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봉은 뜬금없이 울리는 모닝콜에 발작을 일으키며 일어남
맞춘적 없는 알람이 요란하게 울리는걸 보고 황급히 끄고 다시 침대에 쭉 늘어지지만 어젯밤
오늘부터 제대로 된 원고를 쓰겠다며 알람을 맞춘 너 봉의 모습이 생각나 침대에서 벌떡 일어남
복장은 어제 외출한 그대로임 집에 오자마자 뻗었기 때문임 제대로 옷을 갈아입고 나온 너 봉이 대충 시간을 확인하고 아침밥을 하기 위해 방을 나섬
부산스런 아침준비에도 조용한 캣타워를 너 봉은 힐끔힐끔 쳐다봄 원래 이쯤되면 음식 냄새를 맡은 우지가 너 봉 다리에 부비부비 거려야함
이상함을 느낀 너 봉이 거실로 가 우지를 한참을 부르지만 부스럭 거리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자 글 쓸때 앉는 바퀴달린 의자를 끌고와 캣타워 꼭대기를 살핌
그런데 우지는 그곳에 없었음 너 봉은 뒤돌아 집을 둘러봄 마치 혼자 사는거 같은 고요함에 갑자기 소름이 돋음 너 봉은 다른방에 들어가 있을수도 있다는 생각에 내려오다
바퀴가 예상치 못하게 삐끗 하면서 의자에서 뒤로 떨어짐 우당탕 소리를 내며 거실에 대짜로 떨어진 너 봉은 갑자기 머릿속에 어떠한 장면이 스쳐 지나감
' 분양... 보낼까 '
자신이 어제 지훈이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한말이 토시 하나 안 틀리고 머릿속에 재생되자 허겁지겁 지훈이를 부르면서 집안을 뒤지고 다님
하지만 지훈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음 그리고 다시 한번 생각난 늦은밤 현관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 너 봉은 산발이 된 머리로 신발도 제대로 못신고 뛰쳐나옴
나온지 5분도 안된거 같은데 한방울 두방울 내리던 비는 어느새 소나기가 되어 내리기 시작함
지훈이는 본인이 비오는날 버려진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굉장히 심했음 그래서인지 비오는날이면 너 봉 침대로 들어와 이불속에 파묻히곤 했음
그래서 너 봉은 더 초조해짐 어디 외진 구석으로 가 떨고 있을 지훈이가 더욱더 걱정됨
" 미안해 빨리 가져왔어야 되는데 "
너 봉은 몇시간동안 동네를 뒤집고 다녔음에도 우지와 닮은 고양이조차 발견하지 못했음
언제부터 울고 있었는지 모른 너 봉은 빗물의 섞이고 있는 눈물을 닦지도 못하고 세상 전부를 잃은 표정으로 거리를 서성이다
문득 돌린 길목이 눈에 들어왔음 작고 빗물에 젖어 떨고 있던 우지를 발견한 그 길목임 너 봉은 우지의 형상이 눈에 스치듯 지나가 그 길목으로 들어가게됨
정확하게 우지가 버려져 있던곳에서 쭈구려 있는 지훈이를 발견한 너 봉이 천천히 다가가자 인기척에 지훈이가 고개를 들어 너 봉을 보더니 바로 무언갈 내밈
지훈이를 보다 내미는 무언가로 시선을 돌린 너 봉이 입을 틀어 막으면서 그 자리에 주저 앉음
빗물에 젖어 너덜너덜해진 너 봉의 해진 원고지였음 지훈이는 원고지를 찾았음에도 미안해 하고 있었음
입을 틀어 막은체 눈물을 흘리는 너 봉을 뚫어져라 보던 시선을 떼지 않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 너 봉 앞에 다시 쭈구려 앉음 그리고 해진 원고지를 너 봉 머리위에 씌어줌
" 비 맞으면 안돼, 비 맞으면 슬퍼 "
완벽하게 재연된 트라우마 배경속에 입이 바들바들 떨리지만 숨길려고 노력하는 지훈이였음
원고지를 받아든 너 봉이 해진 원고지를 만지작 하다 바로 앞에 쭈구려 있는 지훈이에게 양팔을 벌리자 바들바들 떨리던 지훈이의 입이 씨익 웃더니
너 봉에게 안기듯 쓰러짐 그리고 우지로 변함 하루를 꼬박 밖에서 지낸 차가운 우지의 체온이 느껴지자 품에 꼭 끌어안은 너 봉이
지훈이가 준 원고지를 챙긴체 빠르게 집으로 향함
오자마자 씻기고 안쓰던 전기장판까지 꺼내 온도를 올리고 우지를 그 위에 눕히니 시간이 지나 지훈이로 돌아옴
밖은 아직도 비가오고 아침보다 더 우중충한 날씨였음
편하게 자고 있는 지훈이를 한참을 바라보던 너 봉이 다시 지훈이에게 받은 원고지를 하나 하나 살펴봄
