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짝사랑 전과는 몇범 입니까? 03
"일은 좀 할만해?"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한 선배가 걱정스럽다는 듯 물으면, 일을 시작한지 고작 2틀된 내가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온 채 선배의 시선을 마주 했다. "어우..야 얼굴이..."선배가 안쓰럽다는듯 내 얼굴을 쓰다듬는데, 별 감정없이 하는 행위라는걸 알면서도 심장이 펄쩍거려서 머리속이 하얘지는게 문제지, 일, 할만합니다! 해 내야죠! "일, 할만해요! 즐거워요! 애들이 참 말을 잘들어서! 하,하,하" 나는 마치 짱구에 나오는 액션가면마냥 스타카토 웃음을 선사해 보이며 올라가지 않는 입꼬리를 올렸다. "이상하네.. 그럴 애들이 아닌데,그래.. 스케쥴 비는날 밥한끼 사줄게," 선배는 최후의 필살기를 부리듯, 밥한끼 같이 먹자는 말과 함께 내 머리를 스윽스윽 쓰다듬었다, 선배 나오늘 머리 안감았는데, 그래도 뭐 어때. 오늘은 선배가 머리를 쓰다듬어 준 날이니 오늘도 머리를 감지 말아야 겠다 생각하며, 음악방송 리허설을 하고 마악 내려온 멤버들의 화장을 수정해주기 시작했다.
"대표님이랑 아는 사이였냐?"
"응."
전정국이 또 뭐가 맘에 안드는지 성큼성큼 걸어와서는 묻는데, 표정이 참으로 볼만했다. 왜, 뭐 뭐요 나는 너희 회사 대표님좀 알면 안돼? 그 잘난얼굴에 따박따박 올려붙여 주려다,"밥먹고 리허설 한번만 더 합시다!" 하는 말에 흡사 3일은 굶은 돼지마냥 코를 킁킁대기 시작했다. 밥을 먹다보면 립제품과 파운데이션이 지워지기 쉬우니, 메이크업 수정은 나중에 천천히 하는게 좋겠지 싶어, 전정국을 옆으로 밀어내곤 쌓여있는 도시락통으로 몸을 던졌다. 킁킁, 아~ 향기로운 제육볶음 냄새. 나는 방탄소년단과 일하게된 이래로 가장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도시락 하나를 꺼내들곤 대기실 구석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근데 지금 내눈에, 도시락통 3개를 들고 가는 저기 저, 분홍머리분. 혹시 방탄소년단의 맏형이 맞으신가요.. 일단 배가 고프니, 급한것 부터 처리하자 싶어, 도시락 뚜껑을 열고 막 입을 벌리려는데, 민윤기가 제 도시락 통을 들고 내 옆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주변에서 김태형과 박지민이, "방금 저누나, 도시락 먹는거 봤냐.."-김 "나 완전.. 티라노 사우르스가 부활한줄.."-박 하고 떠들어 대는 소리는 가볍게 무시했다.
"대표님은 어떻게 아는사이냐."
도시락을 저렇게 맛없게 먹는사람은 또 처음봅니다 어머니...
"그냥, 대학교 선배지 뭐."
"전정국은 또 어떻게 알고."
-푸웁
나는 먹던 제육볶음을 바닥으로 뿜었다. 또 김태형과 박지민이 그 꼬라지를 보고 입으로 똥을 싸느니 뭐니 할까봐 얼른 휴지로 처리했다.민윤기가 안그래도 없던 입맛이 뚝 떨어진듯한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큼...고등학교때..."
"걔한테도 뭐 당신의 아름다운 입술이니 뭐니, 그 꼴깝 떨었냐?"
"아니!!!!! 조용히해!!!임마"
갑작스레 흥분해 발광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입동굴을 개방한 민윤기가 도시락 통을 내려놓고 끄윽끄윽 웃어댔다. 저 제육볶음을 민윤기의 코로 다 넣어버릴까,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그냥 밥먹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민윤기가 전투적으로 밥을 섭취하는 내 도시락 위에 자신의 제육볶음을 덜어줬다. 갑자기 민윤기의 등판에 날개가 달린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래 먹을거 주면 다 천사지 뭐. 나는 민윤기에게 애처로운 눈빛으로 감사를 표했다.
