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죽었다. 아주 오래전에
내가 고등학생때 야자를 마치고 날 데리고 집으로 향하던 중에 사고를 당했다.
신호를 위반한 차와 정통으로 박은 결과 그 자리에서 즉사, 아빠는 하반신 마비라는 암담한 결과를 얻었다. 아직도 이 사고는 내가 다니던 학교 근처에서 난 사고중에 제일 큰사고로 불리고 있다.
하반신 마비라는 빛을 잃은 결과에도 아빠는 하나뿐인 나를 먹여 살리려 노력했지만 그 어디에서도 하반신 마비를 받아주는곳은 없었다. 간간히 장애인 전문기관에서 일자리를 소개해줘도 어느날 생긴 수전증으로 인해 일에 집중할수 없던 아빠는 길게는 5일 일주일도 버티지 못하고 쫒겨나기 일수였다. 그렇게 하염없이 몇년간을 1일 단위로 일하던 아버지는 점차 술에 손을 대는 날이 많아졌고 결국엔 알콜중독자라는 정신병까지 얻고서야
" 세상에나.. 그럼 부모님이 다 죽은거지? "
자살하셨다.
편의점 다음 타임 알바가 늦게 오는 바람에 평소보다 늦은 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뻑뻑한 열쇠가 잘 돌아가지 않는것을 보고 날이 밝으면 기사 아저씨를 불러야지, 단순한 생각을 하며 들어선 신발장은 거실에서부터 흘러온 빨간액체가 널리 퍼져있었다. 흘러나온 핏물의 원인은 단 하나 였다. 창백한 표정으로 나와 눈이 마주친, 미쳐 눈을 감지 못하고 죽어버린 아빠였다. 아빠는 사고를 당한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나에게 지울수 없는 흉터를 새겼다.
원룸에 가까운 방 한켠에 마련된 아빠가 쓰는 나의 가슴 높이까지 밖에 오지 않는 작은장농 손잡이에 동그랗게 말려있는 허리띠와 나뒹군 휠체어가 오래된 베란다 창문을 깨고 쓰러져 있는것을 보면 목을 메려고 했다가 실패한것으로 보인다. 하반신 마비인 사람이 어떻게 자유자제로 움직이겠거니. 아빠는 그런것까지 대비하여 식칼까지 자신의 근처에두고 첫번째 시도를 실패하자 식칼로 손목을 그었다고 경찰은 추측했다.
한분한분 들어오는 사람과 절을 하고 바로 자리에 앉아 아빠의 유서를 읽었다. 길에서 나눠준 광고용지 뒷편에 빽빽히 써있는 유서를 간추리면 그저 세상을 혼자 살아갈 나에게 미안하다는 말뿐이였다. 몇번을 접고 피고 접고 피고를 반복하여 가장자리를 찢겨나가 있는 유서를 한손으로 뭉게 쓰레기통에 던졌다.
" 어디가? "
" 잠깐 나갔다올께 "
"어딜 "
" 바람 좀 쐬고 올께 이것좀 놔줘 "
다음 타임 알바인 권순영을 조금이라도 원망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녀석이 5분만 빨리 왔었어도 아빠의 죽음을 막을수 있었을까? 조금 쓸데없는 생각이였다. 아빠는 그날이 아니여도 언제나 죽을 준비가 되있던 사람이다. 권순영은 삐딱하게 장례식장을 나서는 나의 손목을 잡았다. 신경질적으로 쳐내자 미간을 한번 찌푸린 녀석이 이마를 한번 쓸어올리고 조문객석으로 발길을 돌렸다.
익숙하게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몸을 더듬으며 라이터를 찾는 손길을 멈췄다. 향을 피운다고 잠시 꺼냈던 라이터를 아빠의 영정사진 옆에 두고 온것을 생각하며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헤집었다.
" ..."
" ... "
" 누구세요 ? "
" 화상 입어요 저 "
불길 좀 줄이지. 최대치로 키운 라이터의 물고 있던 담배를 갖다댔다. 깊게 숨을 들이마쉬니 빨려오는 불길에 사내가 내밀고 있던 라이터를 거둬 본인의 입에 있는 담배의 불을 붙혀 뿌연 연기를 내뿜었다.
