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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XX/김원식] 블라인드 32 외전 上 | 인스티즈





32

봄이라 하면 때론 아무것도 없는 죽은 별과 같다.
이건  다른 사람들은 전혀 동의하지 않을 나의 정의였고,
나는 그 정의를 증명하기보다는 그저 눈앞의 수목을 잘라낼 뿐이었다.
가지치기 하듯 새로 난 잎들을 잘라내는 일, 그래, 그건 나의 정의였다.
너를 보내주는 것이 나의 마지막 선택이자, 나의 마지막 백색이었듯.
네가 없는 나의 봄은 결국 어둠도 빛도 존재하지 않는 아주 어스름하고 비현실적인 그런 계절이었다.
그리고 결국 똑같이 어스름한 이 밤마저 나 혼자라는 것이 슬플 뿐이었다.
네가 없는 세상은 죽은 별처럼 되돌릴 수 없는 모래성이었고,
나는 매일 그걸 내 죄악처럼 짊어지고 눈을 뜰 뿐이었다.
애써 그립지 않은 척 속죄의 삶을 시작하는 일.
야릇하던 너와의 밤을 자장가처럼 되새기는 일.
너는 나의 영원한 갈망.
영원한 그리움.

블라인드

그 틈으로 빛이 들어오지 않았던 이유는

결국 내가 눈을 감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

결국 눈이 먼 사람은 나였다는 그 사실.

----------

책 한 무더기를 가득 짊어지고 그녀는 힘겹게 서점 문을 열었다.
낑낑대며 들어오는 윤설을 보며 서점 아가씨는 얼른 달려나가 그 문을 잡아주었다.
문이 열린 순간 슬며시 고개를 내미는 그 봄날의 바람이 마냥 따뜻한 그런 날이었다.
윤설의 이마에는 반짝이는 모래알같이 밝은 햇살이 담겨있었다.
햇살은 어느새 노을로 번져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고마워"

윤설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딸랑- 하는 방울소리가 나며 문이 닫히자
그녀는 얼른 윤설에게 다가가 그녀의 짐을 뺏어들며 혀를 찼다.

"언니는 혼자 오면서 꼭 이렇게 책을 많이 들고 온다니까-"

"이번에는 작업을 빨리 끝내서 좀 많았어-"

윤설은 듣기 좋은 웃음을 흘리며 카운터에 책을 내려놓았다.
오늘따라 책방이 한산해서 수다를 떨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설의 짐을 뺏어든 그녀도 어느새 카운터에 책들을 올려놓고는 
하나하나 넘겨가며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상혁씨가 도와줬어?"
그녀가 물었다.

"응, 괜찮다는데 꼭 도와주셔"
윤설이 말했다.

"언니 좋아한다니까 그 남자"
그녀는 재밌다는 듯 킥- 킥- 웃으며 말했다.
그 목소리에 윤설은 손사래를 치며 말도 안 된다는 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곁에서 누가 읽어주는 게 더 편하지?"
문득 그녀가 물었다.
손은 여전히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그렇지"
윤설도 도우려는 듯 손을 뻗었다.
"눈 감고 읽는 게 버릇이 돼서"

"그래도 다행이야"

책 정리를 끝낸 그녀가 윤설을 바라보며 말했다.
윤설은 소파에 앉아 물을 마시고 있었다.

"언니가 매번 이렇게 번역해주고 출판사에 내줘서 사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졌어"
그녀는 이내 손을 툭- 툭- 털고는 윤설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래? 다행이다"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윤설은 말했다.

"진짜야, 점자로 된 책 사러 정말 많이 오셔"

윤설은 내심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손에 들려있던 물컵을 내려놨다.
그러고는 이내 작은 기지개를 켜더니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들어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봤다.
그녀도 똑같이 눈을 돌려 시계를 바라봤다.

"올 때가 됐는데.."
문득 그녀가 중얼거렸다.

"누가?"
윤설이 물었다.

"아! 요새 이 시간만 되면 어떤 남자가 오거든-"

"남자?"

"응, 매번 와서 점자 책을 사가"

"그래?"

"근데 좀 이상해..."
그녀가 미간을 찡긋거리며 말했다.

"뭐가 이상해?"

그녀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한다는 듯 윤설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눈이 잘 보이는 것 같거든, 또 매번 혼자 온다니까-"

"선물하는 사람이 있나 보지-"

윤설은 별일 아니라는 듯 이야기했다.
그녀는 김이 빠졌는지 등을 소파에 파묻었다.
그러고는 입꼬리를 씩- 올리며 윤설을 바라봤다.

"상혁씨 처럼?"

그 한 마디에 윤설은 사레들린 듯 기침을 하다 이내 콧등을 찡그리며 칭얼거렸다.

"그만 하라니까아--"

"알았어 알았어"

"상혁씨 여자친구 있어!"

"알아! 언니가 몇 번을 얘기해줬는데-"

"근데 왜 자꾸 그래"
윤설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둘이 잘 어울려서 그래~"
그녀도 따라 일어나며 콧노래를 불렀다.