밥을 다 먹고, 수정화장을 시작하려는데. 또 전정국이 첫 타자였다.
"대표님이랑 어떻게 아는사인데?"
얘는 궁금한게 뭐가 이렇게 많을까. 나는 그 입을 좀 다물게 해주고싶어서.
"니 이빨에 고추가루 장난아니게 꼈다."
하고 말하니까. 입을 다물었다. 이제 전정국을 닥치게 하는 방법을 좀 터득한거 같아 마음이 뿌듯했다.
"미안.."
뭐지 얘. 왜갑자기 진지모드..
"짝사랑하는 사람, 이에 고춧가루가 있어서 환상이 깨졌지.."
얘도 김태형, 박지민과 맞먹는 또라이가 아닐까.. 나는 그대로 맞받아 쳤다.
"응... 정국아.. 나는 니가 이슬만 먹고 사는줄 알았는데.. 제육볶음 먹고 이에 고춧가루도 끼고.. 크흡.. 정말 이제 널 포기 할 수 있을것 같아.."
그래 이 사건을 계기로 정이 떨어져서 짝사랑을 포기한 상황으로 자연스레 넘어갈 수 있겠구만. 근데 또 전정국 표정이 말이 아니게 심각해졌다.
"진짜..?"
그 이후에도 전정국은 스케쥴이 끝날 때 까지 약 20번 가량 , 어떻게 자신의 이에 낀 고춧가루를 보고 짝사랑을 포기 할 수가 있느냐며 나를 닥달했지만, 나는 그 20번의 질문중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았다. 묵비권을 행사했다, 이말이지.
사실 녀석의 흰 이엔 고춧가루 따윈 없었는데도, 녀석은 심각했다. 귀여운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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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쥴이 모조리 끝나자 새벽즈음 이 되었다. 지하철이고 버스고, 모조리 끊긴시간이라 잠잘 곳을 고민하던 중이었다. 방송국에서 집까지는 적게잡아도 1시간 거리여서, 택시를 잡아 타기에도 부담스러운 거리였다. 설상가상으로 다음스케쥴이 새벽4시부터 시작되는 방송인지라, 집으로 간다고 해도 도착하자마자 돌아나와야 할 판이었다.
혼자 느적느적 대고 있는데, 민윤기가 걸어와 말을 걸었다.
"우리 숙소에 있다가 스케쥴 같이가."
"방, 있어?"
"내방 써."
몹시도 피곤해 보이는 모습에 더이상 질문을 하지 못하고 그냥 벤에 올라 탔다. 내 뒷자석에 앉은 전정국의 입에서.'어떻게 이에 고춧가루가 꼈다고 날 포기할 수가 있지..'끊임없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 왔지만 가볍게 무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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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기 전 맥주한잔을 마셔야 꼭 잠에드는 습관이 베여, 벤에서 내리자 마자 숙소 앞에있는 편의점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자연스럽게 내 옆으로 따라붙는 이 희여멀건한 민윤기는 또 뭐지. 나는 민윤기를 아니꼽게 바라보면서 걸음을 재촉했다."뭐, 뭐 또 뭐라고 놀리게." 내 전투적 자세에 이거 완전 미X년 아니냐, 하는 표정으로 날 내려보더니,
"오랜만에 바나나 우유 사줘라." 말같지도 않은 소리를 뱉는다, 그래 조용하면 민윤기가 아니지. 난 얼굴에 웃음기가 샐샐 뭍어나는 민윤기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야! 죽을래!"
"진짜 옛날 이야기 꺼내면 정강이로 안끝난다.. 너 강제로 마지막 후손이 되고싶냐."내가 이를 까득까득 갈며 말하자, 민윤기는 조심스레 제 소중이를 가렸다. 그래, 고분고분하니 말도 잘듣는데, 바나나 우유 쯤이야.
