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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중하가 아니라 4개로 나뉘었어야 됐던 얼굴 위 감정. 2편 이상의 분량을 모두 하 편에 넣어보았습니다.

상, 중을 좀 더 길게 쓸 걸. 이 무슨 길이 밸런스 붕괴인지….


316 - 밤삼킨별

[랩슈] 얼굴 위 감정 下

 

 시끄러운 술자리를 나서서 가게 앞에서 술을 깰 겸 잠시 멍하니 하늘을 올려보았다. 김태형의 꼬드김에 넘어가 술자리에 나오긴 했지만 역시나 재미라고는 없었다. 김태형이 말하는 교우관계를 다지는 재미도, 술게임의 재미도, 다른 애들이 취하여 흑역사를 생성하는 것을 보는 재미라는 것도 나는 하나도 모르겠다. 짙게 술기운이 가득한 숨을 내쉬고 아직은 조금 서늘한 바람에 맨 손으로 팔을 슥슥 문질렀다. 낮은 더웠지만 밤은 아직 추웠다. 술기운으로 인해 올라오는 열이 있어서 버틸만은 했지만, 딱 그정도였다. 안에 들어가서 가방이라도 가지고 와야겠다. 이만 집에 가야지. 너무 졸려. 손을 들어 눈을 슥슥 부비고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가려던 찰나였다.

 

"어? 윤기 형."

  

 김남준? 가게문고리를 잡고 있던 그 상태로 고개를 돌리자 오늘도 적당히 핏이 떨어지는 옷을 입고 있는 김남준이 보였다. 한 손에 가방을 꾹 쥔 채로 내게 손을 흔들길래 같이 흔들어줘야하나? 라고 느릿한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요즘 그래도 자주 불쑥불쑥 나왔다고 나름 면역이 된건지, 술이 들어가서 그런건지 반응이 느린 게 스스로도 느껴졌다. 고개만 돌린 채로 김남준을 바라보고 있는데 잡고 있던 가게문이 주욱 밀렸다. 누가 안에서 나오는 모양이었다.

 

"술 많이 마셨어요?"

 

 뒤로 물러날 타이밍을 놓쳐 그대로 문에 밀려나 휘청였다. 넘어지려나, 싶은 와중에 누군가 어깨를 잡아주었다. 그리고 바로 귓가에 들리는 목소리에 느릿하게 고개를 돌렸다. 김남준이 내 어깨를 꾹 잡아 더 뒤로 물러나게 도와주고는 여전히 내 어깨를 잡고 있었다. 이제 안 넘어지는데. 술기운이라도 더 올라오는건가 싶었다. 김남준이 잡고 있는 내 어깨부터 열기가 홧홧하게 올라오는 기분이 들었다. 덥다. 더워.

 

"오늘 여기서 우리 과 사람들도 술 마신다고 했는데, 설마 형네 과도 여기로 올 줄은 몰랐어요."

"아…."

"술 많이 마셨나보다. 취했어요? 얼굴이 좀 붉어요."

 

 취한걸까. 얼굴이 붉다는 말에 혹시나 싶어 손을 들어 얼굴을 부볐다. 손도 뜨거워서 내 얼굴이 뜨거운지는 잘 모르겠다. 고양이 세수마냥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린 뒤에 고개를 올렸다. 김남준과 또 시선이 마주쳤다. 김남준이 날 계속 바라보고 있었나보다. 왜 자꾸 날 보고 있지.

 

"얼굴 붉어진 거 처음 봐요. 더위도 잘 안 타는 것 같던데."

"…?"

 

 어떻게 알았어?

 

"그냥, 형 보면 자주 긴팔이나 후드집업 입고 다니잖아요. 그래서 더위는 잘 안 타는구나, 싶었어요."

 

 나 방금 입 밖으로 소리내서 말했나?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김남준은 금방 내 마음속의 말을 들은 것마냥 웃으며 말했다. 진짜 어떻게 알았지? 김남준이 삐둘게 보였다. 내가 고개를 기울인 모양이었다. 사실 세상 모든 것이 느릿하고 불투명하게 보이는데, 이상하게 김남준은 뚜렷했다.

 

"형, 표정이…."

"남준아."

 

 역시 또.

 

"너 오늘 안 온다고 하지 않았어? 잘됐다. 안 그래도 애들이 너 안 오냐고 되게 아쉬워했는데."

"온건 아니고, 잠깐 아는 형봐서 인사하고 있었어."

"아, 아. 안녕하세요."

 

 가게에서 나온 여자애는 김남준과 같은 과인 모양이었다. 하늘하늘한 원피스에, 긴 생머리에. 누가봐도 예쁘다고 할만큼의 얼굴을 가진 아이였다. 그 여자애는 김남준에게 입모양으로 누구냐고 묻는 것이 보였다. 나는 슬쩍 어깨를 움직여 내 어깨에 올려져있던 김남준의 손을 떨쳐내었다. 김남준의 손이 느릿하게 떨어져나가자 그제야 홧홧거리던 것이 조금 가라앉은 기분이 들었다. 둘이 또 뭐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들려 나는 슬쩍 옆으로 빠진 뒤 눈가를 찌르는 머리를 쓸어올렸다. 찬 바람이 불어 옅게 맺힌 땀을 훑어내주고 갔다. 진짜 가야겠다. 집으로.

 

"형. 어디가요?"

 

 몸을 돌려 몇 발자국 걷지도 않았는데 내 팔이 김남준의 손에 잡혔다. 집에 간다고 말을 하려는데 또 가게문이 열렸는지 짤랑거리는 소리가 들었다. 문 근처에 있던 김남준이 날 이끄는 바람에 금방 나는 원래 자리로 돌아오게 되었다. 어정쩡하게 낀 여자애는 힐끗, 날 바라보았다. 그 시선이 편하지 않았다.

 

"윤기 형! 형 여기서 뭐해요?"

"호석아."

 

 문을 열고 나온 건 정호석이었다. 아무래도 내가 바람쐬러 나간 뒤 오랫동안 안 와서 나온 모양이었다. 형, 우리 테이블 섞어가지고 정신이 없는데, 이 틈에 얼른 가요. 어, 우리 윤기 형이 술주정도 없는데 혹시 뭐, 사고친 거 아니죠? 정호석은 내 팔을 잡고 있는 김남준과 그 옆에 서있는 여자애를 번갈아 보며 어색하게 말했다. 그 때 김남준이 내 팔을 잡고 있는 아귀에 힘을 주는 것이 느껴져 작게 인상을 찡그렸다. 고개를 돌리자 김남준이 혼자 더 놀라서 아팠냐고, 미안하다고 하며 내 팔을 놓아주었다. 아쉬움에 손을 들어 잡혔던 곳을 슥슥 문질렀다.

 

"형. 얼른 들어가서 가방 챙겨서 가요. 지금이 기회입니다."

"태형이는?"

"김태형 고거 지금 완전 만취해서 다른 테이블에서 신나게 놀고 있으니까 우리끼리 가요."

 

 정호석이 내 손목을 잡고 당겼다. 고개를 돌려 김남준에게 잘 가라는 의미로 고개를 까닥이고 나는 정호석을 따라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기 직전에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김남준의 시선이 미묘하게 엇갈린 듯 보여서 의문스러웠다. 정신없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두꺼운 문을 넘자 금방 내 주위를 휩쓸었다. 내가 앉아있던 테이블쪽으로 가자 그 사이 내 옆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김태형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지나가다 스쳤던 과후배들이 내가 다가오자 알게모르게 경직되는 것이 보였다. 이런 게 싫어서 안 오려고 했던건데.

 

"아, 선배님. 자리 비켜드릴까요?"

 

 고개를 젓고 손가락으로 내 가방을 가리켰다. 가시게요? 더 있다가 가시지. 내게 가방을 넘겨준 남자 후배가 아쉬운 듯 하는 말에 나는 그저 묵묵히 가방만 챙겨들었다. 내 과는 개인플레이 경향이 강하면서도 이상하게 군기가 강했다. 예체능 계열이라고 그런건가, 우리 학교만 이러는건가. 잘 모르겠지만. 선배님 안녕히 가세요! 이미 잔뜩 술에 취해 벌개진 얼굴 여러 명이 내게 인사를 했다. 고개를 까닥였다. 참 어색했다. 이 상황들이. 정호석도 어디에 따로 둔건지 모를 가방을 챙겼는지 문 앞에서 손짓을 하길래 따라 나갔다. 김남준은 이제 없겠지.

