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 하루만 (Inst)
녹음은 생각보다 순조롬게 진행이 되었다.
한 번 화장실에서 게우고 나온 후라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다행인 일이었다.
음... 이유는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예전에 녹음을 했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의 다른 점을 굳이 비교를 하자면...
"이거 끝나면 다른 스케줄 있어요?"
"누나. 밥 먹었어요? 안먹었으면 그냥 같이 먹을래요? 우리 이따 밥 먹을 건데..."
"배고파..."
혼자 녹음을 한 게 아니라 내가 노래하는 걸 누군가가 보고 있었다는 것. 그거 하나뿐이었다.
무명 아이돌도 연애한다
05 - 1
w. 복숭아 향기
예상에는 전혀 없는 일이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났을 때만 해도 나는 녹음을 끝마치고 숙소로 돌아와서 밀린 설거지를 할 생각이었으니까.
그러니까 지금 내가 방탄소년단의 연습실 한가운데 앉아있는 것은 오늘 아침에도 심지어 방금 전 녹음실에서 녹음을 할 때까지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다.
멍하니 앉아있는 나와 다르게 내 옆의 세 사람은 여전히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그들의 이번 대화 주제는 '오늘 저녁 메뉴는 뭘로 먹는 것이 좋을까" 와 '어떻게 주문을 하면 더 효과적으로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였다.
식사라는 것은 그저 몸매를 만들기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이었던 우리 멤버들의 식사 시간과는 사뭇 다른 풍격이었다.
"형. 저 햄버거..."
"그만. 입 다물어. 태태."
"나 햄버거..."
"너 어제도 버거킹 먹었거든."
"햄버거..."
"떡볶이 먹을래요? 엽떡."
"아니면 짜장면 먹을까? 어제 진 형 완전 맛있게 먹던데."
"짜장면 먹으면 얼굴 부어요. 우리 내일 사녹 있는데..."
"햄버거는 먹어도 얼굴 안부어."
"뭐 먹지... 이름씨. 뭐 먹을래요?"
"아. 맞아. 누나. 누나는 뭐가 좋아요?"
햄버거 빼고 아무거나 다 말해봐요.
박지민이 환하게 웃으며 나에게 물어왔다.
그저 입꼬리를 말아올린 채로 세 사람의 토론현장을 바라보던 나는 갑작스런 질문에 멀뚱히 두 눈만 꿈뻑거렸다.
뭐... 뭐 먹는게 좋을까.
근데 나 숙소 가면 오늘 저녁에 먹어야하는 식단 도시락 따로 있을텐데... 지금 여기서 뭐 먹고 가도 괜찮을까?
"전 다 괜찮은데..."
"누나. 그럼 햄버거..."
"태태."
나를 바라보던 박지민이 고개를 돌려 옆에 있던 김태형을 바라보았다.
시무룩한 표정으로 바짓단을 만지작거리던 김태형은 어깨를 움찔거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
뭐랄까... 사탕 하나라도 쥐어줘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 번만 더 햄버거 이야기하면 일주일동안 햄버거고 뭐고 아무것도 없어."
"..."
"누나. 뭐 먹을까요? 난 엽떡이 좋은데."
순식간에 표정 변하는 거 봐. 나는 푸스스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만에 떡볶이 나쁘지 않네. 알았어요. 그거 먹어요.
내 대답이 떨어지자 박지민은 아직도 시무룩하게 앉아있는 김태형의 팔을 이끌고 연습실 밖으로 나갔다.
주문하고 올게요. 라는 짧은 말과 함께.
오래 걸리려나... 혼자 중얼거리며 고개를 두리번거리는데 맞은 편에서 앉아있는 정호석과 눈이 마주쳤다.
정호석은 한 손으로 턱을 괸 채로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고개를 돌렸을 때 딱 눈이 마주친 것을 보아 아까부터 계속해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 같았다.
뭐 묻었나? 나는 볼을 긁적이며 고개를 숙였다. 거울도 없는데... 오늘 화장이 연해서 뭐가 이상해보이는 건가? 지난번에 병원에서는 완전 쌩얼이었는데...
