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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트/현성] 팀장이라는 그 존재에 대하여 12 | 인스티즈










팀장이라는 그 존재에 대하여




남우현에게 폭행당하듯 잠자리를 가지고 나서, 나는 내리 3일을 쉬어야했다. 성열이가 다녀간 후부터 약을 먹었음에도 온 몸에 스멀스멀 올라오는 뜨거운 열기와 끊어질듯한 허리, 조금만 힘을 줘도 투둑하고 찢어져버리는 그곳때문이었다. 3일 내내 뒤가 아파서 제대로 누워있지도 못하는 나를 돌보아준것은 성열이었다. 퇴근하면 와서 밥과 약을 먹이고 내가 씻는 것을 도와줬다. 아마 난 앞으로 꽤 오랫동안 성열에게 이 빚을 갚아야할지도 모르겠다. 그에 반해 남우현은 문자와 전화만 주구장창 해댈 뿐이었다. 그렇다고 남우현이 집에 찾아오면 곱게 들일 생각도 없었다. 그냥 남우현의 모든것이 짜증났다. 문자로 걱정스럽다는 듯 '성규씨, 아직도 많이 아파요? 내일도 못 나올거같습니까?' 라던가, 전화를 해서는 퍽 부드러운 목소리로 '성규씨, 내일도 쉬는게 좋겠네요. 회사에는 제가 잘 말해놓겠습니다.' 말한다던가 하는 남우현의 행동이 내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었다. 


일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냉랭함 그 자체인 목소리로 '김성규씨, 오늘도 야근하고 싶습니까?' 라던지, '보고서가 이렇게 엉망인데 어떻게 수석입사하셨는지 참..' 하는, 한마디로 싸가지 없는 말들을 뱉어내던 남우현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전화를 통한 목소리만 들어도 멀미가 날 것 같았다. 왜냐하면 남우현의 목소리가 우리나라 양봉장의 꿀을 모아다가 발라놓은 것 마냥 달달하기 그지없었으니까. 그리고 난 그런 남우현의 목소리에 도저히 적응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평소에 잘했어야지. 


예전의 나라면 이제 야근이나 쓸데없는 잡무를 안해도 된다는 기쁨에 달디 단 그의 목소리를 반겼을 거다. 그러나 지금 나는 남우현에게 굉장히 화가 나 있는 상태라서 남우현이 무슨 행동을 하던 다 아니꼬워보였다. 시간이 날때마다 하는 건지 한,두시간 간격으로 울리는 카톡소리도, 점심시간과 퇴근시간에 맞춰 걸려오는 전화도 싫었다. 그러니까 지금 나는 마치 첫경험을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에게 빼앗긴 어여쁜 여성의 참담한 심정을 몸소 겪는 중이랄까. 실제로 3일 내내 끙끙 앓으면서 고향에 계신 어머니를 향한 무한한 애정이 마구 샘솟았다. 나의 위대하신 어머니는 이것보다 더 아픈 고통을 이겨내고 날 낳으셨구나. 하는 일종의 깨달음이었다. 그리고 난 앓은지 3일째 되던 날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다. 


엄마, 힘들게 나 낳고 키워줘서 고마워요. 용돈 보냈어요.


-


"너 진짜 괜찮냐? 아직 걸으면 아픈 거 아니야?"


자판기 옆 벽에 기대 커피를 홀짝이는 날 보며 성열이 말했다. 그 일을 겪은 후 4일이 되는 날이었다. 집에 있는다고 딱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열도 어느 정도 내린 상태라 아직 성치않은 몸을 이끌고 출근을 했다. 더 이상 쉬면 월차조차도 못 받을 것 같아서 나온 것이기도 했다. 나는 성열에게 아직 아프니까 옆에서 쫑알대지 말라고 말을 건네고 빈 종이컵을 가차없이 구겼다. 자판기 옆에 종이컵 크기만한 지름의 기다란 플라스틱 통이 버젓이 있었지만 아직 심통이 나있는 나는 회사의 그 무엇 하나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 심지어 아침에 출근을 하면서 유리문이 너무 깨끗하다며 짜증 낸 나이니 말 다한거지 뭐.


남우현은 아직 걸음걸이가 어색한 나를 보며 퍽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았지만, 나는 남우현을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도대체 어느 누가 같은 성을 가진 사람에게 첫경험을 내어주고 웃는 낯으로 상대를 대할 수 있을까. 내가 남우현을 보자마자 책임지라며 난리 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성열이 말한 것처럼, 지금 나는 눈에 뵈는 게 없었다. 다시 말하면, 누가 조금만 내 심기를 건드려도 언제든 폭발 할 수 있는 걸어다니는 폭탄같은 상태라는 거다. 


"김성규씨, 잠깐 저 좀 보죠."


