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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경수] 자취방 왕세자 1 | 인스티즈











" 누나, 살이 왜 이렇게 빠졌어여? "





오세훈이 쫄래쫄래 나를 따라오며 묻는다. 오늘은 강의를 듣고 나면 집에 가서 쉬어야지 하는 생각에 짐을 간소하게 들고 나온다고 클러치에 필통이며 화장품이며 다 쑤셔넣고 왔는데, 지금 내 옆구리엔 기타가 하나 끼어있다. 하, 내 인생 참 힘들다. 아침에 현관 앞에서 나를 매고 가라고 손을 흔들던 기타가방이 너무나 그리웠다. 그리고 이 더운 날씨가 나를 더 짜증나게 만들었다. 너 군대 안 가냐? 진심은 아니였다. 내가 원래 짜증이 나면 말이 곱게 안 나간다. 내 말에 세훈이는 어깨를 으쓱했다. 언젠간 가겠죠. 가라, 제발. 남자동기들은 다 군대를 가서 그나마 친했던 세훈이와 같이 다니고 있다. 여자 애들이 유독 없는 과이기도 했고, 딱히 머리 아프게 기싸움 해가며 친구를 사귀는 게 싫어서 관뒀다.




살이 빠진 건 맞다, 정말 고마운데. 힘들어 죽을 거 같다. 다이어트 할 때는 빠지지도 않던 살이 학교에 치여서 살다가 보니까 아주 쭉쭉 빠졌다. 술을 먹으면 내가 무슨 헛소리를 할지 몰라서 술자리도 피하고, 자취를 시작하니까 밥도 컵라면이 짱이고... 아니, 안 먹는 게 좋다. 잠이라도 퍼질러 자는 게 답이지. 결국 나는 고등학교 때 찍고 말겠다던 꿈의 몸무게 44kg를 찍었다. 나의 귀차니즘에 박수를 보낸다, 대단하다. 옆에 붙어서 계속 조잘거리는 세훈이 쪽으로 몸을 확 돌리자 놀란 얼굴을 하고 나를 본다. 화났어여?





" 뭐, 내가 들으면 안 되는 소리라도 했어? "




" 아니, 누난 왜 남자친구 안 사귀냐구여. "




" 넌 여자친구 왜 안 사귀는데? "




" 전 당당히 취업 하고 만날 생각인데여. "






세훈이는 공대생이다, 나는 음대생이고. 그리고 내가 요즘 연락하는 남자가 하나 있는데... 세훈이랑 같은 공대생은 공대생인데 학교 야구부로 유명하다. 잘생겨서 유명한 거 같기도 하고, 사실 야구를 잘 몰라서 모른다. 어쨌든 학교에서 인기가 많다. 그것도, 존나. 그리고 지금 운동복을 입고 야구모자를 쓰고 나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세훈이는 의심미를 지으며 사귀라니까여 하면서 내 팔뚝을 툭 친다. 이 자식이 누나랑 자꾸 친구 먹으려고. 내 말에 머리를 긁적이며 웃는다. 어휴, 진짜. 웃고 있는 백현이를 향해 수줍게 손을 흔들었다. 옆에서 경악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오세훈은 가볍게 무시했다.




" 형, 속지마세여. 이 누나 가식 장난 아님. "




" 나한테 잘 보이려고 하는 거면 상관 없어. "




" 참나, 천생연분 납셨네여. "





