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 For you (piano ver)
"나 진짜 심심했다니까?"
"그래..."
"아, 형!"
"시끄러. 골 울려."
"형. 말 예쁘게."
"씨발..."
"야. 그만해. 뭘 바라냐. 이 형한테."
"뒤질래."
"형."
"아오. 씨발."
지금 이 상황은 뭐지...
무명 아이돌도 연애한다
03
w. 복숭아 향기
편의점에서 포스트잇과 볼펜만 사온 것이 아닌지 어느새 병실 바닥에는 과자 봉지들이 여기저기 굴러다니고 있었다.
나는 멀뚱히 볼펜을 쥔 채로 침대 위에 앉아있었다.
병실의 주인이 누구인지 허락도 받지 않고 눌러앉은 남자 세 명은 자기들끼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말을 할 수 없으니 중간에 끼어들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저기 있는 과자를 뺏어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나는 괜히 볼펜만 딸깍딸깍 소리를 내며 만지작거렸다.
"어... 이름씨."
"..."
"아직 뭐 먹으면 안되죠?"
[몰라요.]
"그럼 그냥 먹지? 그렇게 멀뚱히 보지만말고."
"형. 아직 모른다잖아요."
"넌 좀 닥처봐."
[너나 닥쳐.]
"뒤진다 진짜."
죽이지도 못할거면서. 나는 콧웃음을 치며 이불을 덮었다. 지금 사람 약올리는 것도 아니고 과자는 왜 사와서.
괜히 죄없는 김남준을 흘겨보았다. 물론 민윤기 몰래. 민윤기가 봤으면 또 왜 김남준 째려보냐고 지랄지랄 했을테니까.
김남준은 한숨을 내쉬며 민윤기 입에 과자를 하나씩 물려주고 있었다. 존나...
"커퀴들..."
응?
"닥쳐."
"형 머리에는 닥쳐 말고는 없죠?"
"뭐래니."
"아무리 알고 있는 사람들끼리 있다지만 좀 작작해요. 진짜 닭살돋아."
아무래도 정호석도 두 사람 관계를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그를 힐끔 바라보았다.
민윤기가 어디가서 말할 사람은 아닐텐데... 어떻게 알았지? 이불 아래로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그를 힐끔거리고 있는 순간 그와 눈을 마추지고 말았다.
나는 얼른 고개를 푹 숙였다. 몰래 훔쳐본 거 알면 기분 나쁘려나..?
"이름씨."
"..."
"그냥 봐도 괜찮아요."
망할...
"잘생긴 얼굴은 원래 마음껏 보는 거라고 했어요."
"미친놈..."
민윤기 말이 옳았다. 진짜 짜증나게도.
-
김남준과 민윤기 그리고 정호석이 떠드는 소리를 들어봤을 때 세 사람은 아니 김남준과 민윤기 그리고 방탄소년단 멤버들을 꽤나 가까운 사이인 것 같았다.
덕분에 알지 못했던 정확히 말하면 별로 알고 싶지도 않았던 그들의 숙소 생활을 너무나도 자세하게 알 수 있게 되었다.
내가 평범한 소녀팬이었으면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하나하나 곱씹어서 들었겠지만 애석하게도 나는 소녀팬이 아니었다.
게다가 민윤기 입이 괜히 걸레겠어.
나오는 단어 하나하나 역시 매우 주옥같은 단어들 뿐이었다. 예를 들면
"태형이하고 정국이는 아직도 야동 안봤대냐?"
"하긴... 걔네도 이제 딸딸이 칠 때가 됐어. 그치?"
"박지민 걔는 가사 언제 써온대? 존나 내가 준 노트는 국 끓였다니?"
"석진이 형은 요즘 뭐 먹는다냐? 존나 올드보이처럼 군만두만 씹는 거 아니지?"
등등등
괜히 낯뜨거워진 나는 손부채질을 하며 민윤기 등을 발로 툭툭 건드렸다.
그러면 뭐해. 망할 민윤기는 하나도 신경쓰지 않고 그냥 말하고 있는데... 오히려 정호석이 얼굴을 붉히며 민윤기가 말을 내뱉을 때마다 알 수 없는 추임새를 내뱉곤 했다.
"아. 행! 그러지 좀 마요."
"뭐가."
"여기 이름씨도 있는데..."
"언제까지 그놈의 씨 붙일거냐?"
"네?"
"존나 수박씨야? 그냥 이름 불러. 둘이 동갑인데."
답답하다는 듯한 민윤기의 말에 말없이 과자를 우물거리던 김남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고개를 왜 끄덕여. 끄덕이긴.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이번에는 발로 김남준의 엉덩이를 툭툭 밀어냈다.
역시 민윤기 몰래.
