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봉은 눈 뜨자마자 앵겨오는 우지에게 째지는 기분을 맛봄
작고 하얀 우지가 목 언저리를 계속 부비면서 그르렁 거리는게 무언갈 요구하는듯 하지만 일단
일어나자마자 느껴지는 복슬복슬한 느낌에 조용히 우지를 쓰다듬음
한참을 잠에 덜 깬체로 만지고 있는데 갑자기 그르렁 거리던걸 멈춘 우지가 난데없이
어젯밤 날린 냥펀치를 초고속으로 너 봉의 이마를 파파박 때림 그덕에 잠에서 확 깬 너 봉이 황당해 하며 침대에서 일어나자
지훈이로 변한 우지가 언제부터 있던건지 베개 옆 연어캔을 가르킴
" 이 정도 애교 부렸으면 알아서 까줘야 되는거 아니야? "
...너 봉은 현타가 왔지만 늘 그랬듯이 금방 수긍하고 연어캔을 깜
너 봉은 베란다 창문을 닦기로 결심하고 대야와 걸레를 들고 베란다로 향함
베란다엔 너 봉이 키우는 화분들이 줄기차게 정렬 되있는데
바람이 불때마다 흔들리는 풀잎들을 본 우지가 잎들을 다 뜯어 버린 이후로 지훈이에겐 금단의 구역이 됨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썬팅까지 한 상태임
고로 바깥에서 걸레질을 하는 너 봉은 집안 모습이 보일지 언정 집 안에 있는 지훈이는 너 봉이 보일리가 없음
문까지 닫아 놓고 막바지에 다달아가던 베란다 창문 청소는 갑자기 창문으로 들이대는 지훈이의 행동으로 잠시 멈추게 되었음
밥을 다 먹은 지훈이가 거실로 오면서 베란다의 시선을 던지더니 창문과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함
얼굴엔 물음표 가득 띄우고 창문 앞에대고 갸우뚱 갸우뚱 거림
이상함을 느낀 너 봉이 하던 걸레질을 마저 하자 그 걸레를 따라 또 시선을 옮기는 지훈이임
어찌 된일인가 생각하던 너 봉은 화창한 오후 강렬한 햇빛이 집안을 비추면서 너 봉의 걸레질 하는 그림자가 살짝 거실에 비추는듯 하는걸 알아냄
너 봉은 고양이가 아닌 모습에도 고양이 습성을 들어내고 있는 지훈이가 귀여워 한동안 같은 자리만 닦으면서 지훈이를 보고 흐뭇해함
청소후에 자고 나왔는데 지훈이가 혼자 거실에서 티비를 보고 있었음
프로그램은 어김없이 동물농장임 동물농장 시청자들끼리 하는 계급이 있었으면 지훈이는 VIP일 정도임
근데 틀어놓고 딴짓 하길래 뭘 하나 했더니 볼펜을 자기 손톱에 칠하면서 구경중이였음
너 봉은 한숨 쉬고 말리러 가려는데 뜬금없이 티비에서 나오는 소리의 귀 기울임
' 대부분의 고양이는 방향을 상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집 밖을 나가면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 하다고 합니다.
