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에상에ㅠㅠㅠㅠㅠㅠ 또 올랐습니다ㅠㅠㅠㅠ 초록글..ㅠㅠㅠㅠ 무려 쪽지가 네개나 와써요ㅠㅠㅠㅠㅠ 진짜 여러분들 너무 고마워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레드벨벳 - 사탕
방탄 연애 시뮬레이션
(부제; 김남준, 그리고 도서부)
드디어 샀다. 그 동안 못먹고 못입은 보람이 좀 있나보다. 자꾸만 헤실거리며 새어나오는 웃음을 막을 도리가 없었다. 누가 나를 본다면 아마 변태라고 한 소리 했을지도. 하여튼 의심스러운 엄마의 눈초리를 피해 서둘러 방으로 달아났다. 너 또 랩몬인가, 갭몬인가 하는 애 앨범 샀지! 급기야 내게 물어보는 엄마의 목소리에 아니야! 하고는 방문을 걸어잠궜다. 아싸, 내 세상이다. 곧바로 컴퓨터 앞으로 가서 앉았다. 가방을 열자마자 와, 마치 빛이라도 나는 것 같다. 누가보면 유난이라며 한소리 하겠지만 내 눈에는 그 무엇보다 소중해보였다. 핫핑크 색으로 반짝반짝 윤이 나는 것을 꺼내들었다.
마치 신성한 것이라도 접한 것처럼 살짝 잡아들고는 조심스럽게 책상 위에 올렸다. 방탄 연애 시뮬레이션. 촌스러운 핫핑크 색에 커다란 굴림체로 쓰여있었지만 내 눈에는 그 무엇보다 예뻐보였다. 세상에, 진짜 이딴 식으로 만든 게 다 예뻐보인다니. 한숨을 작게 쉬고는 가만히 만지작거렸다. 당신의 연애를 이뤄드립니다! 진짜 누가 썼는지는 몰라도 멘트마저 구리다. 깨발랄한 말투기는 한데... 모르겠다. 일단 조심스럽게 씨디를 꺼내들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게임 회사인 '토토'에서 나온 신제품은 가상 연애 시뮬레이션이라는 아주 흔하고 흔한 게임이었다. 하지만 곧 이 게임은 많은 유저들의 후기로 인해 입소문을 타게 되었다. 다른 게임들과는 다른 점이 있다는 것인데 바로, 실제 플레이어를 공략할 수 있다는 것. 게임 속에서 내가 원하는대로 공략상대를 정해도 되고, 랜덤으로 선택해도 되고, 이상형을 말하면 직접 연결해주기도 한다. 하여튼 일단 공략 상대를 정하면 공략을 시작하는데, 성공하면 현실에서 만날 방법을 모색하고, 실패하면 인연이 아니었나보다. 하고 넘기면 그만이었다. 그게 바로 인기의 이유였다. 실제 연애를 할 수도 있고, 연애에 실패한다고 해서 절망하고 무력감을 느끼는게 아니라 그냥 게임이었지, 하고 넘길 수 있다는 것.
어쨌든 매일 친구들에게 자랑아닌 자랑을 귀에 딱지가 앉을만큼 들어왔는데 드디어 나도 하게 된거다. 그것도 이번에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나온 학교판을. 나도! 잘생긴! 남자! 만나서! 꼬시고! 연애! 할거라고! 혼자 방방거리다가 컴퓨터에 씨디를 넣었다. 곧 파일 하나가 저절로 생기고, 게임이 실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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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TEM] 이름을 입력해주세요.
