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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이준혁 몬스타엑스 샤이니 온앤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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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DE & SEEK

 

7.

 

 

 

 

 

 

 

 

 

선배.”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일부러 돌아보지 않으며 책에 시선을 두었다. 시간이 떠서 갈 곳 없이 방황하다가 과방에 들린 내 죄지. 그래. 내 죄야. 변백현이 이끌어도 오지 말았어야 했는데. 정작 데려다놓은 사람은 남자 애인 만나러 가신다고 또 내빼고 나 혼자 꿔다놓은 보릿자루마냥 자리만 지키고 앉아있었다. 아 이 망할 새끼. 오기만 해봐. 친구고 뭐고 쫙 소문을 내버릴까 그냥.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을 무렵 테이블 위에 덩그러니 올려진 책이 눈에 띄어, 그걸 쥐고 의미 없이 책장을 넘기고 있는데 벌컥 문이 열리고 크리스 선배와 김종인이 들어왔었다. 중요한 할 말이라도 있었는지 꽤 심각한 얼굴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들어오던 두 사람은 집지키는 개 마냥 과방을 지키고 있는 나를 보고는 곧 입을 다물었었지. 크리스 선배가 있을 땐 그렇게 불편하진 않았는데 그나마도 현철 선배가 와선 수업이랍시고 선배를 데리고 나가버리는 바람에 김종인과 단 둘이 남았다. 그래서일지는 몰라도 더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데 굳이 그걸 쥐고 보는 척 하느라 고역이었다.

 

아까부터, 아니 요즘 계속 선배, 선배. 눈만 마주치면 선배. 그놈의 선배, 선배!! 아주 귀가 따가울 정도로 귀찮게 구는 녀석이라 피곤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설마 오늘도 점심 약속 있으신 거예요?”

“...”

그럼 저녁은요?”

그것도.”

“...아쉽다.”

 

 

게다가 나만 보면 밥 타령. 가까워지기 쉬운 게 술자리, 밥자리라지만 내 쪽에서 절대 사양이다.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불편해 죽겠는데 밥이라도 같이 먹는다면 장담하건대 분명히 체할 거다.

 

점심 뿐 아니라 저녁도 선약이 있을 리가 없다. 밥 같이 먹을 사람이라곤 변백현 하나뿐인데 그마저 남자 애인에게 자리를 뺏기고 요즘엔 혼자 집에서 라면이나 끓여먹곤 하니까. 그래도. 김종인이랑은 절대 먹고 싶지가 않다. 절대로.

 

 

선배랑 밥 먹는 거 진짜 어렵네요.”

 

 

아쉬운 목소리가 귓가에 윙윙 울린다. 못들은 척 팔랑, 종이 한 장을 넘겼다.

 

 

“..넌 짜증나지도 않냐.”

?”

대답도 잘 안하잖아.”

 

 

그러다 무심하게 물으며 옆을 보면, 김종인이 멍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그 표정이 꼭, 와 선배가 먼저 말을 건 건 처음이에요.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김종인에겐 무표정, 웃는 표정만 있는 줄 알았더니 새로운 얼굴이네, .

 

더 보고 싶진 않아서 마구잡이로 넘기던 책을 탁 소리 나게 덮고 가방에서 이어폰을 꺼내 들었다. 대답을 바라고 물은 것도 아니지만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김종인은 말이 없다.

 

 

…….”

 

 

. 신기하냐.

 

 

선배가 먼저 말 거니까 좀 이상하네요.”

…….”

기분도 이상하고, 괜히.”

 

 

그러면서 뒷목을 매만지며 또 웃는다. 이번엔 뭔데. 민망해서? 아니면 쑥스러워서?

