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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트/현성] 팀장이라는 그 존재에 대하여 13 | 인스티즈









13




아, 회사가기 싫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든 생각이었다. 어제 내가 무슨 정신으로 남우현에게 그딴 말을 짓껄였는지 모르겠다. 차차 알아가는 시간을 갖자고? 으악! 왠 알아가는 시간! 나는 남우현이 까칠하고 성격 더러운데다 욕정도 자제 못하고 마음대로 분출하는 놈이라는 걸 잘 알고있는 데, 도대체 무슨 시간을 말한거지 나는. 어제 남우현이 분위기만 안잡고 있었어도 나는 고백같은 건 다 무시한 뒤 날 아프게한 대가로 정강이라도 깠을 거다. 왜 어제는 남우현이 안쓰러워보였던 건지, 정말 타임머신만 있다면 어제로 돌아가서 내 방정맞은 주둥아리를 꿰메놓고싶다. 김성규는 바보다. 아 진짜 멍청해 김성규.



-



출근을 하고나서 남우현은 나에게 별 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다. 내가 우려했던것처럼 친한척 말을 걸어오지도, 메신저로 추근덕대지도 않았다. 내가 괜한 걱정을 한건가 싶었다. 아니, 아마 남우현도 어제 집에 가서 쪽팔림을 느꼈을 게 분명하다. 만약 내가 남우현이라면 집에가서 이불 뒤집어쓰고 하이킥 백만번은 날렸을 거다. 그러고나서 날 볼때마다 블랙히스토리가 생각나서 외면하고 싶은 거겠지. 남우현도 분명 어제 그 일이 쪽팔린거야. 사실 어제 좀 오글거리긴 했다. 



"김성규씨, 잠깐 저 좀 보죠."



정말, 남우현은 양반은 못될 인간이다. 어떻게 내가 제 생각하는 그 시점에 나를 딱, 부를 수가 있지? 어찌됐건 나는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옮겨 남우현에게로 갔다. 그런데 넌 안쪽팔린가보다. 꽤 기분좋은 얼굴로 자리에 앉아서 나를 올려다보는 걸 보면. 사실 굉장한 철면피인건가. 



"김성규씨, 점심시간에 누구랑 식사하십니까?"


"왜요?"



남우현은 꼭 이런다. 내가 성열이랑 점심 먹는 걸 몇번이나 봐놓고서는 모르는척, 안본척. 그렇게 척하는 걸 좋아해서야, 나를 좋아하는 것도 좋아하는 척이라고 생각하면 어쩌려고 이러실까. 물론, 곰곰히 생각해보니 성열이랑 점심을 먹거나 노닥거리고 있으면 꼭 와서 방해하곤 했던 것 같다. 그때는 그냥 나를 싫어해서 일 시키려고 재수없는 말투와 행동을 하는 줄 알았는 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둘이 같이 있는 게 질투나서 그런 것 같다. 뭐야 남우현, 의외로 귀여운 면도 있네.



"저랑 점심식사 후에 카페 같이 가죠. 거절은 거절합니다."



취소. 남우현 의외로 귀여운면이 있다는 말 다 취소. 남우현은 상상치도 못한 개드립력의 소유자라는 걸로 정정할거다. 어디서 그런 구식드립을 가져와서 내 앞에서 써먹는 건지. 둘이서 카페에 가면 어색할게 뻔한데 카페? 내가 아는 그 카페를 말하는 거 맞겠지? 커피와 차를 팔고 허니브레드와 같은 빵 종류를 파는 그 카페 맞겠지? 설마 포털사이트 친목동호회 이런 카페 아니겠지? 



"팀장님이 사면 갈게요."



남우현이 나에게 돈 쓴적이 거의 없어서 한 말이다. 실제로 남우현은 나에게 제대로 된 밥을 산적이 단 한번도 없다. 다른 팀원들이랑은 같이 점심도 먹고, 저녁도 먹고하면서 친목을 도모하는 주제에, 나에게는 산더미같은 일을 주면서 싸움을 도모했었다. 그래서 난 이번에도 남우현이 안 살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남우현은 달라졌다. 어제 고백, 아니 날 강제로 범..아무튼 그 날 이후로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지금 남우현은 내가 생각하던 남우현의 이미지의 범주에서 한참 벗어나고 있다. 다른 궤도를 타더니 아주 신이 나서 씽씽 달린다. 남우현이 대답했다. 그래요, 내가 살게요.