검은 공간이었다. 내가 땅을 밟고 서있는지 허공에 떠있는지도 모를 공간. 그냥, 공간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가 없는 그런 곳이었다. 내 발치에서 하얀 글자들이 둥실 떠올라 문장을 만들었다. 이름을 입력하라고 하는데, 입력할 창이 없다.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김탄소. 친구가 했던 말이 어렴풋이 생각났다. 그 씨디 구리게 생겨서는 은근 최신이라면서, 속으로 상상해도 되고 말로 해도 된다고. 그렇게 해도 혼잣말인 줄 몰라서 그 누구도 또라이 취급을 하지 않는다고, 그렇게 말해줬던 게 생각났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중얼거리자마자 또 다른 하얀 글자들이 둥실 떠올라 문장을 만든다.
[SYSTEM] '김탄소' 님, 반갑습니다.
그리고 들리는 기계음. 높낮이가 없는 여자의 목소리였지만, 뭐라고 해야하나. 왠지 맹하다고 해야하나. 그냥 슈(퍼)만(만이)의 기운이 흐른다. 한 문장 밖에는 듣지 못했지만 그런 기운이 느껴졌다. 공략상대를 정하시겠습니까? 기계음에 잠시 고민하다가 아니요. 하고 답했다. 그럼... 기계음이 뭐라 말하기 전에 내가 먼저 선수를 쳤다. 그 대신! 내 패기 넘치는 목소리에 왠지 기계음은 당황한 것 같았다. 내가 뭐랬어. 얘 슈만이 맞다고 했잖아. 하여튼 잠시 정적인 틈을 타 다시 입을 열었다. 이상형으로 정하고 싶은데요! 내 말이 끝나자 또 정적. 뻘쭘해지는 기분에 하하. 하고 굳이 덧붙여 웃었는데도 별 다른 반응이 없다. 분명히 이상형으로 공략상대 정할 수 있다며...인터넷에서 봤던 후기들을 생각하며 짜게 식어가는데 아. 하는 소리와 함께 기계음이 들린다. 이상형을 말해주십시오. 단정한 기계음 소리에 잠시 고민하다가 헤헤거리며 웃었다.
키도 좀 크고, 공부도 되게 잘하고, 예의도 바르고, 옷도 잘 입고, 착했으면 좋겠습니다! 내 말이 끝나자마자 기계음은 꽤 단호하게 말한다. 그런 남자는 없습니다. 그런 단호한 기계음에 괜히 쿠크가 바사삭거린다. 세상에 남자가 얼마나 많은데... 내가 중얼거리자 기계음이 다시 들린다. 김탄소님의 공략상대를 찾는 중입니다.
곧 찾았습니다. 하는 소리가 들린다. 솔직히 나도 긴가민가했는데 진짜 찾을 줄이야. 아, 얼굴도 잘생겼으면 좋겠다고 할 걸! 그제야 발을 동동 굴렸다. 아, 원통하다. 그런 내 반응따위 전혀 관심없는 기계음은 게임이 재부팅됩니다. 하고 소리를 낸다. 정말로 재부팅이 될 심산인지 띡.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잠시 후 팟, 하는 소리와 함께 시야가 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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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이었다. 그것도 쉬는 시간인지, 엄청 시끄러운 교실. 여고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드문드문 남자애들이 섞여있는 남녀합반은 어색했다. 이 중에 내 공략상대가 있으려나. 주위를 한 번 둘러봤지만 내남자 냄새가 나는 남학생은 정말 1도 없었다. 아쉬운 마음에 책상에 엎드릴려고 하는데, 비어있던 내 옆자리에 누군가 앉으며 내 등짝을 내려친다. 그나저나 등짝 한 번 찰지게 때린다. 고개를 들자 동글동글하니 귀엽게 생긴 여학생 하나가 나를 보고 있다. 명찰에는 서영희. 라는 이름이 박혀 있고. 영희를 잠시 멀뚱히 보다가 다시 책상에 엎드리는데 영희는 그런 내 등을 괘세게 쳐온다. 와, 진짜 멍들겠다. 끙끙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영희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매점가자. 기껏 나를 일으킨 영희가 향한 곳은 매점이었다. 겨우 초코우유 따위를 사려고 그 난리를 쳤나 싶었지만, 영희가 내게 요맘떼를 사주었기에 닥치고 영희를 찬양했다. 와, 진짜 덥다. 게임 밖에서는 겨울이 다가와있었기에 느끼지 못했는데 여기는 여름의 입구인지 너무 더웠다. 교복도 하복 차림이었고. 금방 녹아버리는 요맘떼를 한 입에 털어넣고는 영희를 따라 교실로 향했다. 내 공략상대는 어떻게 찾지.