 

약간의 뜸을 들인 후, 이어지는 녀석의 대답에 조금 생각해본다. 어지간히 신기한 모양이다. 하긴 그럴 만도 하다. 내가 그동안 줄기차게 무시했으니. 무안할 법도 한데 그에 굴하지 않도 꿋꿋하게 말을 걸어오던 녀석이다. 난 절대 그렇게는 못할 성격이라 신기하기도 하지만 사실은 아직까지도 녀석에 대한 거부감은 남아 있었다. 이정도로 싫은 티를 내는데도 제 의견을 굽히지 않는 걸 보면 녀석도 고집이 대단해보였다. 겉으로 봐선 마냥 순하고 착할 것 같이 웃지만 실상은 아닐 거라고. 나는 확신한다.

 

 

백현 선배가 그러시던데, 선밴 원래 말이 없다고.”

 

 

변백현이 괜한 말을 했다. 제 연애 사업에 열중하느라 바빠서 내 일엔 관심 끈 줄 알았더니 그건 또 아닌가보다. 김종인이 먼저 물어본 것 같진 않았다. 변 오지랖이 녀석에게 일러둔 게 분명하다. 마음 상하지 말라고. 그런 일로 마음 상할 녀석이었으면 이렇게까지 하지도 않겠지. 아무튼 오지랖.

 

 

세훈이도 선배랑 대화하기 진짜 힘들다고 하더라구요. 맨날 단답에다가 말 잘라먹기 선수라고.”

…….”

 

 

오세훈은 또 뭔데. 그나마 예쁘게 봐주고 있는 후배에게까지 그런 소릴 들으니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다. 그래서 살짝 인상을 찌푸리면 김종인이 볼멘소릴 한다.

 

근데 저한테는 단답조차 안하시니까.”

…….”

섭섭하기도 하고.”

 

 

너랑 나랑 얼마나 친하다고 투정이야. 짜증나게.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하니까 끝도 없이 나빠지려고 한다. 그런 소릴 들어야 되는 이유도 모두 다 김종인 때문이니까. 요 며칠 자주 마주치고, 수업 시간에 몇 번 같이 앉았다고 내가 편해졌나본데. 난 너랑 편해질 생각이 추호도 없는 사람이다.

 

쓴 소리를 하려고 입을 달싹이면, 때마침 과방 문이 열린다. 내게서 시선을 거두지 않던 김종인이 열린 문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나도 따라서 그 쪽으로 시선을 둔다. 앞에서 만난건지 어쨌는진 몰라도 변백현과 오세훈이 과방으로 불쑥 들어온다. 양반은 아니네. 마침 딱 그 얘기 하고 있었는데.

 

여기서 김종인에게 쓴 소리를 해봐야 욕만 얻 먹을 것 같았다. 변백현이나 오세훈은 김종인 편을 들게 분명했으니까.

 

힐끗 녀석들을 보고 내내 손에 쥐고 있던 꼬여있는 이어폰 줄을 풀고 있으면, 녀석들과 간단한 몇 마디 대화를 마친 김종인이 다시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려 관심을 보인다.

 

 

노래 들으시려구요?”

…….”

많이 꼬인 것 같은데. 도와드려요?”

 

 

이건 왜 이렇게 안 풀리고 지랄이야. 호의를 보이는 녀석의 말에도 대답 없이 꼬인 줄만 만지작거리고 있으면, 변백현이 내 옆에 빈 의자를 빼내면서 말한다.

 

 

, 도콩 도도한 거 봐라. 너 진짜 대단하다 종인아. 그렇-게 씹어대는데, .”

 

 

안 봐도 뻔해. 전에 수업 시간에도 노트 내팽겨 치고 그러더니, 나 없는 동안 얼마나 무시당했겠어. 대단한 놈이야, .

 

끊임없이 이어지는 변백현의 말이 은근히 김종인 편을 들어주고 있다. 나더러 봐주라는 거다. 정도껏 하고 그냥 받아주라는, 그런 뜻.

 

그걸 알아챈 건 나뿐만이 아닌 모양이다. 내내 바보처럼 웃고 있던 김종인이 변백현을 돌아보며 하는 말이 참 우습다.

