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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몬스타엑스 샤이니 온앤오프
키마 전체글ll조회 1332l 1

 

 

 

 

 

HIDE & SEEK

 

3.

 

 

 

 

 

 

 

 

 

“여어- 도콩!”

 

 

취할 때까지 달린 것도 아닌데 그것도 술이라고 아침에 일어나기가 꽤 힘겨웠다. 속은 멀쩡한 걸 보면 숙취는 아닌 것 같은데. 오랜만이라 그런 건지 몸이 예전 같지 않아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 입맛도 없어서 공복으로 주린 배를 감싸며 억지로 강의실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휙 고개를 돌리던 변백현이 손을 흔들며 나를 부른다.

 

 

“어제는 잘 들어갔어?”

 

 

가방을 내려놓으며 옆자리에 앉자 백현이 내 팔을 붙잡고 물어온다. 생글생글 웃는 낯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제 전화 받으러 나갔다던 놈은 개강 파티가 파할 때까지 돌아오질 않았다. 시발, 나쁜 새끼. 내가 어제 무슨 일을 겪었는지도 모르고 좋다고 웃음이 나지. 인상을 찌푸리며 녀석을 돌아보았다.

 

 

“..배신자새끼.”

“에이, 어제 내가 미안하다고 문자했잖아.”

“됐다. 어?”

“삐졌냐? 너 버리고 갔다고 삐졌지?”

 

 

은근슬쩍 어깨를 밀착하며 물어오는 녀석을 밀어버렸다. 저리 꺼져. 의리도 없는 새끼.

 

 

“한번만 봐주라. 다음엔 이런 일 없어, 진짜. 맹세!”

 

 

내 팔을 잡고 있던 손까지 놓으며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싹싹 빈다. 웃기지도 않아. 변백현. 그런 녀석을 탐탁지 않은 눈으로 삼 초간 쳐다보다가 짧은 한숨을 쉬며 정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래, 니가 무슨 잘못이냐. 그 자리에 간 내 잘못이지.

 

변백현이 군대에 있던 1학기 땐 수업만 듣고 집으로 가는 길이 다반사였다. 꽤 먼 거리를 통학하는데다가 하필 또 전필이 1교시 수업이라 늘 모자를 푹 눌러쓴 채 학교를 오가며 그렇게 3개월을 보냈다. 원체 넓은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편이 아니라 그게 편했었는데…. 변백현 복학하자마자 본의 아니게 시끄러워졌지만 여하튼.

 

개강파티 같은 건 원래 관심이 없었다. 새내기 때야 강제 의무 참석이었던 거고, 1학년을 끝내자마자 군대로 도망가 버렸으니 전역 후엔 굳이 참석하지 않아도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백현이 없는 1학기 땐 개강 파티는 물론이거니와 과 행사엔 얼굴도 비추지 않았고. 당연하게 2학기 개강파티도 불참의사를 전했거늘 변백현이 억지로 데려다놓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너 없으면 내가 무슨 재미로 가냐고. 2학년 1학기를 혼자 보낸 거나 다름이 없어서 별 도움 안 될 거라는데 굳이 같이 가자며 나를 끌었었지. 그런데 따지고 보면 끝끝내 가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백현이 핑계를 대고 있지만 어찌됐든 그 자리에 간 건 내 자유였으니까. 그러니까 어제 그 일도 내 탓, 이려나….

 

어울리지도 않게 개강 파티나 가서 이상한 일이나 겪고. 어제 일이 생각이 나서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래, 다 내 탓. 내 탓이다. 그렇다고 치자.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리고 있으면, 변백현 얼굴이 불쑥 눈앞에 나타난다.

 

 

“뭐야, 뭔데 도콩. 어제 무슨 일 있었냐? 표정이 왜 그래.”

“..일은 무슨.”

 

 

구구절절 읊을 일도 아닌 것 같아서 그냥 혼자서 고개를 저으면 백현이 나를 뚫어져라 본다.

 

 

“장미야?”

“..어?”

“장밉상이 또 밉상짓 했네. 안 봐도 답 나오네.”