"으휴-"
윤설이 이내 못 말린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한참을 키득거리며 웃던 그녀는 이내 윤설이 내려놓은 투명한 유리 잔을 집어 들더니
뚫어져라 그것을 바라봤다. 빛을 가두듯 반짝이는 유리잔.

"있잖아 언니"

문득 그녀가 입을 열었다.
윤설은 고개를 돌려 그런 그녀를 바라봤다.

"사랑했었다는 건 변하지 않아"

윤설은 가만히 그런 그녀를 바라봤다.
반짝이는 유리 잔을 들어 형광등에 비춰보는 그녀를.
그리고 다시금 차오르는 그 생각.
평생을 이기적일 그 남자의 이름.

부드러운 미소를 윤설은 몰래 삼켰다.

"맞아"
하고 윤설이 조그맣게 말했다.
그 목소리에 유리 잔을 내려놓으며 그녀는 웃었다.

카운터로 걸어간 그녀는 윤설이 들어올 때 벗어놓았던 앞치마를 다시 입었고,
윤설은 이내 나가려는 듯 가방을 메고 머리를 정리했다.
그녀는 먼지떨이를 집어 들고 윤설을 바라봤다.

"갈 거야?"

"응, 내일 갈 데가 있어서"

"갈 데?"
그녀가 말했다.
"어디?"

"음..."
문득 윤설이 곰곰이 생각하는 듯 천장을 바라봤다.
"아주 캄캄하고 아주 어둡고 또 아주 야릇하던 곳"

"그게 뭐람"
그녀가 얼굴을 찌푸렸다.
"음산해"

그걸 보며 윤설은 웃었다.

"나 이만 갈게- 마감 잘 하고-"
이내 윤설이 문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응- 잘 가!"

딸랑-

방울소리가 한산한 서점을 매웠다.
그녀는 이내 멀어지는 윤설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서점 앞 벚나무에서 떨어져내리는 분홍 눈꽃들을 바라봤다.

"소풍 가야겠다-"
하고 그녀가 말했다.

----------

'이기적인 사람'
이라고 윤설은 생각했다.

여름의 전날 밤처럼 무더움과 따뜻함 사이에서 그녀는 정원을 거닐고 있었다.
겨울이 날카롭게 할퀴고 간 자리를 메꾸려는 듯 다시금 꽃을 피운 그 정원을.
이곳은 아주 익숙하면서도 또 아주 낯선 공간이라는 것을 그녀는 느끼고 있었다.
윤설은 눈을 감았고, 예전처럼 그 향기를 느끼려는 듯 바람을 향해 돌아섰다.
촉감으로 느끼는 나무의 껍질과 새로 피어난 램스 이어.
부드럽게 발끝에 감기는 토지가 겨울과는 달라서 기분이 묘했다.
그래, 이 계절의 정원을 그녀는 거닐어 본 적이 없었다.

기억을 걷고 있었다.

"제대로 찾아오신 거 맞아요?"

뒤에서 들려오는 노년의 목소리에 윤설은 눈을 뜨고 그를 바라봤다.
나이가 지긋한 관리인은 윤설에게 문득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네, 맞아요"
그녀가 대답했다.

"여기 사셨다고요?"

그 질문에 그녀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저택을 바라봤다.
이 정원에서 너무나도 잘 보이는 당신의 서재 창문과,
햇빛을 반사하는 복도 끝, 그 창가.
아마도 내가 머문 공간이었을 그 작은방.

당신의 마음속 내 위치는 어디쯤이었을까?
당신 마음속에서 나는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그런 구석진 작은 방이었을까?
마음대로 들어오고 또 마음대로 버릴 수 있는 그런?

"참 이기적인 것 같아요"
문득 그녀가 말했다.

"...뭐가요....?"

"이 정원 말이에요, 이렇게 제멋대로 변해버렸잖아요 알아보기 힘들게"

관리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정원의 끝과 시작을 응시했다.
아마 시간을 달리듯 제 세월을 세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계절이 변했으니까"
그가 자상한 미소를 지으며 윤설을 돌아봤다.
"변해야 하지 않겠어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람이 머리칼을 넘겨왔다.
그녀는 꽃향기를 맡으며 눈을 감았다.
이제 곧 해바라기가 피는 계절이었다.

"여기 사셨다고 했지요?"
다시 한 번 그가 물었다.

"아주 잠깐요, 아주 잠깐"
윤설이 웃으며 말했다.

"잠깐 계셨구나"
그제야 알겠다는 듯 그가 웃었다.
"나는 남자 사장님 밖에 못 봤거든, 젊고 키 크고"

윤설은 그 소리에 입술을 꾹- 깨물고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는 낮은 웃음을 흘리며 바람에 삐뚤어진 모자를 고쳐 썼다.
그의 주름진 손이 나무의 껍질을 어루만졌다.
아주 다정한 손길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다정한 손길.

"집 사러 오신 거 아니죠?"

그녀가 무얼 묻기도 전에 그가 그녀에게 물었다.
손은 여전히 나무 기둥을 만지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다행이구먼, 실망할까 봐 물었소-"
관리인이 말했다.

"무얼요?"
윤설이 물었다.

