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레빗 - 웃으며 넘길래
연습실 안은 고요했다.
나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훔치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오랜만에 추는 춤이었다. 회사를 옮기고 난 이후에 거의 처음으로 추는 거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오랜만이었다.
한동안 안쓰던 근육을 갑자기 사용해서인지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왔다.
나는 거울에 머리를 기대앉아 다리를 조심스레 주물렀다. 살짝만 건드려도 근육통이 올라오는 것 같았다.
연습실 구석에 있는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누가 전화를 걸어오는 건지 보지 않아도 대충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 계속 전화를 걸어왔던 사람. 그 사람이겠지.
그 사람이 누군지는 모른다. 그저 같은 번호로 계속 전화가 오는 걸 보아 내가 추측을 할 뿐이었다.
지잉. 지잉. 울리던 핸드폰이 어느순간 조용해졌다. 그리고 핸드폰 화면에는 작은 글씨 하나가 떠올랐다.
부재중 전화 164통
유명 아이돌은 연애를 할까?
04
w. 복숭아 향기
오늘만해도 벌써 100통이 넘어가고 있었다.
전화가 오는 번호를 차단하고 또 차단해도 그 사람 또는 그 사람들은 계속해서 전화를 걸어왔다.
문자나 카톡을 보내오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전화. 오로지 전화만 걸어올 뿐이었다. 왜 그렇게 전화를 거는 걸까?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연습실에 온 이후로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는 핸드폰은 뜨거웠다.
수많은 부재중 전화 사이에 있는 네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이따가 너랑 전화해야 하는데...
그렇게 수도없이 전화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핸드폰을 끄지 못하는 이유는 단 하나, 너 때문이었다.
지금 숙소에 있으려나?
벽에 걸려있는 시계바늘은 벌써 새벽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슬슬 나도 숙소로 돌아가던지 해야겠네.
기지개를 켜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매니저 오빠한테 말해서 핸드폰을 바꾸던지 해야지. 나는 핸드폰을 주머니 안에 집어넣었다.
핸드폰은 주머니 안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또 울리기 시작했다.
이제는 허벅지 부분이 얼얼해질 지경이었다. 나는 바로 핸드폰을 무음모드로 바꿔놓았다. 아. 이제서야 조금 잠잠해졌다.
누가 이렇게 전화를 거는 걸까?
회사를 옮기고 난 이후 지금껏 조용히 살던 나에게 친구라는 존재가 생긴 것은 사실이었다.
문제는 그 '친구'들도 그리 많지는 않은데 (거의 두 명의 커퀴와 방탄소년단, 그리고 은영이가 전부였으니까) 이들 역시 매우 바쁜 나날을 보내며 살고 있었다.
나한테 하루종일 전화를 걸 정도의 시간이 없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번호까지 바꿔가면서 전화를 걸어오잖아.
말로만 듣던 사생인가?
언젠가 네가 사생으로 고생을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은 있었다.
네 입으로 직접 들은 것은 아니고 민윤기가 지나가는 말로 했었지. 우리 두 사람이 거의 연습실에서 데이트 아닌 데이트를 즐기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너는 나에게 피해가 올까봐, 나는 너에게 피해가 갈까봐 서로 나름 배려를 해준 것이었다.
네 인터뷰 이후로 조금 나아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우리는 조심스러웠다. 혹시 모르니까. 그리고 지금까지 네가 쌓아온 모든 것을 잃게 만들고 싶지 않으니까.
그런데 사생이라니.
만약 사생이라면 내 사생일까 아니면 너의 사생일까.
차라리 내 쪽이면 다행이었다. 적어도 너에게 피해는 안가겠지. 하지만 '내'가 아닌 '너의' 사생이라면 조금 이야기가 달랐다.
그럼 그 사람이 너와 나의 사이도 알고 있다는 말이 되니까. 그러면 더 문제지.
나는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안되겠어. 매니저 오빠한테 말을 하던지 해야지.