 

"저도 같이 가도 돼죠?"

 

 아니네. 있네. 아까 같이 있던 여자애는 온데간데 없고 김남준 혼자 가게 앞에 서 있었다. 내가 뭐라 하기도 전에, 정호석이 김남준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먼저 말을 걸었다. 혹시 전에 카페에서 나랑 같이 케이크 먹었던 사람 아니냐고. 그리고 내가 몰랐던 김남준의 위치도 알려주었다. 경영학과에서 유명한 새내기라고. 아, 김남준이 유명했던가. 하기야 그정도로 사람들이 계속 알아보고 그러는 걸 보면 유명한 게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나 빠른 년생으로 들어온거라 학년만 높지 너랑 동갑일걸? 너도 그냥 말 놔, 말 놔."

"아, 그래도 돼요?"

"안 될 건 또 뭐 있냐."

 

 정호석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금방 김남준과 친해졌다. 그게 신기해 빤히 바라보고 있는데 정호석이 내 쪽을 보더니 많이 어지럽냐면서 내 눈가를 슥슥 문질러줬다. 살짝 고개를 틀어 손길을 피하자 정호석이 이 형이 또 까칠해졌다면서 작게 우는 소리를 내었다. 투덜거리는 정호석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또 김남준과 눈이 마주쳤다. 김남준은 예의 그 웃음으로 싱긋 웃었다. 술에 취해서 그런가, 웃음이 평소보다 조금 흐린 기분이 들었다. 마치 붓으로 뭉개 번지게 한 것 마냥.

 

"나는 여기서 갈라져야겠네. 뭐, 둘이 같은 방향?"

"형, 어디로 가요?"

 

 김남준의 물음에 나는 내가 가야될 길 쪽을 가리켰다. 김남준은 같은 방향이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정호석에게 인사를 했다. 여기서 김남준이 나와 같은 길로 갔던가. 종종 저녁을 먹고 헤어질 때, 이 근처에서 헤어지지 않았나. 혼자 생각을 하다보니 정호석에게 인사할 타이밍도 놓쳐버렸다. 그나마 정호석이 내 이름을 크게 부르고 난 뒤 깜짝 놀란 나를 보면서 손을 흔들다 버스 쪽으로 뛰어가는 뒷모습을 볼 수는 있었다.

 

"가요, 윤기 형."

 

 어질어질했던 세상은 생각보다 더 차분히 가라앉았다. 다만 이제는 다른 느낌으로 어질어질했다. 슬쩍 걸음을 옆으로 옮겨 김남준과 내 사이의 거리를 벌렸다. 그제야 조금 안심이 되었다.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누군가의 가방에서 울렸다. 길가의 가로등이 벽돌길을 보여주고 있었다. 근처 역으로 가는 길과는 반대쪽이라 그런지 걸음을 옮길수록 사람이 적어졌다. 원룸촌 근처에 들어서자 빽빽하게 늘어선 여러 건물들이 우뚝 서 있었다. 세사람이 나란히 서면 꽉 찰 정도의 넓이를 가진 골목길을 다니면서 김남준은 아무 말도 없었다. 당연히 나도 없었다.

 

"어? 고양이다."

 

 주황빛 가로등 아래로 무언가 발견했는지 김남준이 멈춰서 지나가고 있던 한 건물을 바라보았다. 고양이? 고개를 기울여 주위를 둘러보니 버려진 소파 아래로 작은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자리하고 있었다. 사람을 많이 봐온건지, 아직 경계심이 없는건지 그 작은 고양이는 나와 김남준의 시선을 받고도 요지부동이었다. 새하얀 털이, 주황색의 가로등 빛을 받아 물들여져 있었다.  

 

"진짜 작네. 아직 새끼겠죠?"

 

 고개를 끄덕였다. 김남준이 도망가지 않는다며 가까이 다가가려 하길래 손을 뻗어 김남준의 손목을 잡았다. 김남준이 놀란 얼굴로 날 돌아보았지만 난 아직 내가 한 행동을 잘 인식하지 못했다. 술기운 때문이라고 혼자 합리화만 했다.

 

"안 돼."

"네?"

"건들면 어미가 버리고 가."

"그냥 버리고 가요?"

 

 김남준의 말에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러자 김남준은 미련없이 뒤로 물러났다. 그러면서 계속 시선을 내 얼굴을 향하고 있어서 의아했다. 아, 설마 갑자기 막았다고 기분이 나빠진건가? 천천히 김남준의 손목을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그러자 이번에 김남준이 내 손을 잡아왔다. 알려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가로등 아래로 비친 얼굴이 활짝 웃었다. 그 웃음은 너무 선명해서, 그래서 심장이 무거워졌다. 이것도 술기운 때문인가. 아니면, 김남준 때문인가.

 

"고양이 좋아해요? 고양이에 대해 잘 아나봐요."

"좋아해."

"좋아해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김남준은 웃으며 내 행동에 맞장구를 쳐주었다. 원룸촌을 지나 조금 더 깊숙하게 들어가야 아파트 단지가 나왔다. 그리고 그 아파트 단지에서 또 가장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야 내가 살고 있는 곳이 나타났다. 그러니까, 정류장에서 내려서도 꽤 걸어야 되는건 어쩔 수 없었다. 왜 학교로 가는 버스는 저 건너편에 있는 정류장에는 오지 않는 걸까. 거리는 저기가 더 가까운데. 아니, 지금은 그게 오히려 좋은걸까. 평소 날이 더워지기 시작하면서 이 길이 마냥 길게만 느껴졌는데 오늘따라 거리가 줄어든 기분이 들었다. 이상하다. 이정도밖에 안 걸었는데 왜 벌써 저 편의점이 나오지?

 

"술은 많이 깬 것 같아요?"

"응. 많이."

"그래도 술 취하면 말이 좀 많아지네요."

 

 말이 많다는 말을 처음 들었다. 느리게 눈을 꾹 감았다가 떴다. 내가 오늘 말이 많았던가? 고양이 때문에 조금 말하긴 했다. 그랬나. 그랬구나. 걸음은 꾸준히 옮겨졌다. 아직은 조금 서늘한 밤바람이 불어왔다. 머리가 헝클어지고, 그 순간 시원해서 기분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 웃었다."

"…."

"웃는 거 예뻐요, 형. 되게 오랜만에 본다. 웃는 거."

"…."

"전 아직 형 표정 다는 모르겠는데, 이렇게 가만히 보고 있으면 조금씩 보여요. 형 표정이."

"…."

"형은 진짜,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알아가는 재미? 가만히 보면 형에 대해서 보여서, 더 계속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처음 듣는 말이 너무 많이 반응이 되지 않았다. 싱긋 웃는 김남준의 말이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웃었던가? 손을 들어 내 입가를 매만지는데 김남준은 그저 웃음만 터뜨렸다. 그리고 웃음이 잦아들즈음에는 손을 들어 입가와 턱을 매만졌다. 아, 저 버릇. 요새 자주 보네. 고개를 틀어 김남준의 손을 가만히 관찰하듯 바라보는데 김남준이 갑자기 나를 잡아 뒤로 이끌었다. 놀라서 발을 헛디뎠다가 김남준이 워낙에 단단히 날 잡고 있어서 넘어지지는 않았다. 크게 휘청인 뒤에 김남준을 바라보는데 조심하라며 옆으로 이끌었다. 앞에는 가로등이 있었다. 아, 아. 가로등.

 잡힌 팔에 놀라 김남준이 보기에는 느긋해보일, 그렇지만 내 입장에서는 꽤나 빠르게 김남준의 손을 떼어내었다. 팔을 조금 들어올려 놓아달라는 듯 행동했다. 김남준이 아까와 같이 천천히 내 팔을 놓아주었다가, 다시 잡아왔다. 이번에는 손목이었다. 가로등 아래, 밤빛과 주황빛으로 물든 김남준은 잔잔하게 울렁였다. 마른 침이 삼켜져 입을 더 꾹 다물었다. 하도 심장이 뛰어대서, 입에서 단내가 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까 그, 정류장까지 같이 왔던 사람있잖아요."