영희는 교실로 돌아오자마자 책상에 드러누웠다. 우리 앞에 앉은 여학생은 우리의 인기척에 뒤돌았다가 영희가 엎어져 자는 것을 보고는 혀를 쯧. 하고 가볍게 찼다. 박순이. 왠지 친근한 이름과는 달리 얼굴은 조녜여신인 순이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 뭐하는 거지. 순이의 손바닥 위에 내 손을 올리자 순이가 박하선같은 표정을 짓는다. 그러니까, 에? 하는 표정. 한심하게 순이를 바라보고는 영희를 따라 책상에 드러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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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이 지나도 내 공략상대는 찾을 수가 없었다. 아니, 찾을 수 있다며! 내가 속으로 툴툴거리는데 갑자기 기계음이 들린다. 이렇게 못찾을 줄 몰랐습니다. 왠지 무시하는 듯한 말투에 기분이 나빠졌지만 못찾은 건 못찾은 것이므로 그냥 입을 다물었다. 하. 하고 한숨 비스무리한 것을 내뱉은 기계음이 힌트 드리겠습니다. 하고는 또 소리를 냈다.
[SYSTEM] 못찾아도 너무 못찾는다! ★미션★ 공략상대를 찾아라!
이름; 김남준
나이; 18
특이사항; 도서부. 다정함
난이도; ★★★
오예, 힌트다. 내가 신나서 헤실거리며 웃자 영희가 옆에서 혀를 차고는 또 내 등을 때린다. 진짜 영희는 일진도 아니고 나한테 왜 이러는건지 모르겠다. 쪼그만게 손은 어찌나 매운지. 매번 등에 자국도 남고... 하지만 나는 쭈구리이므로 영희에게 뭐라 말하지도 못하고 고스란히 손길을 받아냈다. 사실 영희가 나를 때리던 말던 그건 알바가 아니다. 도서부라고 했지? 도서실 가면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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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자마자 도서실로 향했다. 어찌나 구석에 쳐박혀 있는지, 이거는 내가 못찾았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듯 하다. 하여튼 지랄한다며 또 등을 때리는 영희의 손길을 피해 도망치듯이 오기는 왔는데, 없으면 어떡하지. 쓸 데 없는 고민을 하다가 유리문을 열었다. 한적한 분위기였다. 아주 조용하고, 책냄새가 났다. 몇 안되는 아이들을 훑어보다가 천천히 도서실 안으로 들어섰다. 정말 조용히 도서실에 들어서려고 했는데 몇 발자국 떼지도 않아서 교양독서 칸에 있는 책을 떨어뜨렸다. 시끄러운 소리가 나자 당황해 서둘러 책을 들었다. 주위를 둘러보는데 다행히 나한테는 1도 관심이 없어보인다, 다들. 하지만 그와 다르게 하얀 글자들이 둥실 떠오른다.
[SYSTEM] '김남준' 님의 호감도가 +10 상승되었습니다.
도대체 김남준이라는 사람이 누구길래. 주위를 둘러봐도 나한테 관심 있어 보이는 남자라곤 없다. 아니, 사실 남학생 자체가 거의 없다고 봐야겠지. 어쨌든 김남준이 누군지는 몰라도 이 안에 있는 건 확실해졌으니까 좀 돌아다니면서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혼자 뽈뽈거리며 책장을 돌아다니는데, 미쳐 앞을 보지 못하고 누군가와 부딪혔다. 아. 미안. 먼저 사과를 하고는 다시 책장을 구경하는데, 나와 부딪힌 사람은 그 자리에 그대로 서있다.
