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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슙뷔] 오 마이 보디가드! 02 | 인스티즈





[슙뷔] 오 마이 보디가드! 02





W. 베이직 (Basic)





2. 치댐의 정석





윤기는 태형과 지내면서 태형이 늘 자신의 예상 밖이라는 것을 꺠달았다. 윤기는 회장의 경호를 맡아 여러 파티에 참석할 때만 해도 재벌가 자제들은 태준처럼 점잖거나 허세에 가득 차 있거나 그것도 아니면 가식으로 중무장하고 남을 헐뜯는 사람들인 줄 알았다. - 실제로 그렇게 해야 재벌가 뒷소문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 하지만, 여기 예외가 떡하니 존재해 윤기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윤기는 젠틀한 성격의 회장과 다정하지만 냉철한 편인 태준의 사이에서 자란 태형의 성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다시 말하자면 태형은 재벌가 자제라고 보이지 않았다. 아마 윤기는 첫 만남에 태형이 값어치가 꽤 나가는 옷을 입고 있지 않았더라면 자신이 모실 도련님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을 것 같았다. 이 도련님 지나치게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것은 물론이요, 자신의 사람이라고 보이는 자들에게는 무한 호의를 베풀었다. - 그렇다고 태형이 무한 호의를 베푸는 것은 아니었다. 멍해 보여도 사람 구분하는 법 정도는 아빠에게 배운 것인지 사람에 대한 촉이 나름 좋은 것 같기도 했다. - 윤기는 태형의 경호를 맡은 지 이틀 째 되던 날 자신을 향해 친근하게 이름을 불러오며 팔짱을 끼는 태형에 적잖이 당황한 상태였다. 심지어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특기인 윤기의 표정이 무너질 정도면 말 다한 것 아니겠는가. 태형은 그때 윤기의 팔에 팔짱을 끼며 이렇게 말했다. 윤기, 나 오늘 쇼핑하러 갈 건데 윤기 옷도 사러 가자! 윤기는 그때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했다. 내가 도련님의 경호를 맡기를 한 것은 옳은 선택일까? 그리고 그날 윤기는 결국 태형에게서 여러 벌의 슈트를 선물 받아야 했다. 윤기는 한사코 거절했으나 태형은 그런 윤기를 향해 말했다. 얼른 받아! 이건 내가 잘 부탁한다는 뇌물, 히.



좋게 말하면 태형은 확실히 사랑 받고 자란 티가 나는 거 같았다. 주변에 사랑이 가득 담긴 기운을 전파하는 것도 사랑 받은 사람들만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주워 들은 적이 있었던 것 같았다. 아마 태형이 그 케이스가 아닐까. 사랑이 귀한 걸 알고 자신이 받은 사랑을 그대로 주변 사람에게 돌려 주는. 그렇다기엔 한낱 경호원인 윤기에게 베푸는 친절이 꽤 과한 것 같았다. 지금이야 윤기와 태형은 꽤 친해 태형의 호의에 대해 이해가 가능했지만 윤기가 태형에게 마음을 닫고 있을 때 베푼 호의는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윤기는 날을 잡고 태형을 향해 물었다. 자신에게 그때 왜 그렇게 호의를 베풀었냐고.



" 윤기. 궁금해? "
" 네. 궁금합니다. "
" 궁금하면 오백 원! "
" ……. "
" 에이, 표정 굳히는 게 어디 있어! 웃어! 재밌다고 하라고! "
" 전혀 재미 없습니다. "
" 치. 아무튼 내가 그때 윤기한테 왜 잘했냐면… 윤기가 잘생겨서. "



이로써 태형에 대한 정의가 내려졌다. 태형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 불가 도련님이었다. - 다른 재벌가 자제들과 많이 다른. -





