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CH MY BODY
w. 교생쌤
1.
이름은 김탄소. 어, 여자고 고등학생이고 음... 뭐 설명 더 필요한가요? 그래, 정확하게 열여덟살이에요. 음, 좋아하는건 딱히 없어요. 싫어하는건 거지같은 김태형? 그 새끼는 친구도 없나봐요. 뭐만하면 자꾸 저한테 쫑알대면서 들러붙는게 보기도 싫어. 이곳엔 무슨 이유로 왔냐고요? 그걸 왜 저한테 물으세요? 아프니까 왔겠지. 내가 왜 아픈지는 당신들이 알아내야 하는거 아닌가? 왜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한고요? 아닌데? 저 하나도 안 예민했어요. 근데 방금 그 발언때문에 좀 예민해질 뻔했네. 오늘 상담은 여기까지만 하죠. 더이상 했다간 미친 원숭이가 내 머릿속을 드려다보는 기분이 들 것 같아요. 물론 선생님을 두고 한 말은 아니에요. 별뜻도 없고. 예? 뭔 말이냐고요? 그냥, 그냥 토나올 것 같다고요. 이 순간 자체가 말이죠. 전 이만 가볼게요. 이따 병실에 놀러오세요, 잘생긴 선생님.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가는 탄소다. 30분동안 한 탄소와의 첫상담은 담당선생인 남준의 신경을 긁어대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사실 남준은 탄소와 상담한지 3분이 지났을때부터 머리가 아파왔다. 아까 들은 말을 표현만 조금씩 바꿔가며 나에게 10번은 말해준 것 같다. 탄소는 할말이 없는데 말해야 하거나 몹시 흥분하면 자신이 했던 말을 잊어버리곤 같은 말을 반복해서 되풀이한다는 사실을 남준은 차트에 기록했다. 어쨋든 남준을 당황시키는 말을 조금씩 어휘만 바꿔서 10번이나 연속으로 내뱉으니 신경을 긁을 수 밖에. 그것도 남준의 질문은 듣지도 않은채 말이다.
"아, 벌써 집에가고싶어"
씨발. 미쳤다고 내가 왜 정신과에 왔을까. 김남준이 병신아. 정신과에 온 내가 병신이지, 다 내가 잘못이야!
병원에 온지 1시간도 안된 남준은 집에가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다. 남준은 S대 의대에 수석입학을 하고 졸업도 수석으로 마친 엘리트 중 엘리트다. 인턴생활도 착실하게 완수했고 정신과 레지던트로도 의사선생님께 인정받으며 별탈없이 대학병원의 정신과 의사선생님이 되었다. 하지만 인턴, 레지던트 생활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의 힘겨운 정신과 생활에 남준은 지쳐갔다. 같은 의사들과의 모임에서도 정신과인 남준에게 모두들 힘내라는 말을 건넬때마다 남준은 쓴웃음으로 답을 대신했다. 남준은 항상 생각했다.
이런 개같은 고생하려고 이토록 의대에 목메고 수석입학에 수석졸업까지 엘리트과정을 밟은 것인가.
나는 왜 고생에 고생을 해야하는가.
한참을 생각하던 남준은 자신의 책상을 마구 내리쳤다. 미친듯이 쳐대고난 후, 남준은 흥분을 겨우 가라앉혔다. 차분하게 다시 차트를 확인했다. 김탄소. 김탄소, 여기 있네. 부산스럽게 종이를 넘기던 손을 멈추고 남준은 차트에 집중했다. 한참동안 조용히 차트를 확인하던 남준은 이내 차트를 책상 위로 거칠게 던졌고 마른세수를 미친듯이 했다. 한참을 멍때리다 차트를 거칠게 잡아올리고선 다시 빠르게 읽어나갔다. 그리곤 주저없이 차트를 쇼파에 던졌다.
씨발
짧고 굵게 그의 입에서는 욕이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세어나왔다. 이로써 벌써 두번이나 내뱉은 셈이다.
회피성 인격장애, 사회부적응, 강박증
"통각상실증"
거지같은 환자만 줄기차게 들어오네, 거칠게 머리를 쓸어올리던 남준은 털썩 의자에 앉았다. 천천히 눈을 감은 남준은 의자를 슥 돌리며 창문밖을 쳐다봤다. 통각상실증. 아픔을 느낄 수 없는 병. 정신과에서 굉장히 싫어하는 병이다. 통각상실증은 신경과와 관련된 병이지만 이로인해 따라오는 정신병이 많기에 정신과에선 그닥 선호하지 않는다. 단어선택이 그리 좋지는 않다 생각하지만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어찌됐던 가장 중요한 사실은 모든 정신과 의사가 기피하는 병을 가지고 있는 환자가 지금 남준의 품에 들어있다는게 남준으로서 가장 마음에 들지않는 사실이었다. 남준은 한숨을 푹 쉬었다. 통각상실증을 제외한 나머지 세 병을 보니 대충 무슨 이유에서 왔는지 예상이 된다. 양손을 주먹쥔채 자신의 이마를 때리던 남준은 시계를 슥 쳐다보고는 시끄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자에 걸쳐논 가운을 입고 환자차트를 한쪽 겨드랑이에 낀 채 안경을 고쳐올리며 방을 나간다.