"팔지 말라고 했거든"
이내 그가 그녀를 돌아보며 껄껄 웃었다.
"팔면 안 된다고"

"..."
윤설은 입을 꾹 다물었다.
"왜 안된데요?"

한참을 생각하던 노인은 이내 땀이 난다는 듯
다시 모자를 벗어 쓱- 쓱- 이마를 훔치고는 윤설을 바라봤다.

"글쎄"
그가 말했다.
"놓치고 싶지 않았나 보지"

"..."

"아마 아가씨가 여기 다시 돌아온 이유와 같지 않을까 싶은데"

윤설은 그의 말을 가만히 씹어삼켰다.
괜히 하는 말일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니, 사실 모르겠다. 시간이 벅차서 넘쳐 흘러버렸다.
생각이 깊어서 당신이 나를 놓아버렸듯, 시간이 넘쳐서 당신을 찾을 수 없는 것 같았다.
그래도 이렇게 미련을 가지게 한다는 것은 아마,
그래 이것도 당신이 나쁜 사람이기 때문이어서였다.

"안을 봐도 될까요?"
하고 그녀는 물었다.

"그럼요"
하고 그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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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설은 제 작업실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다.
수 천 번을 되새겨 읽은 그 구절을 오늘도 읊어내고 있었다.
'쓴 잔을.... 쓴 잔을...'

몇 번을 읽어보아도 그 시를 끝낼 수 없는 건
아마 당신의 그 목소리가 자꾸 생각나서였을 거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한 번도 이겨낼 수 없는 그 낮은 목소리와, 손목을 움켜쥐던 차가운 손.
알싸하게 맺히던 고유의 향기와, 끊임없이 변화하던 그 발소리.

그녀는 이내 책을 덮어버리고는 책상에 엎드렸다.
번역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으나 
오늘따라 답지 않게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몇 년 동안 상혁을 조르고 졸라 찾아간 그 집에
그가 없다는 게 생각보다 더 큰 상실감을 그녀에게 안겨준 듯했다.
그래도 나름 한 편으로는 괜찮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쩌면 이런 실망으로 인해서 정말 그를 지워버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문득 상혁이 예전에 했던 말이 생각났다.

'영원히 잃거나 영원을 얻거나'

이제 와 생각해보니 참 아이러니한 말이었다.
당신을 영원히 얻으면 시각을 영원히 잃고,
시각을 영원히 얻으면 당신을 영원히 잃는.
참 잔인한 이야기였다.
아니, 내가 욕심쟁인지도 몰랐다.

윤설은 이내 일어나서는 기지개를 쭉 켜고 머리를 묶었다.
'사장님은 그럼 어디로 가셨어요?'
하는 물음에 돌아온 대답은
'글쎄요, 딱히 말씀해주신 게 없는데'
하는 말뿐이었다.

윤설은 눈을 깜빡이다가 이내 블라인드를 내리듯 두 눈꺼풀을 닫았고,
아주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물을 따랐다. 물 잔의 둘레를 오가는 그 손가락은 변함이 없었다.
'가끔은 이런 게 편해-'하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러고는 한 십 분 정도 가마에 들어앉아 있을 도자기 생각을 하다가 
이내 가방을 어깨에 메고는 작업실을 나왔다.
서점에 가서 책이나 읽으며 수다를 떨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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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하는 소리에 놀라 윤설을 고개를 돌렸다.

금빛 털이 아름다운 그 커다란 개는 서점 앞에 얌전히 앉아 사람을 구경하고 있었다.
멀리서 그걸 바라보던 윤설은 그 까만 눈동자가 귀여워 한참을 바라보다가
이내 서점으로 들어가려던 참이었다.

반가운 듯 꼬리를 흔들어대는 녀석 때문에 차마 그냥 지나치지 못한 그녀는
무릎을 꿇고 앉아 이내 부드러운 그 털을 가볍게 쓸어내렸다.
아주 익숙한 모습처럼 사랑을 잔뜩 받고 자란 녀석은 당연하다는 듯
그녀의 무르팍에 머리를 부비적 거렸고, 윤설은 그게 우스워서 연신 녀석을 어루만졌다.

"언니 왔어?"
서점 문을 열고 나오며 책방 아가씨가 말했다.
그러고는 깜짝 놀라는 듯 윤설과 강아지를 번갈아 봤다.
"얘가 웬일이래 나한테는 꼬리 한 번을 안 흔들더니-"

"그래? 이렇게 순한데?"
윤설이 강아지를 보며 말했다.
"누구네 개야?"

"아- 맞다!"

그녀는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서점 문을 닫았다.
그러고는 한 면이 다 유리로 되어있어 속이 훤히 다 보이는 그 서점을 가만 기웃거리다
이내 윤설에게 다가가 속삭이듯이 말했다.

"그 남자 개야, 그 왜 내가 매번 온다 그랬던"

"아- 점자 책 사 간다던 그 사람?"

