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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트/현성] 팀장이라는 그 존재에 대하여 09 | 인스티즈










팀장이라는 그 존재에 대하여 09



성열과 헤어진 후 올라오는 술기운에 술도 깰겸 걷기로 했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걸으니 달아올랐던 얼굴이 식어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얼마만에 느끼는 여유로움이란 말인가. 옆에서 숨통을 조여오는 남팀장이 없으니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진정한 자유라고 느껴질만큼 좋았다. 술집에서 집까지 걸으면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라 평소라면 걸어가는 걸 질색했겠지만 지금은 그저 좋았다. 


밤거리는 한산했고 가로등만이 거리를 비추고 있을 뿐이었다. 그 거리에 홀로 걷고 있으려니 술기운에 좋았던 기분이 점점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물론 자유, 여유, 시원함 모두 좋지. 그런데 오늘따라 유난히 한산하고 조용한 거리에 문득 두려움이 몰려왔다. 평소에는 전혀 겁이라고는 없는 나인데 지금은 마음속에서부터 겁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고 있었다. 괜한 두려움에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걷기 시작했다. 뒤에서 뭐라도 튀어나오면 어쩌나하고 걱정하면서.


갑자기 훅-하고 느껴지는 무서움에 몸을 잔뜩 움츠리고 걷기 시작했다. 어디서 보니까 움츠리면 범죄자들의 표적이 되기 쉽다길래 어깨를 쫙 피고 걸을 까 싶어 용기내어 어깨를 당당히 편 순간, 오른쪽 어깨 위에 턱- 하니 올라오는 손에 기겁하며 소리를 질렀다. 눈을 꼭 감고 손을 올린 장본인에게 마구잡이로 주먹을 날려대다 뭔가 이상한 낌새가 느껴졌다. 슬며시 실눈을 떠보니 은은한 가로등 불빛아래로 보이는 얼굴은, 이럴수가. 남팀장이었다.



-



"김성규씨는 참 대단하시네요. 멀쩡한 사람 범죄자 취급도 하시고."


남팀장이 벌겋게 부어오른 오른쪽 뺨을 내가 건넨 얼음팩으로 살살 문지르며 말했다. 솔직히 이번 일은 전적으로 내 잘못이기에 나는 군말없이 죄송함을 가득 담은 표정으로 그의 말을 듣기만 했다. 오늘 이후로 또 내 업무는 산더미처럼 늘어나겠지. 문득 앞으로 다가올 어두침침한 미래가 느껴져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 바로 날아오는 말. 한숨을 땅이 꺼지도록 쉬는 걸보니 김성규씨가 꼭 피해자같고 좋네요.


티, 팀장님. 뭐라도 드실래요? 굉장히 늦은 밤, 아니 사실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이라 설마 뭘 먹고싶어하겠어, 하는 생각에 한 질문이었다.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은 네, 라면 먹겠습니다. 라니. 이 사람이 내일 아침에 부은 얼굴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이러나, 하는 생각에 빤히 쳐다보았다. 근데 저 얼굴이 부은 건 한번도 본 적이 없는 것같다. 지금 내가 때려서 부은 거 말고는.


찬장에서 신라면을 꺼내들고 두조각으로 부숴버린 순간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저는 너구리 먹습니다. 그 목소리에 나는 속 깊숙한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짜증을 주체하지 못하고, 오른발을 세차게 바닥에 내리 꽂았다. 공기를 가르며 둔탁한 소리가 울려퍼졌고 어째서인지 남팀장은 조금 경직된 목소리로 다시 말을 정정했다. 그냥 신라면 먹겠습니다. 꽤나 만족스러운 말이 들려와 좀더 가벼워진 기분으로 양은냄비에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서울에 올라와서부터 자취를 시작했으니 올해로 자취 9년 차인 셈이다. 그 내공이 괜한 것이 아닌지 내가 생각해도 기가 막히게 잘 끓인 라면을 먹으며 남팀장은 몇번이고 맛있다는 말을 했다. 원래 으레 그렇듯 자신이 한 요리를 상대방이 맛있게 먹어주면 뿌듯한 법. 그러므로 지금 나는 굉장히 뿌듯함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흐뭇한 얼굴로 남팀장이 먹고있는 걸 보고있으려니 내 시선이 느껴진듯 슬며시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는 남팀장.


"사람 먹는 거 처음 봅니까? 부담스럽기 짝이 없네요, 정말."


아, 네. 저엉말 죄송하네요. 하고 대답한 뒤 나는 턱을 괸채 허공을 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나름 매너있는 남자인 나는 누군가 혼자 먹게 놔두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차마 남팀장을 두고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그러고보니 이 시간에 이 인간이 여기있다는 건 내일 같이 출근해야한다는 거 아닌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내 인상은 내 의도와 상관없이 마구 찌푸려지기 시작했다.