어제 처음 말 섞었던 사람이었다. 어떻게 바로 말을 놓아. 어제만해도 그렇게 말을 잘 하던 정호석 역시 바로 말 놓는 것은 무리인지 머리를 긁적이고 있었다.
그래. 사람은 조금씩 어? 천천히 가까워지던지 해야하는 거야. 너무 갑자기 확 들어오면 좀 무섭다고.
이런 나와 정호석을 번갈아가며 보던 민윤기는 혀를 끌끌차며 자리에서 발딱 일어났다.
부스스한 그의 머리카락이 다시 한 번 살랑하고 흔들렸다.
"병신들. 소개팅하냐?"
물론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절대 살랑거리는 말이 아니었지만.
민윤기는 이제 작업실로 가야한다는 이유를 대며 김남준의 뒷덜미를 잡고 질질 끌며 병실 문을 열었다.
또 귀찮다는 이유로 밥 안먹고 쓰러지지 말라는 잔소리는 보너스로 덧붙이며.
지나 잘할 것이지. 나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는 침대 위에 털썩 드러누웠다. 아직 침대에 걸터앉아있는 정호석은 가만히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왜요?
내가 입모양으로 묻자 그는 고개를 저으며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뭐, 뭐야...
괜히 흠칫하며 내가 몸을 살짝 움직이자 그는 오히려 조심스러운 손길로 베개 위에 아무렇게나 흐트러진 내 머리카락을 살살 정리해주었다.
"이렇게 안하면 머리 아프대요."
"..."
"우리 누나가."
"..."
"나도 이제 가야겠다. 쉬어요. 갑자기 사람 몰려서 피곤했겠네."
그는 방긋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걸어갔다. 다리에 감고 있는 붕대 때문인지 바닥에 질질 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손을 뻗어 아까 벗어두었던 수면안대를 다시 눈 위에 뒤집어 썼다. 그리고 이불을 머리 끝까지 올려버렸다.
이런 말 별로 안좋아하고 되게 클리셰같아서 싫어하는데...
헤어 만지는 코디 언니들 말고 누가 내 머리카락을 매만진 것 역시 그가 처음이었다.
-
의사 쌤은 한 이틀 정도 금식을 하는게 좋을 거라는 말을 해주었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 진 죽을 먹으라는 말도 덧붙였다.
목구멍도 목구멍이지만 식도랑 위 역시 많이 상했다는 것이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매니저 오빠, 그리고 언제 오셨는지 지방에서 올라온 부모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는 대답을 했다.
나는 멀뚱히 눈을 깜빡이며 이불만 말아쥐고 있었다.
이틀... 이틀이라... 이틀 동안 내가 먹을 수 있는 것은 물 밖에 없었다. 다이어트 할 때도 이러지는 않았는데...
내 팔로 들어오는 링거 덕분에 영양실조 걸릴 일은 없을 것이다.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사실 식욕이 별로 돌아오지 않은 터라 별로 상관은 없었다. 무언가를 먹기 위해 씹고 삼키는 것 역시 매우 귀찮은 일이었다.
엄마와 아빠는 나에게 몸조리 잘하라는 말을 남기고 병실 밖으로 나가셨다.
아무래도 자리를 오래 비우면 안되니까.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시는 건 아니었지만 장사를 하시는 분들이기에 자리를 오래비우면 좋을 것이 없었다.
그냥 올라오지 마시지... 나는 입술을 잘근거리며 두 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인터넷 댓글 보신 거는 아니겠지.
나도 나지만 엄마가 걱정되었다. 나보다 마음도 몸도 약하신 분인데... 한동안 인터넷은 하지 말라는 문자를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말을 하면 더더욱 궁금하다며 보실 분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그럼 적어도 아빠가 보지 못하게 막기라도 하시겠지. 아빠마저 댓글을 보시면 정말 큰일 날 일이었다.
"이름아."
나는 고개를 들어 오빠를 바라보았다. 매니저 오빠는 내 손에 무언가를 쥐어주었다. 뭐야? 라고 내가 물어보기도 전에.
내 손에 들린 건 다름아닌 꼬깃꼬깃한 종이였다. 편지지도 아니고 노트를 찢어낸 종이도 아니고 정말 말 그대로 꼬깃꼬깃한 종이. 작은 수첩을 찢은 듯한 종이였다.
이게 뭐야?
내가 물어보자 오빠는 고개로 문 쪽을 가리켰다. 아빠나 엄마가 오빠한테 몰래 준 종이인 듯 싶었다.
나는 조심스레 종이를 펼쳐보았다. 꼬깃꼬깃한 종이 위에는 볼펜으로 휘갈겨 쓴 듯한 글씨가 적혀있었다.
010 1994 0218
내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오빠를 올려보자 오빠는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긁적였다.
