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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경수] 첫사랑


w. 펄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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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경수의 이야기-

네가 왔다는 소식에 어머니를 붙잡고 부탁드렸다. 저도 같이 인사할래요. 라고 하자 어머니께서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어오신다.
정말 괜찮겠어? 하는 말에 네, 준비할게요. 라는 말로 어머니를 먼저 내려가시게 했다. 네가 왔다는 소식을 들은 그 순간부터 아팠던 몸이
씻은 듯 나은 것만 같았다. 서둘러 땀범벅인 몸을 씻어 내리고 옷을 갈아입고 아래로 내려갔다. 마침 네가 도착한 것 같다는 백현의 말에
서둘러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괜히 긴장되는 마음에 두 손을 맞잡고 어머니의 옆으로 가 섰다.

곧 차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고, 차에서 내리는 네가 보였다.

"…
…."

지금까지 쭉, 내가 상상해오던 것과 매우 다른 얼굴이었다. 어렸을 때의 얼굴이 거의 그대로 남아있는 나와는 달리 너는, 많은 부분이 변해있었다.
통통했던 볼이 홀쭉해져 있었다. 키는, 많이 컸다고 생각했지만 눈짐작으로 대충만 봐도 나보다는 작아 보였다. 그 땐 네가 조금 더 컸었던 것 같은데.
네 손은, 네 손에는 그 때 생겼던 상처들이 아직도 있을까. 달려가 네 손을 잡고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며 그렇게,
네가 나와 어머니가 서 있는 곳으로 다가올 때 까지 떨리는 마음을 안고 서 있었다. 한 걸음, 한 걸음, 네가 가까워 질 때마다 빨라지는 심장이
터질 것 같이 뛰어댔다. 그리고 네가 내 앞으로 다가 온 순간, 네가 내민 손을 잡은 순간, 거짓말처럼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다.
그리고 들리는 너의 목소리.


"오랜만이다, 경수야. 나 기억할까 모르겠다. 사실 나도 잘 기억은 안 나. 그래도 방학동안 같이 지낼 거니까."


기억은 잘 안 난다는, 너의 인사. 지금 우리의 관계를 정의하기에 딱 알맞은 말이었지만, 왠지, 왠지 조금은 서운했다.
웃기지. 조금 전까지만 해도 네가 날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었는데.


"
…. 잘 부탁해."


어떻게 대답을 할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나는 기억난다고 해 볼까, 아는 척을 할까. 그 짧은 시간 동안 수십 개의 선택지를 고민하다가
내린 결론은 무난한 인사였다. 그래, 그냥 잘 부탁해, 그거면 되겠지. 나는 차마 너를 쳐다보지 못하고 잘 부탁한다는 말을 건넸다. 너는 어색하게
웃고만 있었다. 그래,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천천히 다가가자. 어머니와 집안사람들과의 인사를 모두 마치고 에리의 어머니와 삼촌이 돌아가셨다.
어머니께서 에리에게 방은 경수가 알려 줄 거야, 하시곤 수원댁 아주머니와 일이 있다며 나가셨다. 나가기 전 김씨 아저씨께 에리의 가방을
부탁하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는데, 곧 제가 들겠다는 너의 목소리가 함께 들려왔다. 낑낑거리며 캐리어를 들고 계단을 오르는 네가,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걸 들은 건지 올라가던 네가 갑자기 뒤를 고개를 확 돌리더니,


"계단 있는 집 오랜만이라는 게 웃겨?"


라고 한다. 정작 난 듣지도 못했던 너의 말을. 괜히 무안해져 기침을 할 것 처럼 주먹을 말아 입에 대고 큼, 큼, 기침하는 척을 했다.
너도 별 말 없이 마저 계단을 올라갔다. 계단을 다 올라가면 바로 방이 하나 보인다.


"네 방이야."


