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F(x) - 미행
Q 이번 음원 말고도 다른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A 그렇다. 깜짝 선물이라고 준비를 하고 있는데 문제가 있다면 그 선물이 무엇인지 아직 나도 정확히 모른다는 거랄까. (웃음)
아무래도 노래 선물이 아닐까 싶다. 피디님 말씀을 들어보면 음... 작은 콜라보 같은 그런 선물이 될 것 같다.
Q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A 그렇게 생각해주니 정말 고맙다.
다행히 기사에는 이상한 내용이 실리지 않았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핸드폰 화면을 잠그고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내 옆에서 나를 바라보던 매니저 언니가 물병을 내밀었다.
나는 고맙다며 입꼬리를 말아올리고는 물병 역시도 테이블 위에 그대로 올려놓았다.
머리를 하고 있는 와중에 물을 마시겠다고 고개를 젖히기에는 미용실 스텝 언니들이 너무나도 열정적이었다.
유명 아이돌은 연애를 할까?
03
w. 복숭아 향기
"근데 나 진짜 누구랑 콜라보 해?"
"어련히 알아서 알게 될까."
이 새끼가...
누가 그걸 몰라서 그러나?
궁금하니까 이러지.
나는 민윤기를 향해 휴지 한 장을 집어던졌다.
민윤기 옆에 있던 김남준이 얼른 그 휴지를 낚아챘다.
아주 보디가드 납셨어. 나는 혀를 끌끌 차며 쇼파 위에 그대로 드러누워버렸다.
스텝 언니들이 열심히 셋팅했던 머리는 어느새 부스스하게 헝클어져있었다.
이따가 코디 언니한테 혼나겠다. 나는 손가락으로 머리카락 끝을 만지작거리며 작게 중얼거렸다.
조금 있다가 미팅 있는데.
"어차피 있다가 보잖아. 누구랑 할지."
"노래는 네가 쓴다며."
"그렇지."
"그니까 누구냐고."
"이따 알아서 봐라. 나 지금 바쁘다."
이 말을 마지막으로 민윤기는 입을 꾹 다물어버렸다.
정말 바쁜 건가. 나는 몸을 일으켜 무언가 열심히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민윤기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응. 정말로 바빠보였다.
그러고보면 민윤기는 늘 바빴다.
내 노래를 작업하느라 바빴고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작업하느라 바빴다.
간간히 김남준의 믹스테잎을 들어주느라 바빴고 너의 음악 작업을 도와주느라 바빴다.
정말 먹고 자는 시간이 부족한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윤기는 오로지 '자신'의 결과물을 내놓은 적이 없었다.
그가 작업하는 노래들은 '슈가'라는 이름으로 발매가 되었고 대중들에게 그 '슈가'는 개인이 아닌 하나의 작업팀으로 알려져있었다.
그리고 그 팀에 소속되어있는 작사가, 작곡가라고 알려져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이었다.
김남준.
그렇게 수많은 곡들이 히트를 치고 음원차트에 오르내려도 단 한 번 대중들에게 얼굴을 드러낸 적이 없는 사람이 민윤기였다.
사실은 자기 혼자 다 하고 있으면서.
'너는 왜 그래?'
언젠가 솔로 앨범을 준비하면서 이렇게 물었던 적이 있었다.
그 때도 몇날 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의자에서 꾸벅꾸벅 졸던 민윤기는 이렇게 대답했었다.
'얼굴 알려지면 피곤해.'
'너 아이돌 하려고 했잖아.'
'그래서 그만뒀잖아.'
'...'
'돌아다닐 때는 누가 알아보면 피곤해.'
그 말에 나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길을 돌아다닐 때 내가 모르는 누군가가 나를 알아보고 다가와서 아는 척을 하는 피곤함.
그 피곤함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
잠시 시간을 떼우다보니 어느새 미팅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화장실에서 대충 머리를 정리하고 사옥 아래 마련되어있는 카페로 향했다.
아직 내가 이 회사에 들어오기 전, 녹음실을 빌려쓰다가 김태형과 우연히 마주했던 바로 그 카페였다.
카페 안에는 이미 매니저 언니와 피디님이 와있었다.
같이 콜라보 하기로 한 상대는 아직 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늦어서 죄송하다는 내 말에 피디님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얼른 앉으라는 듯이 손짓을 해보였다.
나름 편하게 대해주신다고 하시는 거 같은데... 아직 나에게 피디님은 조금 많이 어려운 존재였다.
"상대가 아직 누군지 모른다고 했지?"
"네. 작곡팀한테 물어봐도 안알려주시더라고요."
"뭐 그리 대단한 거라고 숨기고 말이야. 그치?"
그러게요.
나는 머쩍게 웃어보이며 주머니 안에 있는 핸드폰으 만지작거렸다.
방금 전 너 역시도 중요한 미팅이 있다고 내게 말을 했었다.
무슨 미팅이라고 했더라. 꽤나 중요한 미팅이었던 거 같은데 비밀 프로젝트라서 말해줄 수는 없는 거란다.
나는 콜라보 미팅있다고 다 말해줬는데.
뭔가 진 기분이 들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피디님과 이런저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카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왔나보다.
나는 고개를 돌려 카페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
어?
"저 왔어요!"
"호석이 왔냐."
"비밀 프로젝트라고 해서 혼자 왔죠. 매니저 형도 안데리고."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이제 막 숙소에서 나왔는지 츄리닝 차림으로 모자를 푹 눌러쓰고 나타난 너였다.
방금 전까지 중요한 미팅이 있다고 말을 했던. 그래. 정호석.
-
"둘이요?"
"조금 있으면 봄 시즌이고. 겨울과 봄 사이에 들으면 좋을 노래들은 얼마든지 많잖아."