"응응, 지금 반품하러 왔는데 내 생각에는 저녁에 또 다시 올 것 같아"

"그렇구나-"

윤설은 시큰둥하게 말하며 이내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그게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입술을 삐죽대며 투덜거렸고,
윤설은 그런 그녀가 귀여워 키득거리다가 이내 사온 디저트를 건넸다.
그러자 언제 그랬다는 듯 기분이 좋아진 그녀는 그걸 들고는 먼저 들어가겠다며 서점 문을 열었다.
윤설은 바깥 테이블에 앉아 턱을 괴고는 어느새 다가와 자신의 무릎에 머리를 올리는 강아지를 웃으며 쓰다듬었다.
한참을 그렇게 햇볕을 받으며 강아지를 만졌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쳐다보던 윤설은
문득 들리는 그 딸랑- 하는 문소리에 고개를 돌려 서점 정문을 바라봤다.
강아지는 주인을 만났다는 듯 얼른 고개를 들고는 그에게 꼬리를 흔들며 다가섰고
윤설은 그런 그 강아지를 바라보다 이내 시선 끝에 걸리는 그의 발끝에 고개를 들어 그 얼굴을 쳐다봤다.
남자는 윤설을 보고 있었다.

그 시선에 윤설은 괜히 멋쩍어졌다.
"아- 죄송해요, 강아지가 너무 예뻐서..."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지만 남자는 아무 말없이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강아지는 그와 그녀의 사이에서 번갈아가며 둘을 쳐다보다 이내 혀를 내밀고는 헥- 헥- 거리는 숨소리를 냈다.
윤설은 아무 말도 없는 그의 손에 들려있는 점자로 된 책을 바라봤고
이 상황과 그의 눈빛이 민망한 나머지 어색하게 웃으며 괜한 말을 건넸다.

"그거 제가 번역한 건데..."

"..."

"누구 선물하시게요?"

"..."

아무 대답 없는 그가 문득 무례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윤설은 괜히 아랫입술을 꾹- 깨물며 자리에 앉았고,
남자는 깊은 숨을 내뱉었다.
그 숨소리에 윤설은 다시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그의 눈빛이 아주 까맣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 동공에 맺힌 자신이 선명하게 보일 만큼
그의 눈동자가 아주 까맣다고.

조금 무섭고, 또 조금 걱정이 될 만큼.
그렇게 까맣다고.

딸랑- 하고 한 번 더 문이 열렸다.
그러고는 이윽고 "언니-"하는 목소리와 함께 앞치마를 푼 아가씨가 윤설에게 손짓을 했다.
윤설과 남자 사이의 이상한 기류에 한참을 눈을 굴리던 그녀가 
멍하니 앉아 그 남자를 바라보던 윤설의 이름을 다시 한 번 부르며 '빨리 와 케잌먹자-'하며 말꼬리를 늘렸다.
그제야 정신이 든 윤설은 "으, 응!"이라고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윤설은 그를 지나쳐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강아지는 윤설과 헤어지는 게 아쉽다는 듯 꼬리를 천천히 흔들었다.
남자는 여전히 한 곳만 바라보고 있다 이내 문이 닫히기가 무섭게 발걸음을 옮겼다.
문득 책을 든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간 것만 같았다.

단내가 가득 담기 케이크를 입에 넣으며 윤설은 멍하니 생각에 빠져있었다.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그 크림이 사라지기도 전에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빵 조각을 퍼나르고 있었다.
평소에 저렇게 멍하니 있던 윤설의 모습을 본 적이 없었는지 아가씨는 혀를 차며 윤설을 불렀다.

"왜 그래? 정신이 팔려서는"

"응?"
퍼뜩 정신이 들었다는 듯 윤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무슨 생각을 하길래 그렇게 멍- 해?"

"아-, 아니야"

윤설이 멋쩍게 웃자 그녀는 재밌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고는 포크를 내려놓고 소파에 등을 기댄 뒤 입을 열었다.

"아까 그 남자 생각했지?"

"어?"

"왜, 아까 서점 앞에서 본 그 남자. 강아지 주인!"

"에이, 아니야아-"
윤설이 말꼬리를 늘렸다.

"아니기는!"
그녀가 나무라듯 이야기했다.
"거봐 내가 이상하다 그랬지?"

"뭐... 그냥 조금"
윤설이 우물쭈물 거렸다.
"이상하다 보다는..."

"이상하다 보다는?"
그녀가 재촉하듯 윤설의 말을 따라 했다.

"묘하달까..?"

"묘해?"

"그러니까...."

"아유 답답해!"

"향기가 묘했어..."
문득 윤설이 중얼거렸다.

"으응?"

"향기가 묘했어.... 마치...."

----------

다시 또 멍- 해지는 윤설의 얼굴을 그녀는 가만히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습관처럼 고개를 돌려 시간을 확인했다. 
원래대로라면 그가 가게로 와야 할 시간이었다.
행색으로 보나 풍기는 분위기로 보나 꽤나 다가가기 어려운 그 남자는 말 한 번을 길게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윤설에게 말했던 것은 결국 그가 위험한 사람 같아 보인다는 말이었다.
아무튼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얼이 빠진 윤설을 보며 그녀는 그가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야속한 시침은 그것도 모르고 계속 흘러가고 있었다.

