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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에 애아빠가 산다
21
* * *
시우네 집은, 정말 오랜만에 난장판이었다.
어려서부터 의젓하게 투정 한번 부리질 않아 제 아빠의 자랑이었던 아이가
오늘은 왜인지 현관문 너머까지 울릴 정도로 울음을 터뜨리며 방바닥에 엉덩이를 붙인 채 일어설 생각을 하지 않았다.
" 권시우, 진짜 아빠한테 혼날래? "
" 아니야, 압빠, 안니야... 흐, 시우 안 가꺼야... "
" 왜, 유치원 안가면 뭐 할건데. 너 진짜 아빠 속상하게 할래? "
" 안 가꺼야, 끄으.. 흐, 시우... 시우 유치원 싫단말이야! "
인상을 쓴 채 큰소리를 내는 제 아빠를 원망스럽다는 듯 바라보던 시우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곤 제 앞을 막은 아빠를 피해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인가 얼른 따라나온 순영의 눈 앞에 보인건 열린 옆집 문과,
여주의 품에 안긴 제 아들 시우였다.
여주역시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이제 막 일어나 정신도 차리기 전에 시끄럽게 울리는 초인종 소리를 듣고 현관문을 열었더니,
작은 몸이 덥석 안겨오는게 아닌가.
엉겹결에 아이를 품에 안고 서럽게 우는걸 달래며 열심히 눈을 굴렸다.
그러다 몇발짝 뒤에 당황스러움을 얼굴에 가득 띄운 채 서있는 순영을 발견하곤 어서 이 상황을 설명하라는 듯 눈짓을 했다.
하지만 순영도 아침부터 시우가 왜 이러는건지 이해하지 못한건 마찬가지였기에 어떤 대답도 해줄 수 없었다.
울상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해보이는 순영의 모습에 한숨을 푹 쉰 여주가 결국 품에 안긴 시우를 달래며 일어섰다.
여전히 유치원에 가지 않겠다는 말만 반복하며 눈물을 뚝뚝 흘리는 시우의 등을 연신 토닥이며,
"누나가 유치원 데려다줄게, 그리고 오늘 진짜 일찍 데리러갈게."
귓가에 연신 속삭이며, 한참을 어르고 달래 우는 시우를 안고 겨우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유치원으로 향하는 사이 시우는 이미 울다 지쳐 잠들어 있었고, 그런 시우를 보며 순영은 남몰래 한숨을 쉬었다.
잠시 후 유치원에 도착해 여주는 혹시 깰까 조심스럽게 제 품의 시우를 선생님께 넘겨주었다.
순영도, 여주도, 시우 걱정에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옮겨갔다.
* * *
아침에 품에 안겨 엉엉 울던 시우를 겨우 유치원에 데려다준지 몇시간이나 지났을까,
여주는 지금 전화 한통을 받고 다시 시우가 다니는 유치원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갑자기 울린 전화벨에 놀란 것도 잠시, 시우의 유치원 선생님이라는 말에, 여주는 저번 병원에서의 일이 떠올라 또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하지만 전화 너머 선생님은 저번과 달리 망설임 가득한 목소리로 잠시 드릴 말씀이 있는데 시간이 되면 잠깐 들려달라는 말을 전해왔다.
무슨 말일까 예상도 가지 않았지만,
어쩌면 오늘 아침 시우가 그렇게 서럽게 울며 떼를 썼던 이유를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여주는 얼른 알겠다 대답을 하고 집을 나섰다.
유치원 한켠에 자리잡은 빈 교실에 여주와 선생님과이 어색하게 마주앉았다.
여주가 입을 달싹거리며 망설이시는 선생님께 괜찮으니 편하게 말씀하시라며 웃어보이자 고개를 끄덕인 선생님이 조심스럽게 입을 여셨다.
" 저, 한번은 꼭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근데 아버님은 늘 너무 바쁘시다고 하셔서... "
" 네... 그냥 저한테라도 말씀 해주세요. 전해드릴게요. "
" 그게... "
요즘 시우가 반 아이들이랑 자주 다퉈요, 따지고보면 시우가 아이들에게 따돌림 비슷한걸 당하고 있다고 말하는게 맞겠지만... 어떻게 아이들이 시우 부모님 사정을 안 모양이예요. 늘 아버님만 데리러 오시니까... 아이들이 시우한테 엄마 얘기를 하면서 자꾸 놀리고, 괴롭혔나봐요. 그것때문에 시우가 많이 힘들어해서...
선생님이 망설이며 꺼낸 말은 여주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 충분하다 못해 넘쳤다.
막연히 예상만 하고 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었다.
그 어린 아이가 혼자 얼마나 속이 상했을까, 상상만 해도 제 마음이 문드러지는 것 같아 여주는 절로 고개를 숙였다.
" 그런데... 혹시 시우랑 어떤 관계이신건지... "
" 아... "
" 시우가 늘 누나라고 부르고 따라서 가까운 사이이실거라고 예상은 하고 있는데 정확히 어떤 사이... "
뭐라고 대답해야하나 머리를 굴리기도 전에, 여주와 선생님은 자리에서 일어나야했다.