 

 

“..경수 선배랑 친해지고 싶은데 쉽지 않네요.”

그치? 도콩 완전 철벽이라니까? 난공불락, 난공불락.”

 

 

어쭈. 주위 사람 이용해 먹을 줄도 알고. 역시 쉬운 놈은 아니다.

 

 

나 김 선배가 이렇게까지 하는 거 처음 봤어.”

 

 

그 와중에 가만히 서서 구경을 하던 세훈이 뭐 대단한 일이라고 박수까지 치며 감탄하는 소리를 낸다. 그에, 김종인이 은근히 말 놓는다, . 하면서 타박을 하고. 어색하게 웃으며 내 쪽으로 몇 걸음 걸어온 오세훈이 내 어깨를 살포시 쥐면서 안마하는 척 몇 번 주무른다.

 

 

근데, 도 선배가 매력있긴 있어요. 그쵸?”

“..그러게.”

 

 

김종인이 웃으면서 하는 대답에 나만 빼고 다 웃는다. 날 놀리는 게 분명하지만, 사실은 내가 김종인과 친해졌으면 하는 뜻으로 장난스럽게 만들어진 분위기였다. 오세훈이 뭘 알까 싶지만 적어도 변백현은 제대로 알고 있었으니까.

 

농담처럼 흘러간 분위기를 맞춰주고자 받아친 말이란 걸 알면서도 이미 나빠져 있던 기분이 정점을 찍는다. 내가 꼬인 건지도 모르겠다. 이상하게도 나는. 주위에서 녀석을 싸고돌수록 더 반감만 커져간다.

 

 

도콩, 너 또 어디가!”

 

 

여기서 더 있다간 짜증이라도 낼 것 같았다.

 

 

수업.”

좀 있다가 다 같이 올라가자. 아직 삼십분도 더 남았어.”

넌 좀 있다 나오던지. 먼저 간다.”

 

 

미처 다 풀지 못한, 꼬여있는 이어폰을 주머니에 대충 쑤셔 넣으며 백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를 붙잡는 변백현과 오세훈의 말도, 뒤통수에 따라붙던 김종인의 시선도 모두 다 느껴졌지만 모른 척 뒤돌아보지 않고 그냥 문을 닫아버렸다.

 

 

 

 

 

 

 

 

 

 

 

 

 

 

 

 

 

 

 

 

 

 

 

 

 

종인이 마음 좀 받아줘라, 경수야.”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더니, 소문이라는 건 참 빨리 퍼진다.

 

농담 삼아 한 얘기가 금세 퍼진 건지 아니면 개새끼마냥 요즘 내 뒤를 졸졸 쫓아다니는 김종인 때문인지. 캐비넷 앞에서 마주친 현철 선배가 나를 보더니 툭 말을 던진다.

 

이거 봐, 김종인이랑 엮이니까 되는 일이 하나도 없잖아. 시발, 진짜.

 

짜증을 참으려 자리를 박치고 나왔건만 또 다른 짜증이 내게 다가온다. 그래도 선배라 티는 낼 수 없어서 억지로 꾹꾹 참으며 선배를 돌아보았다.

 

그러고 보면 이상하게도, 개강파티에서 내가 했던 그 말은 아직까지 퍼지지 않은 채였다. 김종인이 중심에 있는. 시답지 않은 저따위 말이 금방 퍼진 걸 보면 그 얘기는 꽤 크게 이슈화 되어 가루가 되도록 날 깠어야 하는데 아직까지도 잠잠했다. 그날 그 자리에 있었던 게 나와 변백현, 눈앞의 현철 선배와 장미였으니 거기서 끝난 얘기로 할 수 있었던 건가. 현철 선배야 어디 가서 소문을 낼 위인은 아니었고, 변백현도 나도 아니지만 딱 한 사람 요주의 인물이 있다면 그건 바로 장미였다. 장밉상이라는 별명답게 어지간히 밉상 부리고 다니는 녀석인데다 지금까지의 행동들을 보면 일찌감치 소문이 퍼졌어야 하는데. 그러고 보니 개강파티 이후로 학교에선 한 번도 못 본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조용한 거구나. 나도 모르게 안도를 한다.

