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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규가 눈물을 흘린다. 보는 나에게까지 서러움이 전해질 정도로. - 나는 그 날 이후 완벽하게 김성규를 무시했다. 학교에 가서 가장 먼저 한 일이 자리를 바꾼것이었다. 원래 내 앞에 앉아있던 성열을 내 옆자리로 옮기게했다. 성열은 처음에 내키지 않아 했지만 내가 이유를 이야기하자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바꿨다. 차라리 지금 이 상태가 편하다. 성열은 내 성격을 아주 잘 알고있기에 내가 꺼려하는 행동을 왠만하면 하지 않는다. 김성규처럼 날 귀찮게 하는 일도 없다. 자리를 바꾸고 난 뒤 나는 다시 전처럼 지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까 누군가를 신경쓰지 않아도 되었다는 말이다. 김성규는 못마땅한듯 했지만 나에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내가 자리를 바꾼 다음 한것이 김성규를 무시하는 일이었으니까. 나는 그녀석이 나에게 말을 걸어와도 대답하지 않았다. 집에 가다 마주쳐서 녀석이 나에게 인사를 한다던가 다가오려하면 걸음을 빨리해 먼저 가버린다던가 용건도 없으면서 괜히 다른 건물로 들어가곤 했다. 그런 일이 대여섯번 반복되자 녀석도 내가 저를 피하는 걸 알아챈듯 나에게 아무런 말도,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게 너무 편했다. 내 신경을 건드리지 않아서. 이런 상황을 성열과 동우는 못마땅해했다. 처음에는 무슨 일인지 지켜보다 일주일정도가 지나고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아챈 후로는 날 설득하기 바빴다. 성규에게 왜 그러냐, 성규는 착한 아이다. 널 귀찮게 하는 게 그렇게 싫은 거냐, 이제 우리말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야하지 않겠냐. 등등 온갖 말로 날 설득하려 했지만 난 그 말들 모두가 내키지않았다. 녀석들이 나에게 그렇게 말해도 김성규는 그냥 내 생활 패턴을 어긋나게한 방해꾼일 뿐이었다. 이런 일에 민감한 나를 성열과 동우도 잘 알고있다. 태생적으로 귀찮음과 무심함을 가지고 있는 나는 성장을 하면서 강박증같은 것이 생겼는데 그것은 부모님의 이혼으로부터 시작되었다. 10살이라는 어린 나이의 나에게 부모님의 이혼은 적지않은 스트레스를 안겨주었는데 그 스트레스는 겉으로 강박증의 형태를 한채 나타났다. 처음에는 그저 깔끔함만을 추구했지만 커가면서 내가 정한 생활 패턴들이 어긋나는 것을 정말 못 견뎌하게 되었다. 이것을 아는 것은 역시 10년지기들 뿐이고 그들은 이런 나를 배려해주었다. 내가 그들에게 엄청난 감사함을 느낄 정도로. 그래서 성열과 동우가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내심 놀랐었다. 내 강박증을 알고 그걸 최대한 배려하는 둘이 김성규를 피한다는 이유로 날 설득하는게. 오히려 그때문에 나는 더 김성규를 피하게 되었다. 둘이 나에게 성규 좀 그만 무시하라고 할때마다 나는 점점 김성규가 부담스러워졌고 거북해졌다. 평소에는 내가 무시하는 그 어떤 사람들에 대해서도 터치하지 않던 애들이 유독 김성규만 특별취급하는 것 같아 기분이 안좋았다. 나는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둘은 벌써 김성규를 친구로 생각하는 것 같아서. 웃기지도 않게 나는 오기가 생겨 철저하게 김성규를 무시했다. 오늘도 점심시간에 당연한 듯 우리반에 들어온 동우는 자리에 앉자마자 성열과 함께 날 설득했다. 우현아, 이제 그만해라. 성규도 많이 힘들어한다. 성규는 너랑 친해지고싶어하는 데 너는 왜 그걸 못 받아들이냐. 이걸 이겨내야 니 강박증도 이겨낼 수 있다. 나는 어디까지 말하나 하는 생각으로 둘의 말을 계속 듣기만했다. 정도를 넘는 말을 하면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나갈 생각을 하면서. "우현아, 너만 힘든거 아니잖아. 강박증때문에 친구를 내치고 그러는 건 정말 아닌거같다. 이러다 너 사회생활도 못해." 조금은 지친듯한 성열의 말에 나는 코웃음을 치고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비웃는 걸 싫어하는 성열이 순간 얼굴이 굳어졌다 푸는 게 보였고 내심 미안했지만 이번 기회에 이 일에 대해서 확실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강하게 대답했다. 평소에는 잘 꺼내놓지도 않는 진심까지 이야기하면서. "친구? 누가 친구야. 김성규가 언제부터 내 친구였는데. 너네 마음에 든건 나도 어쩔 수 없어서 놔두는데 너희들이 마음에 든다고 나한테까지 그 녀석하고 친해지는 걸 강요하는 건 아니지 않냐? 너네는 알잖아. 내가 내 생활 흐트러지는 거 얼마나 질색하고 싫어하는 지. 그런데 김성규는 다 흐트러지게했어. 너희들도 안하는 짓을 그녀석이 했다고. 이게 지금 말이 되냐? 10년 지기인 너네들이 안하고, 못하는 걸 걔는 하루만에 했어. 나는 그걸 받아들일 수 없는거야. 난 친구로 너네들이면 돼. 난 너희들만 있으면 된다고. 더 이상은 필요없어." 내 말에 둘은 할 말이 없는 듯 보였다. 평소에는 이렇게 길게 말하지도 않는 데다 잘 드러내지도 않는 진심을 드러냈으니 당연하다. 성열과 동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고 했다. 나는 조금은 기가 죽은 듯한 둘을 위해 오랜만에 웃어보였다. 기죽지 말고 웃으라고, 평소처럼 신나게 떠들고 웃어달라는 뜻을 함께 담아서. 내 웃음에 둘은 안심한듯 웃고는 서로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그래, 지금 이게 나에게 가장 안정과 편안함을 주는 장면이다. 오랜만에 편안함을 느끼며 문득 고개를 들어 뒷문을 보았다. 그곳에는 김성규가 두 주먹을 꼭 쥔채 억지로 눈물을 참으며 나를 보고 서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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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럭자라 몽림 모모 양념치킨 오렌지 감성 댕열 바카루 백성규 궁아 헿헿 하트뿅뿅 이번 소설 기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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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링은 꼭꼭 다음주 안으로 보내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