선생님이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멀리서 아이의 울음소리가 터져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여주는 직감적으로 알아챌 수 있었다.
그 울음소리의 주인이 바로 시우라는 것을.
" 권시우 너는 엄마도 없자나! "
" 흐으, 끅, 안니야... "
" 마자! 내가 봐써, 시우는 맨날 아빠만 데리러 오구! "
" 히이... 끕, 흐으... "
당장 달려나간 여주와 선생님이 본 광경은,
시우를 둘러싸고 있는 서너명의 아이들과 그 앞에 주저앉아 울음을 삼키는 시우였다.
선생님이 얼른 서너명의 아이들에게 달려가 쓴소리를 하는 사이, 여주는 얼른 시우에게 달려갔다.
주저앉은 시우를 일으켜 세우고 옷을 털어주는데, 제 앞에 선 사람이 여주라는걸 확인한 시우가 더 서럽게 울음을 터뜨렸다.
그런 시우의 모습에 여주는 그저 입술을 꾹 깨물고 시우를 품 안에 안을 뿐이었다.
누나, 누나, 연신 여주를 찾으며 안겨서도 더 깊숙이 안기려 품을 파고드는 시우를 더 있는 힘껏 품어주며 여주는 벌떡 일어섰다.
앞으로는 생각이 좀 필요하겠지만, 당장은 시우를 진정시키는게 우선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여전히 울음을 멈추지 않고 숨이 넘어갈 듯 울어제끼는 시우를 달래며 여주가 교실을 빠져나가자,
보조 선생님에게 훈육하던 아이들을 넘겨준 담당 선생님이 따라나왔다.
" 어떡하죠, 저도 이런 상황을 실제로 본건 처음이라... "
" 일단, 당분간은 시우 유치원 안 보낼게요. 시우도 진정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
" 네, 저도 아이들 제대로 훈육시키겠습니다. 정말 죄송해요. "
" 네... 잘 좀, 부탁드려요. "
선생님께 인사를 하고 유치원을 빠져나가려는데, 시우의 울음섞인 한마디가 또 여주의 발걸음을 멈춰세웠다.
" 누나, 끅, 시우는... 시우는 왜 엄마가 없어? "
" ... "
" 왜 시우는 아빠밖에 없어? 시우 엄마는 어디있어? "
" ... "
" 시우도,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어... 누나가 시우 엄마 해주면 안돼? "
숨이 넘어가게 울면서 엄마를 찾는 시우의 목소리가 너무도 애달파서,
여주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도 당장 해줄 수 있는거라곤 시우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는 것 뿐이라서,
여주는 더 힘들었다.
여주와 똑같이 아픈 표정을 한 선생님께 다시 인사를 하고 유치원을 나서려다,
여주가 우뚝 발걸음을 멈춰세웠다.
잠시 망설이다 천천히 뒤를 돈 여주가 선생님을 마주했다.
" 아까, 제가 시우랑 무슨 관계냐고 물어보셨죠? "
" 아, 네... "
" 저... 시우 엄마요. "
" 네? "
" 제가, 시우 엄마 하려구요. "
충동적으로 꺼낸 말이었지만, 진심이었다.
이렇게 서럽게 우는 아이를 품에 안고 가슴이 찢어졌고,
다시는 이런 말을 듣게 하고 싶지 않았다.
* * *
집에 도착하자 곧 시우는 잠이 들었다.
잠든 시우를 방에 눕히고 거실로 나와 바로 권순영씨에게 문자를 보냈다.
[ 지금 시우 유치원에서 데려왔어요. 할 말 있는데 일찍 들어올 수 있어요? ]
바로 답을 기대하고 보냈던 건 아니었는데, 금새 답장이 왔다.
외근을 나와 있는데 이 일만 마치면 바로 퇴근할 수 있다는 말에 알겠다 답장을 보내고 한숨을 쉬며 그대로 쪼그려 앉았다.
유치원에서 진심 반, 충동 반으로 뱉은 말이 마음에 걸렸다.
진심이었지만, 순영과의 사이도 제대로 정의되지 않은 지금 이 상황에서 마음대로 일을 저질러버린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러다 벌써 몇 번째 기다리라는 말만 하는 순영이 생각나 또 한숨이 났다.
권순영씨는 정말 금방 집에 도착했다.
먼저 이렇게 연락을 하는 걸 보면 대충 넘어갈 만 한 일이 아닐거라는 생각에 더 서둘렀다며 자연스럽게 우리집으로 들어섰다.
들어오자마자 시우를 찾는 모습에 말없이 방 쪽을 가리켰다.
그대로 방에 들어가 시우를 안아들고 나오더니 "우리 집에서 얘기하자. 시우 방에 눕힐게." 하고 집 밖으로 나간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나도 따라서 옆집으로 향했다.
옆집 현관에 들어서자 시우 방에서 나오며 와이셔츠 손목 단추를 푸는 순영씨와 마주쳤다.