사실 남자친구를 사귈 생각은 없다. 특별히 잘 하는 게 없어서, 음악을 좋아해서... 그저 그 이유 하나로 음대에 왔다. 운도 좋았지. 내 꿈은 학교 근처에서 꽃집을 하고 있는 엄마를 따라 그 꽃집을 이어서 운영하는 거, 그거 하나다. 대학을 나와야 일을 시켜준다던 엄마의 말에 어영부영 대학에 왔다. 대학에 와서 열심히 대학 생활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내 최종목표는 꽃집 아가씨란 말이다. 이 더운 땡볕에 서서 기타를 들고 땀을 흘리는 게 아니라! 그리고 남자친구 사귈 생각도 없다! 그냥 꽃집을 운영하다가 늙으면 죽는거지... 잘생긴 남자를 보면 기분은 좋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자에 절절 매는 스타일은 아니다. 아, 물론 우리 유천님 빼고. 옥탑방 왕세자였나? 그 드라마를 보면서 빠졌다. 어쨌든 난 철저한 독신주의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 받은 고백들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 대학 와서는 과팅이며 소개팅도 다 거절했다. 그런데 왜 내가 변백현과 연락을 주고 받고 있냐면.






그 이야기 시작에는 오세훈이 존재한다. 강의가 끝나고 집에 가려는데 오세훈이 야구를 보러 가자고 졸랐다. 야구장에 가기 싫다고 말하자 학교 내에서 하는 경기니까 상관 없다며 내 팔을 잡아 끌었다. 나는 속으로 빌었다, 제발 동기들이 얼른 제대하고 학교로 돌아오게 해주세요. 확실히 걔네도 정상은 아니지만, 오세훈은 피곤한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그래서 더 싫다! 피곤하면 움직이기 싫은데! 그런 나를 움직이게 만들어서 너무 싫다! 어쨌든 난 그렇게 오세훈에게 끌려 야구 경기를 시청했다. 형들 다 잘생겼져? 세훈이가 웃으며 내 귀에 속삭였다.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그래 누나는 네 취향 존중해 했더니 멍하니 나를 보다가 아니거든여! 하고 소리를 쳤다. 반응이 귀여워서 이렇게 장난을 치게 된다니까. 턱을 괴고 멍하니 공을 따라 시선을 돌리는데 공이 내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세훈이는 놀라 내 얼굴을 손으로 가렸고, 나도 그 앞으로 손을 뻗어 공을 막으려고 애썼다.





그리고 드라마처럼 공은 내 손에 안착했다. 갑자기 전부 나를 보고 박수를 쳤고, 세훈이도 와 누나 대박 하면서 나보다 더 신이 나서 방방 뛰었다. 쪽팔리니까 앉아줄래, 세훈아. 내 속삭임에도 우리의 세훈이는 뭐라구여? 하면서 박수를 쳤다. 정말 뒷목을 치고 도망갈까 진지하게 생각했다. 그 때, 야구복을 입은 남자가 연갈색 생머리를 찰랑이며 달려오더니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했다. 강아지 같이 생겼다. 멍하니 보다가 괜찮다며 공을 내밀었다. 감사하다고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인 남자가 내 번호를 물었다. 하, 이런 거 싫은데. 전부 시선은 그 남자와 나를 향해 있었다. 그리고 우리의 오지랖, 세훈님께서 나 대신 번호를 찍어줬다. 누나, 이제 솔탈? 정말 뺨을 갈길까 생각했다.




그리고 난 연락 오는 걸 거절 못한다. 특히 사귀자 해서 싫다고 했는데 괜찮다며 친구로 지내자고 연락을 하는 거, 정말 거절 못한다. 이미 사귀자에서 거절을 해서, 미안해서... 나도 이런 내가 답답하다. 그래서 아직 변백현과 연락을 하고 있다. 아, 물론 사귀자는 얘기를 안 하기는 했다. 공을 일부러 내 쪽으로 던졌다는 얘기를 하긴 했는데... 이 쯤이면 머리가 있는 여자라면 눈치를 챘을 것이다. 이 남자는 나한테 관심이 있다. 그리고 백현이는 군대를 갔다 왔다고 했다. 학년은 세훈이랑 같은데, 나이는 나랑 같다. 더 깊게 묻자니 머리가 아플 거 같아서 그냥 그렇게만 알고 있다. 그래서 군대에 가라는 소리도 못하겠다! 거절을 못하겠단 말이다! 어쨌든 방금 변백현은 운동을 하러 간다며 우리를 지나쳤다.