그 이후로 점심시간까지 나는 제대로 된 업무처리를 할 수가 없었다. 아니, 도대체 왜 나랑 카페를 같이 가자는 건지 도통 모르겠다. 설마 진짜로 어제 내가 서로 차차 알아가는 시간을 갖도록 해요. 라고 말해서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려는 그런 생각인건가. 그렇다면 남우현은 한참 잘못 짚었다. 나는 남우현에 대해서 알고 싶은 마음이 요만큼도, 내 발톱에 낀 때만큼도 없으니까. 왜냐하면 내 발톱에는 때가 안끼어있거든.



-



점심시간이 되고 나는 성열이에게 남우현과 있던 일을 모두 말했다. 성열은 모두 알고 있었던 것처럼 그럴 줄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뭘 그럴 줄 아냐고 물었더니, 남우현이 날 좋아하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었단다. 그러면 진즉에 나에게 말해줬어야하는 거 아닌 가싶어 한껏 째려보았더니, 남의 연애사는 건드리는 게 아니라며 회사 바로 앞에 있는 국수집으로 도망치듯 들어갔다. 


그곳에서 나는 냉국수를 성열은 해물 짬뽕을 시켰다. 아니 이 더운 날에 무슨 해물 짬뽕이람. 가을이 되기는 했지만 아침과 저녁에만 쌀쌀하고 낮에는 햇빛이 내리쬐서 정장을 입는 나로써는 지금 이 시간대가 매우 싫다. 나는 더운 것도, 추운 것도 딱 질색이니까. 뭐든 적당해야 좋은 거다, 적당해야. 냉국수가 나오고 신나게 국수를 들이키는 나를 보며 성열이 말했다.



"그러니까, 나랑 이거 먹고 나면 남우, 아니 남팀장을 만나야한다고? 그것도 같이 카페에 가려고?"



성열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먹는 것에 열중했다. 이 끔찍한 현실에서 도망치기 위해서는 맛있는 국수를 열심히 먹는 수 밖에 없다. 국수마저 맛이 없었다면 난 정말 머리 싸매고 끙끙 앓았을 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지금 나는 해탈한 상태이다. 남우현과 카페를 가서 수다를 떨든, 마주보고 앉아 허니브레드를 먹든 상관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는 말이다. 



"넌 참 속도 좋다. 그 사람때문에 며칠을 앓아 누웠으면서 같이 카페도 가고. 아주 부처님 납셨네. 몸에서 사리는 안나오냐?"


"시끄러워. 닥쳐. 나도 지금 현실도피 중이니까."



내 대답에 성열이 혀를 차며 나를 한심하게 쳐다보았다. 그렇게 봐도 어쩔 수 없어. 남우현하고 둘만 카페에 가면 어색함이 넘쳐 흐를 걸 알지만, 이미 나는 승낙해버렸고 10분 뒤면 회사 앞에서 만나야한다. 마지막 한가닥을 입에 넣고 시원한 국물까지 들이키는 날 보며 성열은 들고 있던 젓가락을 내려 놓으며 말했다. 벨도 없는 새끼. 그래 나 벨 없다 임마. 



-



"오셨네요. 점심은 뭐 드셨습니까?"



어슬렁 어슬렁 회사 앞으로 걸어온 나를 보며 남우현이 웃는 낯으로 물었다. 국수 먹었어요. 팀장님은요?  저는 백반 먹었습니다. 나는 남우현의 말에 별 감흥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회사 앞에 있는 커피 전문점으로 향했다. 먼저 발을 뗀 내 옆으로 얼른 걸어온 남우현이 나란히 나와 걷기 시작했다. 나란히 옆에서 걸으니 확실히 느껴졌다. 남우현은 나보다 키가 조금 작음에도 비율의 힘으로 조금 떨어져서 보면 전혀 작아보이지 않는 다는 걸. 도대체 신은 남우현을 만들 때 어느 부분을 하자로 만들어놓은건지 모르겠다. 내가 꼭 그 하자를 찾고 말리라.



커피 전문점 안은 점심식사 후 커피를 마시기 위해 찾은 직장인들덕에 붐비고 있었다. 워낙 사람이 많고 서로 부대끼는 걸 꺼려하는 나는 주문하기 위해 포스기 앞에 서자마자 인상이 찌푸려졌다. 아니 도대체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다고 쫑알쫑알거리는 건지 내 뒤에 선 여자들때문에 귀가 멍해질 지경이었다. 남우현도 내 기분이 썩 좋지 않은 것을 느낀건지 그저 조용히 내 옆에 서있을 뿐이었다.



"주문하시겠어요."


"저는 자바초코칩 프라페 마실게요. 김성규씨는..?"


"저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연하게요."