물론 외출 했다가 돌아오는 고양이들도 많다고들 하죠. 하지만 그 고양이들도 보금자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곳을 배회한다고 합니다 '
최애 프로그램에 최애 키워드인 고양이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음 그런데 오늘은 평소처럼 활기찬 이야기가 아니였음
왼쪽 상단을 보니 주제가 고양이의 삶 이라는 평소와는 다른 심오한 주제를 다루고 있었음
집에만 눌러사는 지훈이에겐 해당사항 전혀 없었지만 지훈이도 길에서 발견된 길냥이 인지라 너 봉은 가볍게 넘길수 없었음
프로그램은 점점 절정에 달해 나쁜놈들에게 돌을 맞아 죽거나 로드킬 당하는 장면까지 보여주기 시작함
너 봉은 아직 자기 손톱에 정신이 팔려있는 지훈이가 그 장면을 보지 않았으며 하는 바람으로 티비를 황급히 꺼버림
꺼진후에서야 고갤들어 너 봉을 발견한 지훈이가 뚫어져라 쳐다보는데 아까의 장면이 지훈이에게 씌여져 깜짝 놀란 너 봉이
고개를 흔들어 장면을 없애고 언제나 그랬듯이 지훈이가 한 일을 처리 하러감
" 지훈아 부탁이니까 혼자 놀아 "
지훈이가 온 뒤로 신경을 지훈이에게 쏟느라 밀린 작업을 한번에 몰아서 할수밖에 없었음
안그래도 요즘 출판사에서 자꾸 너 봉을 쪼기 시작함 마감일이 얼마 남지 안남았는데 검토 받은 작업물이 없기 때문임
최소 원고도 채우지 못한 너 봉은 차마 몇장 밖에 안되는 분량을 갖다줄수 없었음
방금도 전화로 편집장 비위 맞추느라 혼이 빠진 너 봉은 노트북을 펼치고
영혼없이 두들기는 와중에 지훈이가 와서 평소처럼 놀아달라고 앵기는거임
너 봉은 작업책상 한켠에 놓인 장난감 낚시대로 몇번 휘저어주다 툭 내팽겨침
그 모습을 본 지훈이가 우지로 변해 너 봉의 다리에 올라타지만 너 봉은 귀찮다는 듯이 우지를 떼어내고 퀭한 눈으로 노트북을 두드림
내쳐진 낚시대를 물고온 우지가 너 봉의 발을 살살 긁자 극도로 예민해진 너 봉이 우지와 장난감 낚시대를 들고 거실로 나감
거실 한가운데 놓아진 우지는 자신과 함께 놓여진 장난감을 바라보고 너 봉을 바라봄
그러나 이미 너 봉은 우지에게 등을 돌려 작업실로 들어가고 너 봉의 기분을 표현하듯 문이 잠기는듯한 소리가 들림
우지는 너 봉의 집에 오기 3개월전처럼 다시금 홀로 남겨진 느낌을 받게됨
" 감당이 안된다 감당이... "
너 봉은 손에 쥔 원고지를 내려다보다 결국 원고지에 눈물자국을 냄
오늘은 담당자와의 몇몇의 실랑이 끝에 출판사에 갔던 너 봉은 갑자기 등장한 편집장에게 제대로 깨지고 나오는 길임
글쓰면서 이렇게 깨진적이 처음인 너 봉의 멘틀 와장창 부셔져서 가루가 되어버림
결국 가는길에 집으로 전화해서 지훈이에게 저녁 약속이 잡혔다고 거짓말을 하고 집앞 술집에서 거하게 술을 마심 지훈이가 너 봉의 집으로 온 이후로 이렇게 마신적은 오랜만
완전 꽐라가 된 너 봉이 집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난장판된 집 한가운데 휴지를 뜯고있는 지훈이의 모습에
해서는 안될말을 툭 뱉어버림 근데 너 봉은 이미 취해서 본인이 무슨말을 한지도, 지훈이가 그 말을 듣고 정색을 했는지도 모름
그대로 방에 들어간 너 봉은 혼난 트라우마 때문인지 술취한 와중에 원고지를 꺼내 지적사항을 수정하려고 함
그런데 아무리 뒤져봐도 가방에 있어야할 원고지가 없음 물건을 하나하나 꺼내도, 거꾸로 뒤집어 모든 물건을 다 쏟아도 원고지는 보이지 않음
사실 너 봉은 술 먹다가 원고지를 꺼냈었는데 그대로 테이블에 두고 온 길임 그걸 너 봉이 기억할리가 없었음
혼잣말로 원고지에 발이 달려 도망가버렸다고 침대에 얼굴을 박으며 울던 너 봉은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지 못한체 잠듦
담편이 마지막에요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