" 여자가 레드를 피네 "
" 남자가 아볼을 피네 "
" 왠지 말빨 존나 쎌꺼같아요 "
" 네. 제가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라 "
그 뒤로 몇번의 연기가 나의 입에서 나왔는지 모르겠다. 타들어가는 담배의 잡고 있던 손가락이 뜨거워질때쯤 병원 한켠에 적색벽으로 지어진 용도 모를 건물에 담배를 팅겨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불 고마워요 "
" 고맙다는 인사도 할줄 알아요? "
" 네 제가 지고도 못살지만 신세 지고도 못사는 성격이라서요 "
" 재밌는 소녀네 "
마찬가지로 다 핀 담배를 발로 지져 끈 사내가 나를 바라봤다. 아무말없이 그저 뚫어져라
" 공사장 알바하시나봐요. 전동드릴 잘 만지겠어요. 사람 뚫리겠네 "
" 오, 틀렸어요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
뒷 주머니를 뒤적거리던 사내는 내가 원하지도 않은 명함을 자신있게 내밀었다. 전혀 받을 생각 없는 명함을 쳐다만 보니 직접 나의 손을 들어 쥐어준 사내가 턱짓을 했다.
[ 심리상담가 최승철 (PH 010.0000.0000) ]
" 심리 상담가라고 하기엔 생긴거와 매치가 안되는데요 "
" 사람을 생김새로 판단하면 안되죠 제가 그쪽을 대기업 사원으로 보는것처럼요 "
" 그래서 왜 주는건데요 "
" 필요 하지 않아요? "
" 왜 제가 필요할꺼라고 생각해요 "
" 쭉 지켜봤는데요. 소녀는 멀쩡해 보이지만 "
사내는 나에게 손날을 세워 오른쪽으로 한번 왼쪽으로 한번 갸우뚱 갸우뚱 거렸다. " 위태로워 보여서요 " 사내의 손날은 나의 얼굴 앞에서 섰고 곧 아래로 추락하여 제자리에 위치했다.
" 초면인데 진짜 기분 나쁘게 하네요 안 그래도 우울한데 "
" 이런, 기분 나빴다면 죄송합니다. 전 그저 소녀에 의식이 안정을 찾길 바라며 얘기한거 뿐. 오해 안하셨으면 좋겠네요 "
사내가 내민 명함을 보란듯이 손에서 우겼다. 나의 행동에 어깨를 으쓱하며 원래 왔던 길로 걸음을 옮겼다.
" 소녀는 언젠가 제게 연락할꺼에요 "
" 자신감까지 넘치시네요 "
" 너무 늦지는 말고요 나중에봐요 "
사내가 눈앞에서 완벽하게 사라지자 주먹속에 있는 명함을 다시금 펴보았다. 사내의 이름 밑에 적힌 멘트가 한번 더 읽고 싶었다.
[ 심리상담가 최승철 (PH 010.0000.0000) ]
- 최면으로 당신에 의식까지, 그 곳엔 누가 살고 있나요 -
그놈의 의식, 의식. 쉽게 외워지는 번호와 걸리는 멘트는 장례식이 끝나는 순간까지 머릿속을 떠돌았다.
-
[ 곁에 있어주지 못해 미안해 - 권순영 ]
전혀 미안해 하지 않아도 되는 권순영과의 톡방을 나왔다. 권순영은 내게 알바 다음 타임 그 이하도 , 이상도 아니기 때문이다. 본인이 스스로 나에게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는거 같은데 당장 때려쳐 줬으면 좋겠다. 엄청난 비가 내린다. 돈이 부족해 맨 밑자리에 안치 시켜서 그런가 아빠가 죽었을땐 오지 않던 비가 왜 그렇게 내리던지. 주변 사람들에 도움을 받아 납골당에 아빠의 유골을 안치한후 집으로 돌아가려 납골당을 나서는 순간부터 여우비는 소나기가 되어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혼자 돌아갈 내가 불쌍해보였던건지 납골당 관계자들은 나를 근처 버스 정거장까지 태워다 주었다. 가는길에 시간은 십여분 걸렸지만 소나기는 멈추지 않았다.
