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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은감귤 전체글ll조회 1504l







15




살짝 지어보이는 내 미소에 남우현은 그저 멍하니 나를 바라볼 뿐이다. 내 심장은 또 바보처럼 멍한 그 표정을 보고 두근거리고. 그 설레임이 나는 싫지않고.



-



"김성규씨, 잠깐만."



내가 남우현을 좋아한다고 인지한 뒤부터 나는 나도 모르게 남우현을 피하고 있었나보다. 생각해보니 업무 중에 도착한 남우현의 메신저를 보고도 답하지 않았고, 점심시간에 나에게로 오려는 남우현을 못 본척하며 빠른 걸음으로 성열에게 걸어갔었다. 탕비실에서 믹스커피를 타는 도중에 들어온 남우현을 보고서 그대로 탕비실을 나와버린 것을 생각하면, 확실히 나는 남우현을 피한게 맞나보다. 남우현을 보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를까봐 걱정되고, 떨려서 말을 더듬을까봐 걱정이 되서, 그래서, 그래서 그랬나보다.



조금 굳어진 표정으로 나를 부르고 쌩하니 자리로 가버리는 남우현을 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주변 동료들은 위로를 건네왔지만, 예전처럼 반갑지는 않았다. 남우현 저거 또 혼자 오해하고 뚱해져있을 모습이 눈 앞에 선했기때문에. 나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남우현에게로 다가갔다. 



"왜 부르셨어요."


"김성규씨, 왜 저 피해요? 제가 무슨 잘못했어요?"


"피한적 없어요. 그럼 전 이만."


"김성규!"



내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 지 남우현은 내가 몸을 돌려 한 걸음도 채 떼기전에 내 손목을 붙잡아왔다. 안 잡으면 그대로 갈 생각이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세게 붙잡아 주길 바란 것도 아니기에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아파요. 나의 말에 힘을 살짝 빼는 남우현이 귀엽게 느껴졌다. 한 번 좋아한다고 인정하니 낯가지러운 말들을 잘도 속으로 중얼거리게된다. 



"내가 너보다 부하직원이지 너보다 동생은 아니잖아요, 팀장님?"


"..."



나의 말에 남우현은 할 말을 잊은 듯 그저 미간을 조금 찌푸리고 자리에 앉은 채 날 올려다볼뿐이다. 손을 뻗어 미간에 잡힌 주름을 살살 눌러 펴주고 싶은데 아직 우리 사이는 아무것도 아니라서, 그래서 허벅지 옆에 가지런히 있는 손에 힘을 줘 주먹을 쥐어야했다. 이렇게 까칠하게 밖에 말을 못하는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래서 여러모로 씁쓸한 기분이 되어버렸다.



"할 말 없으면 가볼게요."


"지금 당장 휴게실로 와요. 강제로 끌고가기 전에."



남우현의 말에 나는 한숨을 푹 내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나는, 나는 너를 보면 떨려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구. 그래서 아직은 너를 마주하고 싶지 않은데, 너는 왜 이토록 막무가내인지. 지끈지끈 아파오는 머리에 인상을 찌푸렸다.



내가 오해할만한 상황을 만들었고, 그 상황이 점점 더 악화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있으면서도 나는 용기가 나지 않는다. 내가 남우현에 대한 마음을 깨달은 것은 바로 어제였고, 나는 그 마음을 온전히 받아들일 시간조차 없었는데 나는 도대체 어떻게, 어떻게 너를 대해야할지도 모르겠는데 너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생각들에 눈을 꾹 감았다. 아직 나는 누군가를 좋아할 자격이 없는 걸까. 사람을 좋아하는 데에 자격이 필요하다는 어리석은 생각따위는 하고싶지도 않은데 남우현에게 내 마음 하나 제대로 표현 못하는, 아니 내 스스로도 내 마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내가 정말 싫어지려고 한다. 아, 김성규 너 이것밖에 안되냐 정말.



-



"할 말있으면 해요."


"왜 나 피해요?"



결국 왔다. 휴게실에 둘만 남기 싫어서 얼른 자리를 뜨려던 나를 남우현은 거세게 잡아챘다. 반동에 못 이겨 넘어지려는 나를 잡아준것도 남우현이었고, 내 손목을 잡고 말도 없이 굳은 표정으로 휴게실에 온 것도 남우현이었다. 업무시간이라 모두들 업무에 열중하고 있는 건지 휴게실은 텅텅 비어있었다. 아마 사람이 있었어도 남우현은 비켜달라고 협박하듯 부탁했겠지.



휴게실 한 가운데에 서서 나를 똑바로 쳐다보는 남우현의 눈을 나는 견딜 수가 없었다. 발가벗겨져 내 속내까지 모두 들여다보일까 걱정이 되서, 그래서 차마 눈을 마주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마음의 준비 할 시간은 줘야 될거 아니야. 남우현 정말 멍청이.



"제가 언제 피했어요."