한참 동안 말 없는 윤설을 바라보다 걱정스런 마음에 그녀가 입을 열었다.
채 한 마디도 떼기 전에 머뭇거리듯 들려오는 서점 문소리에 윤설과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마감시간이 다 되어 가고 있었다.

남자는 밖에서 문고리를 잡고 무표정한 얼굴로 서점 안을 들여다봤다.
아마 자신과 윤설을 보고 있는 거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들어올까 말까 고민하는 듯하던 그는 이내 다시 닫았던 문고리를 밀고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서점으로 들어왔다.
그를 등지고 앉은 윤설은 가만히 케이크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녀는 이내 카운터로 걸어가 "어서 오세요-"라는 인사를 건넸다.

남자는 긴 다리로 저벅저벅 걸어가 자신이 원하는 책을 집어 들었고,
윤설은 포크를 들고 케이크를 한 스푼 떠서 입에 넣었다.
그러고는 눈을 끔뻑이다가 이내 눈가를 비비적 거렸다.

남자는 책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고 계산하려는 듯 지갑을 열었다.
책을 건네받았을 때 그녀의 손과 그의 손이 살짝 부딪혔다.

"손이 엄청 차가우시네요!"
냉기에 놀란 그녀가 그렇게 말했다.

남자는 갑자기 숨을 들이마셨고 미간을 찡그리며 카드를 건넸다.
윤설의 어깨가 왠지 모르게 조금 들썩였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
남자는 대답 한 번을 하는 적이 없었다.
계산서를 건네받은 남자가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그녀는 앞치마를 풀었고 이내 윤설을 향에 말했다.

"언니 나 가게 좀 봐줘, 화장실 좀 다녀올게-"
그러고는 이내 남자를 보며 이야기했다.
"찾으시는 거 있으면 저 아가씨한테 물어보세요, 저보다 더 잘 알아요"
그러고는 이내 발걸음을 옮겼다.

아마 다시 돌아왔을 때 두 사람이 없을 것만 같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냥 막연한 추측일 뿐이었다.

그 남자의 그 표정을 보며 문득 든 생각일 뿐이었다.

----------

아가씨가 자리를 뜨고 나서야 윤설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여전히 카운터에 가만히 서 있는 그 남자가 의아해서 미간을 찌푸리던 그녀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다가갔다.
가까워질수록 짙어지는 그 향이 너무 묘해서 계속 기억을 뒤적거렸다.
무언가 같은 듯하지만 하나가 비어있는 듯 한 그런 향기.
이 비슷한 향을 원식이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그건 절대 잊을 수 없는 거니까.

"뭐 도와드릴까요?"

윤설이 그렇게 묻자 남자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윤설은 그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그의 보기 좋은 입술이 벌어졌다가 이내 다시 빠르게 닫혀버렸다.
그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윤설은 알았다는 듯 슬쩍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그런 그녀의 입꼬리를 응시하다가 이내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천천히 돌아서 책장으로 다가갔다.
윤설은 그런 그를 가만히 지켜봤다.

남자는 한참 동안 책장을 서성거리다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이곤 했고,
윤설은 카운터에 앉아서 인내심 깊게도 그런 그를 기다렸다.
그러다가 상혁에게서 문자가 왔고 그걸 읽으려 핸드폰을 꺼냈다.
그때 문득 딸랑- 하는 소리가 들렸다.
윤설은 그 소리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
남자는 서점을 나섰다.

카운터 위에 덩그러니 놓여진 그가 구입한 책을 바라보던 윤설은
조금 얼빠진 얼굴로 가만히 있다가 이내 급하다는 듯 그것을
들고는 그를 따라 문 밖을 나섰다.
서점을 비워두는 게 조금 걱정이 됐지만 그렇다고 눈앞에서
손님이 책을 두고 가는데 가만히 보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긴 다리로 빠르게 사라지는 그를 쫓으며 윤설은 말했다.
"저기요- 이거 두고 가셨어요!"

남자는 그 소리를 못 듣는 건지 아니면 무시를 하는 건지 그저 묵묵히 빠른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어스름한 저녁의 하늘이 이내 어둠으로 변해가는 시간이었다.
그의 뒷모습이 문득 실루엣처럼 보이는, 기다란 그림자처럼 보이는 그런 시간이었다.
한창 바쁘게 그를 쫓던 걸음을 멈추고 윤설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횡단보도 앞의 그 남자.
이윽고 푸르게 빛나는 그 빛을 따라 그가 발을 뗐다.

그 검은 뒷모습을.
기다란 그림자와
진해지는 그 실루엣을.

남자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었고
윤설은 그걸 멍하니 바라보며 중얼거리다 
이내 입술을 꾹- 깨물고 미간을 찡그리며 달음박질쳤다.
그러고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횡단보도를 건너기 직전의 그의 손을 잡아챘다.
돌아서는 남자의 얼굴에 아주 많은 감정들이 담겨있는 것만 같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의 손은 아주 차가웠다.

헉- 헉- 거리는 그녀의 숨소리가 들렸다.
영원을 잊는 소리인지도 몰랐다.

남자는 자신의 손을 꼭 부여잡은 그녀를 바라봤다.
윤설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이야기했다.