태워다 준 관계자들에게 형식적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한 후 주변을 둘러봤다. 내가 사는곳 보다 조금은 동떨어진 동네였다. 여기서부터 집까지 어떻게 가지. 또 하나의 골칫거리에 고인 빗물에 발차기로 화풀이 하며 고개를 들었다.
" ...상담소 "
거짓말 처럼 며칠전 사내가 운영한다는 상담소가 눈앞에 들어왔다. 눈을 몇번을 비벼봐도 보이는 사내의 이름, 번호까지 완벽하게 머릿속에 잡아든 기억과 일치하였다. 이왕 이렇게 된김에 가서 우산을 좀 빌려볼까. 나는 지상에 위치한 사내의 상담소로 발길을 올렸다.
" 비는 소녀와 참 잘어울려요 "
" .... "
" 주륵주륵 모든걸 쓸어갈꺼 같이 내리다가 또 햇빛이 화창한 날에는 감쪽같이 증발해 사라져 버리죠 "
" ... "
" 아 이제 환자라고 해야되나 "
" 재수없어 " 나도 모르게 새어나간 말은 사내도, 나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 마치 원래부터 들어야 하는 사람과 말하는 사람이 있었던것 같은 자연스러움이였다. 문을 열자 틀어놓은 에어컨으로 차가운 바람이 훅 불어왔다. 사내는 마치 나를 기달렸다는듯이 의자에 앉아 평온하게 나를 맞이했다. 오래된 사내의 의자가 기분나쁜 소리를 내며 돌았다. 사내는 장례식날 본것 같이 담배를 물고 있었다.
" 남자가 담배를 피네 "
" 담배 피신적 없나봐요 "
" 요즘 바빠서 필 시간도 없었꺼든요 "
상담소에 내부는 별거 없었다. 구석에 문이 딸린 작은방과 일반 사무실로 보이는 책상 정수기 여러 파일들이 꽂혀있는 장. 그 뿐이였다. 나는 사내의 곁에 다가가 책상위 올라가 있는 그의 담배를 하나 빼내어 입에 물었다.
" 여기 외부인 금연인데요 "
" 누구부터 흡연 가능하죠? "
" 상담소 환자부터요 "
" 그럼 뭐. "
나는 당당히 담배에 불을 붙여 한 모금 빨아들였다. 뭐가 웃긴지 사내는 두눈을 가리고 고개를 젖혀 큭큭 거렸다.
" 아 재밌는 소녀네 "
" 성이름 이에요 "
" 그래요 이름양 "
한 개피가 이렇게 짧았나 싶을정도로 금방 타들어간 담배를 사내가 내미는 재떨이에 비비자 끝에 매달려있던 불씨는 볼품없이 꺼져버렸다.
" 자 가실까요? "
" 어딜요? "
" 음.. 이름양은 분명 제 환자 입니다...만? "
사내는 나의 이름이 적힌 환자 차트를 눈앞에서 흔들곤 작은 문이 있는 방 앞까지 걸어갔다. 사내가 방문 손잡이를 잡고 나를 뚫어져라 쳐다볼때 나는 사내 위에 붙여진 방의 이름에
[ 의식의 방 ]
모든걸 놓기로 하고 사내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속는
PS 연하의 로망 아니라서 일단 무지 스미마셍
연로는 아마 월-화? 밤에 올라갈꺼 같아요 '-'...(사실 아직 쓰는중...ㅎ)
몰라 저 이거 연재하기로 마음 먹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대신 연재텀은 좀 느릴듯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우울한거 써보고 싶어서춍춍춍
그냥 하고 싶어요...하다가 반응 없으면 그냥 삭제하고 없었던거 인척 하면 되죠 (당당
사내는 승철이에요!!!뜽처리!!!! 궁금해하시는분 있을까봐!!!!
아직 원우가 안나왔네요! 과연 원우는 어떻게 나올까요 (빠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