"이름씨."
"네?"
"아까 녹음한 거요."
"아... 네."
"컴백곡인거에요?"
"그렇죠. 앨범이 나오는 건 아니고... 디지털 싱글?"
"녹음 되게 많이 하시는 거 같던데..."
"뒤에 깔리는 거는 좀 많이 하잖아요. 오늘 그거 녹음이랑 파트 녹음이랑 겹쳐서 좀 길게 한 거에요."
"목 괜찮아요?"
"괜찮아요."
"아까 울었으면서."
안울었어요.
라고 대답을 하면 될텐데 나는 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
다 알고있다는 듯한 정호석의 말에 나는 말없이 입꼬리만 말아올렸다. 울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니까.
아마 '대답하기 싫어서.' 가 내가 아무말도 하지 않는 거에 대한 이유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운 것이 아니라면 내 목소리가 왜 그렇게 잠겨있었는지 따로 설명을 해야겠지.
그러려면 내가 오늘 음료수를 마시고 병원에 입원했던 기억 때문에 화장실로 달려갔다는 것까지 이야기 해야할 수도 있었다.
물론 대답하지 않아도 괜찮을 수도 있지만 왠지 모르게 그는 끝까지 나에게 물어올 것만 같았다.
그리고 나는 그게 싫었다.
정호석이 나에게 그렇게 물어오는 게 싫은 게 아니라 내가 한 대답으로 인해
정호석이 나를 걱정하게 될 거라는 그 사실이 싫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정호석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는 않았다.
늘 그랬던 것처럼 왜 그런지 이유는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음... 그냥 그러고 싶었다.
-
왁지지껄하게 연습실을 나갔던 것처럼 김태형과 박지민은 왁자지껄하게 연습실 안으로 들어왔다.
또 한 명의 멤버를 이끌고.
동글동글한 눈매를 가진 저 사람은 아마... 전정국. 그래. 전정국이 맞을 거다.
전정국은 박지민에게 팔이 붙들린게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고운 미간을 한껏 구기고 있었다.
아, 진짜... 라면서 작게 투덜거리는 것을 보아 두 사람이 어디론가 가는 전정국을 이끌고 그냥 들어온 것 같았다.
"쩡국이!"
"숙소가서 그냥 먹자니까... 석진이 형이 오늘 불고기해준다고 그랬단 말이에요."
"불고기는 야식이지."
"떡볶이가 야식이거든요. 어. 안녕하세요..."
형들을 향해 투덜거리던 전정국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나를 향해 허리를 꾸벅 숙여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인사를 마치자마자 박지민의 등 뒤로 쏙 숨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나름 숨는다고 숨은 거 같은데 덩치차이 때문이지 그다지 숨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낯가림이 심한가... 나랑 비슷한 사람을 만난 것 같아 괜히 반가웠다.
"치즈도 추가했고 주먹밥도 주문했고 계란찜도 주문했어요!"
"올. 잘했다. 이름씨. 매운 거 잘 먹어요?"
"잘먹는 것도 아니고 못먹는 것도 아니고... 그럭저럭 먹어요."
"그 전에 밥은 잘 먹어요? 겁나 말랐는데..."
오늘 많이 먹고 가요.
정호석이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내게 흔들어보였다. 오랜만에 본인이 쏘는 거란다.
옆에서 과장되게 놀라는 시늉을 하는 김태형과 박지민을 보니 정말 오랜만에 쏘는 건 맞는 것 같았다.
전정국은 아직도 박지민의 뒤에 숨어서 내 쪽을 힐끔거리고 있었다. 처음보는 여자가 연습실에 떡하니 있으니 신기한 모양이었다.
볼거면 대놓고 보지, 왜 저렇게 힐끔거린대...
막내라서 그런가. 확실히 덩치가 좀 커도 귀여운 구석이 되게 많아보이는 그런 아이였다.
처음 연습생으로 들어왔던 은영이도 좀 생각나고... 뭐 그랬다.
"어. 배달 왔나보다. 갔다올게요. 김태태. 일어나."