그리고 옆은 내 방이고. 한마디 덧붙이자 네가 고마워, 하더니 쪼르르 방 안으로 달려 들어간다. 문 밖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데 방 안을
빛나는 눈으로 둘러보다 침대에 달려들어 뒹굴거리는 네가 보인다. 너를 보다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가는데, 눈치를 못 챈듯 너는 여전히 침대에서
굴러다니다가, 내가 창가쪽에 기대자 그제야 나를 발견했는지 헉 하며 몸을 일으켜 세운다. 또, 웃음이 나올 뻔한 걸 참다가 너에게 부탁아닌
부탁을 남기고, 방으로 돌아왔다.


*

그리고, 눈을 떠 보니 보이는 건 창문가에 뜯겨진 커튼, 그리고
…. 너.
너의 동그란 뒤통수가 보였다. 자는 건지 몸이 작게 오르락내리락 거린다.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네 머리를 쓰다듬는데, 네가 깨어난 건지
뒤척이는 게 느껴진다.

"
…."

그리고 꺠어난 너와 눈이 마주쳐버렸다. 너와 눈이 마주치던 순간, 헉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 네가 뒤로 넘어진다.
꽤 큰 소리가 난 건지 1층에서 누군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수원댁 아주머니께서 너를 일으켜세워 주신 뒤 나가신다. 너는 부끄러운 지
가디건 끝자락을 늘려대고만 있다.


"괜찮아?"


요란한 소리도 그렇고, 넘어져 부딪힌 부분이 많이 아팠을 것 같아 조심스레 물어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이 없다.


"괜찮냐구."


자꾸 새어나오려는 웃음을 겨우 참으며 다시 한 번 묻자 그제야 대답을 해 주는 너다.


"아니, 안 괜찮아. 나 지금 진짜 쪽팔려."


붉어진 얼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는 너를 보며 새어나오는 웃음을 어찌할 수 없어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려던 그 때,
내 시야에 들어오는 손바닥. 분명 전 날에는 없던 상처들이었다. 몇몇 상처에는 밴드까지 붙여져 있었다.


"근데 내 손바닥, 이거 왜 이런 거야?"


무슨 일인가 싶어 너에게 물어보니 놀란 듯 너의 눈이 커진다. 새벽에 발작이 있었다고, 기억 안 나냐고.


"아
…. 그랬었어?"


내가 발작을 일으켰다고 했다. 내 기억 속에 없는 나의 발작, 하필이면 네가 처음 온 날.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봐도 내 기억 속에는, 내가 일으켰다는
발작은 없다. 가끔 이렇게 기억에도 없는 발작을 겪곤 하는데 하필 그걸 네가 먼저 봐 버렸다니. 나도 모르게 당황한 목소리가 나와 버렸다.
몇 시 쯤 그랬는지 기억이 나냐고 묻자 급하게 오느라 시간은 못 봤다고 한다. 그런 발작은 보통 새벽 1시에서 2시 사이에 일어나곤 했는데,
낯선 곳에서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나 때문에 자다 달려왔을 너를 생각하니 더 미안해졌다. 멍하게 널 보고만 있으니 내가 발작 때문에 걱정한다고
생각했는지 네가 새벽 발작, 별 거 아니래. 라며 간호사선생님께 들었다는 말을 전한다.
그런 네 말에 불안하던 마음이 바로 안심이 되었다. 이상하게도.

그러다 네가 아, 하며 나를 본다. 뭔가 생각났나 싶어 너를 보니 네가 하는 말은,


"연희 아주머니, 어제 많이 놀라신 거 같던데 한 번 내려가 보는 게 어때?"


우리 어머니를 걱정하는, 너였다. 순간 머리를 뭔가로 맞은 듯 멍한 느낌이 들었다. 너는 내 생각보다 더 많이 나를, 우리 가족을 배려해주고 있구나.
다시 만난 지 겨우 이틀밖에 되지 않았지만 우리가 생각보다 많이 가까워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너의 말에 정신이 들어 몸을 급하게 움직이려다
발을 헛디뎠다. 넘어질뻔 한 나를 네가 다시 잡아 일으켜 세워준다. 천천히 해, 라고 하면서.
고마워, 너에게 웃어 보이며 욕실로 들어왔다. 따뜻한 물을 틀어 새벽의 흔적들을 씻어냈다. 그리고 또 네 생각을 했다.
나와 어색하게 인사를 하던 너, 내 곁을 지켜줬던 너를.