재벌가의 아침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실제로 파헤쳐 보면 평범했다. 태형은 형수에게 갈굼을 - 일방적으로 몰아 붙인 것이니 갈굼이라는 표현이 적합하다. - 당한 뒤 평화로운 사이를 유지했다. 무엇보다 형수는 태형에게 안 된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았다. 그날 자신에게 조곤조곤 타이르던 태준의 표정을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네가 뭔데, 우리 태형이 괴롭혀. 태형이 괴롭히지 마. 태형의 형수는 팔에 돋은 소름을 쓸어 내리며 가정부를 도와 아침 식사 준비에 열을 올렸다. 태형의 아빠와 태준은 거실 소파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었다. 두 사람은 주식 이야기에 대해 한창 열을 올리고 있었다. - 일반 집에서는 자주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 그럼 태형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태형은 대학교 진학을 포기했다. 그렇게 성가신 거 왜 다니냐는 것이 태형의 의견이었다. 사실 태형은 대학교 따위 다니지 않아도 먹고 살만 했다. - 돈이 차고 넘쳤다. 금수저가 이래서 대단한 것이다. - 그래서인지 태형의 기상 시간은 뒤죽박죽이었다. 태형은 자신이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일어났다가 자고 싶은 시간에 잤다. 딱히 태형의 생활 습관을 터치하는 사람은 없었다. 원칙주의자 민윤기를 제외하면. 윤기는 오늘도 자신의 방에서 나와 옆 방인 태형의 방문을 노크하고 문을 열었다. 방안이 암막 커튼 때문에 깜깜했다. 윤기는 서둘러 암막 커튼을 걷어내고는 태형이 덮고 있던 이불을 걷어냈다. 태형은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햇살과 차가운 기운에 몸을 웅크리며 잠꼬대를 했다. 우응, 뭐야. 춥잖아!



" 도련님 일어나실 시간입니다만. "
" 뭐야, 윤기? "
" 네. 아침 드셔야죠. "
" 나 늦게 잤단 말이야…. "
" 생활 습관 고치라고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
" 그거 고치는 게 쉬운 줄 알아 윤기는? "



태형이 잠을 깨운 윤기에게 신경질이란 신경질은 다 내고 있었다. 유일하게 태형이 윤기에게 날카로운 날을 세우는 시간이 잠에서 깨어났을 때였다. 유하게 구는 태형은 자신이 자는 잠을 방해하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 태형은 잠잘 때는 건들지 말라고 윤기가 처음 온 날 선전포고를 했지만 자신의 생활 습관을 뜯어 고치겠다며 이를 바득바득 가는 윤기에게 그 선전포고가 먹힐 리가 없었다. 태형은 결국 매일 아침 윤기와 이런 전쟁에 시달려야 했다. 태형은 속으로 진지하게 고민했다. 아, 민윤기 확 출장 보내?! 윤기가 눈도 안 뜨고 침대 커버를 당겨 안으로 들어가려는 태형의 팔을 잡고 일으켰다. 태형은 징징거리기 시작했다. 윤기, 나 진짜 10분만 잘게! 어? 이제 안 속습니다. 얼른 일어나시죠. 한창 실랑이를 벌이던 태형은 결국 윤기의 재촉에 침대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태형은 일어나자마자 윤기의 등에 매달려 업어달라고 어리광을 부렸고, 윤기는 자신의 동생이었다면 이미 한 대 맞았을 거라며 속으로 벼르고 있었다. 윤기가 태형을 업고 1층으로 내려오자 가정부가 경악에 가득 찬 목소리로 윤기를 향해 물었다. 결국 도련님 깨운 거야 민 팀장? 네. 윤기가 태형을 회장 옆에 앉히고는 자신도 태형의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회장이 호탕하게 웃으며 윤기를 향해 엄지를 치켜 들었다.



" 자네가 고생이 많아, 우리 태형이 케어하느라. 이건 뭐 보디가드가 아니라 보모 같은걸. "
" 태형아, 아무리 그래도 윤기한테 업혀다니는 건 아니지. "
" 몰라! 아침에 깨우지 말라니까 자꾸 깨워, 윤기 미워! "
" 도련님, 오늘 아침은 도련님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와플이에요. "
" 헉, 형수님 최고! 사랑합니다! "



태형이 뜨지 못한 눈을 서둘러 비비며 형수를 향해 애정 표현을 했다. 형수는 그런 태형에게 미소를 짓고는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태형은 서둘러 와플을 입으로 밀어넣었다. 마치 누군가 뺏어 먹기라도 하듯이. 아무도 태형의 와플에는 관심이 없는데 말이다. 윤기는 간단하게 토스트를 먹으며 칠칠 맞게 흘리는 태형을 보며 머리를 짚었다. 그냥 깨우지 말 걸, 그냥 퍼질러 자게 둘걸. 윤기의 머릿속은 후회로 가득 차고 있었다. 윤기는 내일은 절대 깨우지 않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다. 물론, 이 다짐은 내일 아침이 되면 윤기 머릿속에서 사라질 것이었다. 윤기가 이런 다짐을 한 두 번 한 것도 아니니까.