자리에 앉자 척추를 타고 올라오는 찌릿찌릿한 아픔에 인상을 잔뜩 찡그리고 있으려니, 남우현이 나직하고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나를 호출했다. 아, 지금 남우현 보면 한쪽 어깨를 물어뜯어 놓을 지도 모르는데. 어떻게하면 화가 났을 때 꾹꾹 눌러담아 참을 수 있을 까를 고민하며 남우현이 들어간 회의실로 걸어갔다. 뻐근한 허리와 아려오는 뒤때문에 최대한 천천히 걸어갈 수 밖에 없는 이 상황이 나는 무척이나 안타까웠다. 평소라면 긴다리를 자랑하며 휘적휘적 걸어갔을 텐데, 지금은 어기적어기적 고래 잡은 초등학생처럼 걸어가는 꼴이라니. 이건 김성규 인생에 다섯 손가락 안에 들만큼 쪽팔린 일이다.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남우현이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회의실 책상에 기대 서있었다. 그렇게 서있으면 멋있어 보이는 줄 아나본데 좀 멋있긴 하네. 남우현에게 화난 상태에서도 객관적인 시선을 포기할 줄 모르는 내 눈은 회의실에 들어올때부터 계속 남우현이 멋있다고 신호를 보내고있었다. 그래, 나도 안다. 사실 남우현이 꽤나, 아니 굉장히 괜찮은 남자라는 것을. 큰 키는 아니지만 키가 작은 것을 눈치채지 못할 만큼 괜찮은 비율에 조그마한 얼굴, 요즘 여자들이 환장한다는 속쌍과 높은 콧대, 두툼한 입술까지. 남우현은 사내에서도 손에 꼽힐 만큼 비주얼적으로 괜찮은 남자다. 성격이 나한테만 거지같아서 그렇지. 


"왜 부르셨어요?"


나의 높낮이 없이 무미건조한 말에 남우현은 살짝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어째서인지 날 바라보는 눈이 평소보다 기운 없어 보였다. 평소에는 그 어떤 실수도 용납할 수 없다는 듯 날카롭게 빛나던 눈이, 지금은 주인에게 혼난 강아지처럼 축 쳐져있었다. 그런데 그런 눈을 보고 안쓰러움을 느끼는 내가 더 싫다. 김성규, 너 왜 이래. 설마 첫경험 내줬다고 남우현에게 마음을 준다던가하는 고리타분한 짓을 하려는 건 아니겠지? 저 놈은 내 몸을 만신창이로 만든 나쁜 놈이라고. 절대 좋아하면 안돼. 호감조차도 생겨서는 안된다고. 난 지금 매우, 굉장히 많이 화난 상태란 말이다.


"몸은 어때요? 걷는 거 보니까 아직도 많이 불편해보이는데."


"당연히 아프죠. 아직 열도 완전히 안내렸고, 허리는 누가 바늘 백개쯤 들고 쿡쿡 쑤시고 있는 느낌이에요. 그리고..거기. 아..아무튼 거기는 아직도 부어있다구요."


나의 말에 남우현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니, 뭘 잘했다고 한껏 불쌍한 눈을 하고 한숨을 쉬는 거지. 이건 정말 나의 예민한 직감이 말해서 믿는 건데, 한번만 더 남우현이 나를 불쌍한 눈으로 바라보면 난 금방이라도 남우현을 용서할 것 같다. 그만큼 남우현의 분위기는 평소와 달랐다. 항상 곧고 날카롭던 사람이 기가 푹 죽어있으니 부드러워보이기까지했다. 나는 약해지려는 마음을 다잡으며 남우현과 마주 보고있던 몸을 돌려 등을 졌다. 아, 이러면 내가 굉장히 화나보이려나.


"미안해요. 내가 정말 미안해요. 성규씨가 화장실에서 그렇게 있는 거 보니까, 주체를 못하겠더라구요. 내 마음을 자제할 수가 없었어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팀장님께서 저한테 어떤 마음을 품고 계셨는데요?"


남우현이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고백하듯 해오는 말에 나는 다시 몸을 돌려 남우현을 보았다. 마음? 남우현이 나에게 품고있던 마음이 이 팀의 일원으로서 동료에 대한 마음말고 어떤 마음을 더 품고 있었을까. 어렴풋이 어떠한 종류의 것인지 느껴졌지만 남우현을 통해 직접 확인하고싶었다. 지금 내 앞에 서있는 이 바보같은 남자가, 왜인지 눈시울을 붉히며 나를 바라보는 이 남자가, 떨리는 손을 주체하지 못해 양 손을 꾹 맞잡고 있는 이 남자가, 나에게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 걸까.