"호석이?"

"되게 친한가봐요?"

"응."

 

 학교를 통틀어서 가장 많이 시간을 보낸 사람을 찾으라고 하면 호석이일테니까. 아마 그 다음이 김태형이고, 최근들어 김남준이 살짝 끼지 않을까. 새삼스럽게 그런 생각이 들자 가슴께가 또 간질거렸다. 쿵쿵거렸다가, 쿵쾅거렸다가, 간질거렸다가, 다시 묵직해졌다가. 제발 한가지만 해줬으면 싶다. 딱 죽을 것 같아서 견디기가 힘드니까. 김남준이 내게 말을 건다는게 중요했던지라, 나는 그 질문의 의도를 알지 못했다.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김남준은 다시 턱을 한 번 매만졌다. 그리고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못보던 분위기의 김남준이었다. 그러나 그 표정마저도 눈에 담기 아까울 정도로 생생했다. 잡힌 손목부터 온 몸이 웅웅, 쿵쿵.

 

"형이 그렇게 이름 부르는 거 처음 들었어요."

"그냥, 그렇다고요."

"이만 다시 갈까요? 우리 여기 멈춰서 뭐하는지 모르겠다. 그쵸?"

 

 김남준은 이내 멋쩍게 웃으며 마른 세수를 하더니 푸욱 웃어버렸다. 예쁜 웃음이었다. 너도 술을 마신걸까? 혹여 과행사에 참여하지 않았으면서 늦은 시간에 그 가게 앞을 지나가고 있던 건 다른 누군가와 이미 마신 뒤여서 그랬나? 고개가 기울어졌다. 김남준이 손을 뻗어 기울어진 내 고개를 똑바로 올려주었다. 손이 닿은 귓가와 뺨 언저리가 후끈거렸다.

 조금의 시간이 더 지난 이후에 나는 아파트 단지에 들어섰다. 김남준이 먼저 걸음을 멈추었다. 나도 같이 걸음을 멈추었다. 보통 이럴 때 뭐라고 말할까. 김태형이나 정호석은 헤어질 때는 먼저 나서서 인사를 하고, 손을 흔들며 정류장으로 가버렸기에 내가 먼저 말을 거는 것은 어색했다. 잘 가? 그런데 모양새는 꼭 나를 데려다준 것 같은데, 고맙다고 해야하나. 근데 같은 남자끼리인데 뭣하러 데려다준거지. 고맙다고 하면 혼자 이상한 사람 되려나. 머리가 핑핑 돌았다.

 

"조심히 들어가요, 형."

"응."

"윤기 형."

"?"

"제 이름 알죠?"

 

 모를리가. 정말 당황해서 눈만 깜박였는데 김남준 표정이 점점 이상해졌다. 설마 몰라요? 잊어버린 거예요? 실망이 가득 담긴 얼굴에 놀라 고개를 도리질쳤다. 당황하느라 제대로 보지는 못 했지만, 김남준의 눈이 기대로 반짝였다. 무언가를 원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뭘, 원하는건데. 뭐. 뭐. 왜. 뭐. 김남준은 또 물어왔다. 제 이름 알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김남준의 표정이 의심으로 물들였다. 속으로만 불렀던 이름을 겨우 벅차게 입술 밖으로 내보였다.

 

"김남준."

"성은 떼고."

"남, 준?"

"옳지. 거기에 아, 붙여보세요."

"…남준, 아?"

 

 내 말이 끝나자마자 김남준은 크게 웃기 시작했다. 허리가 젖혀질 정도로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은 만족감이 물씬 흘러나왔다. 여전히 나는 방금 전의 대화의 의미를 몰라 얼떨떨한 상태였다. 설마. 아, 아니겠지. 얘가 뭣하러. 머릿속을 떠다니는 생각은 점점 하나로 확고해져 갔는데, 나는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미뤄두었다. 김남준이 작게 무어라 중얼거렸다.

 이만 가보겠다며 김남준은 손을 흔들었다. 내가 움직이기 전까지 웃으며 손을 흔들 것 같은 기세여서 나는 얼결에 같이 손을 흔들고 몸을 돌려 단지 안으로 들어갔다. 바람이 불어오는지, 길을 따라 심어져있는 나무들이 가지를 흔들고 나뭇잎을 비비며 밤의 풍경을 더하는지, 어떤지. 나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무도 없는 집 안이 나를 반겼다. 나갈 때 불을 끄는 걸 깜박했는지 거실 불이 훤했다. 문이 닫히고, 나는 그대로 쭈그려 앉아버렸다.

 설마, 진짜, 설마. 이름 불리고 싶었던거야? 나한테? 왜? 그리고 그 말은 뭔데. 마지막에, 마지막에, 왜, 그런 말을 중얼거렸을까, 김남준은. 온 머리가 바보가 되는 기분이었다. 하도 쿵쿵대는 심장은 이제 아플 지경이었다. 나보고 하는 말이었을까. 내가 하는 말에 대고, 혹은 내 말투에 대고 한 말이었을까. 짝사랑의 병 중 하나가 작은 한 마디, 작은 행동 하나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거라고 했지만. 그랬지만 그게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근데 정말, 다 필요없고, 세상이 터질 것 같았다. 두 손을 들어 얼굴을 거칠게 부볐다. 아직도 술에서 전혀 깨어나오지 못한 기분이었다. 아직도 귓가에 웃음기 가득한 귀여워, 라는 말이 둥둥 떠다녔다. 아, 속 안 좋아. 너무 쿵쿵대서 토할 것 같아. 이건, 그러니까 술 때문이다. 정확히는 김남준 때문이다.

 

"헉, 형. 오늘 왜 이렇게 폐인같아요?"

"…."

"세상에, 찹쌀떡 얼굴에 이게 무슨 검은 김이 붙었어!"

 

 김태형이 내 볼을 양 손으로 쥐어 흔들면서 소란스럽게 말했다. 손을 들어 김태형의 손목을 잡고 꽉 틀어쥐자 그제야 아프다며 인상을 구기더니 울상을 지으며 잘못했다고 한다. 형은 아귀힘이 왜 이렇게 세냐면서 손목을 쥐고 툴툴거리는 김태형을 무시하고 오늘은 가방 대신 들고온 화통을 고쳐메었다. 그날 밤 이후로 계속 김남준이 했던 말이 둥둥 떠다니는 터라 정신없게 김남준을 피해 학교를 돌아다닌지 오늘로 벌써 며칠 째인지 모르겠다. 차마 얼굴을 볼 자신이 없단말이지. 그러면서 톡이 오면 답장 할까 말까, 전화가 가끔 오면 이걸 받을까, 말까. 고민하고 밤새 내가 이래도 되는건가 싶어 고민하고. 그러다가 지금 야작을 할 때도 쉽게 안 나타나던 다크써클이 진하게 새겨진 터였다. 진짜 여러모로 김남준 때문에 내 생이 위협받고 있는 건 확실하게 느껴졌다.

 사물함을 열었다. 못보던 음료수 캔이 보였다. 포스트잇이 같이 붙어있었다. 표면에 어린 물기로 인해 포스트잇은 조금 젖어있었지만 투박한 글씨는 어김없이 보여주었다. 포스트잇은 떼어내어 옆에 두고, 음료수 캔을 조심히 빼낸 뒤 사물함을 닫았다. 한 손에 겨우 꾹 쥐어지는 통통한 음료수 캔은 그 사이 표면에 물방울이 맺혀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대로 마시면 손을 타고 물이 주륵 흐를 기세였다.

 

[형이 좋아하는 코코팜. 뇌물로 드리고 갑니다. -남준-]

 

 메모지의 글씨가 눈 앞에 둥둥. 이제는 글씨까지 떠다닌다.

 

"혹시 형도 소문 들었어요? 과 소문도 제대로 모르던 사람이 짝사랑 일이라니까 예민한 거 봐."