"...손..님 이거 두고, 가셨어요-"

그는 입술을 꾹 깨물고는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그녀가 내미는 책을 받아들고는 빤히 붙잡힘 제 손을 바라봤다.
윤설은 허리를 펴고 곧게 서서 그 남자의 눈을 바라봤다.
문득 그녀의 눈에서 뚝- 뚝- 눈물방울들이 떨어졌다.
남자는 그걸 빤히 바라봤고, 윤설은 당황스럽다는 듯 그를 잡은 손을 놓고는 눈물을 닦아냈다.

"왜 눈물이 나지?"
그녀가 멋쩍게 말하며 웃었다.
남자는 가만히 서서 그런 그녀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제가 원래에... 잘 안 우는데요"
윤설이 변명하듯 중얼거렸다.
"근데 너무 닮아서 그런 것 같아요"

"..."

"그림자가... 그러니까 실루엣이 너무 닮아서요...."

"...."

"손이 차가운 것도.. 흐윽..... 으.... 너무 닮아서요-"

"...."

"...."

그녀의 훌쩍임이 점점 더 짙어져 갔다.
연신 눈가를 비비는 그녀를 그는 가만히 바라봤다.
그러다가 문득 끔찍하다는 듯 얼굴을 구겼고,
이내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아- 견딜 수 없는 여자였다.
아무리 자신을 찌르는 새벽을 보내고 또 보냈어도,
매번 꿈속에 찾아오는 너는 정말 견딜 수가 없는 여자였다.
알아보지 못 하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을 그는 했다.
그래, 한 번도 없으니까.
나를 본 적이 없으니까.

그는 깊은 숨을 몰아쉬었고
이윽고 안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그녀에게 건네고는 
돌아서서 다시 빠른 걸음걸이로 멀어져 갔다.

윤설은 미안하다는 듯 그 손수건을 받아들고
눈가를 비비다가 울음을 그치고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아-- 당신을 찾는 일을 이제 그만두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신호등이 다시 푸르게 변했다.
윤설은 부은 눈으로 그걸 바라보다가 이내 걸음을 옮겼다.
그래, 당신을 찾는 일을 이제 그만두어야겠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손수건은 잘 빨아서 말린 뒤 서점에 맡기고,
당신을 잊는 일에 집중하자고.

코를 훌쩍이며 횡단보도를 건너온 그녀는
아까 자신이 뛰어왔던 길을 되돌아 걷다
서점 앞에 다다를 때까지 제 뒤를 쫓는 그 발소리를 듣지 못 했다.
잊자는 마음이 가득 차서 아무 소리도 들을 수가 없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마침내 커다랗고 차가운 그 손이 제 손목을 잡고 돌려세울 때까지,
그녀는 진정 아무 소리도 들을 수가 없었다.
그 어두운 골목길에 들어서고 나서야.

붉게 달아오른 눈으로 그녀는 그 남자를 응시했다.
놀란 듯 동그랗게 커진 두 눈이 하릴없이 떨리고 있었다.
남자는 아주 고통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숨을 몰아쉬고 있었고,
어디에 던져버렸는지 분명 아까까지 책을 쥐고 있던 그의 손은 텅 비어 있었다.

이윽고 그가 입술을 움직이는 것 같았으나 그 소리가 잘 들리지는 않았다.
아마 그의 목소리가 너무 꽉 막혀 있어 그런 것만 같았다.
잘 안 들린다는 얼굴로 서 있는 윤설을 가만 바라보던 남자는
이내 거친 숨을 내쉬며 허리를 곧게 펴고는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문득 다가오는 그 거리감에 겁먹고 도망치는 그녀의 손목을 꼭 붙잡고 그는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
윤설은 놀라 뒷걸음질 치다 이내 담벼락에 등을 닿자 있는 힘을 다해 그를 밀어내려 애썼다.
그런 그녀의 노력에도 아랑곳 않고 그는 그녀의 손목을 꽉 움켜쥐었고 정말 아프게도 그녀의 입술을 탐했다.
애써 꾹 다물고 있던 그 입술이 억지로 벌어지고 그 사이로 들어온 그의 뜨거운 혀끝에 윤설은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그리고 문득 느껴지는 그 향기.

그 담배 냄새.

익숙한.

윤설은 있는 힘껏 몸을 비틀어 그를 밀어냈다.
가까스로 떨어진 입술 사이로 가는 실이 이어졌다.
그녀가 이내 손을 들어 그의 얼굴을 내려쳤다.

짝- 하는 소리가 텅 빈 골목길에 이어졌다.

꽤나 힘줘 때렸는지 그의 볼이 발갛게 부어올랐다.
윤설은 빗방울 같은 눈물을 떨어뜨리며 그를 바라봤다.
원망이 가득 담긴 눈동자였다.
남자는 여전히 말이 없었고,
그의 귀는 방금 맞은 볼 보다 더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녀는 그를 노려보다 이내 눈물을 쓱 훔쳤다.
그는 그런 그녀를, 그 눈동자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윤설은 다시 한 번 손을 올렸다가 이내 힘 없이 그 손을 떨어뜨렸다.

