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우리가 그토록 열망했던 너는 바래진 추억과 함께 옅어졌다.그렇게 너를 사랑했던 모두에게서 네가 잊혀질 쯔음,너의 존재를 각인시켜주듯이 너는 모두의 앞에 모습을 보였다.믿기지 않았다.굳이 손을 올려 대어보지 않아도 느껴질 만큼 그 때의 그 감정이 되살아나는 마냥 내 가슴은 두근거리고 있었다.그제서야 나는 깨달았다.아니,어쩌면 깨달은 것은 나뿐만이 아닐지도 몰랐다.마치 가르침을 얻은 사람들처럼 마주쳐오는 서로의 눈빛은 깨달음을 말해주었다. 이제서야 알아버렸다. 너는 우리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고 있던 것이 아니였다.숨소리 하나 없이 조용하게 모두의 추억 속에서 살고 있었을 뿐.그저 눈 앞에 보이는 그림이 우리의 마음을 덮고 감싸매 너라는 존재를 스스로가 묵인시키도록 만들었던 것이였다.우리가 모여있는 곳으로 한 발자국씩 내딛으며 가까워져오는 너에게 다가가 나는 담담한 표정으로 안녕,짧은 인사를 건냈다.조그마한 목소리가 안녕,하고는 들려왔다.오랜만에 만난 인사치고는 짧은 인사였다.반가워하는 기색도,즐거워하는 표정도 띠지 않았다.그런 너의 모습에 나는 심사가 뒤틀려졌다.나를 보고 싶지 않았던걸까. "연락도 없이,왜 온거야?" 생각과는 다르게 모질게 뱉어진 말에 나는 스스로에게 되물으며 자학했다.대답을 않고는 나를 빤히 쳐다보는 너의 시선을 회피하며 잘 지냈냐는 물음을 덧붙였다.조금만 더 살갑게 대할 걸.밀려드는 후회에도 다시 되돌이킬 수 없는 말에 나는 혹여 네가 나를 좋지 않은 인상으로 남길까,그저 미소를 내보였다. 잠시 너와 나 사이에는 정적이 맴돌았다.그런 정적을 메꾸는 주변에서 들려오는 수군거림.그리고,그 시절 나와 같이 너를 마음 속 한 켠에 품고 살아왔던 이들의 시선.그런 이들의 집중 속에서 너는 드디어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지,우리?" 환하게 웃으며 말해오는 너를 보며 나는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저 그런 형식적인 대화처럼 웃어 넘겨야 하는걸까.아니면 너는 정말로 나의 진심을 묻고 있는 걸까.오랜만에 만난 친구로써 말해줘야 하는 대답은 무엇이 그 선을 넘지 않고서 적당할까.어려웠다.복잡한 수학 문제를 푸는 마냥 머리를 동여맸다.고심 끝에 나는 너의 눈을 바라보며 여태 말하지 못한 진심을 담아 답했다. "응,오랜만이네.아주,많이." 우리가.그리고,너와 내가. 나의 대답과 동시에 여럿 사내의 음성이 겹쳐 들려왔다. "도경수,진짜 오랜만이다." "여태 잘 지냈냐." "그렇게 말 없이 떠나가더니,올 때도 말 한마디 없이 돌아오네." "너 가고 난 뒤에 많이 보고싶었어.진짜야,임마." 너는 우리를 보며 슬며시 미소짓고 있었다.그에 따라 우리 모두가 너에게 웃음을 지어보였다.그 시절,그렇게 다들 모여 도서관에 있을 너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마냥.모두들 너를 보며 웃고 있다.서로에게 시선을 맞추고 있는 지금의 너와 나처럼.달라진 것은 없었다.우린 조금 더 성숙해졌을 뿐이다. 몸도,마음도,너를 향한 감정까지도. 나는 이제서야 너를 품을 수 있을 것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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