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오늘 내가 한 일을 말해주자면,오늘은 날씨가 무척이나 맑았어.실은 오늘 묵혀뒀던 빨래를 했는데 운도 좋지.하늘에 비행기가 시끄러운 소음을 내며 지나가더라.네가 탄 비행기였으면 좋겠는데.여태껏 지나간 비행기만 해도 열 개는 됐었는데 그 중에 너를 태우고 돌아온 비행기는 단 하나도 없었어.얼마나 많은 비행기가 지나가야 네가 돌아올까.참,너 돌아오면 우리 사진도 찍으러 가자.너를 보고 싶은데 그 흔한 사진 하나 없더라.네 얼굴이 어땠더라.그러니까 빨리 돌아와.다치지 말고. *** 너의 결혼을 축하해주듯 지는 꽃잎들이 바람에 휘날렸고 따사로운 햇살이 눈을 찡그리게 만드는 날이였다.5월.봄의 끝자락에 다다라 여름이 다가오는 달.그리고 네가 너의 여자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서약을 맺는 날.그리고 너에 대한 나의 사랑이 비로소 막을 내린 날.가엽게도 나의 사랑은 너에게 전해지지도 못한 채 끝이 나버렸다. 아아,그 날이였지.너와 내가 살던 집에 그 여자를 처음 데리고 온 날.그건 내가 받은 생일선물 중에 정말로 최악이였어.언제나 우리 둘만이 함께 보내던 생일에 누군가가 끼어드는 기분이란 정말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았지.너는 모르겠지만 그 이후로 나의 생일마다 내가 집에 늦게 간 이유는 그것 때문이였어.너와 나의 소중한 기억들을 망치고 싶지 않았으니까.너는 내게 장난을 걸어오며 섭섭하다는 마음을 내보였지만 말이야.그래도 백현아,나는 그것만은 버틸 수가 없었어.그녀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웃어줄 수 있는 자신이 없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