 

 

녀석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그 이름에 짜증이 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방금 전까지 다 내 탓이라고 해놓고선. 나도 참 모순이다.

 

원래 눈치가 없는 건지 아니면 일부러 그런 건지 알 수는 없지만, 내 입장 같은 건 안중에도 없다는 듯 김종인한테 붙어 살랑거리기 바쁘던 그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래, 변백현. 네 말대로 장밉상이 어제 한 건 했다. 굳이 대답을 하지 않아도 대충 눈치로 알겠다는 듯 백현이 내 어깨를 두 어번 토닥인다. 됐어, 그 기지배 원래 밥맛이야. 뭔 일인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잊어버려라. 그게 네 신상에 이로워.

 

 

“아 하필 장밉상이랑 같은 테이블일 건 또 뭐냐.”

 

 

생각만 해도 짜증이 난다는 듯 몸서리를 친다. 하긴, 복학 후의 첫 과 행사라 새내기 구경하겠다며 한껏 들떠있던 녀석이었는데 얼떨결에 밀려 앉은 테이블에 장밉상이 앉는 걸 보자마자 얼굴이 구겨졌었지. 그 표정이 참 볼만했는데. 장미의 말에 답지 않게 사사건건 시비를 걸던 것도 그렇고, 전화를 핑계로 중간에 도망친 것도 장밉상이 한몫했을 거다. 아마.

 

 

“너 어제 예민하긴 했어. 싫은 티 팍팍 내고.”

 

 

가방에서 교재를 꺼내들며 흘리듯 말하자 백현이 이상한 표정을 짓고 나를 본다. 왜.

 

 

“얼씨구. 진짜 예민하게 군 게 누군데.”

“뭐. 왜.”

“너 어제 수틀려서 혼자 저기압이었잖아. 내가 모를 줄 알았냐? 뚱하게 앉아서는... 남들이 보면 무표정. 근데 나는 보여 네 표정. 와, 라임 죽인다. 장난 아니지? 나 장난 없어, 진짜. 못하는 게 뭐야, 대체.”

“..헛소리 작작해라.”

 

 

날카롭게 찔렀다가 결국엔 삼천포로 새고 마는 녀석의 말에 퉁명스럽게 답하긴 했지만 사실은 백현이 정확하게 본 게 맞았다. 같이 다닌 시간이 영 쓸모없는 건 아니었던 모양인지 귀신같이 알아챈다.

 

별로 가고 싶지 않았던 것도 한몫했지만, 그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녀석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람들과 그걸 당연하게 여기던 그 녀석. 그게 아니꼽기도 했지만 사실은. 무엇보다 그 녀석이 자꾸만 신경이 쓰여서…. 평소보다 몇 배는 더 예민해져 있었다. 그래, 그랬다.

 

인정하긴 싫지만 꽤나 옹졸했다. 열려있는 백팩의 지퍼를 잠그며 입을 다물자 변백현도 더 묻지 않는다. 입을 다문 백팩을 의자 뒤에 걸면서 자연스레 강의실 뒤쪽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수업이 시작하려면 10분도 더 남았다. 집에서 통학할 땐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도 아슬아슬하게 도착하곤 했는데. 역시 학교 근처에서 자취하는 게 편하긴 하구나, 생각하고 있으면 함께 조용하던 백현이가 팔을 쭉쭉 뻗으며 기지개를 켠다.

 

 

“으아, 죽겠다.”

 

 

그러더니 한 손으로 배를 문질거리며 책상 위로 철푸덕 엎어진다.

 

 

“나이가 들긴 했나봐. 어제 마음먹고 달리지도 않았는데 내 속이 속이 아니다.”

 

 

겉보기엔 놀자 판인 것 같아도 칼 같은 면이 있는 놈이라 수업시간엔 빠지는 법이 없었다. 술이 센 편도 아니면서 사람이 많은 술자리를 좋아하는 터라 매번 아침마다 숙취로 고생을 하면서도 기어이 수업에 나오는 걸 보면 참 신기하기도 하고. 끙끙 앓는 소리를 내는 옆얼굴을 빤히 바라보다가 스윽 손을 들어 녀석의 머리를 꾹 눌렀다. 아파, 시발! 그렇게 세게 누르지도 않았는데 성질을 내며 내 손을 치워버린다.

