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 I NEED U
꿈을 꿨다. 그저 긴 다리였다. 서울인건가, 아니면 다른 지방인건가. 꿈이라기엔 너무 적적하고 현실같았다. 그저 걷다보면 무슨 일이라도 생기겠지 싶었지만, 사람 하나 없고 차만 쌩쌩 다니는 다리에서 무얼 해야 이 꿈이 끝나는지, 애초에 정말 꿈이 맞는건지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렇기엔 옆에서 흐르는 강물 냄새, 텅빈 것처럼 회색으로 가득 차있는 하늘이 이리도 생생할 수 있을까.
그렇게 다시 한참을 걸었을까. 저 멀리서 반대편으로 걸어오는 남자가 있었다. 어디가 아픈건지, 아니면 졸린건지 온전하지 못한 걸음으로 걷고 있는 남자였다. 꽤나 오랫동안 꾸고 있는 꿈 동안에 처음으로 본 사람이기에 반갑기도 하고, 저 사람과 무슨 일이 생길까 궁금해 상대편 남자에게로 향한 발걸음이 빨라졌다.
그 순간
내 옆을 세차게 달리던 자동차들이 사라졌다. 시끄럽기만 하던 바퀴소리들이 잠잠해졌다.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도로들만 바라보다 다시 정면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는 비틀거리며 걷던 남자가 쓰러져 있었다. 놀란 발걸음으로 그 남자에게 달려갔다. 분명 달려갔는데, 가까워지지 않았다.
그렇게 눈을 떴다. 꿈을 꾸었다. 이런 꿈도 꾸는구나 싶어 눈을 다시 감아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꿈같지 않았던 공기들, 그 사람은 누구일까. 왜, 왜 쓰러졌을까.
왜, 다가가도 가까워지지 않을까.
*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꿈이었지만, 4일 후 같은 장소에 있는 꿈을 또 꾸었다. 저번과 다른 점이 있다면 갑자기 쓰러진 그 남자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이었다. 나는 빠른 발걸음으로 그 남자에게 다가가 몸을 뒤집혀 남자의 얼굴을 마주했다. 쓰러진건지 잠이 든 것처럼 고요한 얼굴이었다. 일단 남자가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몸을 흔들어 깨웠다. 그러다 갑자기 남자는 눈을 감은채로 내 두 눈에 손을 갖다대었고, 갑자기 암흑이 된 나는 곧바로 남자의 손을 떼어내었지만,
내가 바로 전까지 있던 그 다리가 아니었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아파트, 음침한 분위기가 나는 아파트로 변해있었다. 금방까지 내 옆에 누워있던 남자는 사라져있었고 나는 명령이라도 받은듯 꿈이 날 이끄는 대로 아파트 계단을 올라섰다. 저번과 똑같이 사람 하나 보이지 않았다. 아파트 복도엔 깨져있는 파편들이 이리저리 튀어있었고, 그 순간.
이 꿈이 단순한 꿈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
왜, 왜 여기에 내 친구가 있는걸까. 심지어 평소 싱글거리며 웃고, 농담하기를 좋아하는 친구가 잔뜩 헝클어진 머리로 복도를 달리고 있었다. 무언가 다급해보이고 무서워하는 표졍으로. 저번처럼 달려가면 또 그 장소와 가까워지지 않을까봐 조심스럽게 발을 디뎠다. 다행히도 친구와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러나 친구는 어떤 남자에게 머리채를 붙잡힌 채로 뒤에 있는 집 안으로 잡혀 들어갔다. 얼떨떨한 마음에 신고를 해야하나, 아니면 집에 들어가 친구를 도와줘야 하나, 싶다 문득 꿈이라는 것을 자각했다. 그러나 꿈도 꿈이지만 친구를 구해야 할 것만 같아 그 집으로 향하는 순간, 갑자기 후드 집업을 뒤집어 쓴 남자가 나타났다. 다리 위에서 보았던 남자인가 싶었지만 생김새가 달랐고, 그 남자는 친구가 들어간 집 문을 열어 무언가 말도 걸을 틈 없이 바로 집으로 들어갔다.
어떻게 해야 하지, 남자가 그 이상한 남자를 말려주는 건가. 친구를 살려주는 건가.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문 앞에서 서성이던 순간, 문이 열렸다. 그 집에서 나온 사람은 친구도, 이상한 남자도 아닌 후드집업을 뒤집어 쓰고 있던 남자였다.