 

 김태형이 작업실로 향하는 내 뒤를 쫄래쫄래 따라왔다. 고개를 올려 김태형을 바라보니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모르면 됐고요, 하고는 내 손에서 음료수 캔을 슥 빼내어갔다. 그거 김남준이 준건데. 다시 손을 뻗었다. 김태형이 자신이 똑같은 걸로 사줄테니 지금 당장은 자신에게 달라고 했다. 갑자기 이상한 김태형의 행동에 빤히 김태형의 얼굴을 바라보는데 뒤에 사람들, 그러니까 여자 무리가 다가왔다. 김태형과 옆으로 슥 비켜섰다. 김태형은 그 와중에 학식은 어느 건물이 제일 맛있는가를 내게 말하고 있었다.

 김남준. 그 단어가 여자 무리 사이에서 들려왔다. 김태형의 목소리가 멀어지고 여자들의 목소리가 더 가까워졌다. 나는 가만히 있다가 김태형에게 음료수 캔을 마시라고 주었다. 정말 마셔도 되냐고 하길래 직접 캔을 따서 건네주었다. 김태형은 제 머리를 쓸어올렸다가 그저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 내 어깨를 툭툭 두드리더니 학식을 쏘겠다며 작업실쪽이 아닌 반대편으로 날 이끌었다.

 

"윤기 형. 있잖아요, 이번 교수님 과제 뭐 낼 거예요? 형은 역시 인물화?"

"…."

"아, 벌써 그 칙칙한 작업실 안에서 야작할 생각하니까 눈물나오게 기쁘네."

"…."

"형. 제가 아직 형 표정은 잘 모르는데요. 그래도 지금 이거 하나는 알겠다."

"…?"

"형 지금 기분 드릅죠."

 

 응. 매우 많이. 김태형의 말에 나는 메고 있던 화통을 괜시리 또 고쳐메면서 학교에 난 내리막길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체중이 실려 쿵쿵 찍어눌러지는 발걸음이 꼭 내 마음과도 같았다. 김태형이 옆에서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가 이건 표정을 안 봐도 그럴만한 일이라면서 내 등을 툭툭 두드려줬다. 한참 걸어내려가는데 김태형이 내 어깨를 잡았다. 왜 그러냐는 듯 걸음을 멈춰 바라보니 어색한 얼굴의 김태형이 갑자기 날 돌려세우고 어깨동무를 했다. 뭐야?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리니 김남준과 어떤 한 여자가 서로 웃으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 분위기가 너무 달아서 나는 한 번에 눈치챌 수 있었다. 며칠 전 술집에서 보았던 그 여자애였다. 아, 쟤구나.

 김남준이랑 사귄다고 소문이 난 여자애가.

 

"아, 뭐야. 형 봤어요?"

 

 김태형이 먼저 그 모습을 봐서 날 배려한 모양이었다. 그럴 필요없었는데. 고개를 살짝 끄덕이자 김태형이 내 어깨를 꾹 감싸오더니 오늘 저녁까지 자신이 쏘겠다며 가서 교수 욕이랑 그 놈 욕을 실컷 하면서 다 훌훌 털어버리라고 한다. 소문일 뿐이니, 너무 신경쓰지 말라는 말도 덧붙였다. 왜 저 둘은 여기서 반대편인 상경대에 있지 않고 본관쪽에 있어서 그러는 건지.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 김태형의 등을 살짝 두드렸다. 김태형은 씩 웃으며 저녁으로는 고기가 짱이라며 고기를 먹으러 가자고 했다.

 

"윤기 형."

 

 흠칫. 갑자기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의 익숙한 호칭에 화들짝 놀라 절로 어깨를 떨었다. 김태형이 놀란 날 느꼈는지 뒤를 돌아보는게 느껴졌다. 아직 어깨에 둘러진 김태형의 손을 빤히 바라보던 김남준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여전히 싱그러운 웃음을 보였다. 화창한 날과 참 잘 어울리는 웃음이라 나는 또 좋다고 그 모습을 눈에 담았다. 형, 그냥 갈까요? 김태형이 큰 눈에 걱정을 담아 내게 작게 귓속말을 건네왔다. 기특하네, 사람 걱정도 해주고. 손을 들어 김태형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다.

 

"형, 오늘 저녁에 시간 돼요?"

"어, 윤기 형 저랑 선약 있는데."

 

 내가 뭐라 답하기도 전에 김태형이 능청스러운 얼굴로 답했다. 저녁에 고기 먹으러 가겠다고 말 안 했는데. 그래도 지금은 김남준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거절할 자신은 없어서 그저 가만히 있었다. 나와 똑같이 화통을 멘 김태형이 지 손으로 감싸고 있던 내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작업실에 얼른 가야하니 이만 가보겠다며 내게 눈짓을 했다. 인사를 하라는 건가?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흔들었다. 김남준은 톡 좀 보라며 핸드폰을 한 번 흔들고는 몸을 돌려 아까 그 여자애와 같이 본관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형. 그 소문이 진짜냐, 어쩌냐 그걸 저한테 물으면 안돼요. 저도 모르니까. 전 상경대 사람이 아니라고요."

 

 김태형 얼굴을 빤히 올려보자 김태형이 몇 번 다른 말을 하더니 이내 내 시선의 의미를 눈치챘는지 그저 어깨를 으쓱였다. 역시 그런가. 오늘은 야작을 하면서 야식을 먹자면서 고기는 치킨이 어떠냐고 묻는 김태형의 말에 그러려니 했다. 사람이 오질 않는 작업실에 들어가 화통을 내려놓고 캔버스를 덮고 있던 천을 살짝 들췄다가, 다시 내렸다. 오늘은 과제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을 들어올렸을 때의 김남준 표정이 너무나 밝아서, 내가 더 칙칙해졌다.

 

"윤기 형. 오늘도 선약이 있어요?"

 

 얘는 전생에 도대체 뭐였길래 이렇게 불쑥불쑥 튀어나오지. 작지도 않은 게.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내 앞에 어딘가 굳은 얼굴을 하고 있는 김남준을 올려보았다. 어제 톡에 답장을 안 해서 그런가, 아니면 요새 자꾸 내가 슬쩍 피하는 걸 알았나. 찔리는 게 워낙에 많아서 무엇하나 딱 집어낼 수가 없었다. 어쩌지. 어쩌지. 태형이랑 있다고 해야하나, 호석이랑 있다고 해야하나. 시선을 올려 김남준을 바라봤다가 겨우 입을 떼었다.

 

"왜?"

"없으면 오늘은 저랑 저녁 좀 먹어요."

 

 왜가 아니잖아, 내 입아. 있긴 한데, 왜? 라고 했어야지. 그냥 왜라고 하면 없는 게 너무 훤히 드러나잖아. 속으로 내 입술 열 번쯤 때렸을 때 김남준이 굳은 표정을 풀고 가만히 내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때 술집 앞에서 만난 날 이후로 김남준의 시선이 더 집요해져서 견디기가 힘들었다. 아, 뭐라고 거절하지. 뭐라고해야 자연스럽게 빠져나갈 수 있을까. 이미 먹었다고 하고 싶은데 지금 오후 5시 25분이다. 먹었으면 이상한 시간. 누가봐도 너랑 저녁 먹기 싫어서 이러는거니까 좋은 말 할 때 가라. 라고 외치는 것 같은 그런 시간.

 

"아니면 나랑 이제 저녁 먹기도 싫어요?"

 

 아, 고민은 여전히 쓸모가 없었다. 게다가 김남준은 날 다루는 방법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놀라서 고개를 붕붕 저으니 김남준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이 웃음 오랜만이다. 여전히 예쁘네. 멈춰있는 내 그림과 비교도 안 될 만큼. 결국 그렇게 저녁 약속이 잡혔다. 김남준에게 잡혔다.

 

"형이 요즘 너무 바빠서, 제가 엄청 쓸쓸했던 거 알아요?"

