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lyLove
; 사랑에 빠진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
02
: 그냥 한 번 또 한 번. 그렇게 점점
나는 열기 가득한 그의 품을 겨우 벗어나, 그의 몸을 작게 흔들었다. 이봐요. 정신 좀 차려봐요. 응? 하면서. 하지만 그는 이미 제정신이 아닌 듯, 더운 숨을 내쉬며 내 손길에 따라 약하게 흔들렸다.
"...어지러운데."
순간 저를 흔들던 내 두 손을 한 손으로 잡아챈 그가 말을 꺼냈다. 그의 목소리는 낮게 갈라지는 것으로 제 몸상태를 대신 말해주었다. 나는 그에게 잡힌 손을 어정쩡하게 두고는 말을 이었다.
"제가 매니저 분이라도 불러 올게요. 잠시만 ㄱ"
"...기자들."
나는 그의 '기자들'이라는 무미건조한 대답에 무슨 소리인가 하고 잠시 기억을 더듬다가, 내가 이곳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떠올리고는 금세 수긍했다. 방법이 없었다. 눈 앞의 사람은 열이 올라서 앞머리까지 다 젖은 채로, 끙끙거리는데. 뭐, 나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 텅 빈 호텔방에 약이 있을 것 같지도 않고. 나는 그에게 잡힌 손을 빼고는 그의 앞머리를 한 쪽으로 쓸어주었다. 얼핏 스친 그의 이마가 뜨거웠다. 나는 몸을 일으켜 이곳의 불을 키려다, 혹시라도 그가 불편할까 싶어 옅은 달빛에 의존해 욕실로 향했다.
생전 이런 걸 해본 적이 없어, 대충 드라마에서 본 대로 따라하기 시작했다. 우선, 나는 차가운 물로 적신 수건을 들고는 그의 머리맡에 앉았다. 그리고는 몇 번의 심호흡 후에 조심스럽게 그의 이마 위로 수건을 올렸다. 생각보다 작아도 너무 작은 그의 얼굴에 하마터면 얼굴 전체를 수건으로 덮을 뻔했지만, 그는 여전히 불규칙한 숨을 내쉬며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수건이 흘러내리지 않게, 수건 위로 내 한 손을 올리고는 가만히 그를 바라봤다. 감기인 건가. 이렇게 아프면 병원을 가야지, 왜 이렇게 버티고 있었을까. 의문이 들었다. 도저히 현실감 없게 생긴 얼굴이라 볼 때마다, 정말 사람일까 싶었는데. 이렇게 아픈 걸 보니까, 김태형 그도 사람이구나 싶었다.
창문을 타고 넘어오는 달빛에도 그림자가 지는 그의 콧대는 몇 번을 봐도 적응되지 않았다. 나는 그의 이마 위로 올려둔 손을 제외한 다른 한 손으로, 그의 코 끝을 살짝 건드려 봤다. 성형한 건가 싶어서. 원래 여기에 뭐 넣은 사람들은 잘 안 움직이고 딱딱하다는데, 그의 코 끝은 지나치게 말랑했다. 나는 그의 코 끝을 건드렸던 손 끝으로 내 코 끝을 툭하고 쳐보았다. 같은 촉감이었다. 내 낮은 코에는 아무것도 들어가 있지 않으니까, 그의 코도 자연이라는 소리인데. 자연산 코가 이럴 수도 있구나. 나는 괜한 심술에 그의 코 끝을 아프지 않게 두어 번 툭툭 치고는, 수건을 뒤집었다. 벌써 후끈한 기운을 머금은 수건이었다.
아마도 해가 뜰 때까지 반복될 듯 싶었다.
**
태형 VER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건, 여자였다. 순간 놀란 나는 급하게 상체를 일으켰다. 그러자 머리 위에서 무언가가 툭 하고, 아래로 떨어졌다. 수건이었다. 나는 바닥으로 떨어진 수건을 집어 올렸다. 수건은 물기가 제대로 짜지지 않았는지, 내가 힘주어 잡자 주르륵 물이 흘렀다. 나는 다른 한 손으로 내 이마를 짚어 보았다. 머리카락부터 목 부근의 가운깃까지 전부 다 젖어 있었다. 내 머리가 향했던 소파의 부분 역시 어두웠다. 나는 일어나자마자 맞이한 축축한 기분에 절로 인상을 찌푸렸다. 비 오는 것도 찝찝해서 그닥 좋아하지 않는 나인데. 나는 대충 이마의 물기를 소매로 훔치고는 소파에 제 팔을 기대고 잠이 든 여자를 바라봤다. 여자의 옆으로는 수건 여러 개와 빈 물통 두 개가 찌그러져 있었다. 나는 밤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싶어, 소파에서 완전히 몸을 일으켰다. 몸을 일으킴과 동시에 낮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밤 사이 일들이 떠올랐다. 나 아팠구나.