아침을 먹으면 태형의 아빠와 태준은 출근을 했다. 그리고 형수는 서둘러 나갈 채비를 했는데 여자들이 하는 사업을 따로 있었다. 자선 사업이라든가, 예술 사업. 형수는 시집 오기도 전에 했던 것이라 꽤나 능숙하게 해내고 있었는데 그런 형수까지 집을 나서고 나면 집에 남는 것은 태형과 자신, 그리고 가정부 뿐이었다. 태형은 아침을 먹어 부른 배를 두드리며 소파에 누워 있었다. 윤기는 태형에게 아침 조깅이라도 하러 나가자며 제안했지만 태형은 윤기를 향해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그게 뭐야, 윤기? 윤기는 계약 조건만 아니면 험하게 다뤘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윤기는 계약 조건에 굴복하고 말았다. 어쨌든 윤기는 태형과 계약 관계였다. 빌어먹을, 갑과 을의 관계.



태형과 잠시 지내다 보면 태형이 스킨십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태형은 어렸을 적 사랑을 받고 자란 탓에 어렸을 적 습관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오죽하면 태형은 자신의 아빠와 태준이 퇴근할 때 볼에 뽀뽀까지 했다. 윤기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자신은 어렸을 적에도 하지 않던 행동인데 태형은 어째서 성인이 된 지금까지 하고 있는 것인가. 살펴보자면 두 사람은 극과 극이었다.



태형은 회장과 태준이 툭 하면 안아 주고 뽀뽀해 주고 같이 자고 해서 그런지 남과의 스킨십에 있어 주저함이 없었다. 특히 태형은 다른 사람과 포옹하는 것을 좋아했다. 따듯한 기분이 좋다나 뭐라나. 그리고 태형은 스킨십이 하나의 확인 도구라고 했다. 자신이 사랑 받고 있구나를 느끼게 해 주는 도구였으니 태형이 스킨십에 목을 매는 이유도 충분히 이해가 갔다.



하지만, 문제는 윤기였다. 태형이 하루 종일 붙어 있는 건 윤기 뿐이었다. 그래서 태형의 스킨십 최대 피해자는 당연히 윤기였다. 윤기는 태형과 다른 집안에서 자랐다. 그래도 나름 중산층 태권도 국가대표 감독님 아버지와 체육교육과 교수 어머니 밑에서 자란 윤기는 집안 자체가 무뚝뚝하기 그지없었다. 집안 사람들이 애정 표현에 굉장히 인색했다. 서로가 스킨십을 하면 오글거린다며 피한 끝에 윤기는 스킨십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로 자라게 되었다. 애석하게도 윤기는 남중, 남고, 그리고 남탕이라는 경호학과를 다니면서 남자 냄새 물씬 풍기는 것에 스며들었고, 그래서 스킨십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윤기가 하는 스킨십이라고는 상대방을 제압할 때 잠깐 닿는 것 정도.



태형은 TV를 틀고는 윤기를 향해 팔을 뻗었다. 윤기는 뭐 어쩌라는 거냐는 눈빛으로 태형을 쳐다봤다. 태형은 그런 윤기를 향해 팔을 흔들며 재촉했다. 윤기의 표정이 점점 굳어지기 시작했지만 태형은 윤기의 표정이 안중에도 없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스킨십이라는 태형의 욕구만 충족되면 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태형은 잘 알고 있었다, 윤기가 싫은 척해도 자신의 요구에 어쩔 수 없이 들어주고 말 것이라는. 윤기가 그런 태형에게 살짝 다가가자 몸을 일으킨 태형이 윤기를 옆에 앉히고는 코알라처럼 매달렸다. 윤기는 구겨지는 자신의 슈트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이래서는 드라이 클리닝 맡긴 의미가 없지 않는가. 태형이 윤기의 팔에 얼굴을 비비며 물었다.