아마도 이번에 탄소와 함께 새로 온 환자를 만나러 가는 듯 싶다.
2.
"안녕?"
"어"
인사같지 않은 인사를 끝으로 한참을 말이 없던 두 사람은 결국 탄소가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고 누워버리는 것으로 종결되었다. 이곳을 홀로 독차지 한지 1시간 만에 탄소의 병실에 낯선이가 침범한 것이다. 이름은 박지민. 외관상으로 보았을 때 아무런 문제가 없는 대한민국의 건장한 고등학생이었다. 심지어 그는 탄소가 대꾸하지 않아도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등을 지고 누워있던 탄소는 그의 말에 귀를 기울렸다. 그는 마치 탄소가 자신의 말을 들을거라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쉴새없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탄소는 속으로 그가 말한 것을 되새김질 하고 있었다. 축구를 좋아하고 염색은 방학이 된 기념으로 주황색으로 물들렸다고 한다. 그는 나에게 어떤 이유에서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탄소는 몇시간째 뒤돌아 누운채 귀를 쫑긋 세웠다. 중간중간에 그와 관계가 있는 누군가가 왔다가 간 것으로 예상되었다. 간혹 그의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들어온 간호사들도 있었다. 그런 그는 정말 정신적인 문제가 있을까 싶을정도로 너무나도 그들 속에 잘 녹아들어갔다. 간호사의 웃음소리와 그의 웃음소리가 조화롭게 섞여 달달한 초코우유 같았다. 웃기게도 이 표현이 가장 적절했다. 간혹 눈을 감고 들으면 여자친구와 대화하는 것이 아닐까 싶을정도로 그는 달달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다른이들과 잘 섞였다. 정상인처럼 말이다. 탄소는 자신이 이곳에 있는게 이질감이 든다고 생각했다.
그는 아프지 않았다.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그는 아주 단단했다. 그런데 그런 그가 이곳에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친해지고 싶지 않았다. 다만, 약간의 흥미가 생겼다. 그에 대한 약간의 흥미로움이 내 머릿속을 지배했다. 젠장할. 이 좆같은 호기심이 자꾸 나를 타인과 엮이게 만든다. 금방이라도 속이 뒤집어질 것만 같았다. 이불 속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그의 침대주변은 커튼을 막혀있었다.
탄소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앉았다. 옆에있는 쓰레기통에 위액을 뱉어냈다. 탄소는 늘 그랬다. 아직 뒤집어지지 않은 속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라도 속이 뒤집어질 것 같으면 그대로 속을 게워냈다. 아직도 찝찝한 속에 밖으로 나가려고 몸을 튼 순간 숨이 턱하고 막혔다. 창문을 통과해 들어온 달빛은 지민의 침대커튼을 비췄다. 비춰진 지민의 실루엣은 나를 쳐다보며 움직이고 있었다. 아주 천천히 느릿하게 움직이는 몸짓이 나비처럼 아름다웠다.
지민의 침대 커튼이 바람에 의해 열렸다. 땀에 흠뻑젖은 지민이었다. 계속 나만 쳐다본 건지 그의 눈과 나의 눈이 정통으로 마주쳤다. 계속해서 느릿하게 움직이는 그의 몸짓에 내 몸이 달아올랐다. 그제서야 난 그가 이곳에 온 이유를 알았다.
그는 생각이상으로 위험했다.
꼭 읽어주세요!! |
안녕하세요! 교생쌤입니다:) 갑자기 다른 작품이 올라와서 당황하셨죠..? 축구부 주장 연재 중단하지 않았어요!! 다만 제가 이번주 내내 생기부 작성이랑 동아리 부단장이라 문집만드는 일로 바빠서...ㅠㅠ 죄송합니다... 내일 방학식이니까 내일은 올 수 있어요!!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습니다... 연재는 계속할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근데 왜 새로운 글로 돌아오냐고요? 사실 축구부가 끝나면 연재하려고 미리 써놓고 시간을 두고 천천히 수정작업을 하려던 작품입니다..하하하하 축구부는 아직 써놓은게 없는데 일단 와야 제가 살아있다는 걸 알릴 수 있을 것 같아서 이렇게 맛보기로 들고 왔습니다.. 진짜 너무너무 쓰고 싶었습니다... 완벽하게 만들고싶어서 미리 써놓고 있었는데 이렇게 드러날 줄이야!! 괜찮아요 아직 많은게 숨겨져 있으니:) 일단 이걸로 화를 풀어주세요(굽신굽신) 내일 축구부는 더 좋은 모습으로 공개하겠습니다! 방탄동화전도 정상적으로 게시됩니다!! 지금까지 교생쌤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