 

 자리잡고 앉은 곳은 예전에 김남준과 딱 한 번 같이 왔었던 야채 샤브샤브 집이었다. 야채 별로 안 좋아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오늘은 먹고 싶어했나? 배고프다고 해서 평범한 고깃집이나 식당을 갈 줄 알았는데. 여전히 정갈하면서 적당히 소음이 내려앉은 장소를 눈으로 훑어낸 뒤 김남준이 건네주는 젓가락과 숟가락을 가만히 내려보았다. 김남준이 주문을 하는 사이 가만히 있기 민망해 물컵에 물을 따랐다. 하나를 김남준 앞에 두니 고맙다고 말하며 씩 웃는다. 참, 김남준을 막 만났을 때만해도 온 세상이 정신없을 정도로 큰일이 난 것 같았는데, 지금은 또 안정이 되니 아이러니 했다. 그러다가 지금, 또, 어색해졌다.

 

"왜 요새 나 피했어요?"

 

 고개를 붕붕 저었다. 사실 피한 건 맞는데 그렇다고 여기서 고개를 끄덕이거나 뭐라 말을 할 수 있을리가 없으니까. 김남준이 턱을 괸 채 눈을 가늘게 떠 나를 바라보다가 이내 가볍게 웃었다. 아니라면 됐어요. 나는 또 내가 무슨 잘못을 했나 싶어서 걱정했거든요. 오늘도 거절했으면 형 끝까지 따라가서 잘못했다고 빌었을지도 몰라. 분명 농담인 말일텐데 쉽게 웃을 수 없었다. 그 사이 지내본 결과, 김남준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섭섭해하지 않아?"

"누가요?"

"여친."

"형, 여친 생겼…, 잠깐. 나요? 나? 나? 여친, 무슨, 아, 형, 설마, 그, 소문 알고 있었어요?"

 

 갑자기 테이블을 쾅 내리쳐서 깜짝 놀랐다. 물론 어깨를 살짝 떤 것 외에는 어떠한 티도 나지 않았을 테지만. 그나저나 저 손은 안 아픈가. 무언가에 패닉에 빠진 듯 어떻게 알았지? 어떻게? 아, 진짜 왜 그런. 뭐지? 왜? 이런 말을 중얼거리는 김남준을 바라보고 있는데 음식이 나왔다. 종업원이 딸려나온 야채 적당량을 덜어 가위로 자른 뒤 육수에 넣고 떠날 때까지 김남준은 한 손으로 입가를 가린 채 심각하게 고민에 빠져있었다. 왜 저러는걸까, 쟤는. 느릿하게 눈만 깜박였다. 그나마 말을 계속 하던 김남준의 목소리가 사라지자마자 이 테이블에 남은 건 오로지 육수가 끓여지는 소리뿐이었다.

 이제 좀 익었을까, 싶어서 고기를 들어 같이 넣는데 김남준이 물을 한 잔 들이킨 이후에 내게 말을 걸어왔다. 아니에요. 대뜸 뭐가 아니라는거지. 고기 넣는 거 맞는데. 집게를 든 그대로 고개를 들어 김남준을 바라보는데 김남준이 손을 뻗어 내 손에서 집게를 가져갔다. 손이 닿은 순간 놀라서 얼른 내 손을 물렸다.

 

"소문, 그거 진짜 아니에요. 나 여친 없어요."

"…?"

"아, 그거 소문 저도 늦게 알아가지고 아니라고 그렇게 말하고 다녔는데, 예술관까지 소문이 퍼진거예요? 아니 무슨 상경대 소문이 거기까지 가."

"아니야?"

"아니에요. 저 좋아하는 사람 따로 있어요."

 

 소문이 진짜가 아니라는 것에 기뻤다가, 마지막 말에 다시 기분이 훅 가라앉았다. 천당과 지옥을 심장이 지 멋대로 오락가락하고 있었다. 손 끝을 말아쥐어 바짓단을 꾸욱 그러쥐었다. 그렇지 않으면 여기 못 앉아있을 것 같았다. 긍정적으로 생각해볼까. 김남준이 솔로라는 것에. 부정적으로 생각해볼까. 어차피 그래봤자 저렇게 매너가 몸에 밴, 누가봐도 매력적인 남자를 어떤 누구가 거절을 할까. 이러나 저러나, 내 감정이 이루어질 일이 없다는 게 현실이었다. 아. 부정적인 생각에 정착해버렸다.

 

"근데, 왜 여기 왔어?"

"여기 별로에요? 형, 지난 번에 여기서 먹을 때 엄청 잘 먹었잖아요. 맛있다는 듯이."

"내가?"

"네. 그래서 저는 형 여기 좋아하는 줄 알고 오자고 한건데. 아니에요?"

 

 고개를 저었다. 내 생각을 해서 이 곳으로 왔다고 생각하니 지옥을 뚫어 저 바닥까지 내려갔던 심장과 기분이 다시 뭉글뭉글 구름을 타고 올라가는 기분이 들었다. 맞아. 좋아해. 작게 중얼거렸다. 김남준이 다행이라는 듯이 씩 웃고는 그런 소문이 계속 돌고 있다니 말도 안 된다며 손사래를 치고는 이제 다 익은 것 같다며 내 앞접시를 가져가 음식을 덜어 건네주었다. 야채 별로인데 이렇게 먹으니까 맛있네요. 저도 여기 좋아질 것 같아요. 씩 웃는 얼굴은 언제나 그랬듯이 상냥하고, 부드럽고, 생기가 넘쳤다. 깊게 패인 보조개가 예뻤다. 맞다. 나는 너를 좋아한다. 아주 많이.

 

"혹시 형. 그 소문때문에 나 피해다닌거예요?"

"아니겠지? 아, 모르겠네."

"못 들은 걸로 해주세요. 어, 형. 이거 형이 좋아하는 거."

 

 김남준과 있으면 내가 하얀 캔버스가 된 기분이었다. 김남준이 덧그리는 색에 내 온 몸이 물들여졌다.

 

"윤기 형. 내가 이러는 거 귀찮은 거 아니죠?"

 

 김남준은 그 이후로 이따금씩 이상한 질문을 해왔다. 절대 그럴리가 없는 질문들을 던져 내 반응을 확인하는 듯 했다. 그럴 때마다 김남준의 눈은 정말 사소한 내 입꼬리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에 불타올라서, 가끔은 그 얼굴이 당혹스럽기도, 꽤 귀엽기도 했다. 김남준이라면 기꺼이 미끼라는 걸 알면서도 물 의향이 충분했다. 나는 충분히 그가 원하는, 그리고 내가 원하는 답을 해주었다. 해봤자, 대부분은 고개짓이긴 했지만.

 작업실에 있는 김남준의 얼굴은 완성 직전이었다. 계속 무언가 부족한 기분이 들기도 했고, 밀린 과제가 많아 미루다보니 완성이 아득해졌다. 그래도 매일 김남준의 얼굴을 보는 탓에 그림의 생기는 더해졌다. 보는 눈은 까다로운 태형이가 칭찬을 했을 정도로. 캔버스의 김남준은, 가장 환하게 웃고 있었다. 이걸 다 완성하고 나면, 집으로 가져가야지. 가서 매일 바라봐야지. 이거, 변태같으려나.

 

'형. 김남준을 진짜 좋아하기는 한가봐요. 여기에 형의 감정이 넘쳐흘러요.'

 

 김태형은 왜 쓸데없는 말을 덧붙이는 걸까. 그때의 말이 문득 떠올라 손을 들어 손부채질을 하는데 다른 쪽에서도 옅은 바람이 느껴졌다. 고개를 살짝 돌리니 김남준이 웃으며 아예 들고 있던 얇은 파일철로 내 얼굴에 바람을 보내주었다. 더워요?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슴 깊숙히까지 더웠다.

 

'형. 이쪽으로 걸어요.'

 

 이상한 질문과 덧붙여 꼭 따라오는 것이 있다면 김남준의 이상한 행동들이었다. 가끔 술을 마셨는지 느릿한 어투와 잠긴 목소리로 내게 전화를 걸어온다던지, 참 뜬금없을 시간에 뜬금없는 카톡을 보낸다던지, 가끔은 날 귀한 것을 다루는 것처럼 조심스러워진다던지. 인도 안쪽으로 자연스럽게 날 이끄는 김남준을 보면서 나는 여자가 아니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알아요. 그래도 이게 내 마음이 편해서 그래요. 혹시 기분 나빴어요?'