" 윤기, 오늘 향수 뿌렸어? "
" 아닙니다. "
" 으응, 나는 윤기 특유의 향이 좋더라. "
" 저 도련님이랑 같은 바디 제품 씁니다. "
" 그래도 나랑은 다른 그런 향이라고! "
" 이제 좀 떨어지시죠. "
" 내가 왜? 싫은데! 싫어! 윤기 계속 안고 있을 거야! "
" ……. "
" 윤기 부끄러워서 그래? "
" 더위 먹으셨습니까. "



가을에 더위는 무슨, 윤기 지금 개그한 거야? 윤기는 속으로 한숨을 쉬다가 시계를 쳐다봤다. 이런 젠장, 아직도 하루가 끝나려면 반나절이나 남았다. 반나절 동안 태형에게 시달릴 생각을 하니 없던 편두통도 생길 기분이었다. 지금 기분을 설명하자면 딱 환장하기 그 직전이었다. 윤기의 하루 고생길이 눈에 훤한 것 같았다.



태형이 낮잠을 자는 시간은 윤기에게 천국과도 같았다. 태형이 낮잠을 자기 시작하면 윤기는 태형을 방에 데려다 주고 자신의 방으로 와 자신만의 시간을 가졌다. 윤기는 태형을 돌보느라 - 이미 윤기에게는 태형을 경호한다는 의미보다 보모의 의미가 더 강한 것 같았다. - 지친 몸을 쉬게 한다거나 태형이 학을 떼는 운동을 한다거나 책을 읽는 정도였다. - 그렇게 안 보여서 윤기는 책을 읽는 것을 즐겼다. - 아침부터 태형에게 시달렸더니 잠이 오는 것도 같았다. 윤기는 넥타이를 풀어 책상에 두고는 침대에 몸을 묻었다. 윤기는 속으로 바랐다. 제발 김태형이 오래 자게 해 주세요. 어느새 윤기의 숨소리가 일정해졌다.



태형은 눈을 비비며 기지개를 폈다. 뼈가 맞춰지는 소리가 들리고 찌뿌둥한 몸에 간단한 스트레칭을 한 태형은 방을 나섰다. 일어나자마자 태형이 향한 곳은 윤기의 방이었다. 윤기는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불편한 슈트를 입고 잠이 든 상태였는데 태형은 그런 윤기를 향해 음흉한 미소를 짓고는 천천히 윤기에게 다가갔다. 태형은 윤기의 얼굴 앞에 손을 흔들고는 윤기가 깊게 잠든 것을 알아차렸다. 태형이 윤기의 옆에 누워 윤기의 몸에 팔과 다리를 감고 눈을 감았다. 윤기는 자신을 짓누르는 무언가가 불편한 것인지 몸을 뒤척였으나 태형의 올가미에 걸려 안타깝게도 그 시도는 무산되었다.



윤기는 눈을 뜨자마자 시계를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가 자신을 감싸 안은 태형을 쳐다봤다. 이 도련님이 정말. 윤기는 태형의 팔과 다리를 자신의 몸에서 떼어내고는 태형의 품에서 벗어났다. 조용히 넘어가는 법이 없는 것 같았다. 윤기는 한숨을 쉬고는 방을 나섰다. 태형이 조금 더 자기를 바라며. 하지만, 하늘은 윤기의 편이 아닌 것 같았다. 윤기가 방문을 닫으려는 순간 태형이 신음과 함께 몸을 뒤척였기 때문이었다. 윤기는 긴장감에 침을 삼켰고, 이내 눈을 뜬 태형과 눈이 마주쳤다. 윤기는 욕을 삼키며 서둘러 문을 닫았지만 방 안에서는 이미 태형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윤기! 왜 도망 가! 네가 내 입장이 되면 안 도망가겠냐. 속으로 대답을 한 윤기는 서둘러 1층으로 내려갔다. 좀 숨는 것이 신변 보호에 좋을 것 같았다.





윤기의 꿈은 태형에게 잡히면서 일단락 되었다. 윤기는 지금 태형의 방에 마련된 소파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잠깐, 책을 읽고 있다고? 윤기가 책을 읽을 때마다 방해하던 태형은 윤기의 옆에 앉아 초콜릿 상자를 품에 안고 있었다. 태형은 말을 할까 말까 고민하는 표정으로 윤기를 힐끔 힐끔 보다가 이내 큰 마음 먹고 용기를 내서 윤기에게 말을 걸었다.