나는 칭따오 맥주캔 하나와 노오란 뚱뚱한 바나나우유를 하나 집어 계산대에 올려 두었다."칭따오엔 양꼬친데." 여전히 자신의 가랑이를 두 손으로 얌전히 포개 가린 민윤기에게 뚱뚱한 바나나 우유를 건네면서 숙소로 향했다."땡큐." 나른한 목소리가 차가운 밤바람을 타고 귀를 간질간질 간질였다."중학교땐 고맙단 말 한마디도 안했으면서, 이야 민윤기 입에서 고맙단 말도 나오고, 김탄소 계탔네 아주." 내가 삐딱한 태도로 비꼬자, 바나나우유에 빨대를 꼽고 쯉쯉 빨아마시던 민윤기가 뭐라뭐라 중얼댄다.
"...러워서 모른척한거야."
"뭐?"
"...러워서 그냥 모른척 한거라고."
"뭐?? 드러워서 모른척했다고?"
"아니, ....러워서 모른척 한거래도?"
"맞네!!!! 드러워서 모른척한거!!! 내가 너 좋아해서, 어, 어!!! 내가 어!? 바나나우유 사다 바친게 드릅냐!!!"
"아니!!!! 부끄러워서!!!!! 부끄러워서 모르는척했다고!!!"
아, 아.... 으응?? 뭐? 뭐라고? 민윤기 지금 뭐라고?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캔뚜껑을 열지도 못한 그 칭따오 맥주를 떨어뜨릴만큼이나 충격을 받았다, 그광경을 귀가 빨개진 채로 쳐다보더니, "아 진짜 쳐 먹기도 전에 떨어뜨리냐." 민윤기가 휘적휘적 얇은 다리로 편의점에 들어가 같은 맥주를 하나 계산해 나왔다, 안주로 먹으라는듯, 땅콩도 함께였다.
매너가 참 좋아^^. 나는 얌전히 맥주를 받아들고 내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민윤기의 어깨를 팡팡 치며 놀렸다."ㅋㅋㅋㅋㅋㅋㅋ부끄러웠냐, 아주그냥 깜찍하기는." 전세 역전이 된 것만 같은 상황이었다. 근데 또 갑자기 이 희여멀건한 놈이 웃기다는듯 날 쳐다보더니,"야, 김탄소, 내가 그 포스트잇을 버린거 같냐."
나는 그 즉시 무릎을 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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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안으로 들어서니 막 1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다, 12시30분 쯤에 숙소앞에서 내렸으니, 장정 30분을 밖에서 노닥였다니. 집으로 돌아오면서 들은 협박들만 해도 밤에, 민윤기가 내가 쓴 포스트잇을 음악방송중에 공중에 흩날리는 꿈을 꿔도 무방할 만큼의 양이었다. 민윤기가 숙소 비밀번호를 누르며 집 안으로 들어 섰을땐 우리의 리더님이 거실에서 홀로 TV를 보고 있었다.
"왜이렇게 일찍 들어왔어요, 아직 점심때인데,"
"그냥 무시해 일상이야."
민윤기의 말에 나는 어느정도 상황이 이해가, 고개를 끄덕이며 민윤기의 넓직한 등 뒤로 숨어 들어갔다.
"윤기형, 계속 이시간에 들어와요, 일찍들어오니까 숙소 분위기가 화기 애애하고 정말 좋다."
"미안하다, 일찍 다닐게"
미안한 마음을 표하는 민윤기의 등 뒤로 내가 가볍게 목례를 하자, 리더님이 조용히 TV를 끄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저거, 몽유병이야, 새벽만되면 혼자 막TV보다가, 누가 돌아다니면 반어법으로 말걸어."