사실 이 원고지는 검토를 받기 위한 샘플원고지 였고 이미 노트북에 저장 되어있기 때문에 사라져도 무방한 원고지였음
하지만 지훈이가 그런거 까진 몰랐던거임 너 봉이 분양 보내겠다는 말에 상처 받아도 너 봉의 일이 우선이라고 생각한 지훈이는 한밤중에
3개월동안 한번도 나가지 않던 집 밖으로 찾으러 나간거임
원고지는 정말 집 주변에 있는 술집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는걸 우연히 발견한 우지가 원고지를 빼내어 집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길을 잃어 한참을 헤매다가
너 봉과 우지가 처음 만났던 길목으로 가면 다시 너 봉이 와주지 않을까 싶었던 지훈이가 그곳에서 한참동안 너 봉을 기다린거임
답답함에 침대에 머리를 박으며 자책하고 있던 너 봉이 흔들리는 침대에 지훈이가 깰까봐 작게 궁시렁 거리면서 자기 주먹으로 머리를 쎄게 내려침
" 시끄러워 잠을 못자겠잖아 "
침대의 반동 때문인지 마침 일어난건지 타이밍 좋게 눈을 뜬 지훈이가 너 봉의 손목을 잡음
너 봉은 일어난 지훈이의 눈을 바라보다 어제 본인이 했던 못된말이 다시 재생이 돼 눈물이 핑 돌기 시작함
몇번을 깜빡이면 흐르는 위태위태한 너 봉의 눈을 보던 지훈이가 한숨을 쉬며 옆으로 살짝 이동함
이동한 탓에 침대에는 한명이 더 누울수 있는 공간이 마련이 되었음 너 봉은 이게 뭔일인가 가만히 있자
지훈이가 신경질적으로 빈 공간을 팡팡 두드림 올라오라는 신호임
얼빠진 너 봉이 조심스럽게 침대위로 올라가자 천장을 바라보고 누워있던 지훈이가 옆으로 훅 돌아 눕더니
우지로 변해 너 봉의 목 언저리까지 들어와 다시 눈을 감음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한번도 허락하지 않은 우지 껴안고 자기 였음
너 봉이 울려고 하니까 울지 말라는 지훈이 나름의 위로 방식이였음
슬픔의 눈물을 거둔 너 봉이 기쁨의 눈물을 흘리면서 눈을 감자 우지가 너 봉의 입술에 살짝 입술만 갖다대는 고양이 뽀뽀를 하고 다시 눈을감음
' 냐냐얀ㅇ얀얀ㅇ야ㅑㅇㅇ냐냥 '
정성스럽게 연어캔을 까 지훈이 입맛에 조리까지 하고 온 너 봉이 한숨을 쉬며 음식을 내려놓음
그 일이 있고 며칠뒤임 너 봉은 미열이 있는 지훈이를 간호하랴 밀린 원고 쓰랴 바쁜 일정을 소화하면서 일상을 보냄
너 봉의 진득한 간호 덕에 열이 내려간 지훈이는 너 봉을 도와주겠다며 자신이 직접 소설을 써보겠다함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말이 생각난 너 봉은 그래도 몇줄 정도는 봐줄만 하겠지 생각하고
그동안 지훈이에게 줄 음식을 요리까지 함 그런데 너 봉은 지훈이가 고양이인거 까지 인정하겠는데 타자까지 고양이 언어로 칠줄 몰랐음
심지어 3장을 그렇게 도배 해놓고 지딴에는 냐를 더 쓸까 냥을 더 쓸까 고민하고 있었음
...너 봉은 지훈이에게 풍월을 기대하지 않기로 함
" 졸리다 지훈아 "
이제 너 봉까지 동물농장 VIP가 될듯함 지훈이를 내보내고 어느정도 글을 쓴 너 봉이 티비를 점령한 지훈이에게 다가가
무릎에 자연스럽게 눕자 귤을 까먹고 있던 지훈이가 너 봉이 바라지도 않았는데 귤을 입에다 쑤셔넣음
사건이 있고 뭔가 더 가까워지긴 했지만 츤츤거리는건 잊지않은 지훈이임
그래도 달라진게 있다면 볼을 타고 흐르는 귤즙을 직접 닦아주는것임
며칠전 평화로웠던 그때와 같은 장면에 기분좋은 너 봉이 쭉 기지개를 펴 낮잠을 청하려함
그러자 지훈이가 옆에 있던 담요를 너 봉의 위로 던짐 절대 펴주진않음 너 봉이 알아서 펴야함
삐죽삐죽 거리면서 담요를 몸 위에 제대로 덮은 너 봉이 눈을 감고 이제 진짜 자려고 하자 지훈이가 꼼지락 꼼지락 거리면서
너 봉의 손을 잡으려함 지훈이의 꼼지락이 귀여운 너 봉은 혼자 바람빠지듯 웃다가 지훈이의 손 사이사이를 잡아 깍지를 낌
실눈을 뜨고 지훈이를 올려다봄 지훈이는 그 사이로 너 봉의 눈을 마주치자 해맑게 웃음
이제 손깍지는 지훈이의 비밀일상이 아닌 너 봉과 지훈이의 일상이됨
끄으으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