벌써 전화가 걸려온지 일주일이 넘어가고 있었다. 핸드폰을 마냥 꺼놓고 살 수도 없는 상황이니 방법이 없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었다. 하얀 입김이 까만 밤하늘을 향해 뭉게뭉게 사라졌다.
아. 춥다. 빨리 들어가야지. 너에게 전화를 걸어 반쯤 잠긴 듯한 네 목소리를 듣고 싶었지만 애써 꾹꾹 눌러 참았다.
주머니 안에 있는 핸드폰은 아직도 불빛으로 반짝거리고 있었다.
-
"사생 아니야?"
"몰라요."
"매니저랑은 말 해봤어?"
"해봤죠."
"그거 처리 잘 해야해. 안그러면 너만 고생해."
김석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빨대를 입에 넣고 잘근거렸다.
저거 네가 나보고 하지 말라고 했던 건데... 어느새 내 빨대도 너덜너덜하게 해져있었다. 고치는 건 다음으로 미뤄야지.
편의점에서 산 커피치고는 꽤나 맛있었다. 다음부터는 그냥 여기서만 먹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김석진이 내 이마를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려왔다.
나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새벽에 갑자기 라면이 땡겨서 나왔다는 김석진은 한숨을 내쉬며 턱을 괴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김석진 옆에 있던 박지민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보며 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나와 다르게 박지민의 핸드폰은 고요하고 또 고요했다.
그나마 사생에 덜 시달리는 건가?
"지민이는 핸드폰 두 개일걸?"
"네. 두 개 맞아요."
"두 개?"
"하나는 제 이름이고 하나는 아빠 이름으로 만든 거에요. 누나가 알고 있는 번호는 아빠 이름으로 만든 거."
"아..."
"자기 이름으로 만드는 건 그냥 털리거든. 사실 이것도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지민이 나름대로 만든 방법이니까."
"..."
"홉이한테는? 말했어?"
나는 고개를 작게 내저었다. 어떻게 말해. 걱정할게 뻔한데.
사실 두 사람에게 이렇게 말을 하는 것도 자꾸만 울리는 핸드폰을 들켜서 말하게 된 건데...
절대 말할 수 없었다. 안그래도 나 말고도 걱정거리나 근심거리가 많은 사람이라는 걸 내가 잘 아는데 나까지도 걱정을 끼칠 수는 없었다.
적어도 나랑 있을 때는 네가 아무런 걱정없이 그저 맑게 웃어주기만 했으면 하는 것이 내 바람이었다.
김석진은 그런 내 모습을 보며 혀를 끌끌 찼다.
인간적으로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며. 그렇게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그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왜 너에게 이런 말을 하지 않는지. 아니까 더 이상 별 다른 말을 하지 못하는 거겠지.
나는 푸스스 웃어보이며 내 앞에 있는 커피잔을 만지작거렸다.
"뭘 잘했다고 웃어."
"그냥요."
"세상에 그냥이라는 이유는 없어. 뭐든지 이유가 있으니까 뭘 하던 말던 하는 거야."
"형 또 이 소리 하신다."
"맞잖아. 이유가 있는데 그걸 숨기려고 하는 말이 그냥이야. 그것만큼 회피하기 좋은 단어는 또 없다고."
매니저 형 호출 떨어지겠다. 나 들어간다.
김석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휘적휘적 걸어갔다. 오늘도 편의점에 라면 사러 나왔다더니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았다.
그의 손목에 덜렁거리는 봉지가 매달려있는 걸 보면 말이다. 박지민은 안절부절 못하며 김석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이내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잠을 제대로 못잤나. 안그래도 도톰한 그의 눈두덩이가 오늘따라 더 통통해보였다.
"누나. 그래도 홉이 형이랑 말해봐요."
"응?"
"누나가 무슨 마음으로 말 안하는지는 알겠는데 그래도 걱정되니까... 말해봐요. 저랑 진 형이 말해주는 것보다 좀 더 나을 수도 있잖아요."
"..."