설마 사과가 개떡같았다고 화난건가? 다시 고개를 돌리는데, 왜 이렇게 키가 커. 돌리다말고 아예 고개를 들어올렸다. 헐, 존나 세게 생겼다. 잘생기기는 했는데 뭔가 위압감이 느껴지는 남학생 하나가 서있었다. 멀뚱히 날 내려다보는데 왠지 무릎 꿇어야할 것 같다. 나 다시 사과해야 되는건가. 잠시 고민하는데 날 내려다보던 남학생이 내가 가지고 있던 책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입을 연다.
"책 좋아해?"
"어...응."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와타시 인생에 책이라고는 없눈뎅~ 정정을 하기도 전에 남학생은 활짝 웃고는 내게 한 발 다가선다. 어, 이러면 너무 가까운데. 내가 주춤, 물러서자 남학생은 또 활짝 웃는다. 그 책 좋아하면 이것도 한 번 읽어봐. 옆의 책장에서 책 두 권을 빼서는 내 손에 쥐어주는데, 얼떨결에 또 고개를 끄덕였다. 존나 내 무덤파는 기분인걸. 그러거나 말거나 하얀 글자들이 둥둥 떠올라 책장 사이에 자리를 잡는다.
[SYSTEM] ★공략 상대 발견★
[SYSTEM] '김남준' 님의 호감도가 +20 상승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얘가 김남준이라고? 내 공략상대? 그 김남준? 얘가? 하얀 글자들이 만들어낸 문장을 멍하게 보다가 실실 웃었다. 존나 계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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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로 돌아온 내가 계속 실실거리니 참다못한 영희가 날 한심하게 보고는 입을 열었다. 적성에도 맞지 않는 책 보고 오니까 미친거지? 이건 또 뭐야? 영희는 내가 빌려온 책 세 권을 뒤적거리다가 혀를 찬다. 또 뭔 미친 짓이래.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영희를 보면서조차 계속 실실 웃자 영희는 결국 질린다는 표정을 짓고는 책상에 드러눕는다.
책 읽는 거 진짜 싫어하는데, 뭔가 좋아질 것 같다. 내게 책을 쥐어주던 김남준의 얼굴을 생각하니 더 그렀다. 미친, 진짜 이 게임 제대로인 것 같다. 살면서 절대 보지 못할 줄 알았던 내 이상형을 만나게 해주다니! 존나 스고이! 헤실거리다가 나도 영희를 따라 책을 베고 엎드렸다. 아, 김남준 꿈꾸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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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 날, 빌렸던 책 세 권을 들고는 도서실로 향했다. 이번에는 대출해주는 곳에 앉아있던 김남준이 나를 보고는 활짝 웃는다. 이거 반납. 내가 책을 내밀자 김남준이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벌써 다 읽었어? 사실 베고 자기만 해서 찔렸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이며 활짝 웃었다. 김남준은 우와, 대단하다. 하고 중얼거리며 책을 반납해준다. 아, 다른 책 추천해줄까? 반납한 책들을 쌓아놓다말고 김남준은 나와서 내 옆에 선다. 이리 와 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책장을 돌아다니던 김남준이 내게 책 한 권을 쥐어준다. 같은 작가가 쓴 책인데. 난 개인적으로 이게 더 좋았어. 뭐라해야하지, 어제 네가 빌린 책은 좀 덜 완성된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특히 남자가 사랑에서 광적인 집착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너무 허술하게 표현한 것 같아. 하지만 책을 읽지 않은 내가 그런 김남준의 말을 알아들었을 리가 만무하다. 그냥 어, 어. 그랬지. 하고 고개를 끄덕이자 김남준은 더 신나서 말을 하기 시작한다.
