려묶은 머리칼 사이로 끈적한 땀이 또르르 흘러내리고, 재빠르게 움직이는 젓가락이 고기와 밥을 배회했다. 밥그릇에 가득 차 있던 밥이 모습을 감출 때 쯤, 그 때였다. 서툰 젓가락 하나가 시야 안에 가득 들어찬 것은. 기술 없이 힘만 잔뜩 들어간 손이, 젓가락을 꽉 쥔 채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의 다부진 손가락을 타고 올라가 그의 얼굴을 바라보자, 잔뜩 찡그린 얼굴이 입술을 꼭 깨문 채 고기를 응시하고 있었다. 배가 고프긴 한건지 입맛을 다시면서도 손가락이 제 맘대로 움직이지 않는건지 고기 주변을 찍어대는 젓가락이 안쓰러웠다.
한참을 그렇게 젓가락과 씨름을 하던 태형이 한숨과 함께 젓가락을 내려놓고, 그제서야 내 시선을 느낀듯 두 귀를 붉게 밝혔다.
"저, 형사님."
수줍게 튀어나온 태형의 목소리가 거실을 울리고,
"...혹시 손으로 먹어도 됩니까?"
그의 입에서 나온 생각치도 못한 말에 멍하니 입을 떡 벌렸다. 생각해보니 그런 곳에 있었던 태형이 젓가락질을 배웠을리는 만무했다. 젓가락을 깨작깨작 움직이던 태형이 힐끗 내 눈치를 봤다. 마치 어린 아이가 어른 앞에서 눈치를 보듯, 순진하게 치켜 뜬 동글동글한 두 눈에 웃음을 터뜨렸다. 갑작스런 웃음소리에 잔뜩 긴장한 그의 눈이 나를 바라보고, 나는 따끈따끈한 열기를 내뿜으며 아직까지 모락모락 김이 나는 고기를 바라봤다.
"...아직 뜨거우니까."
핑계를 대 듯 흘러나온 목소리가 실내를 울리고, 고기를 집어든 내 젓가락이 태형의 입가로 다가갔다.
"아."
어쩌면 내 사심이 잔뜩 들어간 손길인지도.
-
나릇나릇한 오후였다. 거세게 불던 바람이 오늘따라 조금 잔잔하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든든하게 찬 배에 무척이나 기분 좋은 하루였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지금 내 눈 앞에 보이는 게 강력계가 맞긴 한건지 의심될 정도로 실험부 연구원들로 가득 찬 부서를 바라봤다. 흰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이 북적북적 문 앞을 막고 있었고, 그 사이로 비춰진 건 호석이었다. 딱딱하게 표정을 굳힌 호석이 연구원들에게 둘러싸여 무언가 말을 내뱉고 있었다. 쫒겨나기라도 한건지 문 밖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서 있는 강력계 팀원들을 바라보다 곧장 연구원들을 뚫고 호석을 향해 다가갔다.
"무슨 일이죠?"
호석의 앞에서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건 그 남자였다. 태형을 에이스라 칭하며 짐승 취급했던 그 남자. 호석 앞을 막아선 채 그를 노려보는 내 시선을 피하지 않고 바라보던 남자가 비웃음과 같은 웃음을 터뜨리고는 뒤를 향해 손짓했다. '가자.' 내 말 따윈 안중에도 없다는 듯 곧바로 돌아선 남자가 제일 먼저 방 안을 빠져나가고, 그 뒤를 따라 우르르 빠져나가는 연구원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호석 또한 지친건지 앉아있던 소파에서 벌러덩 뒤로 누워버렸다. '괜찮아?' 내 말에 인상을 팍 찡그린 호석이 지금 이게 괜찮아보이냐며 큰 소리를 냈다. 그에게 다가가려던 발걸음이 우뚝 멈춰섰다. 집에서 무료하게 시간을 때우고 있을 태형이 떠올랐다. 진짜 괜한 오지랖이었던가. 마음이 복잡해져 왔다.
"무슨 일인데."
"김태형 일 벌써 들통 난거야?"
"아뇨, 아직은."
걱정스레 뱉어진 말 사이로 낯선 목소리가 끼어들고, 재빠르게 뒤돌아보자 다갈색 머리의 남자가 눈에 들어찼다. 조그마한 키에, 품이 큰 흰색 가운을 걸치고 있는 그는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책상 뒷편에 숨어있었던건지, 무릎을 툭툭 털고 일어난 그가 우리 쪽으로 가까이 다가섰다. '박지민.' 흰 가운 위로 적힌 석자에 인상을 찡그렸다. 분명 어디서 들은 이름인 것 같긴 한데 도통 기억이 나질 않았다. 낯선 이의 등장에 호석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런 그를 힐끗 보던 지민이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말투가 참 어눌한 사람이었다.