 

 

수업 열심히 듣고 있지? 따라가기 힘들지 않냐. 2년 동안 군대에서 뺑이치느라 머리 굳었을 텐데.”

 

 

근데 내가 왜 안도를 하는 걸까.

 

 

그럭저럭 괜찮아요.”

 

 

묘한 기분이 든다. 그에 살짝 멍했던 것도 잠시, 이내 선배를 바라보며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선배 소개팅은 어떻게 되셨어요?”

? 소개팅? 덕분에 잘 돼가는 중이야.”

“...다행이네요.”

그런 얼굴로 그렇게 말하니까 진심이 안 느껴진다?”

 

 

진심이 없는 게 당연하니까.

 

하지만 티내지 않으며 어색하게 웃고 말았다.

 

 

백현이는. 니들 세트로 붙어 다니더니 왜 안보여?”

, 걔 요즘 바빠요. 연애하느라.”

“..벌써? 개강파티 때 말한 그 여자랑 잘 된 거야?”

 

 

여자가 아니라 남자지만. 아예 틀린 말은 아니었으니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선배가 내 어깨를 툭툭 치며, 와 능력 있네 변백현이. 너도 빨리 만들어야겠다? 낙동강 오리알 신세 되지 말고 종인이 마음 좀 받아줘. 알겠냐?

 

 

“..선배.”

, 알았어. 장난인데 뭘 정색까지 하냐.”

…….”

“..아무튼, 좋게 좋게 지내자고.”

 

 

결국엔 억지로 끌어올렸던 입 꼬리가 아래로 추락하고 만다. 이래서 내가 김종인이랑 엮이는 게 싫은 거다. 기분이 한 없이 바닥으로 떨어지니까. 네가 뭔데 날 이렇게 만들어. 시발.

 

 

지난 일 가지고 그러기엔 얼굴 볼 시간이 많이 남았잖아.”

 

 

그렇다고 해서 불편한 사람이 금방 편해지는 건 아니잖아요.

 

선배가 내게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알 것 같아서 내키진 않았지만 떨떠름하게 고개를 주억거리니 곧 수업이라며 뒷모습을 보이고 멀어진다.

 

이 사람이나 저 사람이나 왜 다들 김종인이랑 잘 지내라고 난리인지 모르겠다. 내 의사 따윈 상관없는 건가. 멋대로 짐작해서 멋대로 판단하고, 멋대로 관계를 맺으라고 닦달하는 게 참 마음에 들지 않는다.

 

캐비넷에서 다음 시간 교재를 꺼내며 문을 닫았다. 입에선 한숨이 푹 새어 나왔다.

 

 

 

 

 

 

 

 

 

 

 

 

 

 

 

 

 

 

 

 

 

 

 

 

 

 

그래서 너 지금 엄청 짜증난다, 이거 아니야.

.”

내적갈등 장난 아니네.

 

 

   

나이 먹은 재수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짜증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에서 종대의 전화는 내 숨통을 트이게 했다. 같은 학교에 같은 과가 아니어서 그런 걸까. 김종인을 모르기 때문에 술술 말 할 수 있었던 것도 같다. 제가 힘들게 사는 걸 털어놓고자 했던 종대는 되레 투덜거리는 내 얘기에 집중해준다.

   

   

ㅡ걔가 싫은 이유가 뭔데. 니 전 여친이 걔 때문에 너 차서? 그건 아니라며. 어차피 세흰가 주흰가 하는 애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잖아.

“…세희 얘긴 또 왜 꺼내.”

ㅡ안 꺼낼 수는 없지. 김종굔지 뭔지 하는 후배랑 너 사이에 걔가 아무 관련 없는 건 아니니까.