" 따라가여. "




" 너는 황천길 갈래? "




" 누나는 진짜 착한데 가끔 진짜 무서워여... "





시무룩한 세훈이를 데리고 카페에 들어왔다. 에어컨 바람에 좀 살 거 같았다. 기지개를 펴고 빙수를 시킨 뒤, 자리에 앉았다. 최고다, 진짜. 기타를 옆에 세워두고 세훈이와 수다를 떨다가 보니 민석이 오빠가 빙수를 갖고 우리 테이블로 와, 의자를 당겨 앉았다. 오빠 안 바빠?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턱을 괴고 나를 본다. 나 지금 추하게 빙수 먹고 있는데.




" 전 처음에 둘이 사귀는 줄 알았어여. "




" 야, 완벽한 민석이 오빠한테 나라는 오점을 남길 수 없어. "




" 왜, 네가 어때서. "




" 오빠 그러지 좀 마, 내 심장 아파. "





헐... 세훈이의 입에서 흘러나온 한 글자였다. 입을 막고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보던 세훈이가 빙수가 없어지겠다며 숟가락을 들었다. 빙수를 먹기 시작한 세훈이가 누나가 맛있는 부분을 다 먹었다며 투덜거렸다. 어휴, 저 초딩... 민석이 오빠는 엄마 친구 아들이였다. 너무 오래 봤더니, 친오빠 같이 편하고 참 좋다. 사실 민석이 오빠는 나한테 아빠고, 또 오빠다. 그만큼 난 민석이 오빠한테 의지하고 있다. 날개 없는 천사가 분명했다. 다정하게 민석이 오빠를 쳐다보니 세훈이가 고개를 저었다. 저 자식이, 진짜...




빙수를 먹고 나와 나를 자취방까지 데려다준 세훈이가 손인사를 하며 멀어졌다. 어휴, 우리 세훈이. 수고가 많다. 머리를 긁적이다가 계단을 올랐다. 자취방이라고 해서 온연히 자취방은 아니다. 엄마가 신경도 안 쓰고, 가끔 안부만 묻지만 1층엔 엄마가 생활하고 있다. 2층이라고 하기 좀 그렇지만 옥탑방에는 내가 지내고 있다. 내가 친구를 데려와도 술을 퍼마셔도 심지어 남자를 데려와도 엄마는 아무 말 하지 않을 거다. 나한테 옥탑방을 내준 이후론 내 생활에 대해선 전혀 관여를 안 하신다. 1층에 밥이라도 얻어 먹으려고 가면 학기 중인데 어딜 내려오냐고 얘기하신다. 냉정한 우리의 어머니... 그래서 엄마가 꽃집에 있을 때, 가끔 음식을 훔쳤다. 아니, 훔친 건 아니지. 우리 엄마가 한 밥인데!




그리고 나는 옥탑방 문을 열었다. 더워 뒈지겠다, 정말. 에어컨을 틀고 바닥에 벌러덩 누웠다. 유천님 영접이나 해야지, 노트북을 켜서 바닥에 내려놨다. 누워서 열심히 보다가 잠들었다. 몸이 으슬으슬 춥길래 일어나서 에어컨을 켰다. 창문으로 밖을 보니, 저녁인 모양이다. 하, 아직 곡 못 썼는데... 과제가 하나 떨어졌다, 곡을 하나 써오라고. 일주일이나 남았지만 시간에 쫓겨 만드는 게 싫어서 드라마만 보고 조금 쓰려고 했는데 망했다. 급하게 기타를 들고 문을 열었는데, 나는 놀라 멈춰섰다. 씨발, 꿈인가. 저 유천님 자태는 뭐란 말인가. 드라마 속에서 보던 유천님이 지금 내 앞에 있다. 와, 나 아직 자고 있구나.