부산에서 열리는 제작 발표회였다. 나는 어릴 적부터 가지고 있는 고소 공포증 탓에 해외 일정이 아니고서야 비행기를 타지 않았다. 정말 가능하면, 최대한 타지 않기 위해서 노력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주최 측의 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비행기를 타게 되었고, 그게 큰 화근이었다. 비행기에 타기 전 먹은 고소 공포증 약 때문에, 전 날 수중촬영으로 얻게 된 감기기운에도 감기 약은 구경도 못했다. 아마도 그래서 지난 시간 동안 끙끙거린 모양이었다. 그런 나를 본 여자는 제 나름의 조치를 취한 거고. 나는 그제야 그녀 곁의 물건들과 지난 일이 완전히 떠올랐다. 나름 간호라고 했을 텐데, 축축한 기운에 화를 낸 것이 괜히 머쓱해졌다.
나는 다시 몸을 일으켜, 그녀를 조심스레 안아들었다. 그리고는 내가 누워 있던 소파로 그녀를 눕혔다. 순간, 내 품에 안겨 공중으로 떠오르자 낯선 기운을 느낀 그녀는 제 손으로 내 팔뚝을 잡아왔다. 그런 그녀의 행동에 당황한 것은 나였다. 자는 게 맞나 의심이 되기도 했지만, 왼쪽 볼에 새겨진 소파 무늬에 살풋 웃음이 터졌다. 잘 구워진 호빵 같았다.
나는 그녀를 눕힌 뒤, 목에 둘러진 그녀의 팔을 조심스레 잡아 내렸다. 내 한 손에 잡히는 작은 두 손이 퍽 신기했다. 나는 그녀가 깨지 않게끔, 그녀의 손바닥 위로 내 손바닥을 가져갔다. 그리고는 일 센치 정도의 간격을 두고는 공중에서 손크기를 재보았다. 두 마디는 더 작은 손이었다. 어째서 수건의 물기가 제대로 짜지지 않았는지, 알 것만 같았다. 이 손으로 힘을 줘봤자 얼마나 줬겠는가.
매니저가 내려 오기까지, 한 시간이 남아 있었다. 나는 대충 씻고 나와 머리를 수건으로 털어냈다. 그때까지도 그녀는 잠에서 깨지 않았다. 나는 괜히 그녀에게 물방울을 좀 튀겨 보았는데, 그녀는 누가 잡아가도 모를 듯 고른 숨을 뱉으며 잘 뿐이었다. 굳이 깨우기 위함의 행동은 아니었다. 그냥 한 번 해 본 행동이었다. 그냥, 그러고 싶었다.
나는 그런 그녀를 등지고는 테이블 위에 올려진 카메라를 집어 들었다. 어제밤 여자가 가지고 들어온 것이었다. 나는 혹시라도 밤 사이 내 사진을 찍었을 지도 모를 그녀에 지난 사진들을 살폈다. 하지만 내 사진은 커녕, 이 방의 사진도 없었다. 그녀가 찍은 사진들은 기자가 찍었다기 보다는 사진작가가 찍은 것들 같았다. 주로 하늘 사진이나 풍경 사진이 많았다. 보기만 해도 탁 트이는 것 같은 구름 사진, 새벽녘의 초승달 사진, 지나치게 확대해서 깨져버린 별 사진. 또 이곳으로 오며 찍은 것 같은 비행기 사진도 있었다. 공항에서부터 공항 이곳저곳을 누비며 찍은 모양이었다. 의미없는 공항 의자 사진부터 공항 내 커피샵 사진도 있고 한 걸 보니.
나는 본격적으로 자리에 앉아 그녀의 사진을 구경했다. 옆으로 넘길 수록 그녀의 시간이 보였다. 비행기에 타서는 신나서 한껏 웃으며 찍은 사진들도 있었다. 호빵 같은 볼이 더욱 호빵 같아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러다가 이내 곧 그녀가 들을까, 겨우 웃음을 참아냈다. 그녀의 셀카 뒤로는 브이를 하며 장난치는 석진이 형도 보였다. 데뷔 때부터 알고 지내던 기자이자 친한 형이었다. 이 쪽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 부류의 사람이었다. 믿음직스럽고 든든한. 내 고소 공포증을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이기도 했다. 나는 꽤 오랜 시간 그녀의 사진 구경을 마치고, 기지개를 피며 창문 쪽으로 향했다. 이 곳은 8층이었다. 남들이 들으면 그게 뭐냐 할 수도 있지만, 내 나름은 분명 높은 층수였다. 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용기가 났다. 아마도 그녀의 사진을 본 것이 큰 힘이 된 모양이었다. 하늘 사진을 보니, 그것을 담는 사람도 있는데. 보는 것 쯤이야. 뭐, 이런 식의 겉멋 뿐인 용기겠지만. 나는 두 눈을 감고 창문 앞에 서서, 천천히 눈을 떠보았다.