" 윤기, 이거 형아가 스위스 다녀오면서 사 온 건데. "
" 네. 그런데요. "
" 엄청 비싸고 엄청 맛있는 거래! 나랑 같이 먹자 윤기! "
" 저 단 거 싫어합니다. "



태형은 윤기의 단호한 말에 시무룩해졌다. 달달한 것을 좋아하는 자신의 취향과 반대인 윤기였다. 그러고 보면 윤기와 태형은 잘 안 맞는 상극인 것 같았다. 책을 좋아하는 윤기와 책을 싫어하는 태형, 단것을 좋아하는 태형과 싫아하는 윤기, 스킨십을 좋아하는 태형과 싫어하는 윤기. 하지만, 태형이 누구인가. 치댐의 사나이 태형 아닌가. 태형은 초콜릿 상자의 뚜껑을 열고는 초콜릿 하나를 집어들어 겉 포장지를 까고 자신의 입에 집어넣었다. 달달함이 태형의 입안을 채우며 태형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이렇게 맛있는 걸 왜 안 먹지? 태형은 의아한 눈빛으로 윤기를 쳐다보다가 이내 씩 웃고는 서둘러 화이트 초콜릿을 들어 겉 포장지를 까고는 윤기의 입 안에 가져갔다. 윤기는 코 앞으로 다가온 달달한 향기에 인상을 찌푸렸다.



" 저 달달한 거 싫어합니다 도련님. "
" 아아, 윤기야 하나만! "
" 싫습니다. "
" 치. 진짜 하나만. 응? 나 혼자 먹기 그래서 그래! 좋은 건 윤기랑 나누는 거야! "
" 안 나눠주셔도 됩니다. "
" …. "



태형의 입술이 튀어나왔다. 아마 곧 있으면 태형이 삐칠 거라는 걸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윤기는 그런 태형을 무시하고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태형은 들고 있던 초콜릿을 상자 위에 내려놓고 윤기를 째려봤지만 아무렇지 않게 독서를 하는 윤기가 괘씸했다. 분명히 태형이 갑인 관계였지만 어째서인지 윤기가 태형을 조종하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태형은 다시 마음을 다 잡고 윤기의 입술에 초콜릿을 가져다 댔다. 윤기는 태형과 눈을 마주했다.



" 윤기, 아 해. "
" 도련ㄴ…. "
" 맛있지? 그렇지? 대박이지? "
" ……. "



윤기는 결국 입안에 퍼져나가는 달달한 맛에 눈을 감으며 마음을 다스려야 했다. 태형의 앞에만 서면 평정심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안 돼, 민윤기. 상대는 도련님이야, 상대는 애라고, 애. 갑이라고. 윤기는 겨우 계약서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스릴 수 있었다. 그 후로도 태형은 집요하게 윤기에게 초콜릿을 먹였다. 태형이 하나를 먹으면 다음 것은 자연스럽게 윤기의 입으로 향했다. 윤기는 이미 체념한 상태였다. 자신이 하지 말라고 해서 안 할 태형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윤기, 있지. ㄴ…. 맛있지? 그렇지? 네, 아주 맛있네요. 윤기가 어금니를 깨물며 태형을 향해 말했지만 태형은 그런 것을 눈치채지 못한 것인지 해맑게 웃고 있었다. 옛날 말 틀린 것 하나 없었다. 애석하게도 웃는 낯에 침 뱉을 못된 성격을 가지고 있지 않던 윤기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 네 마음대로 해라.





윤기는 자신과 있다가도 밑 층에서 들리는 소리에 서둘러 방문을 열고 1층으로 달려갔다. 윤기도 들고 있던 책을 놓고 태형을 쫓아갔다. 자신이 봐온 태형이 맞다면 분명 저렇게 달려가다가 1층 계단에서 삐끗할 게 자명 한 일이었다. 윤기의 예상대로 마지막 계단을 보지 못한 태형이 넘어지려고 했다. 윤기가 그런 태형의 허리를 잡아 균형을 잡게 해 주자 태형은 윤기를 향해 해맑게 웃었다. 윤기 멋지다! 고마워! 제발 조심 좀 하시죠, 도련님. 도련님 다치면 제 밥줄 날라가는데. 아아, 우리 윤기 밥줄은 지켜야지! 걱정하지 마! 나 믿지? 윤기는 그 말에 답하고 싶었다. 제발 믿음을 가질 구실을 좀 만들어 주지 그래.