 

 부드럽게 웃으며 내 어깨를 쥐고 애교를 부리듯이 살살 주무르는 손길에 나는 결국 고개를 저을 수 밖에 없었다. 너는, 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잘해줘?

 

'왜 그렇게 봐요? 네? 아, 원래 이렇게 친절하냐고요? 부끄럽네. 형이 저 그렇게 매너있는 사람으로 봐줘서.'

 

 장난스럽게 웃는 얼굴이 귀여워 손을 들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하고도 놀라서 손을 금방 뗐는데 김남준이 내 손목을 그러쥐고 손바닥에 다시 머리를 기대어왔다. 더 칭찬해줘요. 장난기 가득한 눈길에 나는 조용히 머리를 마저 쓰다듬어주었다. 스프레이라도 뿌렸는지 빳빳한 머리칼이 느껴져 모양새가 망가지지 않도록 조심했었다. 손 끝이 너무 떨리는 것도 들키지 않으려고 조심했었다.

 

'형. 형이 생각하는 나는 어떤 사람이에요? 아,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저 심리학 교양 듣는데 가까운 사람에게 꼭 물어서 자신을 분석해오라잖아요. 뭐, 타인의 시선 속 나인가 뭔가.'

 

 한 번은 과제때문에 김남준이 내게 이런 질문을 해온 적이 있었다. 가까운 사람. 그 단어의 울타리에 내가 그려진다는 게 기뻤지만 씁쓸했다. 그래도 우선 답을 생각하느라 그런 감정들은 밀어넣고 천천히 입술을 움직였다. 너는, 누구보다 싱그럽고, 누구보다 자상하며 예쁘고, 남자답고, 좋고…, 또, 좋아서 가슴 떨리게 만드는 사람.

 

'다정하고, 친절하고? 착하다? 아, 형이 너무 나 좋게 봐주는 것 같네요. 형, 그게 끝?'

 

 하지만 이 생각을 다 말할 수 있을리가. 앞부분만 조금 걸러 말했더니 김남준이 재차 물어왔다. 무언의 기대를 담은 얼굴이 제일 대하기 힘들다. 내게 무슨 답을 바라는걸까. 입을 꾹 다물고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나보다. 김남준이 억지로 생각하지 말라며 손을 뻗어 내 미간을 문질러주었다. 그 뒤에 내가 손을 들어 눈썹 사이를 문질렀다. 김남준이 그 부분만 빨개졌다면서 웃었다. 너는 웃는 게 예쁜 사람이기도 하다. 역시나 이 또한 말하지 못 했었다.  

 그 뒤로 김남준은 자주 나에게 물었다. 형. 나는 어떤 사람이에요? 그 과제는 시간이 지남에 따른 변화도 적어야 되는건가. 나는 속으로 의문을 표하면서도 항상 그저 그런, 비슷한 대답을 내놓았다. 이상하게 횟수가 반복될수록, 질문의 빈도는 띄엄띄엄 멀어졌으며, 이상하게 김남준은 내 대답이 끝나면 어느샌가 조금 씁쓸한 얼굴을 했다. 나는 그 것을 이해하지 못 했다. 너무 똑같은 대답만 해서 그런가.

 침대에 누워 얼마전에 완성되어 가져온 화사하게 웃고 있는 김남준이 그려진 내 그림을 바라보며 한참을 고민했다. 태형이한테 물어볼까. 이건 무슨 경우냐고. 그나저나 저거 내가 봐도 참 잘 그렸단말이지. 원래 김남준 웃음은, 저것보다는 더 환하고, 부드럽고, 깊고, 예쁘지만. 나중에 짝사랑을 접을 즈음에는, 저 그림을 김남준에게 선물해주고 졸업이나 해야겠다. 가지고 있어봤자, 그때가 되면 아프기만 할 것 같으니까. 핸드폰을 들어올렸다. 그러니까 결론은 김태형한테 물어보는 걸로….

 

[윤기 형.]

 

 억, 씨, 놀래라.

 

[나 편의점인데 나올래요? 삼김 쏜다.]

[심심하니까 놀아주러 나와주세요.]

[형이 절실하다.]

 

 서늘한 저녁이었다. 아니, 밤이었다. 손바닥을 덮을 정도의 널널한 긴 후드티와 긴 바지를 챙겨입고 내 집에서 가장 가까운 정류장 근처의 편의점으로 향했다. 김남준은 날 편의점으로 부르면 항상 여기서 기다렸다. 문을 열자 짤랑이는 종소리가 울리면서 알바생의 목소리가 울렸다. 삐죽 튀어나온 김남준의 뒷통수가 음료수 코너 쪽에 보였다. 다가가서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김남준이 뒤를 돌더니 싱그럽게 웃었다. 그런데 볼과 귀가 조금 붉어보였다. 그리고 옅게 술집 특유의 기름진 냄새가 났다.

 

"술."

"네. 조금 마셨어요. 술냄새 나요?"

 

 고개를 저었다. 김남준이 다행이라는 듯 웃었다. 뭐 하나 마실 거 사준다고 하길래 나는 꿀물과 내가 마실 가벼운 음료수 하나를 사 계산했다. 김남준에게 꿀물을 건네자 김남준이 얼떨떨하게 있다가 이내 웃으며 받아들었다. 고마워요, 윤기 형. 고개를 끄덕였다.

 

"윤기 형."

 

 나보고 왜 나오라고 한 건지 모를 정도로 김남준은 묵묵히 나를 집으로 데려다주고 있었다. 얼마전에 알아낸 바로는, 김남준은 편의점 근처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몇 정류장을 더 가야했다. 어느 쪽인지는 몰랐으나 내 집으로 가려면 김남준은 안 와도 되는 길을 걷는 것이다. 얘는 진짜 왜 이렇게 나에게 잘해주는 걸까?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김남준이 날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해 몇 걸음을 더 앞서간 뒤에야 걸음을 멈췄다. 김남준의 표정이 무거웠다. 어두운 것이 아닌, 긴장을 한 듯 보이는 얼굴이었다.

 

"나는 형한테 자상하고, 친절하고, 착한, 동생. 이것말고는 더 없는 거예요?"

"…."

"윤기 형. 내가 형에게 왜 잘해준다고 생각해요?'

"그야, 네가…, 착하니까."

"나는 정말 형에게 착하기만 한 동생이에요?"

 

 무슨, 말을 원하는거지. 나는 무슨 말을 해야하는거지. 무슨 말을 해야, 김남준의 얼굴 위에 뜬 저 감정을 사라지게 할 수 있을까. 너는 착하기만 한 사람이 아니다. 내게는 고작 그런 말로 정의될 사람이 아니었다. 김남준은 잠시 나와 눈을 마주치다가 내가 입술을 달싹이는 것을 바라만 보다가 마른 세수를 하더니 이내 가볍게 웃었다. 가볍게. 실소를 뱉어내었다.

 

"술 취해서 이게 무슨 꼬장이야. 형, 들어가요. 대뜸 불러서 미안해요."

"…."

"형도, 나한테 너무 잘해주지 마요. 부른다고 이렇게 나와주면, 괜히 기대하잖아."

"…."

 

 무슨 기대? 무슨 말이야? 뭘 기대해, 네가? 그 말 의미는 뭔데? 왜, 왜. 말해줘. 김남준. 남준아.

 

"자만했네요. 난 역시, 아직도 형을 모르겠어요. 헛소리는 여기까지 하고, 갈게요."

 

 김남준은 힘없이 웃더니 머리를 헝클이며 잠시 쭈그려 앉았다가 천천히 일어났다. 어두운 골목길, 짙은 밤빛하늘, 주황빛 가로등. 그 사이에 김남준이 있었다. 김남준은 손에 따지도 않은 꿀물을 흔들어 보이며 잘 마시겠다고 했다. 그리고 등을 돌렸다. 걸어갔다. 거리가 점점 멀어졌다. 말해, 말해야 하는데. 물어봐야 하는데. 그러니까, 무슨 말을. 어떤 말이라도.

 말해라. 제발. 움직여. 움직여줘. 꺼내서 알려줘야 해, 내 마음, 내 감정. 움직여라. 보여줘야 한다. 너 때문에 내가 어떤 그림을 품은 캔버스가 되었는지. 네가, 나에게 어떤 색을 입혀놓았는지. 네가 나에게, 어떤 사람인지.