"짜증 나"
하고 그녀가 말했다.

남자는 검은 동공을 그녀에게 박제시키기라도 한 듯 가만히 그녀를 바라봤다.
아주 많은 것들이 그의 눈 안에 담겨있었다.
아마 후회가 가장 컸던 것 같다.
지금 이 순간도 그는 후회를 하고 있었다.

"도대체 뭐야 당신?"
그녀가 물었다.

"..."
그는 대답이 없었다.

"말 좀 해봐-"
이윽고 그녀가 중얼거렸다.

"..."

"아까는 분명 안 났단 말이야..."
그녀가 이내 제 손에 얼굴을 묻었다.

정적이 골목을 채우고
그에 따라 어둠도 차오르고 있었다.
침전하는 서로의 틈을 타고 문득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단 건,
결국 그가 패배자임을 다시 한 번 새겨주는 것만 같았다.

"담배..."
그가 낮게 말했다.
"끊으려고..."

그 목소리를 그녀는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래, 지울래야 지울 수 없던 그 목소리.
당신의 얼굴을 아주 잠깐 봤었던 그날, 그날의 기억.
그게 그제야 그녀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확실해지는 당신의 존재.

윤설은 손을 내리고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검은 머리카락과 날카로운 눈매.
천천히 쓰다듬었던 오똑한 콧날과 잘 빗어놓은 듯한 얼굴형.
그리고 그 목소리, 당신의 그 목소리.

윤설은 입술을 꾹 깨물고는 그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봤다.
두 사람의 눈이 아주 오랜만에 다시 마주쳤다.
이제는 둘 다 서로의 눈을 읽을 수 있었다.

"당신 진짜 끝까지 이기적이야"

그녀가 차갑게 말했다.
그는 힘겹게 고개를 돌렸다.

"왜 다시 온 거야?"

"..."

"아까 내가 못 알아봤단 거 알고 있었잖아"

"..."

"근데 굳이 왜 다시 돌아온 거야?"

"..."

"아쉬웠어? 그렇게 도망쳐 놓고 이제 와서 혼자만 알아봐 놓고는 아쉬워서 다시 돌아왔어?"

원식은 여전히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손자국이 선명한 그 뺨이 점점 더 붉어지고 있었다.
윤설은 큰 숨을 들이마셨고 이내 평소와는 전혀 다른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나쁜 새끼"

처음 들어보는 그녀의 그 상스러운 뇌까림에
원식은 고개를 돌려 그녀의 얼굴을 바라봤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차갑게 내뱉는 그녀의 말은
전에 그랬듯 그에게는 저주가 되어 내려지고 있었다.
그는 아주 이기적인 사람이었고,
결국 그렇게 도망쳤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마주한 그녀의 얼굴에 숨이 막혀서
참을 수가 없어서 이렇게라도 붙잡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외면하고 고개를 돌렸지만, 낮에 본 그 얼굴을 지우려 애를 썼지만
결국에는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건,
끈질긴 미련이었고 억지로 고한 이별의 죗값이었다.
영원한 실수를 그는 반복하고 있었다.
윤설은 그게 진절머리나 게 싫었다.

윤설은 한참을 그런 그를 노려보다가 이내
부어오르는 제 입술을 닦아내고는 한 발자국 그에게 다가섰다.
원식은 그녀가 처음 보는 얼굴을 하고는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런 그의 손목을 그녀는 아주 세게 잡았다.

"따라와요"

하고 그녀가 말했다.

"복수할 거니까"