밖에서 들려오는 분주한 소리에 박지민과 김태형은 이번에도 같이 일어나 연습실 밖으로 나갔다.
전정국은 자신을 가려주던 방패막이 사라지자 안절부절 못하는 얼굴로 형들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호석은 그런 전정국이 재미있는지 키득거리며 연습실 한 쪽 구석에서 나무젓가락과 종이컵 등등을 가지고 왔다.
연습실에서 이런거 저런거 많이 시켜먹었었는지 꽤나 능숙한 움직임이었다.
괜히 혼자 망부석이 되는 건 싫어 정호석을 도와 종이컵을 하나하나 꺼내놓기 시작했다. 한참동안 말없이 나를 힐끔거리던 전정국이 입을 열었다.
"저... 누.. 누나?"
"네?"
"그... 이름 누나 맞죠? 거기... 어디지... 윤기 형이랑 친한 누나."
그룹 명을 떠올리는 것 보다 민윤기가 먼저였나보다. 나는 씁쓸한 마음을 꾹꾹 누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에게는 우리 그룹이름보다 민윤기가 더 가까우니까 어찌보면 매우 당연한 반응이었다.
"말로만 듣다 이렇게 보는 건 또 처음인데..."
"많이 봤어. 너가 기억 못해서 그렇지."
"언제요? 나 진짜 처음인데?"
"너가 기억하는 게 용하지..."
그나저나 민윤기는 이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뭐 어떻게 하고 다녔던 걸까.
지금까지 만난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다 내 이름을 알고 있었다. 연예계 동료니까 뭐... 알 수도 있다지만 신기한 일은 맞잖아.
무대 화장을 한 것도 아니고 거의 쌩얼에 가까운 얼굴에다가 지금 옷도 이렇게 후줄근한데 얼굴 잠깐 보고 바로 내 이름이 어떻게 나오냐고.
이따 전화로 물어보던지 해야겠다. 는 생각을 할 때 즈음 연습실 문이 쾅 소리와 함께 활짝 열렸다.
그리고 두 팔로 하얀 봉지를 끌어안은 채로 생글생글 웃고 있는 박지민과 그 뒤에서 콜라 두 병을 들고 쪼르르 따라오는 김태형이 모습을 드러냈다.
밥이다!
둘이서 나를 어디서 봤었는지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던 정호석과 전정국은 벌떡 일어나 박지민과 김태형을 반겼다.
지금까지 봤던 이들의 모습 중 가장 해맑고 행복해보이는 순간이었다.
-
"그니까. 어떻게 알았냐고."
{알 수도 있지. 너가 잊고 지내나본데 너도 연예인이거든요.}
"연예인이라고 알고 있으면 그룹 이름부터 나와야지 니 이름부터 나오겠냐?"
{아. 몰라. 존나 잠도 못자서 지금 개피곤한데 너도 존나 왜 지랄이야. 지랄이.}
{- 혀엉}
"아 됐어. 이따 다시 전화해. 나 지금 바빠."
역시나 민윤기는 입을 열지 않았다. 자꾸만 내 쪽을 힐끔거리는 헤어를 봐주시는 스텝분의 시선이 느껴졌다.
하아... 나는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
시간은 또 빠르게 흘러갔다. 녹음을 하고 방탄소년단의 연습실에서 떡볶이를 먹은지 벌써 일주일이 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일주일 전에 녹음했던 그 노래로 컴백을 하는 날이었다.
무대 아래를 분주하게 돌아다니던 스텝분들이 우리의 손에 마이크를 쥐어주었다.
그래. 오늘은 늘 립싱크를 하던 우리가 정말 드물게 라이브로 무대를 서는 몇 안되는 날 중 하나였다.
거의 한 달만에 하는 라이브에 긴장했는지 은영이는 두 눈을 감은채로 계속해서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다른 멤버들은 그다지 긴장을 하지 않은 것 같았다. 다행이었다. 실수는 안하겠지. 나는 오랜만에 쥔 핸드마이크를 만지작거렸다.
립싱크를 할 때 착용하던 마이크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아무리 내 목소리도, 다른 멤버들의 목소리도 제대로 들리지 않을 정도로 AR을 크게 틀어놓고 노래를 부른다지만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톡.]