"난 사실 여자도 좀 이해가 안갔던게, 남자의 마음을 알면서도 끝까지 외면하려고 하잖아? 근데 왜 외면을 하는지에 대한 서술도 부족하고."
"어...어, 그렇지."
"어..."
"...왜?"
"아니야. 그래도 둘이 결국 행복하게 잘 사는 거 보니까 좀 기분은 이상하더라. 그치? 역시 해피엔딩이 좋아."
날 멀뚱히 쳐다보는 김남준의 눈을 보다가 또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나도 해피가 좋아. 그런 내 반응에 김남준은 돌연 웃음을 터뜨린다. 아주 조용한 도서실에서 김남준의 웃음소리는 아주 시끄러웠다. 거의 민폐급. 애들이 없어서 다행이지. 내가 멀뚱히 김남준만 올려다보니 흠. 흠. 하며 숨을 고른 김남준이 나를 내려다보고는 씩 웃는다. 그래, 그런 내용이지. 그리고 하얀 글자가 둥둥 떠오른다.
[SYSTEM] '김남준' 님의 호감도가 +30 상승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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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김남준이 추천해준 책 따위는 읽지도 않고 도서실으로 향했다. 책상 위에 다리를 올리고는 책을 읽고 있던 김남준이 나를 보고는 반가운 웃음을 지으며 일어난다. 어때, 공주랑 왕자 이야기 재밌었어? 그런 김남준의 물음에 잠시 망설이다가 또 고개를 끄덕였다. 김남준은 웃음을 터뜨릴 듯, 말듯 한 요상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로 얼굴을 가까이 한다.
귓가에 느껴지는 김남준의 숨소리가 들리고, 곧 나긋나긋한 김남준의 목소리도 들린다. 거짓말. 그 이야기는 이혼한 부부와 아이의 이야기야. 그런 김남준의 말에 얼굴이 새빨게지는 기분이다. 알고 있었어? 내가 조심스럽게 묻자 김남준이 고개를 끄덕인다. 어떻게? 내 물음에 그냥, 어제 네가 너무 영혼없이 고개를 끄덕이기에 책 내용과 다른 말을 했는데도 부정하지 않길래. 하고 답한다. 와, 머리 좋은 놈으로 가져다 달랬더니 진짜 눈치까지 백단인 애를 데려왔다.
감탄은 감탄이고, 쪽팔린 건 쪽팔린 일이라 아무런 답도 못하고 가만히 서있는데 김남준은 또 돌연 웃음을 터뜨린다. 걱정하지마. 진짜 귀엽고 좋았어. 그리고는 김남준 뒤쪽으로 하얀 글자들이 둥둥 떠다닌다.
[SYSTEM] '김남준' 님의 호감도가 +20 상승되었습니다.
얘 미쳤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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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그래서 그 날도 어김없이 김남준의 추천으로 책을 한 권 빌렸다. 어차피 안 읽을 거 왜 빌리나 싶기는 한데, 어쨌든 김남준이 날 가지고 장난도 쳤고, 내가 안읽는다는 것도 알았다는게 너무 창피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책을 베고 자는 것 대신 진짜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시간 날 때마다 틈틈히 읽어도 하루에 읽을 수 있는 양은 얼마 되지 않았다. 느리지만 꾸준히, 책을 꼭 다 읽어서 김남준한테 자랑하고 싶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도서실은 코빼기도 구경을 못했다. 영희는 진짜 미친 것 같다며 혀를 차곤 했고.
드디어 다 읽은 책을 가지고 도서실로 향했다. 의자에 나른하게 누워있던 김남준이 나를 보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거 반납. 김남준에게 책을 건네주자 김남준은 책은 재밌게 읽었고? 하고 물어온다. 이번에는 꽤 자신있어 고개를 크게 끄덕였는데, 어쨌든 김남준은 믿지 않는 눈치다. 내가 반납한 책을 정리하며 김남준은 무심하게 입을 연다. 그래서, 남녀 사이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는 어땠어?