" 유천 오빠! 팬인데, 손 좀 잡아줘요! "




내 목소리에 천천히 몸을 돌린다. 그런데 얼굴이 유천님이 아니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잘생겼다. 거짓말 안 하고 진짜 잘생겼다. 넋을 놓고 한참을 쳐다봤다. 얼굴은 흰 편이고 눈은 땡글땡글 엄청 크다. 입술은 도톰하고 콧대도 높다. 진짜 잘생겼다. 아니 이 말 말고는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정말 잘생겼다. 유천님은 이미 저멀리 날라간 뒤였다. 내가 원래 연예인한텐 금사빠다, 현실에선 전혀 아니지만. 새로 데뷔한 배우인가, 이름이 뭐냐고 물으려 입을 떼는데 선수를 뺏겼다.




" 그 놈은 누구인데, 입에 올리십니까. 손을 잡으란 얘기를 하는 걸 보니 보통 사이가 아닌 것 같습니다, 부인. "




부인...? 내가 지금 저 잘생긴 사람의 부인이라는 얘긴가. 그럼 내가 지금 한지민 언니 같은 상황인가. 와, 꿈 한 번 좋다. 기타를 내려놓고 가까이 가서 이리저리 살피는데, 진짜 잘생겼다. 내가 대답을 안 해서 그런지 표정이 굳어있길래 손을 뻗어서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자,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면서 웃더니 나를 쳐다본다. 대답을 않는 거 보니 의심이 됩니다, 부인. 와, 이런 사람이 남편이면 결혼도 할 거 같다. 아, 물론 현실이라면 싫다. 난 혼자 꽃집에서 늙어 죽을 생각이니까.




" 유천님을 몰라? "




반말로 지껄였는데 대답을 안 한다. 존댓말을 써야하나, 고민을 하고 있는데 여전히 웃는 얼굴로 나를 보고 있다. 뭐지, 뭐. 어쩌라고... 그렇게 잘생긴 얼굴로 쳐다보면 어쩔건데...





" 제가 알아야 하는 겁니까? 아니면 또 혼령식을 올리러 도망이라도 가시려고 합니까. "





뭐냐, 나 죽은건가. 당황스러운 마음에 볼을 꼬집었는데 굉장히 아프다. 아픈 소리를 내며 쳐다봤더니 내 볼을 손으로 감싼다. 꿈이길 바라십니까, 아니면 제가 반가워서 그러시는 겁니까. 아니, 이 남자는 뭔데 지금 내 앞에 있는가. 이게 꿈이 아니라면 이 사람은 뭐지, 정신이상자인가. 우리 동네에 그런 사람 없는데, 순간 겁이 나서 엄마를 큰소리로 불렀다. 이 정도 크기면 1층까지 들리겠지. 근데 이 남자는 눈도 한번 깜짝 안 하고 나를 쳐다본다.




" 어찌 저와 있는 시간에도 어미를 찾으십니까, 부인. "




그 말과 동시에 계단 끝에 서서 나를 보고 있는 엄마와 눈이 마주쳤다. 엄마한테 달려가 저 사람이 이상한 소리를 한다고 경찰을 부르자고 했더니 내 말에 대답은 안 하고 남자에게 고개를 꾸벅 숙인다. 뭐야, 진짜. 엄마 아는 사람인가... 그리고 난 엄마의 입에서 나온 말에 헛웃음을 지었다.




" 결국 찾아오셨네요. "




" 기다리다가 지쳐, 부인이 너무 그리워 왔습니다. "




그리고 엄마는 내 손을 잡고 1층으로 내려왔다. 물론 그 뒤를 남자가 따라서 내려왔다. 식탁에 앉아 삼자대면을 하고 있다. 이게 무슨 꼴인가, 골머리가 아팠다. 차라리 오세훈이 와서 하루종일 야구를 보러 가자고 조르는 편이 낫겠다. 엄마는 오실 줄 몰라 준비를 못했다며 진수성찬을 내놓았다. 이게 준비를 못한 밥상이면 나는 뭐 개미 똥을 주워서 먹는건가. 같이 드시지요. 말을 마친 남자가 엄마를 향해 웃어보였다. 엄마는 고개를 숙인 채로 아니라며 손을 저었다. 아니, 이 사람이 뭐길래. 어디서 한복을 주워서 입은건지, 머리는 또 저게 뭐야. 아니, 이러고 다니는데 신고를 한 사람이 한 명도 없다니 그것도 용하다.