“…….”

   

   

들어보니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어찌됐든 처음 엮이게 된 건 그 애 때문이었으니까. 종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펜을 쥐고 낙서를 해간다. 통화에 집중하지 않아서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습관적으로. 책상 위에 펼쳐놓은 다이어리에 의미 없이 형태를 알아 볼 수 없는 글자들이 마구잡이로 쓰여 있다.

   

그러고 보니 이 만년 다이어리도 군대 가기 전에 그 애에게서 선물 받은 거네. 나 참.

그런 다이어리에 김종인 이름이나 끄적이고 있는 나도 별 수 없는 것 같다. 아무 생각 없이 써내려간, 그런 글마저 김종인이라니. 아닌 척 하지만 사실은,

   

엄청 신경 쓰고 있다는 증거였다.

   

   

ㅡ웬만하면 친하게 지내라고 하고 싶은데 니가 너무 민감하니까 뭐라 말을 못하겠다, 내가.

“내가 뭘..”

ㅡ전화 받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냈던 게 누군데? 기억 안나?

   

   

어, 기억 안나. 대충 말하면서 핸드폰을 쥔 손을 바꿨다.

   

   

ㅡ근데 인간관계가 원래 이렇게 복잡한 거냐?

“..글쎄.”

ㅡ글쎄는 무슨 글쎄. 나도 대학가면 너처럼 될까봐 좀 무섭다.

“넌 이렇게 안 될걸.”

ㅡ어떻게 장담해?

“나보단 잘 지낼 것 같아, 그냥.”

   

   

인간관계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본적도 없지만 그렇게 쉽게 본 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포인트가 그게 아닌 것 같다. 종대야. 인간관계가 복잡한 게 아니라, 김종인이 복잡한 것 같다고. 그 놈이 껴들어서 이렇게 머리가 아파졌잖아.

   

   

ㅡ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

ㅡ너 그 후배 되게 신경 쓴다.

   

   

종대의 말에 펜을 쥔 손이 움직임을 멈췄다.

   

대충 그런 거 아니라고 말을 얼버무렸다. 그러자 종대가 코웃음을 친다.

   

   

ㅡ너 원래 주위 사람한테 별로 관심 없잖아.

“...내가 언제.”

ㅡ언제? 언제부터였을까. 나도 그게 궁금해.

   

   

들어보니까 싫은 티 팍팍 내고 있는 것 같은데 뭐, 게다가 너 원래 대놓고 누구 싫어하고 그런 짓도 안하잖아. 싫은 사람도 잘 없는데다가 싫으면 그냥 무시하고 마는 주제에.

   

   

“...어?”

   

   

나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종대의 말에 멍청하게 대답했다. 내가, 그랬었나.

   

   

ㅡ그랬어. 그랬다고. 늘 그렇게 살아왔잖아, 너.

   

   

그런 거 아니거든? 어색하게 대답하며 펜을 다시 움직여 알 수 없는 형태의 그림을 마구 그려댔다. 아까는 글이더니 이제는 또 그림이다. 군대에서 일기 쓰라고 선물 한 다이어리가 낙서장이 되는 건 한 순간인 것 같다. 그 애는 제가 준 다이어리를 이런 식으로 쓰고 있는 걸 알기나 할까. 별 생각을 다 한다. 전화 통화에 집중하지 않는 척, 하면서.

   

   

ㅡ어마어마한 놈이긴 한가보다. 널 이렇게 병신같이 만든 거 보면.

   

   

세모와 네모를 그리던 손이 다시금 움직여 글자를 만들어 낸다.

   

김종인이 신경 쓰인다. 아니다 신경 안 쓰인다. 안 싫어하나? 싫어하나. 김종인. 김종인. 후배. 귀찮다. 짜증난다. 짜증. 짜증….