 

"좋아해."

 

 억눌린 목소리를 억지로 낸 것이라 볼품없이 갈라졌다. 아, 최악이다. 김남준의 걸음이 멈췄다. 김남준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놀란 얼굴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아, 이 말을 하면 안 됐었는데. 이 말을, 이게, 아니, 왜, 지금. 나는, 원래….

 

"형? 방금, 뭐라고 한 거예요?"

 

 미쳤었나보다, 내가. 술을 마신 건 김남준인데 취한 것은 나였나보다. 손에 쥐고 있던 음료수 캔까지 버리고 나는 뒤로 돌아 그대로 내 집으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편하게 꺾어신었던 신발이 귀찮게 덜그럭거려 속도는 더뎠다. 조금 숨이 차올랐을 때 누군가 내 팔뚝을 세게 그러쥐어 멈추게 만들었다. 몸이 크게 휘청였다. 그 짧은 사이에 차오른 숨을 고르면서 고개를 홱 돌렸다. 김남준이 보였다. 혹여 내가 또 달려나갈까, 팔뚝을 쥔 손이 억셌다.

 

"나, 놔줘. 잠시. 남준아. 나."

"윤기 형."

 

 팔뚝이 얼마나 억세게 잡혔는지 아릿하게 아픔이 올라왔지만 나는 몰랐었다. 그저 비틀거리는 와중에도 김남준의 손을 떼어내려 팔을 비틀었다. 김남준은 아예 두 손으로 내 어깨를 잡고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차마 그 얼굴을 바라볼 낯이 없어 고개를 푹 숙인 채 김남준의 팔과 가슴팍 등을 마구잡이로 밀어내었다. 놔달라고 몇 번이나 중얼거린 것 같다. 김남준이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형, 나 지금 형 얼굴 보고 싶어요. 나 봐요. 봐줘요, 윤기 형.

 김남준의 애원에 가까운 목소리에 나는 천천히 꾹 감았던 눈을 뜨고 느리게 고개를 들어올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심장이 터져 죽을 것 같았다. 사실 내 앞의 김남준도 제대로 보이지 않을만큼 온 세상이 어지러웠다. 심장이 뛰는 소리가 너무 큰데,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데, 그 것도 모르겠다, 잘. 나는, 그러니까.

 

"윤기 형."

 

 김남준과 눈을 마주쳤다. 아, 너. 김남준, 너….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다만, 김남준의 얼굴을 바라볼 뿐이었다. 믿을 수가 없는 일이 지금 일어나고 있었다. 그렇지만 너무 선명해서 계속 나에게 알려주었다. 심장이 더 터질 듯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김남준의 얼굴 위로 떠오른 감정이, 나와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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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코카콜라
7년 전
독자2
새벽에 글 감사합니다...! 하지만 지금 제정신이 아니라 내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읽을게요... 죄송해요ㅜ 미리 잘 읽을게요!
7년 전
독자3
하ㅏ아아아ㅏㅏㅏ......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신알신 울리자마자 달려왔어요 한 장면 한 장면 머릿속에 그리느라 겁나 오래 읽었네요 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남준아 윤기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좋아서 언어로 표현이 안 돼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7년 전
독자4
1102 저 지금 울고 있나요. 와, 진짜. 항상 생각하지만 글을 참 잘 쓰십니다. 술술 읽히고, 정말 뭐라고 히죠 이걸... 몰입도도 장난 아니고. 긴 글 읽는 동안 숨을 안 쉰 것 같네요. 잔잔하면서 큰 느낌입니다. 새벽에 수고하셨어요. 얼른 주무시고 좋은 밤 되세요.
7년 전
독자5
어엏... 어어억... 어엏... 허어엏... 어엏... 헣... 잣ㅁ잠ㅁ시만요... 일단,,, 저는 희망찬란이구요... 지금 죽었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저 지금 우주 부수고 싶은데 어떡하죠? 저 아무 말이 안 나오는데요 작가님 지짜 랩슈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저 저 저 지짜 저 이거 지짜 텍파로 내 주시면 안 되나요? ㅜ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 저 진짜... 저... 남준이도 윤기도 너무 설레서 죽었어요... 저... 심장 아픈데 어떡하죠... 저,,, 침착하고 감상문 쓰고 싶은데 침착이가 안 돼요... 저 덧글 쓰다가 끊기면 죽은 거로 알아주세요... (아무도 모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 진짜 얼굴 위 감정 상편 나왔을 때도 와 이건 진짜 인생 글이 되겠다! 싶었는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네요... 작가님 글이 우주에서 제일 예쁘구 글에 나온 말 그대로 흰 캔버스에 물감이 이케 저케 덕지덕지 묻히는 기분이에요. 너무... 너무... 아,,, (죽음) ㅠㅠㅠ 제가 진짜 지금 아무말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제 마음만은 작가님께 곧이곧대로 전해졌으리라 (저 혼자)믿습니다... 왜냐하면 저 지금 영혼이 되었거든요... 감사합니다 작가님 진짜 작가님 덕에 행복합니다 ㅠㅠㅠㅠㅠ 행복하세요 ㅠㅠㅠㅠㅠㅠ ♥
7년 전
독자7
아이고 써 놓고 보니까 진짜 저렇게 길 줄이야 진짜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반이 앓는 글이에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번창하세요 작가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앞으로도 랩슈 매니매니 써 주세요 ㅠㅠㅠ
7년 전
독자6
930309
7년 전
독자9
아, 대박.... 역시 새벽에 안 자고 기다리길 잘한 보람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아, 오늘도 랩슈에 거하게 치이고 가는 것 같아요...(먼 산) 얼굴 위의 감정이 드러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설레는 소재라고 생각했어요. 윤기의 옆에서 늘, 늘 남준이가 윤기를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윤기의 몸짓, 보이지 않는 표정에서 모든 걸 읽는다는 게 너무 대단한 것 같아요 ㅠㅁㅠ...♥ 간밤에 되게 설렜고 그냥 평범하게 나눌 수 있는 대화인데도 불구하고 설레는 건, 넘나 좋은 게 아니겠습니다 ^ㅁ^... 오늘도 이렇게 좋은 글 써 주셔서 감사하고, 늘 좋은 글 감사드려요 작가님 ㅠㅠㅠㅠ 제가 진짜 많이 좋아하고 있고, 늘 여러 번 읽어도 설레는 감정이 유지가 되는 게 대단한 것 같아요. 좋은 글 써 주셔서 다시 한 번 더 감사하고, 앞으로도 이런 글 많이 써 주세용 ♥♥♥♥♥
7년 전
독자8
소년입니다. 얼굴 위로 떠오른 감정이 나와 똑같았다는 대목에서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네요. 늦은 시간, 긴 글이었지만 끝을 보고 나서도 아쉬운 마음이 들 정도로 몰입도가 높은 글이었습니다. 피아노 선율이 귀를 잔잔하게 간지럽히네요. 점점 깊어지는 감정선에 아직도 심장이 뜁니다. 늦은 밤, 좋은 글. 사랑합니다.
7년 전
독자10
또비또비
와..작가님..역시..믿고보는 작가님글...오늘도 역시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좋아요ㅠㅠ
분위기 완전 취격탕탕이고요ㅠㅠ 막 뭔가 작가님글을 볼때면 그 상황에 있는 것처럼 몰입해서 읽게되는 것같아요 ㅠㅠ 막 몽글몽글하고ㅠㅠㅠㅠㅠ 진짜 ㅜㅠㅠㅠ 작가님 넘나 애정합니다 진짜루 ㅠㅠ
오늘도 너무너무 잘읽고 가네요 ㅠㅠ 항상 감사드려요 ㅠㅠ