영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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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이공이에요!!!! 작가님 다른 글 보고있었는데 신알신와서 바로 보러왔어요!!!! ㅠㅠㅠ처음에 어떤 남자가 온다길래 설마 김원식? 했는데 진짜 김원식ㅠㅠㅠㅠㅠ그 개...?도 설이가 예전에 키우던 강아지인거같아여ㅠㅠㅠㅠㅠ 마지막편보고 세드엔딩이구나했는데 해피엔딩이라니ㅠㅠㅠㅠㅠㅠ핳...♡ 이번편이 상 이니까 하 도 있겠죠..?진짜 좋으다 기다릴게용☺
8년 전
무지개
이공!! 외전도 읽어줘서 고마워요! 결말의 헤어짐과는 다른 이야기라 여운 깨질까 걱정 많이 했는데 ㅠㅠ 좋아해주니 기쁘네요!
8년 전
독자2
서점에 온 남자가 원식일거라거 예상하고 읽는 내내 찌통했어요ㅠㅠㅠㅠ 신알신 뜬거 보고 블라인드 외전이라고 해서 가슴 졸이며 한자한자 읽었네요. 32 상이니까 하도 있겠죠? 기대할게요ㅠㅜㅠㅠ
8년 전
무지개
곧 하로 돌아오도록 할게요! 감사합니다♡
8년 전
독자3
신알신 뜬거보고 두근두근하면서 달려왔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외전이라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작가님 최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보는내내 설렜어요ㅠㅠㅜㅜㅜㅜㅜ감사합니다❤️
8년 전
무지개
제가 더 감사해요!! 외전도 잘 맞칠 수 있길 빌어주세요~
8년 전
독자4
세상에ㅠㅜㅜㅜㅜㅜㅜㅜ강아지 설이가 원식이네 집에 있었을때 키웠던 강아지 맞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주인을 알아봤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기특해ㅠㅠㅠㅠㅠㅠㅠㅠ처음에 서점에 점자책산다는 남자 원식이일것같았는데 진짜 원식이일줄이야ㅠㅠㅠㅠㅠㅠㅠ둘이 만났어요ㅠㅠㅠㅠㅠㅠ엉엉 작가님 감사해요ㅠㅠㅠㅠ빨리 외전 하편도 보고싶어요 어떻기기다리지ㅜㅠㅠㅠㅠㅠㅠ빨리 와주세요ㅠㅠㅠㅠㅠㅠㅠㅠ세상에 둘이 만났어ㅠㅠㅠㅠㅠ다시 행쇼해 결혼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엉엉 ㅠㅠㅠㅠㅠㅠㅠㅠ보는 내내 심장졸려서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무지개
ㅠㅠㅠㅠㅠㅠㅠ흐엉 제가 더 고마워요 ㅠㅠㅠㅠ행쇼해야 할텐데에에에에에
8년 전
독자5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외전에선 꼭만나면좋겠다생각했었는데...ㅠㅠ 감사합니다 작가님bbbbb 저강아지 그때그강아지맞죠?ㅠㅠ 아 외전도 장난아니네요ㅎㅎㅎㅎㅎㅎ
8년 전
무지개
그 강아지 맞지요오! 멍!
8년 전
독자6
ㅠㅠㅠㅠㅠ 작가님 ㅠㅠ 돌아온 원식이가 너무 뿌듯합니다 ㅠㅠ 기다리고 기다리던 전개 ㅠ
8년 전
무지개
기다려쥬ㅓ서 고마워요! 외전 하 편도 기대해주세요♡
8년 전
독자7
세상에ㅠㅠㅠ작가님ㅠㅠㅠㅠㅠㅠㅠ나리에요ㅠㅠㅠㅠㅠㅠㅠㅜ 오랜만에 오니까 블라인드가 벌써 완결이ㅠㅠㅠㅠㅠㅠㅠ 원식이 생일 전날 이렇게 좋은글 올려주셔서 감사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 설레면서 다음편도 기다리고 있을께요!!
8년 전
무지개
나리☆ 진짜 어느새 블라인드도 완결이! 끝까지 함께해줘서 고맙습니다♡♡
8년 전
독자9
으ㅏ니 세상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외전읽다가 사람이 죽을줄이야..지금이댓글은 죽은자의댓글이에요.......영원한 업보라니..아나 얘네둘이 빨리 행쇼하란말이에요....현기증나니까....그리구 작가님은 저랑 결혼이나 하자....어우 여운 장난아니겠어요..원식날에 블라인드 크으으ㅠㅠㅠㅠㅠㅠㅠㅠ 이 길고 긴 굴레에서 크으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어여 무지개님...사랑해...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무지개
어서 식장을 잡읍시다!! 나듀 사랑해♡
8년 전
독자10
작가님! 외전이 하나가 아니라니ㅠㅠ 너무 행복해요ㅠㅠ 드디어 재회했네요ㅠㅠ 설이는 어디로 가려는걸까요?ㅠㅜㅜㅠ 블라인드 너무 재밌어요ㅠㅠㅠㅠ
8년 전
무지개
블라인드 읽어줘서 고마워요! 빨리 외전 하 로 돌아오도록 노력할게요 하뜌하뜌^^
8년 전
독자11
자까님...저 두이에요ㅠㅠ저는 이게 왜이렇게 슬프죠? 그냥 너무 애절해요 저 지금 진짜 현실 눈물 흘리고 있다구요!ㅠㅠㅠㅠ끝까지 김원식 미련하고 앞에 있는데도 못알아보는 거 너무 가슴아프고ㅠㅠ저 왜 우나요 엉엉 작가님 진짜 사랑해요
8년 전
무지개
두이 ㅠㅠ 울지마여 ㅠㅠ 왜 울어요 ㅠㅠ♡♡♡하트 받고 뚝!
8년 전
독자12
헐 노예입니다 아 제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요즘 인티를 안들어오다가ㅠㅠㅠㅠㅠㅠㅠㅠㅠ오랜만에 들어왔더니ㅠㅠㅠㅠㅠㅠㅜㅜㅠㅠㅠㅠㅠㅠㅠ드디어 원식이와 설이가 만났군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빨리 다음편읽으러가야겠어요!!!!!!
8년 전
독자13
원식아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이번편 진짜 와ㅜㅜㅜㅜㅜㅜㅜ
8년 전
독자14
역시 원식이였어ㅠㅠㅠㅠㅠ 눈치챈 순간부터 눈물이 그냥ㅠㅠㅠㅠㅠㅠㅠㅠ 목소리 들으면 알아차릴까봐 말도 안하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기적인데 그럼에도 사랑할 수 밖에 없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7년 전
독자15
크으으으결국둘이만나는군요 제발해피이기류ㅜ만날사람은만난다던데 제바루ㅜㅜ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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