"저희 연구소에서는 실험물을 만들 때 몸 속에 장치를 넣어놔요."
"위치 추적도 가능하고, 생사 여부도 판단이 가능하게.
언제, 어떻게 탈출할지 모르니까. 만일을 대비한 거죠."
"그냥 그게 걸린 것 뿐이에요,"
또 다시 힐끗 눈치를 보던 지민이 쇼파 위에 앉았다. 태형에게서 보이던 동작들이 그에게서 비춰졌다. 눈치를 보는 게 습관이 된 사람인 것 같았다. 연구원 사람들 특징인가? 되도 않는 생각을 하며 그를 발끝부터 훑었다. 무릎 위에 얹혀 둔 손이 쉴 새 없이 꼼지락거리며 그의 불안한 심리상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태형이 몸 속에도 추적기가 들어있거든요."
"분명 폐기처분은 했다고 하는데, 태형이는 살아있다고 뜨고,
그 상황에서 위치추적은 또 안되니까. 연구부도 난리가 난 거죠."
"제가 태형이 만들 때 위치추적 장치를 빼놨었거든요."
담담하게 이어지는 말은, 그 나긋한 말투와는 다르게 엄청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조금은 흥분한 듯 붉어진 눈동자를 한 그가 조그마한 두 주먹을 꽉 쥐었고, 바닥을 응시한 두 눈동자가 파르르 떨려왔다.
"태형이는 제 첫 작품이에요."
"전 그 아이가 그렇개 더럽게 사용 될 줄은 몰랐고, 그렇게 사용하고 싶지도 않아요."
단호한 시선으로 나와 호석을 바라보던 지민이 들고 있던 가방 안에서 수십개의 약봉투를 꺼내 놓았고, 떨리는 손으로 그 것들을 내게 건낸 그가 나를 바라봤다. 흥분억제제. 손 위에 들린 그 것들에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자, 이 걸 먹지 않으면 다른 늑대들처럼 태형 또한 쾌락에 타들어갈 것이라고 말한 지민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쾌락을 위해 만들어진 늑대들 속에서, 연구원들 몰래 태형에게 흥분억제제를 먹여왔다고 말했다. 어쩌면 태형이 이렇듯 보통의 사람처럼 살아갈 수 있었던 게 다 지민 덕일지도.
"제 힘이 닫는 곳 까지, 어떻게 해서든 연구원들을 막아볼게요."
어디선가 불어와 다갈색 머리 위로 흩어진 바람이 그의 눈을 시리게 만들었고,
"그러니까,"
"제발, 태형이 좀 잘 부탁드려요."
결국 붉어진 두 눈에서 흘러내린 눈물방울은 그의 마음을 가득 담아, 무겁고 또 무겁게 바닥으로 떨어졌다.
어쩌면 태형을 지키는 일은, 생각보다 더 위험한 일이 될지도 몰랐다.
안녕하세요 독자님들!저 일찍왔죠!!ㅎㅎㅎㅎ
공지보고 아직 덜 쓴 글 들고 헐레벌떡 뛰어왔답니다. 급해서 그런지 맞춤법은 물론이거니와 막 끊기는 감이ㅠㅠㅠㅠ죄송해요ㅠㅠㅠ
글도 짧은데 진짜 막 들고 온 듯ㅠㅠㅠ다음 글은 길게 적어 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니 근데 이게 문제가 아니고ㅠㅠㅠ 불맠이 없어진다니??아니??
그럼 다 삭제해야하는건가요??헐....(울뛰)
젠장. 오늘은 저 잠 못잘 것 같아요...
일단 선택권 글은 다 삭제해야 할 것 같긴 한데ㅠㅠㅠㅠ
Blue Moon 첫화에 잠깐 나온 그 진짜 별 거 아닌 그 장면도 바꿔야하는 건가요??
괜히 불안하네....흐어..
앞으로 짜둔 글에도 수위가 있어서ㅠㅠㅠ글도 전체적으로 바꿔야 할 듯 싶어요ㅠㅠㅠㅠ이런!!!!
일단 12월 1일까지라고 하니, 상황 보면서 대처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른 작가님들도 공지글 많이 올라오시던데ㅠㅠㅠ
저와 같은 마음이겠죠ㅠㅠ
아, 그리고 암호닉은 어쩔 수 없이 다시 정리해야겠네요..
5회 때까지 암호닉 신청 받을테니 많은 사랑 부탁드려요!!!
그럼 전 이만...좋은 꿈 꾸세요 독자님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