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챠루그레이 전체글ll조회 1130l

*

 

'찬열이가,너 이제 질린대.'

 

손이 덜덜 떨렸었다.한 시간여동안 얼이 빠져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이별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원망대신 슬픔만이 나를 덮쳐왔다.병신이 따로 없었다.어쩌면 나는 짐작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언제부터인가 하트가 가득했던 박찬열의 상태메시지라던가,뜸해진 연락,날 향한 태도에서 모든 게 드러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만,그 모든 것을 조립하고 생각해보아도 무엇이 어찌 됐건 박찬열과 내가 이별했다-는게,너무 충격적이었고 허탈감이 들었다.허나 그렇다고 내게 찬열에게 다시 연락할 용기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그저 바보처럼 엉엉 우는 수밖엔 없었다.

 

그 전 과거를 또 한 번 회상해보자면,찬열과 헤어지기 몇 주전 데이트를 하러 갔을 때 공중화장실에서 일을 벌릴 뻔 했던 적이 있었다.나는 버진이었지만 찬열은…아니었던 것 같다.한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지만 그 때 그의 자연스러운 행동으로 보았을 때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어찌 되었든 장소와 타이밍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했고,찬열의 저돌적인 행동에 설레었지만 지켜야 할 마지노선이라는 생각에 그를 밀어냈었다.그의 눈엔 실망이 가득했고,물론 나는 그에게 다른 의미로…잠시동안 실망했었다.하지만 그건 잠깐이었다.지금 생각해보면,그 때 그 사진은 찬열과 그런 일이 벌어지기 얼마 전에 찍힌 사진인 것 같았다.그는 나와의 관계를 벼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흐를수록,나는 찬열에 배신감을 느끼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원망하게 되었다.그가 했던 이기적인 행동,이별을 알리던 태도 등이 날 계속해서 괴롭혔다.싸움도 없었고,권태기도 없었다.그래서 안심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그랬나보다.무엇보다 실망이었던 것은 찬열이 아닌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서 그런 말이 나왔다는 것이었다.찬열이 다른 사람을 만난다는 것과 나에 대해 그런 식으로 말을 했다는 것이 적잖은 충격을 안겨주었다.그래서 미워했다.밉고 싫어서 저주하고,울었다.문제는 그렇게 찬열을 미워하기 시작했을 즈음 그에게서 매일 연락이 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머리가 아파왔다.슬쩍 시계를 바라보고는 아차했다.종인이가 기다리겠다.발걸음을 서둘러 종인의 집을 찾아갔다.

 

 

 

 

 


"왔어?"
"응,미안.좀 늦었네."
"아냐,데리러 갈걸 그랬다.미안 밤밖에 시간이 안나서.."
"무슨 소리야..안그래도 피곤할텐데."


비식 웃어보이는 모습에 따라웃었다.뭐라도 좀 먹을래?하는 말에 목이 마르다고 하니 주스를 갖다준다.종인이를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찬열과 헤어진 뒤로부터 애정결핍을 앓았던 것 같다.종인이를 보면 사랑받는 느낌이 들었고 날 아껴주는 것이 보여서,그게 좋았다.시간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나 또한 김종인을 좋아하게 되어버렸고 조금씩,조금씩 차이를 좁혀가며 그가 내 안에 자리를 차지하는 공간이 늘어나기 시작했다.그게,만족스러웠다.


"백현아."
"어?"
"수요일이 무슨 날인 줄 알아?"
"..당연하지!설마 내가 그런 것도 기억 못할까봐."
"용케 안잊었네?"


슬몃 웃으며 주스를 한모금 들이켰다.수요일은 100일이었다.서로의 성격상 특별한 이벤트라던가 선물은 필요없지만,그저 그 날자체가 의미있는 날이니 함께 보내기로 한 것은 당연지사였다.나는 한 쪽 다리를 꼬고 TV를 보았다.종인 역시였다.TV를 바라보고는 있지만,누구도 화면에 집중하고 있지 않았다.나는 잠시동안 뜸을 들였다.알 수 없는 기류가,부드럽고 조심스럽게 흘러간다.그리고 그 기류는 내 발끝을 따라 올라가 곧 온 몸을 감쌌다.느리게 깜빡이는 눈동자에 내가 담긴다.상황은 적절하다 못해 완벽했다.


"..종인아."
"..."
"오늘,자고 갈까?"


그리고 돌발적이었다.


오늘의 나는 이상했다.무언가 뒤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급박한 느낌이었다.느리고 조심스럽게 사이를 좁힌 두 입술이 맞닿았고,촉촉한 감촉에 소름이 돋았다.말캉한 느낌이 입 안에 가득 찼을 때 내 심장은 박차를 가해 뛰기 시작했다.떨리는 손으로 종인의 어깨를 잡았다.너무나도 자연스러워서,단추를 푸는 손길에도 가만히 몸을 맡기고 있었다.틈 사이로 가쁜 숨이 새어나왔다.닿은 손이 따뜻했고 그 부드러움에 몸이 녹아버릴 것 같았다.


디리링

디리리링


하지만 저 빌어먹을 전화벨은 그렇지 못했다.나는 심장이 쿵 떨어지는 느낌이었다.애써 외면하려 했지만 계속 울리는 전화벨에 종인이 입술을 뗐다.내 바지주머니를 바라보는데 느낌이 쎄했다.나는 급히 일어나 종인의 눈치를 살피곤 말했다.

"..미안,밖에서 잠깐 전화받고 올게.진짜 미안해."
"...백현아 잠깐만."
"응..?"
"이 시간에 전화 자주 오는거야?저번에 이 시간에 전화 걸었을 때도 통화중이었는데,저저번에도."
"........"
"누구야?"


..친구야.나는 황급했다.종인의 얼굴이 스쳐지나가고 나는 쫓긴 듯 밖으로 뛰쳐나왔다.죄를 지은 사람마냥 구는 내 태도가 나조차 이해가지 않았지만,그럴 만한 상황이었다.휴대폰을 들어 발신자를 확인했는데 역시나 찬열이었다.절로 한숨이 새어나왔다.찬열은,도대체 언제까지 날 괴롭힐 속셈인 걸까 새삼 궁금해졌다.전화가 곧 끊길 것 같았다.끊기길 바랬지만,끊기지 않았으면 했다.모순된 마음에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다가 통화버튼을 결국 눌러버렸다.


"...뭐야.."
-어디야.
"..무슨 상관이야 니가."
-나,잠깐 볼 일이 있어서..
"너 술 취했니?"
-어..
"....."


찬열은 뭐라 말을 하는 것 같았지만 제대로 알아들을수조차 없었다.그냥 끊어버릴까,생각했지만 또 쉽사리 끊을수가 없어 인상만 가득 찌푸렸다.도대체 무슨 목적인지 알 수가 없었다.


"술 취했으면 잠이나 자.진짜 힘들게 하지 말고.."
-변백현.
"..왜"
-백현아..
"...."
-안와?
"뭐?"
-나 니 집 앞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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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도대체무슨일이일어낫던거죠? ㅜㅜㅜㅜ다음편도기대할게요!
10년 전
독자2
흐엉...진짜 좋아요ㅠㅠㅠㅠ1편부터 다시 읽고와써여>.< 비회원인게 서럽군뇨..흠 백현이가 둘 사이에서...!!! 찬열이는 도대체 무슨 마음인걸까여??!! 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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