 

 

“간 튼튼한 도경수씨는 참 좋으시겠어요. 숙취 같은 거 느껴본 적 없을 거 아냐.”

“...별로.”

“야, 너 밥은 먹었냐?”

“..입맛 없어서.”

“입맛이 없으면 밥맛으로라도 먹어야지!”

“너나 잘해.”

“넵. 아무튼 결론은 수업 마치고 해장하러 가자고.”

“..그러든가.”

 

 

교수님 오면 깨워. 뒤늦게 속 쓰림에 고생하는 백현이의 뒤통수를 보다가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수업 시간이 다 되어가자 차곡차곡 채워지는 강의실 빈자리를 둘러보다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어 만지작거렸다. 딱히 할 것도 없거니와 허공에 멍하니 시선을 두다가 괜히 낯선 얼굴들과 눈이 마주치면 저들이나 나나 곤란해지긴 피차일반이라. 선배인 건 분명한데 아는 사이는 아니고. 인사하자니 뻘줌한데 안하자니 또 조금 그렇고. 후배들이 눈치를 보는 게 싫다. 나이가 몇인지도 모르는 얼굴의 인사를 어색하게 받아주는 것도 불편하고. 그러고 보면 변백현은 참 신기하다. 낯가림이 심한편인 나와는 달리 선 후배 가릴 것 없이 제가 먼저 웃으며 잘 다가가는 편이라서. 그런 면이 부럽기도 하다가도 그 넓은 인간 관계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모습을 볼 때는 안타깝기도 하고.

 

의미 없이 휙휙 손가락을 움직여 관심도 없는 기삿거리를 눈으로 읽어 내렸다. 빨리 수업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적어도 이렇게 심심하진 않을 테니까.

 

“…….”

 

 

그러고 있으면 어깨를 톡톡 두드리는 손길이 있다. 뭐야. 슬쩍 고개를 들어보면 내 앞에 서 있는 건 다름 아닌 김종인.

 

 

“선배, 어제 잘 들어 가셨어요?”

 

 

눈이 마주치자마자 눈꼬리를 휘며 말을 붙여오는 모습이 이상하게도 낯설지가 않았다. 낯설어야 함이 분명한 상황인데. 묘하게 붕 떠있는 듯한 그런 느낌에 눈만 깜빡이며 녀석을 바라보다가 어설프게 대답하고 말았다.

 

 

“..아, 어.”

 

 

내 말에 김종인이 여전히 웃음을 머금은 얼굴로 책상 위에 무언가를 올려놓는다.

 

…숙취해소 드링크.

 

딱히 할 말이 없어서 입을 꾹 다문 채 책상 위의 드링크제를 한 번 바라보다가, 녀석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물었다. 뭔데.

 

 

“뇌물이에요. 저 잘 봐달라는.”

 

 

거절할 틈도 없이 꾸벅 고개를 숙이며 성큼성큼 앞자리로 향한다. 그런 녀석의 발걸음에 맞춰 시선이 따라 간다. 녀석이 강의실 앞 쪽으로 걸어가자 의자에 올려둔 가방을 치우는 이름 모를 얼굴과 웃는 낯으로 빈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는 모습. 이제는 뒤통수 밖에 안 보이는 그 뒷모습을 빤히 보다가 책상 위에 올려 진 드링크제를 또 빤히 바라보았다.

 

 

“....뭐야.”

 

 

 

 

 

 

 

 

 

 

 

 

 

 

 

 

 

 

 

 

 

 

 

 

 

 

그렇지 않아도 어젯밤에 녀석에게서 문자가 왔었다.

 

 

[선배 잘 들어 가셨어요? 내일 학교에서 봬요.]

 

 

그 흔한 이모티콘 하나 없이 간결하게 이어진, 딱 녀석 다운 문장을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결국엔 핸드폰을 엎어버렸던 것 같다. 물론 답장은 하지 않았다. 김종인의 목소리가 한참동안 귓가에서 웅웅 거렸다. 잠들 때까지.