" 그럼 부인이라도 같이 드시지요. "




아니라고 말을 하려고 하는데 내 손에 숟가락을 쥐어주는 엄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밥을 먹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밥이라 허겁지겁 먹는데 정수리로 시선이 느껴져서 고개를 들었다. 잘생긴 얼굴이 나를 보며 웃고 있다. 민망하다, 진짜.




" 여전히 잘 드시는 거 같아 보기 좋습니다. "



" 제가 신경을 못써 조금 야위었습니다. "



" 그래서 걱정했는데, 이리 잘 드시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입니다. "




엄마도 사극 매니아였나, 왜 이러는 걸까. 엄마에게 귓속말로 누구냐니까 하고 물으니까 내가 물으면 안 되는 거라도 물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나도 좀 알려달라고... 한참을 엄마와 눈빛으로 대화를 하고 있는데 숟가락이 식탁에 닿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는 다시 고개를 숙이며 밥을 다 먹었냐고 공손하게도 물었다. 그에 남자도 공손하게 그렇다고 대답했다.




" 머리와 옷을 좀 봐드리겠습니다, 여기서 지내시려면 그 모습으론 힘드십니다. "




엄마는 말을 끝내더니 큰 상자를 끌고왔다. 뚜껑을 여니 남자 옷이 가득하다. 저건 또 뭐람. 그리고 엄마는 조심스럽게 남자가 쓰고 있던 모자를 벗기더니 꽉 묶여진 남자의 머리를 풀어 자르기 시작했다. 말끔하게 잘린 머리가 자연스럽게 내려오자 미친 더 잘생겼다. 멍하니 그 꼴을 보고 있다가 고개를 돌렸다. 아니, 우리 엄마가 아닌가 하는 미친 생각도 잠시 했다. 그 정도로 이 상황은 황당했다. 옷도 말끔히 갈아입자 그냥 평범한 대학생 같았다. 아, 평범하다는 말은 취소. 여러번 말하지만 정말 잘생겼다. 그리고 이어지는 엄마의 말에 난 경악했다.




" 올라가서 쉬시지요, 함께 올라가거라. "



" 아니, 엄마 누구냐고! "



" 부인, 끝까지 절 모른 체 하시는 겁니까. "



" 네 남편이야, 얼른 올라가. "




이게 뭔 버러지같은 상황인가. 엄마의 짧은 요약에 의하면 저 사람은 내 남편이고, 내가 보고 싶어서 찾아왔고, 어짜피 혼인을 한 관계이니 올라가라는 뭔 같잖은 얘기였다. 멍하니 그 잘생긴 얼굴을 들여다보니 그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하, 오세훈이고 김민석이고 당장 달려가서 이 상황을 말하고 집을 떠나고 싶을 지경이였다. 자꾸만 옆에서 부인 하고 불러오는 다정한 목소리가 미칠 지경이였다. 네, 제가 왜 그 쪽 부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엄마가 그렇다니까 뭐 그렇다고 알고는 있겠습니다만. 그렇게 뚫어져라 보시면 잠은 어떻게 잡니까!!!!!!! 내 마음 속 외침을 꾹 눌러담고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 저기... 뭐라고 불러야... "



" 서방님 하고 불러주시는 게 저는 제일 좋습니다, 부인. "



그 놈의 부인 소리 좀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



" 그건 제가 좀... "




" 부끄러우십니까? 서방님, 서방님 하고 애교를 떠실 땐 언제고. "




아니, 내가 언제...