"..좋아해요. 제가 김성규씨 굉장히 많이 좋아하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남우현의 말에 아직 화가 덜 풀렸는데도 불구하고 웃음이 났다. 내가 남우현을 좋아하거나, 고백을 받은게 좋아서 나온 웃음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이 웃음은 제 순수한 마음을 나에게 가감없이 드러낸 남우현이 기특해서 나온 웃음이었다. 막상 말을 뱉어놓고 부끄러운건지 남우현의 목과 귀는 벌겋게 달아올라있었다. 말없이 미소만 짓고 있는 나를 보며 남우현은 꽤나 불안한 듯 이로 아랫입술을 물어 괴롭히고있었다. 고백을 받고도, 그것도 동성에게 고백을 받고도 태연한 나에게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남우현에 대한 나의 마음을 정리할 시간. 그리고 이 못된 남우현을 용서할 시간.


나는 그리 좋은 성격의 소유자가 아니다. 그래서 사실 지금 당장이라도 남우현의 뺨을 후려치고 있는 힘껏 화를 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남우현에게 그렇게 마구잡이로 대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날 아프게 만든건 무릎을 꿇고 땅이 하늘이 되도록 빌어도 용서할 수 없었지만, 지금 내 앞에 서있는 남우현의 마음은 진심이었다. 그래서 그 마음을 함부로 대할 수가 없었다. 비록 사람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남자가 남자를 사랑하는 상황이지만 난 남우현을 존중해주어야했다. 그게 어렵사리 제 진심을 꺼내놓은 남우현에 대한 예의였고 도리였다. 


남우현을 완전히 용서한 것은 아니지만 뜻밖의 고백을 받고 나는 남우현을 존중하기로했다. 그러니까 시간을 가져야겠다. 남우현이 나에게 진심을 고백했으니 그에 대한 대답 또한 진심으로 해주어야 맞는 이치겠지. 나는 남우현에 대한 내 마음을 진지하게 고민해보기로 했다. 혹시, 어쩌면 내가 생각을 하는 동안 남우현이 멋져보이고 좋아질 때가 올지도 모르니까. 이 까칠하고 어리숙하지만 귀여운 남자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생각이다. 지금의 나는.  


"저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요. 대답은 나중에 할게요. 대신 우린 아직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게 많으니까 차차 알아가도록 해요. 난 아직 남우현팀장님 용서도 안했으니까."


















+


네, 오랜만이죠ㅜㅜㅜㅜㅜㅜ정말 오랜만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

공지를 했지만 늦게온게 죄송해서 최대한 길게 쓰려고 노력했는데 괜찮나요??

다들 눈치채셨겠지만 오늘부터 본격적인 썸의 시작입니다. 이제 현성이들이 썸씽관계에여!!

앞으로 달달한 내용들 들고 올 예정이에요 제가 얼마나 이 날을 손꼽아 기다렸는지ㅠㅠㅠㅠㅠ

다음편에서 봐여!



암호닉

뇨뇽

감성

꾸꾸미

테라규

망테

해열제

사인

올뺌

나루

엘라

규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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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은감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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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독자1
꺄하!!!!망태에요!!!!!!
10년 전
독자2
그대가 일등을뺏어가다니...!!!!!!!아싸 이제 썸이야!!!츤데레규가나올삘이야ㅠㅠㅠ 그니까 그렇게 막하면 어떡하니 앞에 생략한거는 절때 해야지.. 작가님이 못쓰셧잖아(단호) ㅏ본격적인썸의 시작이라니 대박 기대합니다그대♡늦지않앗어요!!아픈데도 꾸준해 올려주셔서 고마워욯ㅎㅎㅎㅎ
10년 전
독자3
뇨뇽이야요~ 헐 이제제발 좀 ㅠㅠ
10년 전
독자4
안녕하세요 작가님!!!! 1화부터 찾아서 보다가 이제서야 댓글을 달아요ㅎㅎ 드디어 남우현이 고백을!!!!! 다음편도 기대되요! 신알신 하고 갑니다~ 암호닉 받으시면 쭈니로 신청할게요/_\
10년 전
독자5
엘라에요 /ㅅ/ 좋다 진짜 ㅠㅠㅠㅠ우현아 박렬팄는거 진짜 멋있었러ㅡ어 ㅠㅠ
10년 전
독자6
빵떡이요!
저 드디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작가님 ㅠㅠ 썸타는 현성이들은 언제나 옳아요! 정주행하면서 막 계속 읽고 싶은데 중간중간 너무 좋아서 멈춰고 기다리고 싶은 이상한 충동을 느끼면서 ㅠㅠ 여기까지 왔어요! 와, 이제 드디어 꽁냥꽁냥 현성이들을 볼수 있는거군요! ㅠㅠ 잘 읽었습니다!

10년 전
독자7
77ㅑ!!!! 성규 성격 오나전 귀여운듯ㅠㅠㅠㅠㅠㅠㅎㅅㅎㅠㅜㅠ
10년 전
독자8
아아아아앙 드디어 둘이 행쇼할수있나ㅠㅠㅠ
10년 전
독자9
아아ㅠㅜㅠㅜㅜ악ㅜㅠㅜㅜㅠㅠㅜ둘다 어쩜 그래ㅜ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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