 

그렇게 피곤에 절어 잠이 들어버렸고 아침엔 일어나자마자 학교에 오기 바빴으니 깜빡하고 있었다. 그 문자를. 그런데 강의실에 앉아있는 내게 다가와 아주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네며 말을 붙이던 모습에 또 생각이 났다. 그 문자, 그리고 김종인. 이상하게도 녀석을 생각하면 마음이 텁텁해진다. 밥을 먹다가 체한 느낌이라고 해야 되나. 여하튼. 그 자연스러운 모습 때문에 잠시 헷갈릴 정도였다. 원래 이런 사이였던가, 하고.

 

아니잖아. 이렇게 대화하는 거, 어제가 처음이었잖아. 대화라고 하기에도 우습지만 그 짧은 인사에도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그게 싫어서 수업 시작 전에 드링크제를 보이지 않는 곳으로 치워버렸다. 숙취 같은 거 없는데. 말하면서 거절했어야 했나, 하는 후회를 하는 것도 싫지만 그걸 마시는 건 더 싫고. 그렇다고 이제와 돌려주기엔 참 우스운 타이밍이기도 하고, 그게 그렇게 대단한 호의도 아니었고.

 

내내 고민하다가 결국 수업이 끝나자마자 드링크제는 여전히 퀭한 얼굴을 하고 있는 변백현에게 넘어간다.

 

 

“어! 이건 어디서 났냐?”

 

 

얼떨결에 드링크제를 받아든 백현이가 의아한 얼굴로 묻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수업이 끝난 직후라 정신없는 강의실을 주욱 둘러보며 교재를 가방에 집어넣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아주 우연히 교수님 옆에 나란히 걸으며 강의실을 빠져나가는 김종인이 시야에 들어오고.

 

녀석을 슥 보며 대답했다.

 

 

“...쟤가 주던데.”

 

 

뚜껑을 열던 백현의 눈이 내 시선을 쫓아 김종인에게로 닿는다. 쟤가? 너한테? 어. 나한테.

 

 

“아 난 또! 도콩이 날 위해서 준비한 건가 했지.”

“미쳤냐. 뭐가 예뻐서.”

“그치? 그래, 막 이런 거 사다주고 그러는 건 너랑 안 어울린다.”

 

 

씨익 웃으며 하는 말에 묘하게 기분이 나쁘다. 욕이야 칭찬이야. 가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나면 백현이가 드링크제를 들이키며 내 뒤를 따른다. 밀물 빠지듯 강의실을 나가느라 정신이 없는 머리통들 사이에 끼는 것이 싫어, 줄의 끝자락쯤에 서 있다가 마지막으로 강의실을 빠져나왔다. 다음 수업까지는 두 시간 공강이라 여유가 있었다.

 

밥이나 먹으러 가자, 해장 메뉴는 뭐로 할까? 하는 등의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면서 백현이와 복도를 걸으면, 화장실 근처에 배치된 분리수거함에 녀석이 빈 병을 넣는다. 녀석의 손을 떠난 빈 병이 통 안으로 떨어지는 걸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나저나 김종인 참 착해.”

 

 

드링크제의 여운이 남는지 입맛을 다시던 백현이 나를 돌아보며 말한다. 썩 기분이 좋은지 누가 선배한테 이런 걸 갖다 바치냐며 칭찬 일색이다. 정작 당사자인 나는 별 감흥이 없는데. 보아하니 내가 어제 했던 말이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다. 쟤 별로, 이랬었지 아마. 백현이가 오해하는 것처럼 세희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그 녀석과 나 사이에 빼놓을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하는지, 내 눈치를 살피느라 김종인과 친한 편인데도 평소에 그 녀석에 대한 말을 아끼는 편이었는데 어제 대놓고 불편한 기색을 비췄으니. 마음이 불편하긴 한 모양이다.

 

한명은 친한 친구고 다른 한명은 제가 아끼는 후밴데 그 둘의 사이가 좋지가 않다. 사이가 안 좋다고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친하지도 않지만. 변백현 성격상 다 같이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는데, 세희 때문에라도 그런 말을 못 꺼냈다. 내 앞에서는. 내가 그 녀석을 탐탁지 않아 하는 게 세희 때문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런데 이 기회로 잘 지냈으면 하는 눈치인 거지, 뭐.