대충 준비를 마치고 어머니의 방으로 내려갔다. 두어 번 노크를 해도 들려오는 대답이 없어 들어갈게요, 하고 문을 열었는데 어머니가 주무시고 계셨다.
머리맡엔 다 마신듯 한 티포트와 찻잔이 있었다. 저것만 치우자, 는 생각으로 티포트와 찻잔을 근처에 보이는 쟁반에 받쳐 나가려고 하는 순간
어머니가 깨셨는지 잠에서 덜 깨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
…. 경수니?"

"어머니."


더 주무세요, 다음에 얘기해도 돼요. 아니야, 여기 와서 앉으렴. 어머니께선 다음에 이야기해도 괜찮다는 내 말에 아니라며 나가려던 나를 붙잡으셨다.
그러고는 나를 옆에 앉히고 껴안아 오신다. 발작이 있던 날이면 의식처럼 행했던 포옹이다. 어머니의 마음을 잘 알았기에,
나를 안아오는 어머니의 작은 등을 함께 껴안았다.

"어제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
…. 죄송해요."

"죄송하긴, 네가
….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것도 아닌데."

그리고 에리가 어제 많은 도움이 됐어, 하고 덧붙이신다.

"에리가 어떻게
…. 요?"

"정 선생님이 조금만 늦게 발견했으면 위험했을 거라고 하더라. 에리가 빨리 발견해서 연락 해 준 덕분에 고비는 넘겼다고."

너를 칭찬하는 어머니의 말이 이어진다.
" 그 새벽에 나한테 전화를 해서는, 너 이상하다고. 그래서 바로 정 선생님 깨워서 같이 올라갔지.
글쎄 에리가 어디서 수건을 가져왔는지 네 땀도 닦아주고, 커튼도 한 쪽으로 치워두고, 네 잠옷 단추도 조금 풀어서 느슨하게 해놓고.
여하튼 도움이 많이 됐다고 정 선생님이 칭찬 하더라구. 그러니까 경수야, 에리랑 잘 지내봐."

"네?"

"누가 아니, 에리랑 너랑 잘 될지. 엄마는 무조건 찬성이다."

아들, 엄마는 아들 믿어. 하며 내 등을 어루만지는 어머니의 손길에 적잖이 당황한 눈빛을 보내자 어머니는 재밌다는 듯 깔깔 웃으신다.
엄마 진심이야, 얘. 그만 밥 먹으러 가자.

어머니에게 이끌려 식당에 들어왔다. 자연스럽게 어머니의 옆에 앉으려던 나를 어머니께서 밀어내신다. 오늘은 네가 내 앞에 앉아라, 경수야.
네? 하고 묻자 여기는 에리 자리야. 하시며 나를 맞은 편 자리로 보내신다. 결국 어머니의 맞은편 자리에 앉는데, 멀리서 함께 오고 있는
너와 백현이의 모습이 보인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왜 둘이 같이?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백현이 특유의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너와 이야기를 하며 들어온다. 어머니와 너의 대화가 들렸지만 부러 네 쪽을 신경쓰지 않으려 애썼다.
내 옆에 앉아 자꾸 나를 건드리는 백현의 손을 뿌리치는데 어느새 다 먹은 건지 급하게 그릇을 정리하고 올라가는 네가 보인다.
백현이 내 허벅지를 건들이던 손을 어깨로 옮긴다. 하지 마, 나도 모르게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나왔다. 백현이 당황한 듯 장난치던 손을 얌전히 내린다.

방에 들어가려는데, 열려있는 네 방 안이 보였다. 슬쩍 보니 그새 자고 있는 듯 했다. 전날 잠도 못 잤을 텐데, 편하게 잠이 들길 바라며 얼마 되지
않는 거리임에도 발소리를 죽여 조심조심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어제 네가 건네 준 핸드폰을 찾아 손에 쥐었다.
저장되어 있는 번호는 3개였다. 어머니의 번호, 너의 번호, 그리고 백현의 번호.
사실 핸드폰을 받자마자 외우고 있던 백현의 번호를 꾹꾹 눌러 전화를 걸었더랬다. 모르는 번호라 전화를 받지 않는 듯한 백현에게
네가 알려 준 대로 문자 메시지를 보냈더니 바로 답장이 왔다.

