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에 애아빠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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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아침, 오랜만에 한번 늘어지게 자보겠다는 나의 다짐은 아침부터 시끄럽게 울려대는 전화벨소리와 함께 물거품이 되었다.
어떻게 알고 득달같이 전화를 걸어 살아는 있냐며, 오늘까지 원고를 보내지 않으면 당장 찾아가 내 목을 뜯어버리겠다- 는 조금은 격한 안부전화를 한 부승관 덕에 밍기적대며 겨우 몸을 일으켰다.
꿀같은 주말 아침 늦잠을 앗아간 부승관에 살짝 스팀이 오르려다가도 대학 졸업 후 놀고먹는 백수가 될 뻔한 나를 구제해준 소중한 친구이기에 별말 없이 전화를 끊었더랬다.
어제 새벽까지 미드를 몰아보다 잠든 탓인지 도무지 눈이 떠지질 않아서 좀비마냥 부엌으로 걸어가 눈을 반쯤 감은채로 커피를 탔다.
대학시절부터 입에 달고산 터라 카페에서 파는 5천원짜리 아메리카노보다 훨씬 입에 잘 맞는 믹스커피였다.
커다란 머그컵에 한가득 커피를 따라 또 터덜터덜 걸어 노트북 앞에 자리를 잡고 앉은 뒤, 노트북을 열어 언제 쓰다 던져두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 파일을 열고, 한숨을 쉬며 자판 위에 손을 올렸다.
하지만 아직 뇌가 깨어나기는 커녕 손가락도 마음대로 잘 움직여지질 않아 애꿎은 손만 쥐었다 폈다 반복했다.
분명 오늘 하루 종일 한두시간 간격으로 독촉 전화를 걸 부승관의 높은 목소리가 벌써부터 귓가에 쨍쨍거리는 듯 해 눈쌀을 찌푸렸다.
그 잔소리를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원고를 완성시켜야 했기에 억지로 억지로 손가락을 움직였다.
아무 생각 없이 의식에 흐름을 따라 되는대로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었는데, 갑자기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이사온지 얼마 되지 않아 이 동네 주변에는 나를 아는 사람도 없고, 이렇게 찾아올 사람은 더더욱 없다.
설마 부승관인가 싶어 이건 독촉전화로도 모자라서 직접 찾아오기까지 했나, 하며 현관쪽으로 다가갔다.
누구세요, 하며 조심히 문을 열었을 때 보인건,
정장을 멀끔하게 차려입고 손목시계를 힐끔거리며 안절부절하는 얼굴로 서 있는 남자와,
남자의 손을 꼭 잡은 채로 입에 막대사탕 하나를 물고 야무지게 빨아먹고 있는 작은 남자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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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세요? "
" 아, 저 옆집인데요. 제가 오늘 주말인데 갑자기 출근을 하게 돼서요... "
" ...그래서요? "
" 정말 염치없지만, 오늘 하루만 아들 좀 봐주실 수 없을까 해서... "
누가봐도 '나 바빠요' '당장 달려가야되니까 얘 좀 맡아줘요' 라는 뉘앙스를 온 몸으로 풍기며 간절하게 말끝을 흐리는 남자를 보다가, 그 손을 따라 시선을 내려 쪼그만 꼬마를 보다가, 다시 남자를 쳐다봤다.
계속 전화가 오는건지 남자의 나머지 손에 들린 휴대폰은 계속해서 화면을 반짝이며 울고 있었고, 남자의 표정은 갈수록 울상이 되어갔다.
울상이 되어가는 남자의 얼굴을 보니 그 사정도 충분히 안쓰럽고 딱했지만,
집 안에서 차게 식어가고 있을 커피와 여전히 절반도 완성하지 못한 원고, 휴대폰을 붙잡고 나를 벼르고 있을 부승관을 떠올리니 내 사정도 만만치 않게 딱한터라 골치가 아파왔다.
순간 울리는 두통에 인상을 쓰며 머리를 짚자, 남자가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고는 " 안될까요..? " 하며 눈치를 본다.
하지만 나는 남의 부탁은 절대 거절하지 못하는 유리멘탈인지라 결국 한숨을 쉬며 고개를 대충 끄덕였다.
" 몇시까지 데리고 있으면 되는데요? "
" 아, 잠깐 일이 생겨서 가는거라 오래는 안걸릴겁니다, 저녁시간 전까지는 무조건 올거예요. "
" 네... "
" 정말 죄송합니다, 부탁 좀 드릴게요. "
수락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인 나를 함박웃음을 지으며 보던 남자는 내게 깊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뒤 쪼그려 앉아 아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 아들, 아빠 얼른 다녀올테니까 말 잘 듣고 있어, 알겠지? " 하고 볼에 짧게 입을 맞추곤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전히 무심한 얼굴로 사탕만 빨고 있는 아들에게 한번 더 손을 흔들고 내게도 한번 더 고개 숙여 인사를 하며 급히 달려 나가는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어쩌다보니 오늘 하루는 원고 작업은 커녕 하루 종일 애나 보게 생겼네, 하며 한숨을 푹 쉬는데 아래에서 옷자락을 잡아당기는 느낌에 살짝 고개를 돌려보니
어느새 사탕을 다 먹은건지 빈 막대를 손에 쥐고 다른 손으로 내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올려다보고 있는 아이가 보였다.
그래, 바쁜 아빠 둔 네가 무슨 잘못이겠냐, 하는 마음에 눈을 깜빡이며 올려다보는 아이를 번쩍 안아드니 꺄르르, 소리를 내며 웃는다.
뭐, 하루쯤은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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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옆집 아기아빠 순영이 이야기를 오늘부터 쓰게 되었습니다^___^
말 그대로 0화, 맛보기라 엄청 짧죠ㅠㅠ?
앞으로는 분량조절 잘 해서 꾸준히 들고 올테니 많이 사랑해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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