할 말이 뭔데? 거실에 자리를 잡고 앉으며 묻는 말에 조용히 마주 앉으며 머릿속을 정리했다.
이 말을 아이 아빠에게 어떻게 전해야, 가장 상처를 덜 받을 수 있을까.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어쨌든 시우 아빠의 속은 문드러질거라는 생각에 결국 그대로 털어놨다.
선생님이 전해준 이야기와, 내가 직접 본 광경까지.
내 말이 끝나자 예상대로 순영씨는 쓴웃음을 지으며 한참을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곤 이내 마른세수를 하며 고개를 떨궜고, 나는 아무 말도 건네지 못한 채 가만히 그 모습을 보고만 있었다.
그러다 천천히 그 옆으로 다가가 움츠러든 어깨를 감싸 안았다.
지금 이 상황에서, 누구보다도 시우에게 미안해하며 죄책감을 느낄 권순영이라는 사람을 위로해주고 싶어서.
" 괜찮아요, 권순영 잘못 아니야. "
" ... "
" 그래도 시우 저렇게 예쁘게 잘 키웠잖아요. "
" ... "
" 너무, 너무 자책하지 말아요. "
" ... "
" ...권순영은 아무것도 잘못한거 없으니까. "
순간 울컥, 하는 감정을 억지로 삼키며 오늘따라 작게만 느껴지는 이 남자의 등을 토닥였다.
아까의 시우처럼, 품에 안겨오는 권순영을 진심으로 위로하며, 내 마음이 전해지길 바라면서, 한참을 어루만졌다.
〈 옆집쓰의 사담쓰 >
안녕하세요! 어제 던져놓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꾸역꾸역 자소서를 잠시 버려두고ㅎ 글잡에 자리를 잡은 옆집쓰입니다 헤헤
음 오늘 글은 여러 면에서 참 쓰기 힘들었어요.
일단 요즘 극작과 입시를 준비하면서 실기준비도 함께 하고있는데,
아무래도 극본을 쓰는건 이런 소설을 쓰는거랑 아예 기초부터가 달라서 굉장히 고생을 하고 있거든요...^^
원래도 글을 못쓰는데 더 감을 잃어가고 있어요... 길을 잃었다 따단 따단 어딜 가야 할까...(먼산)
예전이랑 글 스타일이 점점 바뀌어가는 것 같다 싶으시다면 그것은 제대로 보신겁니다...
그리고 내용면으로도 마음이 참 힘들었어요.
오늘 글 속의 시우가 참 딱 10년 전의 저를 보는 것만 같아서?
이제서야 말씀드리지만 이 글은 제가 쓴 첫번째 글이기도 하고, 어느정도는 제 이야기가 숨겨져 있기도 한, 정말 저에게는 의미가 큰 글이예요!
지금의 제가 이렇게 잘 버텨내고, 이겨내서 아무렇지 않게? 않은 척? 지내고 있는 것 처럼, 이 글 속의 시우가 행복해질 수 있길 누구보다 바라는 사람입니다, 제가.
시우 뿐만 아니라 시우 주변의 모든 사람들도 다 함께 행복해지는게 저의 목표이자 이 글의 목표가 아닐까 싶어요^ㅁ^
사담조차도 제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ㅠㅅㅠ 이 글이 올라간 뒤에 저는 또 바로 자소서를 수정하러 가야합니다!
늘 이런 똥망진창 글을 재밌다며 읽어주시는 마음 착한 독자님들 정말 감사드리고 사랑하고ㅠㅠㅠㅠㅠ 몸둘바를 모르겠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도 제 글의 진행속도가 너무나도 짜증날 정도로 축축 쳐져서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이 많아요... 매일 글을 신경쓰고 써야 흐름을 저도 느끼면서 쭉쭉 나가는데 매 회 쓸때마다 저는 흐름이 뚝뚝 끊겨있다 보니까 저도 제 글을 잘 모르겠어요...
그만큼 제가 더 노력해야 하는 거겠죠ㅠㅠ!
늘 이렇게 사담에서는 부정적인 얘기만 하는 것 같아 참 여러모로 제가 노답입니다@_@
그래도 최대한 자주 들어와서, 약속한대로 연중은 없이! 여러분을 위해 열심히 달리겠습니다!
(그리고 아마 다음회부터는 제가 답답해서라도 어떻게든 둘의 진도를 쭉쭉 빼볼 예정입니다! 노답이더라도 늘 그래주셨듯이 예쁘게 봐주세요...)
엄지 춱춱 추천 꾹, 댓글 한줄, 감사합니다♥
(+)
오늘은 쓰가 삘받은 기념으로,
우리 사는얘기 힘든얘기 하며 위로해주는 사담타임을 가져볼까요?
제 나이대의 웬만한 분들 보다 굴곡있는 삶을 살았다고 자신할 수 있는 제가,
오늘은 여러분의 힐링메이트가 되어드릴게요^ㅅ^
긴 연휴의 끝, 월요일이 오기 전 잠들기 전
쓰와 함께 힐링하실래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