[대박! 도경수 핸드폰 진짜야?]

그리고 바로 내 번호를 알려줬다. 끝자리 네 생일이네, 하는 백현의 메시지를 보고 메신저를 써 볼까 하고 어플을 켰는데,
이메일 아이디를 입력하라고 한다. 이메일은 써본 적이 없어서 아이디가 없는데
…. 한참을 고민하다 네가 깨어나면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핸드폰을 다시 넣어뒀다.

그리고 미처 다 읽지 못한 책을 읽고 있는데 어디선가 네 목소리인 듯 아닌 듯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루 종일 조용한 공간에 있다 보니 자연히 작은 소리 하나에도 신경이 많이 쓰이는 편이었다.
아마도 내 방과 붙어있는 네 방 화장실에서 나는 소리인 것 같아 서랍에 넣어뒀던 핸드폰을 꺼내 손에 쥐고 걸음을 재촉했다.
아니나다를까, 네 방으로 갔더니 화장실 문이 열려 있고 안에서 네 목소리가 들려온다. 욱, 하는 헛구역질 소리.
어쩐지 아까 밥을 급하게 먹는 듯 하더니 결국 체했나.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네가 놀란 눈으로 날 본다.


"무슨, 무슨 일 있어?"

"그건 내가 물어봐야 할 것 같은데."


오히려 나에게 물어오는 너를 일으켜 세웠다.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다. 식은땀이 맺힌 이마에 손바닥을 대 보니 열이 좀 있는 것 같았다.


"왜 변기 앞에 그러고 있어? 토 하고 싶어?"

네가 손가락을 입 안에 넣으려다 감추는 걸 이미 봐 버렸다. 물어보자 네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 순간, 다시 네가 헛구역질을 하며 다시 변기 앞에 쪼그려 앉는다. 앉자마자 네가 속에 있던 것들을 게워내기 시작한다.
어떡하지, 나가야하나, 얼마간 생각을 하다가 그냥 네 옆에 쪼그려 앉았다. 전날 밤, 네가 내 옆을 지켜 준 것처럼, 나도.
내 기척이 느껴졌는지 정신없이 속을 게워내던 네가 갑자기 휴지를 뜯어 입을 닦더니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으, 경수야. 가."


가라는 말을 하는 너에게 고개를 저어보였다. 그냥 말없이 네 옆에 앉아 네 등을 토닥이고, 쓸어내리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너도 그런 나에게 더 이상 가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네 속이 편안해질 때 까지, 그렇게 , 계속 네 옆에 있었다.

이윽고 네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운다. 화장실 안에 어느새 가득 차 버린 냄새에 나도 모르게 표정이 안 좋아졌나보다.
네가 괜찮아? 하더니 내 등을 토닥인다. 괜찮아, 힘겹게 말했다. 곧 네가 씻겠다며 나를 밖으로 밀어낸다. 문이 닫히자마자
바로 보이는 네 침대로 빠르게 가 앉았다. 조금씩 삼키고 있던 숨을 몰아서 내뱉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네가 화장실에서 나온다.


"그러게 나가있으라고 할 때 말 듣지."


조용히 나무라는 네 목소리에 대답했다. 그래도 너 힘들어하는데, 어떻게 모른 척을 해. 하고 말하자 미안하다고 하는 너다.

그리고 네 도움으로 이메일 아이디를 만들고 드디어 메신저 어플에 로그인했다. 로그인 하자마자 한 일은 너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일이었다.


[박에리]


컴퓨터 자판과 달리 핸드폰 자판은 작아서 그런가, 양 손으로 잡고 글자를 쓰기엔 편했다. 아까 나에게 컴퓨터 쓰는 법을 알려주던 네가
타자를 처음 쳐 보는 내 모습을 보며 웃던 게 생각났다. 백현이도 컴퓨터 있는 거 같던데, 배워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ㅇㅇ 나 에리야]


바로 울리는 알람에 입가에 미소가 떠오른다. 대화 방도 나가지 않은 채 네 메시지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나다.
 