난, 처음으로 허언증 몬스터의 머릿속이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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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자하니, 민윤기방만 침대가 2층 침대여서. 가끔 관계자가 술에 많이 취했다거나. 매니저 형이 잘 곳이 마땅치 않을때 민윤기 방에서 자고 간다고들 했다. 나는 또 그 희여멀건한 놈하고 같은 침대에서 잠드는 불상사가 생길까 걱정했는데, 그런 변태같은 상상을 하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야, 내 보물 보여줄까."
저렇게 말하면서 제 청바지 후크를 풀고 있었다, 저거 정말 미친놈이 맞을지도 몰라, 지금 저거 무슨 보물을 보여주려는거지, 나는 침을 꼴깍 삼켰다.
하지만, 내 걱정(바램)과는 달리
민윤기가 숙소 구석에서 작은 상자를가지고 나오더니 그 내용물을 제 침대에 늘어놓기 시작했다. 아 X발 이 변태새끼. 분명 날 다시 마주하면 괴롭히려고 무아둔게 분명했다. 침대위에 늘어진 내용물의 정체는, 나의 포스트잇이었다.
"민윤기."
"왜 감동이지 안냐... 내가 이거 버렸을 거라고 생각했지!"
이새끼는 악마가 분명했다. 나는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주먹을 꽉 쥐곤.
"마지막 후손이 된걸 축하해."
하면서 무지막지하게 녀석의 가랑이를 향해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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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방에서 한바탕 잡기놀이를 마친채 헉헉, 가쁜 숨을 몰아쉬는데. 갑자기 문이 벌컥 열렸다."아 시끄러!" 씨근덕거리며 전정국이 방으로 쳐들어왔다. 민윤기가, "평소엔 이어폰끼고 불러도 대답도 안하는놈이 왜 갑자기 그렇게 예민해 임마, 그리고, 지금 내가 엉!? 내가 마지막 후손이 될뻔 했는데!! 응!?" 민윤기가 제 가랑이를 소중하게 가린채 전정국에게 찡찡거렸다. 전정국은 뭐가 마음에 안드는지 인상을 팍 쓰곤 문을 쾅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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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정국이좀 깨워줘요, 나 저번에 꾸기 깨우다 고자킥맞아서. 정국이 앞에만 서면 다리가 떨려...."
그래 어련하겠니, 나는 전정국의 방으로 기어들어가 녀석의 단단한 몸을 미친듯이 흔들어댔다. "야 일어나, 빨리." 전정국이, 제 달콤한 잠을 깨운데에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실눈을 뜬 채 날 올려다봤다. "째려보면 어쩔건데, 이빨에 고춧가루나 빼." 녀석이 즉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은근히 고춧가루를 무서워 하는듯 했다.
씻으러 간 녀석을 등지고, 정국의 방을 천천히 둘러보는데, 컴퓨터 앞에 익숙한 머그컵이 보였다. 그니까, 내가 고등학교때, 전정국 생일날 만들어준. 정국의 얼굴이 새겨진 머그컵이었다. 하... 이새끼들은 왜 내가 준것들을 안버리고 이렇게 들고있고 지랄들일까, 컴퓨터 앞, 이리저리 어질러진 짐들 사이에 머그컵이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길래, 딱 보아하니, 누가 준줄도 모르고 짐속에 쳐박아둔 골동품이구나 싶어, 내 가방에 쳐박아 뒀다. 나중에라도 전정국 저새끼가 내가 줬단걸 기억해 낸다면, 또 날 협박할게 분명했다. 커피나 몇번 타먹고 버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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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스케쥴을 마친 방탄이들 숙소에선,
"형 내 컵 못봤어요?"
"무슨컵."
"아니 왜, 내 얼굴 새겨진거!"
"아 그, 더럽게 못그린거?ㅋㅋㅋㅋㅋㅋ"
"뭐래 완전 잘그렸구만."
"여튼 난 못봤다."
민윤기가 두손을 들어보이며 결백을 표하자,
'아 진짜 그거 없으면 물도 못마시는데.'
혼자 중얼거리다 방으로 들어서는 전정국이 있었다.
아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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