"지금도 내 눈 피하잖아요. 예전같으면 내 눈 똑바로 쳐다보면서 꼬박꼬박 말대꾸했을 사람이 눈도 안 보고. 지금도 내 인중보고 있는 거 다 알아요. 어제 나랑 이야기한 이후로 나 보려고 하지도 않잖아요. 결제 받을 서류는 옆자리 최대리한테 부탁하고, 메신저 보내면 읽지도 않고, 점심시간에는 나 흘끔 보더니 다른 부서 이성열한테 부리나케 뛰어가고, 탕비실에 있다가 내가 들어가니까 후다닥 나가고. 도대체 왜 나 피하는 거에요? 이제는 내가 아예 싫어요? 그래요? 남자가 남자 좋아한다고 계속 들이대니까 더러워요? 그런거면 말해요. 앞으로 김성규씨 사심으로 대하는 일 없을 테니까. 그러면 안 피할거에요?"



남우현은 몇 템포를 앞서서 생각하는 걸까. 뭐가 더럽고 뭐가 사심으로 대하는 일 없을거라는 거야. 정말 사람 피곤하게 하는 데에 뭐 있는 게 분명하다. 물론 내가 좀 피한 건 잘못한게 맞는데, 그렇다고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을 하고있으면 내가 지금 고백을 할 수 밖에 없잖아. 남우현은 참을 성이 없어도 너무 없다. 내가 마음의 준비 좀 하고 너한테 고백하겠다는 데 그게 그렇게 기다리기 힘드셨나봐요. 성격만 급해가지고.



나는 작게 한숨을 푹 내쉬고 떨리는 마음을 진정 시켰다. 더 이상 일을 크게 키우지 않으려면 지금 그냥 말하는 게 나을 것 같다. 나는 남우현 말대로 남우현의 인중을 보고 있던 눈을 천천히 올려 남우현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남우현은 어딘가 지친듯 멍한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그래, 계속 오해하게 놔두는 것보다는 그냥 말하고 마음 편해지는게 더 나을 것 같다. 나는 손이 하얗게 질리도록 주먹을 꽉 쥐고 있는 남우현의 손을 잡았다. 나를 보는 남우현의 눈이 놀라움과 의아함으로 물들었다.



"나 팀장님 안 싫어해요. 이런 말하는 거 정말 부끄럽기 짝이 없지만, 팀장님이 계속 오해하실까봐 말할게요. 저 팀장님 좋아해요. 그래서 피했어요. 제가 팀장님 좋아하는거 어제 확실히 알았거든요. 그래서 생각 좀 정리하면 말하려고 했더니 피한다고 화내고, 멋대로 오해하고. 성격이 왜 이렇게 급해요, 응? 가만히 있어도 줄 떡인데 괜히 보채고. 팀장님 참 눈치 없고 좋네요. 이제 됐어요? 시원해요?"



생각이 떠오르는 대로 말을 뱉었더니 조금 전에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한건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그냥 이곳을 빨리 벗어나고 싶어졌다. 말을 끝낸 뒤에야 밀려오는 쪽팔림에 얼굴이 화끈해지는 듯했다. 얼른 휴게실을 나가려 잡고있던 손을 놓고 몸을 돌렸다. 그러나 휴게실 밖으로 나갈 새도 없이 뒤에서 덮쳐오는 따뜻한 온기에 그저 나는 작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미안해요, 오해해서. 고마워요, 나 좋아해줘서."



귓가에 나즈막히 들려오는 남우현의 목소리가 따뜻한 온기를 품은 채 마음 속으로 들어와 잔잔히 퍼져나갔다. 



-



"뭐?!! 사귄다고? 아니, 언제부터? 아니, 넌 언제부터 좋아했는데?"



놀라움으로 가득 찬 성열의 목소리가 조용한 포장마차 안을 울렸다. 조용히 해 임마. 하고 말하자 그제야 아차하는 모습이 퍽 우스워 웃음을 흘렸다. 초겨울에 평일이라 그런건지 포장마차 안에는 나와 성열 말고 두 테이블정도가 더 있을 뿐이었다. 



"좋아한거 깨달은건 어제, 사귀기 시작한건 오늘."


"내가 그럴 줄 알았다, 그럴 줄 알았어. 예전부터 남팀장이 너보는 눈길이 심상치 않더라니."



헛소리 그만하고 어묵이나 먹어. 니가 먹고싶다고해서 온거잖아. 말과 동시에 꼬치어묵을 성열의 입으로 쑤셔넣었다. 어묵이 목젖을 건드린건지 성열이 켁켁대며 요란스럽게 기침을 해댔다. 원래 오늘 같이 퇴근을 하자던 우현이었지만, 성열에게는 나와 우현의 사이를 알리고 싶어서 양해를 구하고 마련한 자리었다. 이런 반응일줄 미리 알았더라면 그냥 우현이랑 같이 퇴근했을텐데. 아무튼 내가 바보였다, 내가 바보.



"야, 소주 한잔 캬- 어때?"


"마음대로."