[이렇게 하는 거 맞아?]

[응 맞아]

[경수야 너 그거 알아?]


뜬금없이 뭔가를 아냐며 물어오는 너의 메시지에 궁금증이 생겼다. 밑도 끝도 없이 물어보는 그게 뭘까.


[뭘?]

내가 답장을 하자마자 너에게 오는 답장에 기분이 나빠진다.

[백현이 전화번호]

그걸 왜 나에게 물어보는 거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한편으론 번호를 궁금해 할 정도로 둘이 친해진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직 온 지 이틀밖에 안 됐는데. 그렇게 혼자 둘이 친해졌을 경로를 상상하며 대답을 하지 않고 있는데, 너에게 먼저 메시지가 온다.

[아, 모르면 안 알려줘도]

메시지를 작성하다 말았는지 끝말이 잘려있다. 아마 안 알려줘도 돼, 라고 하려고 했겠지. 괜히 욱 하는 마음에 바로 답장을 보냈다.

[몰라.]

사실 알고 있는데, 당장 알려줄 수도 있는데 왠지 알려주기가 싫었다. 내가 왜 알려줘야 하지. 하는 마음이 꾸역꾸역 올라오고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화 낼 일도 아닐 뿐더러 너에게 화 낼 이유도 없었기에 그저 묘한 감정에 너와 메시지를 주고받은 대화 방만 노려보고
있는데,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온다. 너겠지, 들어와. 라고 하자 바로 문이 열리고 네가 들어온다.


"경수야."

"
…. "

"경수야, 어디 아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너는 그런 나를 잠깐 살피다 내 옆으로 쪼르르 달려온다. 그 모습에 또 웃을 뻔하다, 애써 꾹 눌러 참았다.
곧 네가 내 이마에 손을 대보고, 손을 잡아보며 뭔가를 확인하는 듯 하는 행동을 하더니 나를 가만히 바라본다.
네 시선이 느껴져 다시 메시지들이 떠 있는 대화 방을 보다가, 너를 보다가, 했다.


"아니, 안 아파."


나도 모르게 아까 백현에게 말했던 것처럼 뚱한 목소리가 나왔다. 네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화면이 켜져 있는 내 핸드폰으로 시선을 돌린다.


"경수야, 이 대화 방에 계속 안 있어도 돼. 할 말 없으면 나가있으면 되는데."


아마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해서 설명하려 하는 네 말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툭 말했다. 설마, 내가 그것도 모를까 봐.


"나도 알아, 취소 버튼 누르면 되잖아."


너에게 대꾸하며 대화 방을 나가는 걸 보여줬더니 아니, 난 네가 모르는 줄 알고 알려주려고 온 건데
…. 하는 네 목소리가 들려온다.
안 되겠다, 그냥 물어봐야겠다.


"변백현."

"응?"

"변백현 전화번호는 왜 물어보는데?"


내내 혼자 고민하고 있던 걸 너에게 물어보고야 말았다. 그래도, 계속 참는 건 못 하겠다. 그게 너와 백현이와 관련된 거라면 더더욱.


"아니, 그냥. 우리랑 동갑이라며. 셋이 친해지면 좋잖아, 걔도 핸드폰 있을 거고."


당황한 듯 너는 부채질을 해 가며 물어온다. 셋이라는 말이 왠지 모르게 거슬린다. 너와 백현이는 친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하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가 다시 들어간다.


"그럼 걔한테 직접 물어봐,"


결국 내 대답은 직접 물어봐, 였다. 도저히 순순히 그래, 알려줄게. 하고 알려주고 싶지는 않았다. 갑자기 꼴 보기 싫어진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을 서랍에 넣어버리고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 썼다.


"나가줄래. 졸려서."


사실 하나도 졸리지 않았다. 그래도, 지금 너를 보며 웃을 수는 없었기에 나가달라는 말을 했다.
그러자 너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내가 덮어 쓴 이불을 어깨까지 끌어내려준다.


"그래도 숨은 쉬어야지. 그러고 자면 숨 막힐지도 모른다, 너. 그럼 잘 자."