 

그냥 입을 꾹 닫은 채 녀석의 말을 듣기만 했다.

 

 

“진짜 괜찮은 놈인데. 인기 많은 사람들은 다 이유가 있는 법이거든.”

 

 

백팩 안에 든 전공 책이 꽤 무겁다. 캐비넷에 넣어둘 걸 그랬나.

 

 

“네가 그 일만 없었어도 술자리 한 번은 마련했다, 내가.”

“..조용히 해라.”

“아, 예. 알겠습니다.”

 

 

그 일 때문이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봤지만 씨알도 안 먹힌다. 어떻게 보면 그냥 오해하게 두는 편이 나을 것 같기도 해서 일부러 변명을 안 하고 있는 것이기도 했지만 매번 이렇게 불쑥 들춰지는 게 마음이 편한 건 아니었다.

 

원래도 말수가 많은 편은 아닌데, 내가 입을 다물고 있자 기분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건지 조용히 눈치를 살피던 녀석이 내 어깨에 팔을 감으며 말한다. 알았어, 알았어. 안할게. 안한다고!

 

그 말만 대체 몇 번짼지. 네 말 믿을 바에 지나가는 똥개 말을 믿겠다.

 

 

“그나저나 종인이가 너한테 살갑게 구네.”

“…….”

“웬일이야. 안 친하잖아, 니들.”

 

 

그래, 내 말이 그 말이거든.

 

 

“뭐, 안 친하다기 보다 너 혼자 거리를 두는 게 맞는 말이겠지만. 여하튼 김종인이 너한테 이러는 거 보면 조만간이야. 너도 곧 친해질 거다. 아마. 그 녀석 생각보다 친화력이 꽤 좋거든. 좋은 게 좋은 거지, 오해도 풀고. 안 그래?”

 

 

마냥 좋은 쪽으로 해석하던 백현이가 무언가 찝찝함을 느꼈는지 길게 말을 하다 말고 그런다.

 

 

“근데, 어제 나 빠지고 무슨 일이 있긴 있었나보네. 일이 이렇게 진행되는 걸 보니까 뭔가 있었어. 분명히.”

 

 

아닌 척 하면서 눈치는 더럽게 빠르단 말이지. 내내 혼자 떠들게 두다가 문득 발걸음을 멈추며 슬쩍 흘렸다. 아예 입 다물고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아서.

 

 

“신경 쓰이는 게 당연하지.”

 

 

백현이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보다 혼자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누군가에게 터놓으며 그 녀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싶은, 그런 마음.

 

 

“...싫어한다는데.”

 

 

싫은 건 아니지만 일이 그렇게 되어버렸으니.

 

 

“뭐?!”

“그렇게 됐다. 장미가 입을 잘못 놀려서.”

“이거 봐, 장밉상. 아오 이걸 그냥…!”

 

 

상세하게 상황 설명을 하지 않았는데도 다 알겠다는 듯한 눈치다. 하긴, 그 녀석이 별로라고 말 할 때까진 변백현도 그 자리에 있었으니. 잠깐 끊어진 걸음을 이으며 후문을 향해 발을 옮겼다. 장미가 마음에 안 든다며 짜증을 부리는 걸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예전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 거라면 이번엔 그 의견에 충분히 공감하는 바라서. 입 열 때마다 맞는 말만 하는데 내가 덧붙일 건 없어 보인다.

 

그렇게 한참을 장밉상을 물어뜯던 백현이가 어깨를 감은 팔으로 내 목을 감싸며 얼굴을 내 귀 쪽으로 갖다 붙인다. 아, 시발 왜이래. 짜증이 나서 밀치는데 아랑곳 않고 다시 붙는다.

 

 

“...어제 반응 봤지?”

 

 

귓가에 속삭이는 게 싫어서 인상을 찌푸리며 밀쳐내면 조금 전보다는 살짝 떨어진 거리에서 말을 이어간다.