아니, 내가 전생에 무슨 큰 죄를 지었다고 이 인간과 함께 회사에 출근을 해야하는 건지. 한숨을 푹 내쉬고는 남팀장을 위해 놓아두었던 찬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분명 아침에 같이 출근하면 동료들에게 큰 이슈거리를 던져주는 거겠지. 김사원이랑 남팀장이랑 화해를 했네, 아니네. 둘이 밤에 같이 있었던 게 맞네, 아니네. 벌써부터 귓가를 맴도는 사무실 직원들의 대화소리에 머리가 다 지끈거렸다. 


"그래서 남팀장님은 집에 언제 가세요?"


헉, 뱉고 말았다. 머릿 속으로 은연 중에 생각하던 말이 필터링 없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와 입 밖으로 내던져졌다. 나의 말에 한창 라면발을 흡입하던 그는 앞니로 간단히 면을 끊고서 나를 보며 말했다. 당연히 오늘은 김성규씨 집에서 자야죠. 뭘 새삼스레. 평소와 다르게 꽤나 능청스러운 대답을, 아니 평소와 같이 능구렁이같은 대답을 한 남팀장은 다시 절반 정도 남은 면발을 입 속에 쑤셔넣기 시작했다. 


하느님, 저 면발이 끝도 없이 불어나서 남팀장 목구멍을 막을 수 있게 해주세요. 그렇게만 된다면 저, 김성규, 회개하고 살아가겠습니다. 하고 무교인 내가 기도를 할 정도로 지금 내가 끓인 라면을 먹고있는 남팀장은 완전, 겁나, 너무너무, 정말정말 재수 없었다. 어떻게하면 사람이 저따위로 재수없을 수가 있는지. 나는 남팀장이 혹시 사람 속 들쑤시는 화법을 배우러 다니는 건 아닌지 마음 속에 의문을 품어야했다.


빨리 쳐, 드시고 잠자리에 들 준비하세요. 유난히 악센트가 강하게 들어간 '쳐' 발음에 남팀장의 한쪽 눈썹이 윗쪽으로 씰룩이는 걸 봤지만 모른 척했다. 아, 회사에 입사하고 나서 내 스위트홈에 누군가를 재운 적은 없었는데. 이렇게 내 스위트홈의 순결을 남팀장이 가져가는 구나. 하고 실없는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국물까지 다 먹은 건지 깨끗한 양은냄비를 앞에 두고 잘먹었습니다. 인사하는 남팀장이 보였다.


죽어도 양치질을 해야겠다는 남팀장때문에 나는 설거지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싱크대에 담가놓은 뒤 화장실 서랍장에서 새 칫솔을 꺼내주어야했다. 치약은 아랫쪽을 짜라부터 시작해서 그 수건은 얼굴만 닦는 수건이다, 저건 발수건이다, 그건 세숫비누가 아니라 빨랫비누다 멍청아, 까지. 한참동안이나 실랑이를 벌이고서야 나는 다시 싱크대로 돌아와 설거지를 할 수 있었다.


"그럼 전 먼저 자겠습니다. 화장실 옆에 있는 방 쓰면 됩니까?"


화장실 옆방이라면..안된다. 그곳은 내 옷방이란 말이야. 사실 말이 옷방이지 옷이며 속옷이 정리조차 안된 모습으로 널브러져 있는 그냥 더러운 방이다. 거기 안돼요! 하고 소리쳤지만 소리침과 동시에 달칵, 하고 문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허겁지겁 설거지를 마치고 옷방으로 향한 나는 멍하니 방문 앞에 서있는 남팀장을 얼른 끌어내고 그 맞은 편 방에 밀어넣었다. 안녕히 주무세요. 거기가 손님방이에요 이 머저리야. 


네? 뭐라고 하셨습니까? 김성규씨 아까부터 입에서 험한 말이.. 하는 소리가 내 귓가에 다 들어오기도 전에 나는 그 방 문을 닫았다. 아, 조용해지니 좀 살 것같은 기분에 기지개를 켜고 씻기위해 옷가지를 챙겨 화장실로 들어왔다. 그래도 화장실은 깨끗하게 썼구나. 하고 생각하며 샤워를 하려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리고 브리프까지 벗으려는 그 순간 벌컥, 열리는 문. 안봐도 뻔하지. 남팀장이었다. 


"아아아아악!!!!! 씨발 나가세요. 이 개새끼야!!!"


경악과 짜증, 분노가 섞인 샤우팅이 화장실 안을 가득 메웠다.















작가의 말+암호닉


많이 늦었죠? 죄송해요ㅜㅜ 틈틈히 써서 올려야지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과생활이 바쁘다보니..