   

낙서를 하는 와중에도 종대의 목소리가 끊길 줄 모르고 들려온다. 이미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 지 오래다. 그냥, 대충 내 기분만 맞춰줬다면 이렇게 딴청 피우지도 않았을 텐데. 쓸데없이 진지하게 반응하는 녀석이라서. 이곳저곳 괜히 찔린다. 그래서 못들은 척 하려고 애를 쓰는 중이다. 원래는 이정도로 성의 없는 대답이 나오면 집중 안하냐며 성질을 내야하는데 지금은 제 얘기에 빠져선 내가 흘려듣고 있는 것도 모르는지 별다른 말이 없다.

   

   

ㅡ솔직하게 말해 봐.

“..뭘.”

   

   

솔직하게 다 말했는데. 백현이한텐 솔직하게 말 못했지만 너한텐 다 털어놨잖아, 내가. 얼마나 김종인을 신경 쓰고 있는 지까지. 웅얼거리는 발음으로 받아치자, 종대가 뜸을 들인다. 무슨 말인데 이렇게 뜸을 들여. 뭔데, 무슨 말 하려고 그래?

   

   

ㅡ....너 사실 걔 싫은 거 아니지?

   

   

깜빡, 느리게 눈을 감았다 떠올렸다.

   

   

“…….”

   

   

시간이 굉장히 느리게 가는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참 이상하게도. 녀석이 말을 하는 그 순간 알 수 없는 갈증에 목이 다 탔다. 괜히 몇 번이고 입술을 꾹 깨물었다가 놓는다.

   

   

“..뭐래, 병신이.”

   

   

멈칫하던 것도 잠시, 툭 던져지는 내 말에 종대가 아닌데? 싫은 사람한테 그 정도로 관심 보일 네가 아닌데? 하며 덧붙였지만 쓸데없는 말 할 거면 끊어. 하며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넘겨버렸지만.

   

사실은, 당황해서 쥐고 있던 펜을 떨어트렸다는 것도, 핸드폰을 쥔 손에선 땀이 차서 들고 있던 것이 미끄러질 뻔 했다는 것도, 조금 전 느낀 갈증의 강도가 더해졌다는 것도.

   

다 알고 있었지만 그냥 모른 척 해야겠다.

   

   

“…….”

   

   

어느새 다이어리를 빼곡하게 채운 그 이름을 한참을 내려다보다가 마지막 한 줄을 꾹꾹 눌러쓰기 시작했다.

   

   

김종인이 싫다.

그것도 엄청 많이.

   

 

 

 

 

 

 

 

 

 

 

 

 

 

 

 

 

@

자격증 실기 시험 치고 오느라 늦었어요! 죄송해여TTTTTT

어제 런닝맨...♥

분량이 개미 오줌만해서 걱정했는데 확실하게 뽑아먹고 가네옄ㅋㅋㅋㅋㅋㅋㅋㅋ으잌ㅋㅋㅋ

 

저 6편에 댓글 달아주신거 보고 진짜 엄청 깜짝 놀랐잖아여...

대박...♥

대단하세요bb

 

이번주까지는 자주 못 올것 같아요! 죄송해여TT

감사합니당!

 

***

아 헐..ㅠㅠㅠㅠㅠㅠㅠㅠㅠ죄송해요!! 7편 내용이 짤려서 다시 올려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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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일빠!!!!!!!홈에서도보고 여기서또봐도 재밌어요ㅠㅠ
10년 전
독자2
재밌어요 엉엉ㅠㅠㅠ 꿀잼
10년 전
독자3
어쩐지ㅠㅠㅠㅠ 어제 보는데 내용이 짤렸더라고요 이제 경수는 종대말을 듣고 종인이를 대하는 태도가 달러질까요? 더 피하는 건 아니겠죠ㅠㅠ
10년 전
독자4
핑계에요 ㅎㅎ 경수가 ,,츤데레군요 ㅋㅋㅋ 귀엽다
10년 전
독자5
니 마음을 인정하면 모두가 편해질텐데....경슈야 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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