"뭐해요?"
하지만 여자의 목소리와 동시에 내 어깨를 두드리는 손길에 놀라, 몸에 힘이 풀릴 뻔했다. 나는 겨우 몸을 지탱하며, 창문에서 몸을 돌렸다. 그러자 아무것도 모르는 그녀가 나를 올려다 보며 물었다. 창백해진 내 얼굴에 적지 않게 놀라 보였다. 하지만 그녀를 달래줄 여유가 지금 내게는 없었다. 나는 충동적으로 그녀의 허리를 끌어 안아, 다시 한 번. 어제 밤처럼 그녀의 목 언저리에 얼굴을 묻었다. 기댈 곳이 필요했다. 당장 몇 초간은.
그렇게 또 한 번, 찾았다.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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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만인의 남자였으면 좋겠는 태형씨의 이상형이 궁금해요!
A. 호빵 같은 사람 좋아해요. 손이 작은 사람도 좋아요. 귀여워서. 아, 그리고 사진 잘 찍는 사람도. 개인적으로 바빠서 풍경 같은 걸 볼 시간이 적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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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 X 석진 = 비밀은 없다. |
[몇 층] [8. 왜?] [문자 보낼테니까, 봐봐] [어] [김태형 801호에 의문의 여자와 함께 있음] [뭐야] [우리 팀 막내가 돌린 문자] [801호에 있는 게 나는 맞는데 여자는 없다] [알아. 임마] [아니라고 해. 막내한테.] [우리 막내가 또 눈으로 본 거 아니면 안 믿는다. 기자정신이 투철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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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자 하나가 내가 룸 안에 여자랑 있다고, 소문 소문을 그렇게 냈다는데." "...그렇게 노발대발 내지는 않았어요. 진짜로..." 그는 내 말에 제 휴대폰 화면을 키고는 몇 번 터치를 하더니, 내 앞에서 가볍게 흔들어보였다. [김태형 801호에 의문의 여자와 함께 있음] ...내가 돌린 문자가 왜 그의 휴대폰에도 전해졌을까. 난 그의 번호가 없는데. 분명. "이 정도면 충분히 노발대발 낸 거 아닌가." "...죄송해요." |
3화 미리보기 |
"기자님." "..." "탄소 기자님." "..." "나랑 얼마 전에 같이 호텔에서 ㅈ," "왜요! 뭐요! 뭐!" "호텔에서 같이 잔 기자님이라는 호칭이 좋은 건가." "미쳤어요. 진짜?" "너무 긴데. 저 호칭은." "...할 말이 뭔데요." "영화 보러 오라고요." "바빠요. 저." "빚 진 거 값으려고 그럽니다. 오세요. 초대권 석진이 형한테 줬으니까." "...다른 연예인들도 와요?" "네. 강동원 선배도 오시는ㄷ," "늦지 않게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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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어요?" "...아니요." "아닌데, 울었는데? 딱 보니까." "...그 쪽이 죽어가지고..." "영화잖아요." "그래도 남자주인공 캐릭터가... 완전 멋졌어요. 근데 죽어서... 그래서 그래요." "그래서 나 아플 때, 죽을까봐 그렇게 간호해줬나?" "...그 얘기는 그만 할 ㄸ," "엄청 열심히 한 것 같던데. 완전 열과 성을 다해서." "그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그래요? 서운하네." "...그럼 그 쪽이야 말로 열과 성을 다해서 매번, 그렇게 아무 여자 막 안아요?" "아무 여자를 안는 게 궁금한 건가, 그 쪽한테만 그러는 게 궁금한 건가." "...그런 거 아니거든요." "기자가 뭐 이렇게 질문 속이 다 보여요." "..." "아무 여자한테 안 그래요. 그리고 아무 여자 아닌데 그 쪽." "..." "뭐지. 그 초롱초롱한 눈빛은." "...그럼 뭔데요." "나랑 같이 잔 여자." "아.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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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겨울소녀입니다.
러블리 러브의 2화가 왔어요 :) 이번 화에서는 태형이가 왜 아팠는지에 관한 이야기와 석진이와 태형이의 관계가 담겨졌습니다. 때문에 아직 두 사람의 스파크 튀기는 러블리함이 마구마구 쏟아지지는 않았네요. ㅎㅎ 3화는 아마 빠르게 찾아올 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그럼 새벽의 끝자락인 4시경에 글 올리고 사라집니다! 다들 주무시고 계시겠지만, 예쁜 꿈 꾸세요.
+ 암호닉은 정리 중에 있습니다! 오늘 중에 글에 추가할게요 -
여러분 배려하지 못하고 늦은 시간에 와서, 마음이 조금 안 좋지만...! 오늘은 도저히 시간이 안 나가지구ㅜ_ㅜ
앞으로는 일찍 오도록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