"이건 현대 가족들의 따뜻한 이야기를 쓴 책이지. 우정에 관한 내용은 없었어."
"...?"
"굳이 말하면 작은 아들과 그의 소꿉친구 정도?"
"..."
"너 아직 책 안 읽었구나, 남준아?"
내가 활짝 웃자 김남준은 멍하게 날 바라보다가 못말리겠다는 듯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는 웃음을 터뜨린다. 그 와중에 큰 손이 남자다워서 진짜 발린다. 하여튼 내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가슴을 쭉 펴고 서있자 김남준은 애써 웃음을 지우고는 내 머리 위에 손을 댄다. 어, 이건 좀 반칙인데.
책 읽어오라고 하니까 진짜 읽어오고, 착하네? 어린 아이를 다루듯 나긋나긋한 목소리에 괜히 기분이 좋다. 응. 내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활짝 웃자 남준이도 잘했어. 하며 활짝 웃는다. 그리고 하얀 글자들이 둥실 떠오르고, 곧 귓가에 빵빠레 소리 같은 것이 멤돈다.
[SYSTEM] '김남준' 님의 호감도가 +20 상승되었습니다.
축하합니다! 김남준 공략에 성공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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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는 여섯시, 아니면 아홉시였는데 엄청 어정쩡한 시간이네요. 제가 너무 피곤한 관계로 어린아빠는 내일이나 금요일쯤...★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어느새 방연시도 두 편 밖에 안남았어요ㅠㅠ 방연시랑 기억을 삽니다 덕분에 독자님들 엄청 많이 알게 되었는데... 이제 다시 어린 아빠로 돌아갈 시간...★ 이라고 하면 단편을 사랑하는 독자님들이 서운하시겠죠? 껄껄. 어린아빠가 맨날 가래떡 뽑듯이 에피소드가 쑥쑥 나오는 것도 아니구요. 새로운 시리즈 구상해볼까 했는데 딱히 생각나는 건 없네요. 되면 단편도 써서 올려야겠어요. 요새 찌통보고 싶어서. 막... 약간 사극같은 느낌으로. 근데 전 사극 못 쓰니까 패스(뻔뻔) 어제 올린 파랑새 단편에 보니까 동화 시리즈 원하시는 분들이 많아서ㅠㅠ 일단 동화 시리즈 고민은 해보도록 할게요. 우중충한 글들로 이루어질 것 같았는데 아닐 것 같은 느낌도 있고... 사실 재해석하기 너무 힘드네여... 생각나는 동화가 없어... 제게 씽크빅을 쥬세여. 하여튼 동화 시리즈 불발되면 쓰려고 했던 것들 단편으로라도 올릴게용^ㅅ^
으아. 맞다. 혹시 바뀐 공지 때문에 걱정할까... 우리 자까님 불맠 어떡할까...8ㅅ8 라고 혹시나 생각할까봐 말씀 드려요! 저는 첫 글을 연재했을 때부터 말씀 드렸듯이, 제 글에 불맠을 붙일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그러니 나만 믿고 따라와요. 팔로팔로미.
그래요. 독방탄이 말했듯이 방연시와 기억을 삽니다는 레알 남준이 때문에 구상한 글이 맞습니다ㅠㅠ 이상하게 남준이로 전부 구상하게 돼요ㅠㅠㅠ 남준아ㅠㅠㅠㅠㅠ
참, 그리고 윤기편 방연시도 초록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 이 쟁쟁한 글들 사이에서ㅠㅠㅠ 감히 초록글 올라도 되는 거냐면서ㅠㅠㅠ 저 맨날 노트북 부여잡고 오열합니다ㅠㅠㅠ 진짜로ㅠㅠㅠㅠ 여러분 너무 사랑해요. 알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자, 이제 마지막 투표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