태형은 문을 열고 퇴근하는 자신의 아빠와 형 태준을 반겼다. 그 뒤로는 태형의 형수도 보였다. 아마 세 사람이 같이 퇴근을 하는 모양이었다. 태형은 우선 자신의 아빠에게 달려가 볼에 두 번 뽀뽀를 하고는 품에 안겨 코맹맹이 소리를 냈다. 윤기는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내가 사람 경호를 서는 게 아니라 강아지랑 놀아주는 일을 하는 건가. 태형은 아빠와 격한 인사가 끝이 나자 뒤에서 눈을 빛내며 자신을 쳐다보던 태준에게도 와락 안겼다. 태준은 그런 태형의 엉덩이를 톡톡 두드리며 환하게 웃었다. 태형이 태준의 코에 연달아 뽀뽀를 하고는 이를 보이며 웃었다. 태준은 그런 태형을 발등에 올려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태형은 이내 태준의 뒤로 보이는 형수에게 손을 들어 인사했다. 형수님, 오셨어요? 도련님 잘 지내셨어요? 전의 형수라면 가시가 잔뜩 돋혀 비꼬는 걸 알아 듣지 못할 태형에게 비웃음이 가득한 인사를 내뱉을 것이었지만 전에 있었던 일의 영향이 꽤 큰 것 같았다. 형수의 말에서 가시가 몽땅 사라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가정부가 서둘러 다섯 사람을 불렀다. 음식 식기 전에 얼른 오세요!



저녁 식사는 화기애애했다. 오랜만에 함께 하는 저녁이라 그런지 태형은 신이 나서 오늘 하루 종일 있었던 이야기들을 이야기했다. 사실 오늘 있었던 일은 어제도, 엊그제에도 있었던 일과 흡사했다. 윤기는 그 이야기를 듣는 회장과 태준, 그리고 형수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같은 이야기도 여러 번 들으면 질리는 법. 세 사람은 처음 듣는다는 표정으로 태형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윤기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이 가족들은 태형에 한정되게 어제 있던 일을 기억하지 못 하는 건가. 태형의 이야기가 끝이 나자 식탁은 고요함이 내려 앉았다. 간간히 형수가 회장에게 자선 사업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 다였다. 태형은 그런 이야기들에는 흥미가 없었으므로 자신의 앞에 놓인 스테이크르 서툴게 썰고 있었다. 윤기는 저런 태형의 버릇이 너무 과보호한 회장과 태준의 탓이 크다며 혀를 찼지만 어느새 태형의 스테이크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고 있는 상태였다.



" 윤기 고마워! "
" 얼른 드시죠. 이번에 체하시면 바늘로 손 딸 겁니다. "
" 헉, 그런 건 너무하잖아! 아빠, 윤기가 나 바늘로 손 딸 거래! "
" 그것만큼 효과 좋은 게 없긴 하지. 그러니까 천천히 씹어 먹어 아들. "
" 알았어, 알았다고! "



태형은 바늘로 손을 딴다는 것이 무서운지 고기 한 조각을 백 번은 씹는 것 같았다. 윤기가 그런 태형을 향해 말했다. 도련님, 씹는 건 50번이면 충분합니다. 아, 그래? 그렇게 씹으시면 고기 질겨져요. 어쩐지 턱이 아프다 했어! 태형이 어벙한 소리를 하며 윤기의 말을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태형이 윤기의 방으로 찾아온 것은 꽤나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윤기는 시계를 힐끗 봤다. 태형이 침대에 누워 있을 시간이었다. 윤기는 태형의 방에 문제가 생겼나 싶어 서둘러 태형의 방으로 향하려는데 태형이 맑게 웃으며 윤기를 향해 말했다 윤기, 나랑 오늘 같이 자. 윤기는 태형의 엉뚱한 소리에 어이가 없다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태형은 그런 윤기를 향해 말했다. 아니, 글쎄. 내가 오늘 무서운 걸 조금 봤더니 도저히 혼자 못 자겠는 거 있지? 회장님이랑 주무시면 되는 거 아닙니까. 에이, 나 잠버릇 심한 거 알잖아! 아빠한테 어떻게 그런 민폐를 끼쳐. 윤기는 그런 태형 때문에 또 헛웃음을 터트려야 했다. 이봐요, 도련님. 그럼 나한테는 민폐를 끼쳐도 된다는 뜻입니까. 네? 윤기는 단호한 목소리로 태형을 향해 말했다.



