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한/민석] 내 어린 남자친구 05
바퀴가 달린 이동식 침대위에 민석이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다. 자신의 상태를 한번 더 확인한 후, 커텐을 치고 나가려는 간호사를 불러잡았다.몇 시에요? 간호사는 손목에 차고있던 흰 색의 태엽시계를 확인했다. 3시 34분, 루한이 죽을 사가지고 온다며 뛰쳐나간 지 한시간이 조금 넘은시간이었다. 민석은 간호사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커텐이 침대를 완전히 가려버리고, 민석은 그림자가 진 침대 머리맡에 기대었다. 기지개를 펴는데 커텐위로 두 팔의 그림자가 졌다. 민석은 그림자가 제 행동을 따라하는것을 주의 깊게 살피다 두손을 오므려 접었다. 커텐 위로 작은 새 한마리가 날아다녔다. 민석의 손가락이 흔들릴때마다 새는 창공 위로 날아 자유로이 날개짓을 했다. 민석은 눈을 감고 석양이 진 붉은 하늘을 상상했다. 볼이 붉은 작은 새가 허공을 맴돌다 단단한 나뭇가지에 내려앉았다. 어렴풋이 풀내음이 났다.
"문이 다 닫혀있더라"
민석은 지레 놀라 감았던 눈을 떴다. 커텐이 제쳐져있었고, 루한이 침대 앞에 서있었다. 루한의 얼굴은 새벽의 찬 공기로 상기되어있었다. 그에 반해 연분홍색빛의 셔츠는 땀에 젖어있었다. 민석은 덮고있던 두터운 담요를 루한에게 건넸다. 사실 저 배 안고팠어요, 이거 덮어요. 루한은 고개를 저으며 손을 흔들었다.
"안돼 안돼. 의사쌤이 감기기운 있다고했어"
"저 하나도 안아파요. 그냥 덮어요"
"감기걸리면 열도나고 얼마나 아픈데"
"형...도 똑같을거에요"
민석이 건네는 담요를 한사코 거절하던 루한은 몇번의 권유가 더 있고나서야 그것을 받아들었다. 추우면 말해, 바로 줄게. 민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루한은 여태껏 민석의 온기로 데워져있던 담요를 몸에 둘렀다. 민석과 루한사이에 푸근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아 잊고있었네. 감탄사를 내지르던 루한이 불룩하게 튀어나온 주머니를 뒤적였다. 루한의 양주머니에서 손가락길이만한 캔 두개가 튀어나왔다. 캔을 볼에 대고 온도를 느끼던 루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딱 좋게 식었다. 아까까지는 뜨거웠는데.. 마셔 이거"
"이게 뭔데요?"
루한은 민석이 마실 캔을 직접 따주며 대답했다. 으응, 핫초코. 민석은 루한이 내미는 캔을 어떨결에 받아들었다. 루한의 말대로 캔은 너무 뜨겁지도 그렇다고 차게 식어있지도 않은 딱 적당한 온도였다. 민석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캔을 입가에 대었다. 으..달다. 민석은 너무 달지않나하는 생각이 루한을 바라보았다. 조금 웃기게도 루한은 황홀경에 빠져 핫초코를 홀짝이고 있었다.
"맛있지?"
입맛에도 맞지않는 달디단 핫초코를 마시던 것을 중단하고 캔위에 남아있는 적은 온기를 느끼려 그것을 만지작거리고있던 민석을 향해 루한이 기습적으로 물었다. 민석은 루한의 눈 속에 담긴 무한한 긍정을 발견하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동의해주었다. 민석은 보라는듯 핫초코를 한 모금 마시곤 다시 내려놓았다. 루한은 마지막 한방울까지 제 입에 툭툭 털어놓았다. 민석은 루한이 빈캔을 침대 옆 작은 테이블에 내려놓는것을 보고 따라서 캔을 내려놓았다.
++
'네..그게 팀장님. 가보니까 작가님은 없고 왠 꼬마애가 쓰러져있더라고요. ......저, 그래서, 제가요 오늘.. 출근을 조금 늦게 할것같아요. 네, 2시쯤될...."
우물쭈물 거기까지 말한 루한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이어진 소음에 귓가에 대었던 수화기를 멀찌감찌 떨어뜨렸다. 벤치에 앉아 공중전화부스안에 서있는 루한을 쳐다보던 민석은 괜시리 미안한 마음이 들어 블록바닥을 슬리퍼를 신은 발로 툭툭 걷어찼다. 슬리퍼는 루한이 편의점에서 사준 것이었다. 흰줄 세개가 나란히 붙어있는 일명 삼선슬리퍼. 원 없이 잔소리를 들은 루한은 전화를 끝내고 민석에게 다가왔다. 루한은 민석이 앉아있는 벤치에 털썩 주저앉았다. 삶은 왜 이리도 힘들까 민석아. 루한이 시무룩한 얼굴로 물었다. 대답을 원한 것은 아니였는지 루한은 한숨을 푹 쉬고 벤치에서 일어났다.
"이제 너희 집 가자"
"우리 집 왜요?"
"거기에 내 핸드폰이랑 가방이랑 놓고왔거든. 거기 되게 중요한 서류가 들어있어"
"어떤 서류요?"
"X라고 내가 담당하는 작가에 관한 서류..아, 나 출판사에 다니고있거든. 어쨋든 몇일째 당장 찍어내야하는데 그분께서 원고도 안보내고 잠수를 탄거야"
"사정이 있지않았을까요..?" 아팠다던가.."
"흥 사정은 무슨 사정. 아파도 이번에는 원고 못보내드려요 죄송해요, 이거 한줄 못쓰겠어?"
"갑자기 쓰러졌을수도..."
"에이.."
루한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어쨋든 나 너 덕분에 늦게 출근하게됬어. 루한의 눈을 맞추지 못하고 민석이 고개를 푹 숙였다. 죄송해요. 민석의 사과에 루한은 당황해 손을 휘휘 저었다. 탓하는게 아니고오, 이게이게 어, 고맙다고. 자신이 출근할 쯤이면 팀장은 이번에 출판하게된 책에 대해 의논하기 위해 공장에 가 있을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신은 하루라도 팀장의 그 고까운 시선을 피할수있고... 암 고마워서 그래. 그 말에도 민석은 여전히 고개를 들지못했다.
어떡해요ㅠㅠ 요새 바빠져가지고...코딱지만큼 밖에 못 썼어요(먼산) 사죄하는 마음으로 오늘 구독료는 없어요 ㅠㅠ 아휴 빨리빨리 써야하는데 머리가 안굴러가네요...엉엉... 우는소리해서 죄송해요.. 다음엔 용량 빵빵히!! +)브금은 주니엘-잠꼬대에요! 가사들어보면 딱 루민느낌이.... +)암호닉 Jay님, 찌인빵님, 엘모님 감사드립니다! ☞☞ (하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