" 오랜만에 입에 제 이름을 올려봅니다, 도경수입니다. 부인, 이제 기억이 나십니까? "




네! 라고 대답하고 싶지만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 내가 중간에 죽었다거나 다시 환생을 했다거나 아니면 기억상실증이라거나 이 경우가 전부 아닌데 난 이 사람을 처음본다. 아, 하느님. 저 착하게 살았잖아요... 어릴 때 옆집 개똥이가 죽었을 때, 옆집 할아버지가 놀라실까봐 내가 개똥이 눈도 감겨줬는데... 나 진짜 착하게 살았는데, 별 생각을 다 하다가 잠든 거 같다. 잠에서 깨서 옆에서 나는 숨소리에 깜짝 놀라서 소리를 지를 뻔 했다. 아, 맞다... 도경수 있었지... 아, 뭐라고 불러. 고민도 잠시 집 앞으로 데리러 올 세훈이 생각에 분주하게 준비를 했다. 평소와 달리 옷도 화장실에서 갈아입고... 불편해서 돌아가시겠다.




" 부인, 어딜 가는데 그리 분칠을 하십니까. "




썬크림을 덕지덕지 바르고 있는 나를 보더니 한마디 던진다. 아니, 언제 아무 소리도 없이 깼대. 저 학교에... 하고 중얼거리자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학교는 뭔지 아는걸까. 헛생각을 하다가 보니까 시간이 빨리 흘렀다. 그리고 문이 벌컥 열렸다.



" 누나 왜 안 나와여! "





" 헐, 저 사람은 뭐람. 누구세여? "




방정맞은 세훈이의 목소리에 놀라 도경수를 쳐다보니 그저 편안히 앉은 자세로 우리를 번갈아서 쳐다본다. 저 자가 유천입니까? 도경수의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우리의 초딩 오세훈은.




" 유천은 누군데여, 전 세훈인데여. "




그리고 도경수의 대답은.




" 많이 자랐구나. "





...? 나만 지금 상황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닌 거 같았다. 오세훈도 똥 씹은 표정을 하고 나를 쳐다봤으니까.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 오세훈을 끌고 나와 문을 닫았다. 누구냐고 캐묻는 오세훈에게 남편이라고 대답하니까 가만히 잘 걷다가 휘청거린다. 그럴 수 있다, 나도 어제 그랬으니까. 나도 어이가 없다고 하소연을 하다가 학교에 도착했다. 오세훈은 엄마가 정해준 운명! 이라고 도경수를 정의하더니 웃으며 나를 놀렸다. 백현이 형은 어째여? 누나도 많이 좋아했잖아여. 헛소리를 한다, 진짜. 그리고 변백현이 나를 보며 또 인사를 한다. 그리고 우리의 초딩은.




" 형, 누나 결혼한대여. "




도움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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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이고ㅠㅜㅠㅠㅠ세훈아ㅜ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그럼안디야ㅜㅜㅜㅜㅜㅜㅜ백현이는 어떡해여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도경수는 오디서언거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멘붕) 작가님 재미있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암호닉신청햐도 괜츦아요?
그럼[밍]으로 신청할게여ㅠ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작가님 사랑해여

8년 전
독자2
와 작가님 글을 이제서야 읽었는데 정말.. 소재도 그렇고 문체도 그렇고 다 하나같이 취향저격 탕탕합니다ㅠㅠㅠ 그건 그렇고 경수는 어쩌다가 어머니와 알게 되었을까요..! 어머니는 이 모든 진실을 알고계신걸까요...!! (둑흔) 자까님은 제 심장을 이런 쓸데없는 걸로도 둑흔대는 심장으로 만드셨어요!! 책임져!!! 빼액!!! (작가님: ???) 첫 번째 글밖에 안봤는데 이렇게 기대되는 글은 처음봤어요.(절레절레) 신알신하고 갑니다! 아 맞다맞아 암호닉 신청 가능할까요? 가능하다면 [친주]로 신청하고갑니다~~❤❤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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