"우선 저는 말 안할게요. 아마 진 형도 말하시지는 않을 거에요."
"지민아."
"네?"
"호석이도 너처럼 핸드폰 하나 더 있고 그래?"
"아니요."
"..."
"홉이 형은 핸드폰 세 개에요. 두 개는 이미 털려서 사용하는 건 하나지만."
"..."
저도 들어가볼게요. 아파트까지 데려다드릴까요?
그의 말에 나는 괜찮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편의점에서 숙소까지는 얼마 걸리지도 않으니까. 이 정도는 혼자 갈 수 있었다.
핸드폰이 두 개도 아니고 세 개라. 전혀 몰랐다. 아니. 아는게 이상했다. 네가 나에게 말을 했던 것도 아니고 나에게 또 다른 핸드폰을 보여줬던 것도 아니니까.
나는 머리를 긁적이고는 주머니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 새 또 한참 전화가 왔던 핸드폰은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이걸 어떻게 해야할까. 말을 해야할까, 말아야할까.
사실 내 마음속의 답은 정해져있었다. 박지민의 말을 듣고난 이후에 그 답은 더욱 확고해졌고.
말하지 말자. 더 생각할 것도, 물어볼 것도 없이 내 답은 이거였다.
나 말고도 걱정거리가 많다는 걸 한 번 더 알게 되었는데 어떻게 내가 또 말하겠어. 나는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
빨리 핸드폰 바꿔야지.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후련해지는 기분이었다.
-
"여기서 키 한 키만 올려봐."
"아. 이렇게?"
"응. 목 아프면 말해라. 중간에 끊고 가게."
"알았어."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다음부터는 바쁨의 연속이었다.
공백기라지만 아이돌에게는 지금이 가장 바쁠 시기였다. 행사도 뛰어야하고 그 다음 앨범 준비도 해야하고 그 외의 이런저런 일도 있으니까.
핸드폰은 매니저 오빠의 손으로 넘어갔다. 자꾸 이상한 번호로 전화가 오니까 부탁드린다고 내가 맡겼지.
물론 너와의 통화도 포기하고 핸드폰을 넘겨준 것이었다. 마음이 아프기는 했지만 숙소도 가깝고 가끔 연습실에서 볼 수도 있다는 것으로 애써 위안을 삼는 나였다.
민윤기는 두 눈을 감고 조용히 내 노래를 듣고 있었다. 나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가사를 한 단어 한 단어 내뱉었다.
민윤기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젠장. 틀렸나보다.
"성이름."
"응?"
"너 무슨 일 있지."
"아니? 별 일 없는데..."
"정호석이랑 싸웠냐?"
"뭐?"
어디서 이런 개뼈다귀 같은 소리를 하고 있어.
싸우기는 커녕 지금 전화도 못해서 안달난 건 난데...
"너랑 연락도 잘 안된다고 나한테 그러던데."
"나 핸드폰 고장났다고 전해달라고 내가 그랬었잖아."
"아. 맞다. 까먹음."
"죽고 싶냐?"
"너 근데 진짜 핸드폰 고장난 거 맞아?"
"맞거든."
"너 그 말 거의 일주일 전에 하지 않았어?"
"..."
"존나 어떻게 고장났길래 일주일동안도 못 고치냐. 핸드폰이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폭발했었나봐."
"..."
"무슨 일이야."
중간에 껴서 고생하는 거 질색이다.
이 새끼는 어디서 작두를 타고 다니나. 아니, 요즘 남자들은 왜 이렇게 다들 눈치가 빠른 거지?
나는 한숨을 내쉬며 헤드폰을 벗었다. 오늘 녹음은 무리겠지. 민윤기 표정도 안좋고 나도 딱히 녹음할 수 있는 상태도 아니고.
부스 밖으로 나오자 민윤기는 나에게 무언가를 휙 던져주었다. 얼떨결에 받아보니 그건 핸드폰이었다.
언젠가 김남준이 커플 케이스를 하고 싶다고 지랄 발광을 하며 골랐던 그 케이스를 끼운 민윤기의 핸드폰.