7년 전
독자11
감자입니다! 대박적인거같아요ㅠㅠㅠ 브금이랑도 너무 잘어울리고 제가 윤기가 아닌데 왜 윤기에 저를 대입하는거죠? 이게 빙의글은 아닌데...!! 어흐엉ㅇ엉 남준이 넘나 설레는ㅠㅠㅠㅠ
7년 전
독자12
아 세상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랩슈에 정말 잘 어울리는 소재인 거 같아요ㅠㅠㅠㅠ 징차... 너무 재밌게 좋게 봤습니다ㅠㅠㅠㅠ 윤기는 고백 할 줄 몰랐는데 윤기가 해냈네요ㅠㅠㅠㅠ 뒷 내용은 상상에 맡기는 건가요??ㅠㅠㅠㅠㅠㅠ 휴ㅠㅠ 어찌됐든 둘이 행쇼 했을거야ㅠㅠㅠㅠ 잘 읽었어요!!!!
7년 전
독자14
[야상] 분명 전혀 슬프지 않은 글인데 저 왜 울컥했을까요ㅠㅠㅠㅠㅠㅠㅠㅠ 나도모르게 울컥해서 울뻔했어요..... 아 진짜 좋게끝나서 너무 다행이네요ㅠㅠㅠ 오늘도 잘 봤어요!
7년 전
비회원22.108
하편을 처음보고 상,중편까지 잘봤습니다! 정말 분위기가 너무..너무 아름다워요 너무몰입해서 숨도 제대로 안쉬고 본것같네요 하편이 끝이여서 아쉬워요ㅠㅠ 번외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7년 전
독자15

7년 전
독자16
안녕하세요 델돌이에요. 진짜 쉬지도 않고 흠뻑 빠져들어 정신없이 읽어내렸는데 딱 울 것 같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아요. 분명 슬프고 애달픈 이야기도 아닌데 작가님의 랩슈가 경이로울 정도로 예쁘고 아름다워서ㅠㅠㅠ 윤기가 말이 아닌 얼굴 위 표정으로만 남준이의 감정을 눈치챈다는 게 넘 눈물 나고 감탄스럽네요. 지금까지 남준이의 표정을 얼마나 세심히 관찰했을지 확 와 닿았어요. 남준이는 언제부터 윤기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을까요. 앞으로 서로 예쁘게 사랑할 일 밖에 안 남았겠죠? 표정으로 서로를 알아채는 아이들도 너무 좋지만 이제는 말로 표현해도 이상하지 않을 사이가 됐잖아여.. 그러므로 외전은 어떨까요 작가ㄴㅣㅁ...(현기증) 이 픽션 속으로 들어가 매일 훔쳐보고싶어요. 진짜 황홀할거에요ㅠㅠ 작가님 랩슈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진짜 천재가 아닐까 매번 생각합니다 작가님의 글은 항상 제 마음을 움직이다 못해 왕창 흔들어주시니까요 글 잘읽었어요(하트)
7년 전
독자17
골뱅입니다. 요새 인티를 잘 안 들어와서 이걸 이제야 읽었습니다,,, 아,, 드디어 둘의 감정이 겹치기 시작했어요,, 매번 생각하지만 작가님이 쓰시는 글들의 표현들은 너무 제가 좋아하는 표현들이라 읽을 때마다 숨을 참고 읽는 것 같아요, 오늘도 그렇고 특히 이 글은 윤기가 위태롭게 제 감정을 억누르는 것들이 너무 잘 나타난 주제라 더 좋구요,,, 오늘도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7년 전
비회원88.189
역시 리트리버님 글,..너무 좋아요.. 제가 작가님 사랑 그거 해요...❤️ 이렇게 분량도 낭낭한데 번외 부탁드리는건 너무 실례인가요? 뒷이야기가 너무 궁금한데...,ㅠ 그거 아세요? 같은 IP로 비회원 접속했다고 새벽에 못보고 자서 아침에 눈뜨자마자 들어와서 읽었어요..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으니 꽁망꽁냥 하는 랩슈...써주실순 없을까요,..오늘도 좋은글 감사합니다!
7년 전
독자18
자몽소다예요 이 글은 정말 대박이예요 단편이라 아쉬운데 또 단편인 게 여운을 남기는 것 같아서 좋아요 브금도 정말 잘 어울려요 이건 윤기의 시점에서의 글인데 남준이의 시점도 궁금해요 남준이는 어떻게 생각했을까 어떤 마음이었을까 윤기의 생각을 보면서 궁금했어요 오늘도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해요
7년 전
독자19
뜌입니다ㅠㅠ 대박ㅠㅠ 작가님 역시 금손ㅠㅠ 표현이 진짜 절절하니 너무 좋아요ㅠㅠ 특히 작가님 남준이 얼굴에 떠오른 감정이 나랑 똑같다는 마지막 문장 진짜 읽고 소름 돋을 만큼 좋았어요ㅠㅠ 윤기 행복해져라❤ 헤 작가님두❤ 이번편도 잘 읽고가요! 작가님 가끔 써주시는 우리 랩슈 단편들 너무 주옥같고 좋아요ㅠㅠ 항상 글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7년 전
독자20
딸기빙수입니다 작가님 왤케 설래는방법잘아시지..?? 많이볼수있는내용인데 작가님만의 특별함이 담겨있는거같아요ㅜㅜ이래서 작가님애정합니다ㅜㅜㅜ 오늘도 잘읽고갑니다ㅜ사랑합니댜❤️
7년 전
독자21
초코에몽입니다 미쳤네 미쳤어 으아아애아아아아아 설렘사 사앙
7년 전
독자22
합격입니다ㅜㅜㅜㅜㅜㅜㅜㅜㅜ
정말 이 글도 진짜 합격이네여ㅜㅜ 제 맘 1번 글로 합격ㅜㅠㅠㅜㅜㅜㅜㅜ아 마지막 문단만 한 10번은 읽은 것 같아요... 비젬이랑도 너무 잘 어울리고 윤기도 남준이도 너무 귀여워... 사랑스러운 글이네요ㅠㅠ

7년 전
독자23
슈랩슈 입니다
헐 ㅜㅜㅜ 아 대박적 ㅜㅜ 어떻게 이런 글을 쓰실 수 있는거죠?ㅜㅜㅜ 윤기바보ㅠㅠ 남준이가 완전 티 내는데!!! 아 너무 사랑스러운 글이에요 작가님 옆에서 그 다음에 어떻게 됐는지 계속 듣고 싶은 심정입니다 대리만족이에요ㅠㅠㅠ 넘나 달달한것 사랑합니다 작가니무ㅜ

7년 전
독자24
흐어규ㅠㅠㅠㅠ 너무 설레는 글이였어요ㅠㅠㅠ 님준이의 이런 모습 너무 좋습니다ㅠㅠㅠ 윤기도 너무 귀엽고ㅠㅠㅠ 사랑해요 자까니뮤ㅠ
7년 전
비회원72.51
아....슙슙이에요....아.....이 ㄹ얼마나 가슴떨리고 긴박한지 그만 뛰어 심장아!!제가 다 설레고 속이 울렁울렁하네요....으어어유ㅠㅠㅠㅠㅠㅠㅠ
7년 전
독자25
누누슈아
이런 미묘한 감정선도 캐치해내시는 작가님의 필력에 박수를...!!!!
제 사랑을 받으시와요..♥

7년 전
비회원142.48
[달리]
이 글에도 암호닉 신청 가능한가요?
이 글은 진짜..... 뭐라고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지만 진짜 진짜 짱이에요... 한 글자도 놓치기 싫어서 엄청 느리게 읽었어요 진짜 너무 좋아요ㅠㅠ

7년 전
독자26
캐서린이에요!!!!!!!!아ㅈ정말 쓰차였는데 댓글 쓰고 싶어 죽는줄 알았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글 분량에 놀랐고 마지막에 좋아해 하는순간 제 마음도 진짜 막 울렁거렸다고 해야되나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 모르겠는데 진짜 벅찼다고 해야되나 제가 마치 윤기나 남준이가 된 느낌이었어요ㅠㅠㅠ 이런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7년 전
독자27
허어어어어어어어어어앙너무죻아유우ㅏㅏ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7년 전
독자28
잘 읽었어요 글 너무 좋아요
7년 전
독자29
우어어어엉 작가님처럼 이렇게 잘 표현하는 딕가님도 없을꺼예요!ㅜㅜㅜ 완전 잘됐다ㅜㅜㅜㅜ 남준아 박력있게!!! 진짜 너무 좋다 항상 작가님 글만 읽고나면 뭔가모를 설명하기힘든 좋음이 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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