뭔가 되게 곤란한 일이 있을 때마다 나오는 오빠의 버릇이었다. 누구 번호야? 내가 입모양으로 다시 물었다. 오빠는 한 번 더 머리를 긁적였다.
"아니... 이런 상황에서 이러는 건 좀 아닌데..."
"..."
"정호석 전화번호야. 아까 전해달라고 하더라."
"..."
"회사에는 아무말 안할게. 너 안그래도 별로 어울리는 사람도 없고 그러니까..."
"..."
"아니. 그니까... 이번 기회에 친구도 만들고 좀 그러라고."
"..."
"연애하라고 하거나 그런 거 절대 아니다. 나 말했어. 막 절대 연애 권장 이런 거 진짜 절대 아니야."
누가 뭐라고 했나...
내가 말없이 종이를 만지작거리자 오빠는 헛기침을 하며 병실 문을 열고 나갔다. 그럼 간다. 라는 짧은 인삿말과 함께.
전화번호라니...
내 핸드폰에 있는 연락처는 정말 최소한의 연락처 뿐이었다. 그리고 연예계에 발을 들인 이후로 저장한 연락처는 민윤기 김남준 그리고 멤버들이 전부였다.
매니저 오빠들은 연습생때부터 전화번호 갖고 있었고.
"줄거면 그냥 와서 주지..."
나는 작게 중얼거리며 종이 조각을 베개 밑에 조심스레 밀어넣었다.
혹시나 종이 위에 있는 글자가 지워질까 반으로 곱게 접은 후에 침대 뒤로 넘어가지 않게 조심조심 베개를 내려놓으며.
아. 그러고보니 목소리가 나왔다. 아직 갈라져서 참으로 듣기 힘든 그런 목소리지만 그래도 목소리가 나오는게 어디야.
나는 엄마가 서랍 위에 두고 간 듯한 보온병을 두 손으로 꼭 그러쥐었다. 따듯한 물이나 마셔야지.
그래도 뭐... 다행이었다. 적어도 목소리는 나오니까.
노래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따듯한 물을 많이 마셔서인지 목소리도 점점 괜찮아지고 있었다.
처음 중얼거렸을 때는 듣기 힘들 정도로 갈라진 목소리였지만 이제는 어느정도 작게 콧노래도 부를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링거를 팔에 꽂고 다녀야했지만 뭐... 죽을 먹을 수도 있게 되었다. 그래. 부모님이 다녀가신지 벌써 이틀이 넘어가고 있었다.
나 퇴원은 언제야... 나는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병실 복도를 걸어다니고 있었다.
스케줄 잡은 것도 있을 텐데... 나를 위한 스케줄 보다는 정연이를 위한 스케줄이 더 많겠지만.
그리고 춤 연습도 해야하는데... 다른 멤버들에 비해 춤을 배우는 속도가 느린 나인지라 안무 연습에 신중을 가하고 또 가하는 나였다.
또 연습실 가면 엄청 혼나겠군.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리는 느낌이었다.
"이름씨."
언제 왔는지 뒤에서 정호석이 내 이름을 부르며 내 어깨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고 있었다.
그나저나 정호석은 퇴원 안하나? 나보다 먼저 입원했으면서 생각보다 되게 오래 있네... 나는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이틀동안 병실에서 잘 나오지 않아서인지 그의 얼굴을 보는 것 역시 이틀만이었다.
그와 말을 섞게 된지 얼마나 됐다고... 나는 입맛을 다시며 내 머리카락 끝을 만지작거렸다. 뭐랄까... 그와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나누는 지금이 익숙해지는 게 어색했다.
나중에 퇴원하면 난 다시 그와는 급을 비교할 수 없는 무명 아이돌로 돌아갈테니까.
"되게 오랜만이다."
"만난지 얼마나 됐다고."
"어. 목소리 나오네요."
끄덕끄덕
"다행이에요."
그는 정말 다행이라는 듯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나는 아무런 대답없이 그저 푸스스 웃을 뿐이었다. 가수니까. 목관리를 잘해야하는 건 당연했다.
내가 가수인지 댄서인지는 나도 헷갈리는 지경까지 왔지만 말이다.
"오늘 뭐 없죠?"
"네?"
"나 내일 퇴원해요."
"아..."
"이제 병원 말고 방송국에서 만나겠다."
만나도 아마 지금처럼 말하거나 하지는 못할 거에요. 나는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말을 삼키며 가만히 그를 올려보았다.
왠지 모르게 그에게 이 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 정말 익숙해진 모양이었다. 만난지 얼마나 됐다고. 낯가림의 대명사였던 성이름이 웬일이야...
민윤기가 했던 말이 진짜인가보다. 정호석 그는 연예계에서 만나기 힘든 그런 진국인 사람이었다. 이번에는 인정할게.
"근데 번호 준거 받았어요?"
