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나근히 나를 불러오는 목소리는 익숙해진 소리였다.자그마한 떨림과 부드럽게 타고 올라가는 높낮이.평소의 차분함마저도 섞여있는 너의 목소리가 나를 깨우는 것은 어느 덧 일상이 되어버렸다. 여기,물이요. 흐릿한 잔상에 나는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잔뜩 부스스해진 머리를 헝클이며 눈을 두어번 깜박이고 나서야 내게 물컵을 건네오는 너의 모습이 선명해졌다. "몇 시야?" "벌써 두 시예요.형 어젯 밤부터 얼마나 잤는지 몰라요." 내가 마지막으로 김종인에게 문자를 보낸 시간은 밤 열 시 쯔음이였다. 나 아파. *** 이건 그냥 쓰는거니까 여기서 너는 마음대로 상상하시길. 그 시절,우리가 그토록 열망했던 너는 바래진 추억과 함께 옅어졌다.그렇게 너를 사랑했던 모두에게서 네가 잊혀질 쯔음,너의 존재를 각인시켜주듯이 너는 모두의 앞에 모습을 보였다.믿기지 않았다.굳이 손을 올려 대어보지 않아도 느껴질 만큼 그 때의 그 감정이 되살아나는 마냥 내 가슴은 두근거리고 있었다.그제서야 나는 깨달았다.아니,어쩌면 깨달은 것은 나뿐만이 아닐지도 몰랐다.마치 가르침을 얻은 사람들처럼 마주쳐오는 서로의 눈빛은 깨달음을 말해주었다.이제서야 알아버렸다.너는 우리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고 있던 것이 아니였다.숨소리 하나 없이 조용하게 모두의 추억 속에서 살아 있었을 뿐.그저 눈 앞에 보이는 그림이 우리의 마음을 덮고 감싸매 너라는 존재를 스스로가 묵인시키도록 만들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