내 허락과도 같은 말이 끝나자마자 성열은 이모! 여기 참이슬 한병이요! 하고 굉장히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 그나저나 우현이는 집에 잘 들어갔으려나, 도착하면 연락한다더니 아직 연락이 없다. 괜히 핸드폰 홀드를 풀렀다 잠그는 나를 성열은 혀를 차며 삐딱한 시선으로 보았다.



"싫어서 진저리를 칠때는 언제고, 지금은 아주 좋아죽네 죽어."


"그래, 좋아 죽겠으니까 술이나 쳐 마셔."



소주가 테이블 위에 올려지고 나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소주를 두어번 흔들어 뚜껑을 열었다. 성열의 잔에 소주를 가득 따랐더니 그 모습을 본 성열이 심통이 난 얼굴로 소주병을 뺏어간다. 그리고 내 잔에 소주를 따르는 성열의 표정은 아주 비장했다. 마치 이 자리에서 날 꽐라로 만들어 집에 들여보내겠다는 어떤 무언의 의지와도 같은. 그런 얼굴로 성열은 내 잔에 한가득 소주를 따랐다. 투명한 액체가 넘칠듯 말듯 잔 끄트머리에서 흔들거리고 있었다.



성열의 행동에 그저 웃음만 나와 허허, 하고 웃었더니 빨리 짠- 하잰다. 그래그래, 하며 짠- 하고 술을 마시려던 순간 어디선가 불쑥 나타난 손이 내 잔을 빼앗아갔다. 그것에 놀라 고개를 돌리니 보이는 건 반듯한 외모를 소유하신 내 연인, 남우현이었다. 한 번에 소주를 입안으로 털어넣은 우현이 의자에 앉았다. 예상치 못한 인물의 등장에 나와 성열은 그저 멍하니 우현을 볼 수 밖에 없었다. 그런 나와 성열을 보고 남우현이 하는 말.



"내 애인은 내 앞에서만 술 마셔요. 딴 남자랑 마시지 말고."


















+


드디어 연애의 시작이네요. 아이구 연애까지 너무 긴 시간이 걸렸네요. 이제 달달하게 연애 할 일만 남았어요 (박수함성)

사실 성규 마음을 깨닫고 우현이한테 고백하는 건 더 오래 끌고싶었는데 그러면 너무 지루해질까봐 그냥 빠르게 패스!

앞으로 조금은 오글거리고 조금은 달달한 연애스토리가 시작됩니다! 

완결은 이번해 안에 내려고 하는데 아무래도 안될거같기도하네요 하하핫


제가 자주 못 와서 최대한 길게 쓴다고 썼는데 이것 참, 왜 짧게만 느껴질까요..

다음편도 기대해주시면 감사합니다 ☞☜



암호닉

뇨뇽 / 감성 / 꾸꾸미 / 테라규 / 망태 / 해열제 / 사인 / 올뺌 / 나루 / 엘라 / 규요미 / 쭈니 / 빵떡 / 케헹 / 달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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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망태♡
10년 전
독자2
달달하다ㅠㅠㅠㅠㅠ고백햇어고배규ㅠㅠ손목뙇!!!!박력ㅠㅠㅠ아헐ㅠㅠㅠㅠ연애스토리래ㅠㅠ연애스토리라니ㅠㅠ꺄아아아ㅠㅠㅠ나주거ㅠㅠㅠㅠ 자기앞에서만 마시래ㅠㅠㅠㅠ까하아ㅏㅏㅜㅠㅠㅠㅠ둘이사귄대ㅠㅠㅠㅠㅠ아그럼나만혼잔가?....작가님은...?ㅠㅠㅠ달달한게너무좋은데 급 씁쓸ㅜㅜㅠ다리만족하고잇던거엿어ㅠㅠㅠ그..그대는....어때요...(오열)
10년 전
독자3
뇨뇽이에요! 성규야ㅠㅠ 우혀나ㅠㅠ ㅎㅅㅎㅅㅠㅠㅠ
연애스토리ㅠㅠ 연애스토리ㅠㅠㅠ ....설마 방해하는 사람이 등장하는겅가.. 앙대!! 제발 달달 ㅠㅠ 둘이서만 쿵짝뽕짝트위스트!!!(?) 하라고!!! 흐어어유

10년 전
독자4
엘라에요 ㅠㅠㅍㅍ 우혀나 성규야 ㅠㅠㅍㅍ두디어 연예를 하는구나 니네가 어머 흥분해서 오타장난아니네 ㅠㅠㅠㅠ
10년 전
독자5
쭈니에요ㅠㅠㅠㅠ우현아ㅠㅠ그렇게 확 안아버리면 설레잖아ㅠㅠㅠㅠㅠ보는 내가 더 좋다ㅠㅠㅠ이제 성규랑 행복하렴ㅠㅠㅠㅠㅠㅠㅎㅅㅎㅅㅠㅠㅠㅠ
10년 전
독자6
테라규에요 헐 성규야 우현아 영원히 행쇼해버려 진짜!!! 진심 진짜 달달해 주거버려ㅠㅠㅠ
10년 전
독자7
아 달달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둘이 너무 달달하자나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8
뭐야 남우현ㅠㅠㅠㅠㅜ박력ㅠㅠ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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