이 와중에 누가 카톡이야...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핸드폰을 다시 집어들었다. 정호석이었다.
[정호석]
- 오늘 컴백이죠?
- 무대 잘해요
- 나 볼거에요
- 라이브 기대중
무대를 볼 거라는 그의 카톡에 놀라 고개를 두리번거리니 정말 멀지 않은 곳에서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는 그저 환하게 웃기만 할뿐 아무런 제스처를 취하지는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여기서 나한테 아는 척을 했다가는 난 정말... 매장감이 될 수도 있었다.
무대에 올라가려 준비를 모두 마쳤을 때 주변에서 스탭들이 웅성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매니저 오빠는 당황한 표정으로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멤버들 역시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무대 위에 올라가려하자 매니저 오빠는 다급하게 내 어깨를 잡아왔다.
무슨 일인데 그래? 내가 미간을 찌푸리며 오빠에게 물었다.
"미쳤나봐."
"그니까 무슨 일인데요."
"AR 제출 해야하는데 MR로 잘못 제출했어."
"네?"
"잘못 제출했다고. 미쳐버리겠네..."
큰 일이라면 큰 일이었다. 아니지. 정말 큰 일이었다. 내 목소리가 담긴 AR이 담긴 CD와 MR이 담긴 CD를 헷갈려서 방송사에 제출을 잘못한 것이었으니까.
그 말인 즉슨 우리가 무대 위에 올라가면 우리의 목소리가 적나라하게 다 들린다는 것이었다.
이제와서 AR이 담긴 CD를 갖고 오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방송사는 멤버 중 한 명만 이름이 알려진 무명 아이돌 그룹을 기다려 줄 정도로 너그럽지는 못할 것이다.
매니저 오빠는 결국 세상이 무너진 것만 같은 표정으로 우리를 무대 위로 올려보냈다.
아까까지만 해도 유유자적하던 다른 멤버들은 이제서야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마이크를 그러쥐었다.
나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오늘도 무대아래로 보이는 팬들은 다들 슬로건 또는 플랜카드를 들고 있었다. 그리고 늘 그랬던 것처럼 그 중에는 내 이름이 보이지 않았다.
내 뒤에 있는 정연이는 안절부절 못하며 마이크를 쥐고 있는 손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당연했다. 이번 노래 역시 정연이의 파트가 가장 많았고 정연이의 파트는 대부분 음정도 높은 후렴부분이었으니까.
나는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늘 올라오던 무대였지만 오늘따라 느낌이 이상했다. 들고 있는 마이크도 평소보다 조금 더 무겁게 느껴졌다.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든 순간 무대 아래에 있는 정호석과 눈이 마주쳤다.
정호석은 아까와는 다르게 입꼬리만 말아올린 채로 우리의 무대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내 목소리가 담겨있지 않은 정말 단순한 그런 음악반주. 익숙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것이었다.
나는 마이크를 입가에 가져다 댔다. 처음부터 깔려있지 않으니 해결책은 내가 부르는 것 밖에 없었다.
내가 노래를 부르는 그 순간까지도 정호석은 뚫어져라 우리의 무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전히 환하게 웃는 표정이 아닌 입꼬리만 살짝 말아올린 채로.
-
[암호닉]
짐니야 짐잼쿠 망개야 낑깡 망개지미니 침맘 93 청춘 호석이향기 뜌 블락소년단 치즈 이구역호석맘 핑쿠몬 요거프레소 새벽 지팔
수야 마녀님 밍꾸이 마늘 구오즈들 슈민트 태꿍망개 boice1004 삐용 홍 카라멜마끼야또 모찜모찜해
여러분 새해가 밝았습니다.
2016 병신년 다들 행복한 한해 되기를 바랄게요!
이제는 볼 수 없는 막둥이 아가
성인된 거 축하한다
늘 댓글 달아주시고 암호닉 신청해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아!
가끔 암호닉할 때 오타나는 거 죄송해요ㅠㅠㅠ 암호닉을 받는 거 자체가 처음이라 많이 서투르네요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