아무렇지 않게 걱정하듯 말하는 네 친절에 조금 전 까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너에게 퉁명스럽게 대한 내가 괜히 부끄러워졌다.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너를 보냈다.


그리고 나는 끝내 너에게 백현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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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오브미에요! 오늘도 질투하는경수 귀여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7년 전
펄럽
안녕하세요 오브미님! 글 올리자마자 알람이 와서 저도 달려왔습니다 ㅠㅠㅠ 항상 제 글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앞으로 더 귀여운 경수 등장시키도록 ㅋㅋㅋㅋ 노력해 보겠습니다 ㅋㅋㅋㅋ
7년 전
독자2
저 가로세로에요
저도 방금 읽고 왔어요 오늘도 설렜어요♥♥♥♥

7년 전
펄럽
가로세로님 안녕하세요! 암호닉 신청받기 전 댓글에 먼저 암호닉 달아주셨죠 ㅠㅠㅠ 제가 추가해놓는걸 잊었나봐요 죄송합니다 ㅠㅠㅠ 다음화부터
암호닉에 꼭! 추가할게요!!

7년 전
독자7
ㅠㅠㅠㅠㅠ 넵 감사해요
7년 전
독자3
끄앙 경수 ㅜㅜ 아 귀엽네요 ㅋㅋㅋㅋ 경수 어머님두 귀여우시구 경수가 질투하는 거 진짜 설레네요 작가님 감사합니다아
7년 전
펄럽
안녕하세요 독자님!! 독자님ㅅ이 설레해주시고...경수 귀여워해주시고 하는 댓글들 보면 정말 마음이 몽글몽글.. 기부니가 좋아져요 ㅠㅠㅠㅠ 제가 더 감사합니다!!
7년 전
독자4
작가님 저 뉴기에요! 경수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게 경수는 이랬구나 라는게 느껴져서 좋구 백현이때문에 질투하는 경수.. 보기 좋습니당 헤헤 오늘도 좋은 글 감사드려요!♡
7년 전
펄럽
뉴기님 안녕하세요!! 사실 경수시점에서 푸는 이야기는 짤도 안넣구 너무 길어지고 그래서 읽기 불편하시겠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잘 썼다는 생각이 들어요 ㅠㅠㅠㅠㅠㅠ 오늘도 좋은댓글 감사드립니다!!
7년 전
독자5
깨깨입ㄴ당 역시나ㅜㅜ 경수 질투 아아귀여워옄ㅋㅋㄲㅋㅋㅋ항상 글올려주셔서감사해여!ㅎㅎㅎㅎ
7년 전
펄럽
깨깨님 안녕하세요!!! 경수는 항상 귀엽져...( 사심이 가득 담겼습니다 ㅋㅋㅋ 저야말로 항상 이러케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시고 ㅠㅠㅠ 깨깨님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

7년 전
독자6
질투쟁이래요 룰룰~~
경스 질투하는거 너무 순진해보여서....휴

7년 전
펄럽
안녕하세요 독자님! 질투쟁이라고해도 할말없죠 경수는....(( 경수 캐릭터 자체가 순수하고..제목처럼 처음 사랑해보는 아이라서 그래요...♡ 댓글 감사드립니다!!
7년 전
독자8
질투하는 경수 너무 귀여워ㅜㅜㅜㅜㅜㅠㅜㅜㅜ
7년 전
펄럽
큽 ㅠㅠㅠ넘나 기엽죠 ㅠㅠㅠㅠ 경수 질투만 했으면 좋겠네요(?) 댓글 감사드립니다 독자님!
7년 전
독자9
경수 질투하는거 왜이리 귀여워ㅜㅜㅜ경수 어머님도 귀여우신드수ㅜㅜ
7년 전
펄럽
안녕하세요 독자님! 경수ㅋㅋㅋㅋ 귀엽나요..? ㅋㅋㅋㅋ 댓글 감사드립니다!
7년 전
독자10
항상설래요..♡
7년 전
펄럽
안녕하세요 독자님! 설레신다니...! 감사합니다 ㅎㅎㅎ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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