"아... 네. 받았어요."
"연락이 안와서..."
"핸드폰이 없어서요."
"없어요? 지난번에는 핸드폰 잘 쓰시던데..."
지난번?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는 그저 허허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무대 뒤에서 내가 핸드폰 쓰는 걸 지나가다 우연히 본 모양이었다. 그렇지. 걸그룹 중에서 드물게 우리 멤버들은 아무렇지 않게 핸드폰을 사용하곤 했다.
그래서 못뜨는 건가... 이제와서 애들한테 핸드폰 쓰지 말라고 할 수는 없지만... 나는 그저 푸스스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고장났어요."
"아... 연락 꼭 주세요. 핸드폰 고치면."
"알았어요."
"으아... 춥다. 얼른 들어가요. 감기걸릴라. 목소리 이제 겨우 나오는데..."
그는 정말 추운지 자신의 팔을 벅벅 문지르며 몸을 바르르 떨어댔다.
음... 꽤나 아이같은 미소를 함박 지으며. 아직도 저렇게 웃는 사람이 있구나.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내 병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난 언제 저렇게 웃어봤더라. 카메라 앞에서 말고는 저렇게 웃어본 적이 거의 없는 거 같은데...
그를 만나면 괜히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게 되었다.
내가 언제 이랬더라 나는 이랬는데 저 사람은 저렇구나... 뭐 이런 쓸데없는 하지만 하면 할수록 시간이 잘가는 그런 생각.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알 수는 없었다.
좋은 거라고 생각하는 게 좋겠지. 병실로 들어가자마자 다시 침대 위에 털썩 드러누웠다. 아무리 먹는 게 별로 없다지만... 이렇게 먹고 자고 먹고 자면 살 찔텐데...
퇴원할 때가 됐나보다. 내가 지금 살 걱정하는 걸 보면.
침대 옆 서랍 위에는 어느새 새 핸드폰이 곱게 올려져있었다. 오빠도 참... 왔다 갔으면 그냥 기다리지... 뭐가 그리 바쁘다고.
사실 나보다 바쁜 사람이 오빠였다. 나만 관리하나. 다른 멤버들 스케줄도 관리해야하는데... 그러고보니 애들은 병원 한 번도 안왔네.
정호석 병실에는 멤버들 자주 왔다갔다 했다던데...
이것봐. 또 이상한 생각.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번호는 그대로인 것 같았다.
내 유심칩을 그대로 꽂아서인지 저장되어있는 연락처들도 그대로였다.
010... 1994... 0218...
조심스레 그의 번호를 꾹꾹 눌렀다. 뭐라고 저장하지... 이상한 이름으로 저장하면 안되는데... 그렇다고해서 그냥 이름으로 할 수도 없었다.
누가 보면 어떡해. 누가 볼지는 모르겠다만 이런 일에는 신중에 신중을 가하는 나였다.
나 때문에 이상한 스캔들 나는 것은 딱 질색이었다.
결국 내가 택한 거는 그냥 [정호석]이었다. 제일 깔끔하고 무난하고. 누가 의심하면 그냥 예의상 번호를 주고 받았다고 하면 되는 거니까.
조금 딱딱해보이지만 그래도 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의 번호를 저장하자마자 나는 바로 실장님게 문자를 보냈다.
〈저 퇴원할게요.>
언제까지고 병원에 있을 수만은 없었다. 나 때문에 밀린 스케줄이 얼마겠어... 가뜩이나 팀에서 비중이 크지도 않은데 더이상 민폐를 끼칠 수는 없었다.
정연이 개인 스케줄은 나 없이도 가능하지만 무대에 오르는 건 나 없이는 좀 힘드니까.
내 문자를 기다렸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실장님에게서 답장이 돌아왔다.
〈내일이나 모레 중으로 퇴원수속 밟을게. 그동안이라도 좀 쉬어.>
알겠어요. 나는 작게 중얼거리며 이불 안으로 꼬물꼬물 들어갔다.
쉬라잖아. 조금이라도 쉴 수 있을 때 많이 쉬어야지. 퇴원하면 다시 연습에 연습에 연습을 해야하니까.
나는 수면안대를 쓰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잠이 드는 사이 몸을 좀 뒤척였는지 베게 밑에 밀어넣어두었던 종이조각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
[암호닉]
짐니야 짐잼쿠 망개야 낑깡 망개지미니 침맘 93 청춘 호석이향기 뜌 블락소년단 치즈 이구역호석맘 핑쿠몬 요거프레소 새벽 지팔
수야 마녀님 밍꾸이 마늘 구오즈들
잠도 자야하고 공부도 해야하는데... 하기 싫다...
지금이 진짜 태태 생일이네요. 김태태야. 생일 축하해. 사진은 아까 올렸으니 이번에는 안올릴거야.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