"뭐야?"
"정호석이랑 전화하고 오라고."
"..."
"망할 핸드폰이 존나 어떻게 고장났는지는 모르지만 그 새끼 찡찡거리는 거 받아주기 힘들다. 준이로 벅차."
"땡큐."
"통화는 나가서 해라."
민윤기는 핸드폰을 던졌던 것처럼 한 마디 툭 던지고는 다시 모니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는 최대한 조심스레 작업실 밖으로 나왔다. 혹시나 민윤기 마음이 바뀌기 전에 전화를 해야하니까.
-
이 새끼는 착한 건지, 아니면 원래 귀찮아서 안하는 건지 핸드폰에 패턴도 안만들어놓고 있었다.
나는 처음 전화번호를 받았을 때부터 외우고 또 외웠던 너의 번호를 꾹꾹 누르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통화버튼을 누르자마자 나는 계단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빨리 받아라... 빨리... 일주일이 넘는 시간동안 얼굴을 보기는 커녕 전화 통화 한 번 제대로 한 적이 없는 우리였다.
나는 발을 동동 구르며 입술을 깨물었다. 오늘따라 신호음이 길게 늘어지는 것 같았다.
[윤기 형?]
"호석아!"
[...뭐야? 이름이야?]
"응응. 나야."
[너 무슨 일 있었어? 왜 윤기 형 폰으로 전화해? 진짜 무슨 일 있던 건 아니지? 아니, 이게 문제가 아니고 왜 전화 못받았어? 응?]
"핸드폰 고장났었어. 민윤기한테 전해달라고 했는데 얘가 까먹은 거 있지."
[걱정했잖아.]
"미안해."
김석진이 말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나이스. 나는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벽에 머리를 기대고는 눈을 살며시 감았다.
계단 위에 앉은 엉덩이도, 벽에 기댄 머리도 차가웠지만 기분은 좋았다. 얼마만에 듣는 네 목소리인지.
너는 지금껏 밀린 이야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는 것 같았다. 나는 조용히 네가 하는 말을 들으며 간간히 대답해줄 뿐이었다.
원래 통화할 때 이러지는 않는데... 그냥 네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내가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름아.]
"응?"
[너도 좀 말해봐.]
"어?"
[나만 이야기 하잖아. 나 네 목소리 듣고 싶은데...]
네 말에 나는 한 번 더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누가 사귀는 사이 아니랄까봐. 나는 그제서야 조곤조곤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활동이 끝났는데도 연습실에 가서 누워있는게 마음이 편하다는 이야기, 한동안 안추다가 갑자기 춤을 추니까 근육통이 장난 아니었다는 이야기,
민윤기와 김남준이 커퀴 짓 하는데 중간에 있어서 힘들었다는 이야기 등등 한 번 터진 이야기 주머니는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통화를 이어갔을까. 저기 계단 밑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여기 작업실 인데... 누구 올 사람도 없는데...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한 층 더 위로 올라갔다. 혹시나 누가 우리의 통화내용을 들으면 안되니까.
"여보세요?"
[뭐야. 진짜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아니. 갑자기 누가 올라오는 거 같아서."
[비상구 쪽이야?]
"응."
[안 추워?]
"괜찮네요."
[감기 조심해.]
"너도 조심해."
밑에서 들려오던 발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직원이었나보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계단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너와의 통화를 계속 이어나가고 싶었지만 너에게는 스케줄이 나에게는 녹음이 남아있었다.
나는 옷자락을 만지작거리며 말꼬리도 점점 더 길게 늘려갔다. 최대한 전화를 늦게 끊고 싶었다.
다시 또 언제 전화를 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니까.
"내일 스케줄 있어?"
[아니. 내일은 없어.]
"진짜로?"
[응. 없어.]
"나도 내일 없는데. 연습실에서 보자."
[그럴래?]
"응응."
정호석!
전화기 너머로 너를 부르는 네 매니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안해, 이름아. 다음에 통화하자.