뿐만 아니라 손에 피도, 뒤집어 쓰고 있는 남자였다. 어느 맥락으로 봐도 누군가를 다치게 한건 틀림없었다. 그럼 내 친구는 어떻게 된건가. 설마 그 남자가 아니라 친구를 다치게 한건 아니겠지. 무언가 혼란스러운 듯 비틀거리며 걷는 남자를 잡기 위해 달렸다. 자신도 어떤 일이 일어난건지 모르는 듯, 내가 어깨를 잡고 몸을 돌리자 눈물이 가득한 눈동자로 내 눈과 마주했다.
"제 친구는요? 제 친구는 괜찮아요?"
"왜 네가"
"...."
"왜 여기있어, 네가"
그렇게 눈을 떴다. 꿈을 꾸었다. 그냥 꿈이라기엔 너무 현실같았다. 맡아지던 냄새, 귀에 생생한 발소리, 두려움으로 가득하던 그 남자. 나를 보며 왜 있냐고 물었다. 왜 네가 여기 있냐고, 있으면 안될 사람이 존재하는 것처럼 말했다. 남자는 피가 가득한 손으로 내 어깨를 잡았다. 불안한 모습으로 덜덜 떨리는 진동이 내 몸까지 느껴졌다.
"무슨 일이에요. 누가 다쳤어요?"
"안돼."
"...."
"여기있으면 안돼"
그 남자는 내 어깨에 있던 손을 저번 남자와 같이 내 눈에 갖다대었고, 또 다시 난 암흑으로 빠졌다.
왜 사람들은 내 눈을 가리고, 무언가 숨기는 것처럼 불안해 하는 걸까. 눈을 다시 뜨면, 또 어느 곳일까. 이번엔 또 어떤 사람이, 어떤 일을 당하는 걸까.
눈을 떴다. 광활하고, 야외였던 지난 장소와 달리 물이 가득찬 욕조만 가득한 욕실이었다. 욕조에 사람은 없는 채로 물만 가득 넘치고 있었다. 저 물을 꺼야하나 싶어 발을 움직였는데,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움직이려 애를 쓰고 있던 중, 갑자기 한 남자가 문을 열고 욕실에 들어왔다. 그리고선 내가 보이지 않는 것처럼 그저 눈동자를 한 곳으로 고정한 채, 욕조에 몸을 넣었다. 안그래도 가득 차있던 욕조가 남자가 들어섬으로써 더욱더 물을 내뱉었다.
내 존재를 전혀 자각하지 못하는 것 같은 남자는 욕조 안에서 가만히 있다, 갑자기 잠수를 하려는 듯 물 안속으로 얼굴을 넣었다. 할 일 없이 남자를 쳐다보던 나는 생각보다 남자가 물 속에서 오래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점점 더 시간이 흐르고, 이 남자는 애초에 저 물에서 나오려고 하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 남자를 꺼내야겠다는 생각에 발을 움직여보고, 소리를 크게 내려고 했지만 내 귀에 들리는 소리는 아무 것도 없었고, 발은 움직이지도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저 남자는 이렇게 죽는 걸까.
그러나 남자는 급한 숨을 내쉬며 다시 물 바깥으로 나왔고, 절망스런 표정으로 악을 질렀다. 마치, 왜 죽지 못하는거냐고 원망내는 것처럼. 그러다 남자는 갑자기 내가 있는 곳으로 시선을 옮기다, 내 눈과 눈동자가 마주쳤다. 저번 남자와 같이 불안하고, 놀란 눈동자이었다.
"왜 내가 여기있는 줄 알아요?"
"..."
"왜 물 속에..."
"안돼."
"...."
"여기있으면 안돼"
왜 하나같이, 여기있으면 안된다고 말하는걸까.
그 남자는 욕조 안에서 나와 하염없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저 남자도 내 눈을 가릴까. 그러면 난 또 어디로 가는 걸까.
"이젠 여기 오지마"
그렇게 눈을 떴다. 꿈을 꾸었다.
아니,
꿈을 꾼걸까.
*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
화양연화
시리즈는
화
양
연
화
로 생각했는데 추가로 에필로그, 라던가 더 추가도 될 것 같습니다.
언젠간 써보고 싶던 글.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