 

 

“김종인이랑 나쁘게 지내서 좋을 거 하나 없어. 걔 평판 엄청난 거 봤잖아. 가뜩이나 인맥도 좁은 너는 걔랑 상대가 안돼요.”

 

 

이게 지금 나를 놀리는 건가.

 

 

“세희 때문도 아니라면서.”

“...어.”

 

 

매번 그 얘기를 꺼내긴 하지만 아니라는 내 말을 허투루 들은 것도 아닌가보다. 가끔 보면 변백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궁금하다. 매번 장난처럼 넘기지만 흘려듣는 말이 없는 것 같단 말이지.

 

 

“그럼 티내지 말고 그냥저냥 지내. 1학기 땐 거의 부딪히지도 않았잖아.”

 

 

도콩 나 없는 동안 얼마나 외롭게 지냈어. 아웃사이더라고 소문이 자자해. 크리스 선배가 오죽했으면 나 붙잡고 경수 잘 챙기라고 신신당부를 하더라. 나 없으면 안 되겠지?

 

좀 진지해지려나 싶으면 금세를 못 참고 조잘거리는 입이 참 얄밉다. 그 입을 손바닥으로 밀어버릴까 하다가 참았다.

 

 

“여하튼, 둘 중 하나만 해.”

“..뭘.”

“김종인이랑 잘 지내든지 아니면 조용히 혼자 안 내켜 하든지. 어제처럼 그렇게 티내지 말고.”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맞받아치는 말에, 백현이가 한숨을 내쉰다. 내가 방금 이유 다 말했는데. 벽에다 대고 얘기 한 건가? 어? 그런 거야? 투덜거리다가 또 가까이 다가와 내 귓가에 속삭인다. 아, 기분 나쁘다고. 귓속말.

 

 

“걘 영문과 종교야. 김종교.”

“..놀고 있네.”

“그치? 아주 단체로 놀고 자빠졌어. 근데, 너 과 생활 거의 안 해서 몰랐나본데. 어제도 봤잖아. 걔 없으면 아무것도 안 되는 거.”

 

 

그러면서 한 마디 덧붙인다.

 

 

“...이단은 어떻게 되는지 알지?”

“몰라.”

“모르긴 뭘 몰라!”

 

 

종교고 이단이고 그런 거 난 몰라. 그게 뭐 그렇게 속닥거릴만한 일이라고 조심해서 말하던 변백현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녀석을 밀치고 앞장서서 걸어갔다. 그러면 녀석이 내 뒤를 쫓아오며 말한다.

 

 

“도콩! 같이 가!”

 

 

아, 모르겠다. 김종인.

 

 

 

 

 

 

 

 

 

 

 

 

 

 

 

 

@

아직 갈길이 멀어요....(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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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작가님 암호닉신처ㅓㅇ되요?ㅜㅜㅜ그런거없어도받아주세요ㅠㅠ헝허어ㅓㅠㅠㅠ진짜너무좋아요ㅠㅠㅠ앞으로함께달려요ㅠㅠㅠ취향저겨규ㅠㅠ
10년 전
독자1
도콩이라고 부르는 백현이도 귀엽고 도콩 별명인 경수도 귀엽고ㅠㅠㅠㅠㅠㅠㅠㅠ언제쯤 경수가 종인이를 호라고 생각할까요
10년 전
독자2
애들너무귀여워요ㅠㅠ 경수가 종인이를 왜 신경쓰는데 싫어할까요. 구나저나 종인이 종교라니 영향력이엄청난가봐요..
10년 전
독자3
무한종인교 이런걸까요? 종인이도 상처받았을텐데 진짜 싹싹하게 잘 행동하네요ㅠㅠ
10년 전
독자4
잘보고가영 경수가 쫌만 마음을 열면 좋을텐데 종인이가 성격이 좋은가봐요ㅎ
10년 전
독자5
잘보고갑니다ㅠㅠ경수야 조금만 마음을열어줘!!!!!!
10년 전
독자6
추천♥
10년 전
독자7
도콩!ㅋㅋㅋㅋㅋㅋㅋ너무귀여워요 진짜 동화읽는 느낌인데요?다음편도 봐야겠어용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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