남우현과 자바초코칩 프라페. 안 어울릴 듯 어울리는 둘때문에 풉, 하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방금 전까지 뒤에서 시끄럽게 수다를 떨던 여자들때문에 나빴던 기분도 다 풀려버렸다. 나에게 남우현은 에스프레소나 더치커피를 마실 것 같은 이미지였는데 자바초코칩 프라페라니. 계산을 끝내고 진동벨을 건네 받은 남우현이 웃고 있는 나를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왜 나는 지금 의아한 표정을 짓으며 고개를 옆으로 살짝 기울이는 남우현이 귀여워보이는 걸까. 진짜 내가 미쳐가는 걸까.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는 남우현때문에 웃음이 나면서도 머릿 속이 복잡해져왔다. 


















+ 꼭 읽어주세요


약속한대로 오늘 안에 올리려고 초스피드로 글 썼네요. 이렇게 빨리 쓴건 처음이라 오/탈자 있을 수도 있어요. 만약 오/탈자가 있다면 반드시 알려주세요!

사실 이번 편은 저에게 멘붕을 선물한 편이에요. 이번 편 쓰다가 두번이나 날렸거든요ㅜㅜㅜ 필 받아서 쓰다가 날렸을 때의 그 허탈함이란..

최대한 썼던 내용 기억해내면서 그대로 쓰려고 노력했는 데 역시나 완전히 마음에 들지는 않네요 흡..


메일링 공지 올렸던 '관계'는 지금 남우현시점을 한창 쓰고 있어요. 아마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 초에 메일로 보내드리지 않을 까 싶네요.

너무 늦게 보내드리는 것 같아 정말정말 죄송합니다ㅠㅠ 정성 들여 쓰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비회원도, 암호닉 없으신 분들도 신청 가능합니다. 암호닉 없으시다고 죄송해하지 않으셔도 되요ㅠ 

부족한 제 글 읽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드립니다:)




암호닉

노뇽 / 감성 / 꾸꾸미 / 테라규 / 망태 / 해열제 / 사인 / 올뺌 / 나루 / 엘라 / 규요미 / 쭈니 / 빵떡 / 케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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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망태!
10년 전
독자2
으아....댓글쓰다 날아갔어요......뒤에 엄마가있어서 눈치를 보면서 쓰는중이랍니다 하하하하하 근데 그래도 2편 날리신거 치고도 금손인데요ㅜㅠㅜㅠㅠㅜㅜㅠㅠㅠㅜㅜ 적절하게 끊어주시고(찡긋) 관계 우현이시점이라니ㅜㅠㅠㅜㅜㅠ설렘ㅜㅠㅠㅜㅜ저내일 시험인데 지금 이러고 있어요그댘ㅋㅋㅋ 그래도 그덕에 그대글 1등해보고 좋네요 (수줍)근데 왜부른거야ㅜㅠㅜㅠ하ㅜㅜㅠㅠ급 현기증 ㅜㅠㅠㅜ작가양반 다음편을 가져오시오 ㅜㅠㅜㅠ현기증 ㅜㅠㅜㅠㅜㅠㅜㅠ
10년 전
독자3
테라규에요!!!!! 헐 ㅠㅠ 반가워요 반가워 요즘에 전보다 더 자주오시는거같아서 막 신이나여 다음편 기다리고ㅓ 있을게여ㅠㅠㅠ
10년 전
독자4
뇨뇽이야요~ 우오! 그대 앙뇽?! 성규야... 너무 뜸들이지마렴. 큰일나 ㅠㅠ
10년 전
독자5
암호닉 달콤 신청할게요! 이제야 정주행 다했네요ㅎㅎ 성규가 드디어 우현이한테 마음을 여는 듯~ 해서 다음 내용이 더더 기대되요ㅠㅠ!
10년 전
독자6
쭈니에요!!!! 성규야 너는 어쩔수없이 우현이에게 마음이 가게될거라구! 빨리 둘이 행쇼하는 모습 보고싶어요ㅎㅎ 성규랑 우현이가 카페에서 무슨이야기를 했을지도 궁금하네요! 다음편 기대할게용~
10년 전
독자7
엘라에요 팀그존 진짜 ㅠㅠㅠㅠ개취에 저격을 뺑빵빵@!!!!!,ㅠㅠㅠㅠ너무 좋아요 ㅋㅋㅋㅋ
10년 전
독자8
진짜 픽이 제 취향으...
10년 전
독자9
아진짜귀여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0년 전
독자11
저 둘 너무 달달해요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12
아ㅜㅜㅜㅠㅠ 마음졸였는데 왜이리 귀여운지ㅜㅜ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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