저 절대 휴재하거나 그런 거 아니에요 하하하^^  다음부터는 좀 더 빨리 오려고 노력할게요!

아, 그리고 제 손목 걱정해주신 독자분들 정말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 -) (_ _) 




암호닉

뇨뇽

감성

꾸꾸미

테라규

망태

해열제

사인

올뺌

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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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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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제밌어옄ㅋㅋㅋㅋㅋ베리굿!
10년 전
익은감귤
감사해여ㅋㅋㅋㅋㅋ오랜만에 글 올리는거라 감 떨어졌을까봐 걱정했는데 재밌다니ㅜㅜㅜㅜ
10년 전
독자2
뇨뇽이야요~ 그대 안뇽!_!
엌ㅋㅋㅋㅋㅋ 성규 욕설ㅋㅋㅋㅋㅋ

10년 전
익은감귤
뇨뇽그대 안녕하셨어요? 오랜만이죠ㅠㅠㅠㅠ글도 늦게 올리고 댓글도 늦게 달고..전 뭐하나 빠른게 없네여ㅋㅋㅋㅋ성규 욕설은 불가피한 상황에서 나온 무조건반사적인 언행이었달까...하하하^^
10년 전
독자3
나루에요 성귴ㅋㅋㅋㅋㅋㅋ앜ㅋㅋㅋㅋㅋ우현이도 성규도 정말 맘에 드네요ㅋㅋㅋ
10년 전
익은감귤
이번편은 재미있게 쓰려고 노력 많이했어여ㅋㅋㅋㅋㅋㅋ다들 힘내시라구...(줍수줍수)
10년 전
독자4
망태에요!!
10년 전
독자5
아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욕이찰지게.느껴지는건 저뿐인가요 ㅋㅋㅋㅋㅋ??? 완전달달하다가 욕에서 빵터졋어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리고 그대 손목 조심조심해요ㅜㅠ곧 다 나을꺼에욯ㅎㅎ
10년 전
익은감귤
아잌 망태그대 제 손목 걱정해주셔서 감사해여ㅠㅠㅠ제 손목은 이제 무리한 일만 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생활 가능한 수준입니다! 다 그대들이 걱정해준 덕이에여ㅠㅠㅠㅠ 욕이 찰진건 제가 일상생활에서..예 아닙니다ㅋㅋㅋㅋㅋ빵 터지셨다면 전 그걸로 만족만족대만족!!
10년 전
독자6
앜ㅋㅋㅋㄱㅋ성귴ㅋㅋㅋㅋㅋㅋ라면끓여줄때부터 웃기더니ㅋㅋㅋ
10년 전
익은감귤
ㅋㅋㅋ사실 그때부터 제 드립력이 터지기 시작했죠ㅋㅋㅋ술마시고 반쯤 정신놓고 썼더니...이래서 음주는 안좋은거에여 그대
10년 전
독자7
엘라로 신청하구가여! ㅋㅋㅋㅋㅋㅋ 성규진짜 ㅋㅋㅋㅋㅋ
10년 전
익은감귤
엘라그대!! 앞으로 자주봐여ㅜㅜ제가 늦게 오면 혼내셔도 됩니다ㅋㅋㅋㅋㅋㅋ전 후리한 사람이니까여! 성규 매력 터지죠?? 제가 그래요^^...뎨동합니다 하하하..
10년 전
독자8
ㅋㅋㅋㅋㅋㅋ 감성 이에요 아 웃기다 ㅋㅋㅋㅋㅋ 성규
10년 전
익은감귤
감성그대 잘 지내셨어여? 웃기셨다니 다행이에요 제가 반쯤 정신 놓고 쓴 보람이 있네요ㅋㅋㅋㅋㅋㅋㅋ
10년 전
독자9
앜ㅋㅋㅋㅋㅋㅋ진짴ㅋㅋㅋㅋㅋ성귴ㅋㅋㅋㅋㅋㅋ웃곀ㅋㅋㅋㅋㅋㅋ앜ㅋㅋㅋㅋㅋㅋㅋㅋ
10년 전
독자10
아잌ㅋㅋㅋㅋㅋㅋㅋ성규가귀여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0년 전
독자11
으악ㅋㅋㅋㅋㅋㅋㅋㅋ얘네너무귀엽쟈나여ㅠㅠ
10년 전
독자12
빵떡이!
와 ㅠㅠ 진짜 필터링 없이 말하는 성규는 저를 오늘도 울립니다! 너무 재밌어요! ㅠㅠ

10년 전
독자13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0년 전
독자14
ㅋㅋㅋㅋㅋㅋ귀야웤ㅋㅋㅋㅋㅋㅋ욕이 찰지닼ㅋㅋㅋ
10년 전
독자15
아 너무귀여웤ㅋㅋㄱ성귴ㅋㅋㅋ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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