" 안타깝지만 안 될 것 같습니다. "
" ……. "
" 도련님 이제 성인이시니 그런 문제 쯤은 혼자서 해결하실 줄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
" 아니, 그래도 윤기…. "
" 다시 방으로 돌아가세요. "
" 윤기, 잠깐만! 내 말 좀 들어 봐! 응? 아! "



윤기가 태형의 손목을 부드럽게 잡아 자신의 방 바깥으로 내보낸 뒤 입꼬리를 당겨 최대한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방문을 닫았다. 태형은 그런 윤기의 방문 앞에 서서 궁시렁거렸으나 윤기가 더 이상 신경 쓸 것은 아니었다. 윤기는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편안히 자야 할 시간을 태형에게 방해 받을 생각은 쥐꼬리만큼도 없었다. 윤기는 그렇게 눈을 감았다.



윤기는 목이 말라 잠에서 깼다. 주방에 가서 물을 마시고 올 생각으로 방을 나서려던 윤기는 자신이 방문을 열자마자 자신 쪽으로 쏠리는 사람의 몸에 서둘러 그 사람을 잡았다. 그리고 윤기는 베개를 끌어 안고 있는 태형이 눈에 들어왔다. 무서운 걸 봐서 혼자 못 자겠다는 말이 헛소리는 아니었던 것 같았다. 자신이 잠든 지 3시간은 지난 것 같은데 여기서 잠든 태형이 미련해 보였다. 자신 말고 회장님한테 가면 될 것을. 태형은 이런 부분에서 꽤 고집을 부리고는 했다. 자신이 원하는 건 꼭 이뤄야하는. 이런 면에서는 태형은 전형적인 도련님 성격을 소유하고 있었다. 윤기는 결국 태형의 고집에 두 손 두 발을 들었다. 어느새 갈증도 가신 상태였다. 윤기는 태형을 품에 안아 자신의 침대에 눕혔고, 태형은 부스스 눈을 뜨며 윤기의 이름을 불렀다. 으응, 윤기다. 거기서 그렇게 자면 감기 걸리십니다. 그렇지만 내 방은 무서운걸. 다음에는 절대 안 됩니다. 알았어…. 태형은 대답을 하다가 이내 끙끙 앓기 시작했다. 윤기는 그런 태형의 모습에 당황해 서둘러 태형을 향해 물었다.



" 어디 아프십니까? "
" 윽, 다, 다리가 아파! "
" 다리요? "
" 응, 아까 너무 쭈그리고 있었나 봐 나…. "



다리에 쥐가 난 것 같다는 판단이 선 윤기는 서둘러 태형의 발목을 잡고 부드럽게 풀기 시작했다. 태형은 찌릿찌릿한 감각이 이상한 건지 이리저리 몸을 비틀었다. 윤기는 그런 태형에게 짐짓 엄한 목소리로 타박했다. 그러니까 누가 거기서 그러고 있으라고 했습니까? 태형은 그런 윤기를 향해 지지 않겠다는 듯 목소리를 냈다.



" 그러길래 윤기가 문만 열어줬으면 나 쥐도 안 났을 거 아니야! "
" 왜 제 탓입니까 이게. "
" 코에 침 발라 줘! "
" …. "
" 얼른! "
" 안 됩니다. 다 풀린 것 같은데 이제 주무시죠. "
" … 헤. 들켰어? "
" 연기 더럽게 못 하십니다 도련님. "



태형이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윤기는 그런 태형을 보다가 고개를 젓고는 태형의 옆자리에 누웠다. 태형은 기다렸다는 듯이 윤기를 감싸 안은 뒤 윤기의 목에 고개를 파묻고 말했다. 으음, 윤기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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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 윤기 너무 귀여워요 진짜ㅠㅠㅠ 어떻게 저런 ...ㅠㅠㅠ 으아ㅠㅠㅠ 너무 귀여워 진짜 너무 부러바다!!!ㅠㅠㅠ
8년 전
독자2
아 너무 귀여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3
아아ㅠㅠㅜㅠ 태향아ㅠㅠㅠ 너무귀여워ㅠㅠㅠㅠ 항상귀엽겠지??? 너무좋아여ㅠㅠㅠㅠㅠ 어유ㅠㅠㅠㅠ 받아주는 윤기도 진짜 세상에 이것도 발일일닌가싶네여ㅠㅠㅠ
8년 전
독자4
아 너무 귀여워요 이런 글 정말 좋아요 초록글 감이네요 이런 글이 초록글에 올라야지 작가님 사랑합니다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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