그렇게 절대 끊고 싶지 않던 너와의 통화가 끊어졌다. 나는 민윤기의 핸드폰을 꼭 쥔 채로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빨리 핸드폰을 다시 사던지 해야지. 그깟 부재중 전화때문에 핸드폰을 매니저 오빠에게 넘겨줬던 내가 너무나도 원망스러워지는 나였다.
-
핸드폰을 빌려준 대가로 녹음은 예정보다 더 길어졌다.
내가 더이상은 못부르겠다고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나서야 민윤기를 나를 놓아주었다.
개새끼. 다음에는 진짜 계속 삑사리만 내야지. 고생 좀 하라고.
나는 터덜터덜 계단 위를 올라갔다.
아. 힘들어. 사실 별 거 한 것도 없는데 너무나도 힘들었다. 내일 하루 쉬고 그 다음날이면 또 화보 촬영이 있었다.
일을 하는 건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고 그렇지만 힘든 건 어쩔 수 없었다.
노래를 부르기 위해서 그 뒤에 따라오는 부수적인 것들을 모두 해야한다는 게 가끔은 의문이 들 때도 있었다.
그래도 하는 수 없지. 내가 하고 싶은 거만 하면서 살 수는 없는 걸.
축축 늘어지는 두 팔다리를 질질 끌며 복도를 걸어갔다.
빨리 씻고 좀 자야지. 내일 얼굴이 부어있으면 안되니까. 오랜만에 너를 만나러 가는 건데 못생긴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한숨을 내쉬며 현관문 앞에 다다랐을 때, 내 발에 무언가 차이는 것이 느껴졌다.
고개를 숙여 보니 내 앞에 자리잡은 것은 상자였다. 지난번에 받았던 거와 같은 그런 선물 상자.
상자 위에는 역시나 TO 성이름 이라 쓰여있었고 보낸 사람의 이름은 없었다.
나는 상자를 품에 안고 숙소 안으로 들어갔다. 자꾸 이런 선물 보내는 사람이 누구지? 처음에는 너 일거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너는 오늘 하루종일 스케줄을 하다가 새벽에 집으로 갈 거 같다고 말했으니까.
지금은 새벽도 아니고 오후 7시였다. 이제 막 해가 져서 어두컴컴한.
나는 조심스레 상자를 열어보았다. 상자 안에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사진 여러 장이 들어있었다.
무슨 사진이지?
손을 뻗어 사진을 본 나는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사진 속의 나는 김석진 그리고 박지민과 함께 커피를 마시고 있었고 민윤기의 작업실 건물 비상구에서 계단 위에 앉은 채로 벽에 기대 살며시 눈을 감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진 밑에는 작은 글귀가 쓰여있었다.
'누구야?'
역시나 지난번처럼 손글씨가 아닌 워드로 쓰여있는 그런 글씨였다.
-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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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공대생 펑키 모찜모찜해 벚꽃파워 하리보 헐랭방구 데미소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제가 너무 늦었죠? 죄송합니다ㅠㅠㅠ
본의아니게 쓰차를 먹어서 일주일동안 연재를 하지 못했네요ㅠㅠㅠ
설날은 재미있게 보내셨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내일 여행갈 경비를 아주 깔끔하게 모았답니다. 세뱃돈은 역시 짱짱이에요.
메일링했던 연하랑 연애하는 법 텍파는 다들 잘 받았는지 모르겠어요. 혹시나 신청을 했는데 텍파가 가지 않았던 분들은 여기에 이메일 남겨주세요.
제가 다시 메일링 해드리겠습니다.
날씨가 많이 풀렸어요.
내일부터는 다시 좀 추워진다고 하네요. 아직 패딩을 옷장에 넣을 때는 아닌가봐요.
늦어서 정말정말 죄송합니다ㅠㅠㅠ
남은 주말 행복하게 보내세요!
암호닉 신청은 5화까지 받겠습니다. 많이많이 신청해주세요.
항상 제 글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