"..."
"호석이한테 비밀이라고 말한 건 이 녀석이 워낙에 말이 많아서였고."
"아..."
"어차피 이름이가 인터뷰에서 적당하게 스포도 해줬으니 비밀이라는 건 물 건너갔지만 말이야."
"그렇죠..."
"두 사람. 친분도 있더만."
친분..?
피디님의 말에 나는 그저 허허 웃어보였고 너는 네 앞에 있는 머그잔을 그러쥐며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친분 있고 말고요. 그게 보통 친분이겠어요.
첫 눈 오는 날 서로 전화하면서 보고싶다 사랑한다 이렇게 말을 하는 친분 정도랄까.
이런 우리 모습에 피디님은 뭐가 마음에 드는지는 모르겠지만 매우 흡족한 미소를 보이며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곡작업 같은 건 나중에 작업팀이랑 차차 이야기를 나눠보면 되는 거고."
"가시... 게요?"
"조금 있으면 pd랑 작가들 다 오는데 계속 여기 있을까?"
"pd님이랑 작가님요?"
뭔소리야?
나는 영문을 모른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너를 바라보았다.
네가 눈동자를 데록 굴리며 내 눈을 피하는 것을 보니 너는 뭔가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뭐야. 불어.
내가 네 머리에 손을 얹고 나와 눈을 마주치게 하자 그제야 너는 나를 바라보며 허허 웃어보였다.
"음... 그러니까 말이야."
"어."
"간단하게 말하면 리얼리티..?"
"뭐?"
"너랑 내가 같이 작업하는 모습을 담은 리얼리티..?"
"그걸 왜 너만 알고 있어?"
"그러게? 왜 나만 알고 있었을까?"
"말 돌리지 마라. 왜 말 안했어?"
"비밀 프로젝트라니까."
"어차피 나랑 하는 거였잖아!"
"내가 알았냐. 삐졌어?"
너는 어느새 내 두 볼을 양손으로 그러쥐고 살살 주무르며 눈웃음을 지어보이고 있었다.
아씨. 자꾸 이러면서 말 돌리지 말라니까.
나는 입술을 잘근 깨물며 네 이마를 손가락으로 꾹 밀어냈다.
너는 뭐가 그리 좋은지 배실배실 웃어보이며 내가 밀어내는 대로 순순히 밀려나주었다.
아. 잠깐만.
피디님...
"친분이 있다는 말이 사실인가보네."
옆에서 들려오는 피디님 목소리에 나는 그만 딱딱하게 굳어버리고 말았다.
오마이갓. 세상에. 들킨 건 아니겠지.
근데 이런 상황에서 아무것도 모른다면 그게 더 눈치고자 같은데...
그 정도로 눈치가 없는 분은 아니신 거 같던데...
"그럼요. 방송 분량은 걱정 안하셔도 될 거 같아요."
너는 오히려 더욱 환하게 웃어보이며 내 팔을 잡아당기고는 그대로 나를 꼭 끌어안아버렸다.
야, 야... 이러면 진짜 들키는데...
나는 너무 놀라 너를 밀어낼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보이지 않아도 피디님이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너는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내 머리카락을 손으로 살살 빗어내리고 있었다.
평소에는 박수인 녀석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구는 건지...
입 안이 바짝바짝 말라왔다.
"적당히 해라."
"그럼요."
"어쩐지 너랑 윤기가 다짜고짜 달려들 때부터 내가 알았어."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조심해. 무슨 말인지 알지?"
"그럼요."
스텝들 오기 전에 그만 놔줘. 애 놀랐겠다.
피디님은 이 말을 마지막으로 짧게 인사를 하고는 밖으로 나가셨다.
나는 아직도 멍한 표정으로 네 품에 안겨있었다.
어... 그러니까... 지금 이 상황은 피디님이 알고 있었다는 거지? 너랑 내가 무슨 관계인지.
심지어 내가 이 회사에 계약하기 전부터.
망할 너는 아직도 나를 향해 웃어보이며 내 머리칼을 매만지고 있었다.
진짜 존나 얄밉게도.
-
[정호석♥]
죽고싶지? -
내가 얼마나 마음졸였는지 알아? -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네 -
- 살고싶지
- 잘 살아있잖아
- 호비보고 화풀어
화나게 할래? -
- 아니
- 화 푸는 거 볼래
- ㅎㅎㅎㅎㅎㅎ
내가 못살아 진짜...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옆에서 듣고 있던 매니저 언니 역시도 꽤나 놀란 모양이었다.
운전을 하면서 계속해서 내 눈치를 힐끔힐끔 살피는 걸 보면 말이다.
"저... 이름아."
"네."
"그러니까... 음..."
"맞아요. 언니가 생각하는 그거."
아.
계속 말 안하려고 했는데.
자꾸만 이쪽을 힐끔거리는 매니저 언니의 시선이 신경쓰였다.
나는 차 등받이에 있던 안대를 꺼내들었다.
저 조금만 잘게요.
내가 말을 하자 더듬거리며 말을 걸어오던 매니저 언니가 입을 꾹 다물어주었다.
이 죽일놈의 낯가림 좀 고쳐야 하는데.
다음에 매니저 언니랑 둘이서만 같이 밥을 먹던지 해야지.
사람이 친해지는 데는 그래도 뭘 같이 먹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
잠을 청하려고 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들이 우다닥 하고 달려든 기분이었다.
그게 좋은 쪽이던, 나쁜 쪽이던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들이 달려들면 받아들이는 게 조금은 버거웠다.
그런 속도에 이제 하나씩 맞춰가고 있는 나이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적응기간이 조금은 더 필요했다.
"다왔어."
다 왔다는 매니저 언니의 말에 나는 안대를 벗어 창 밖을 바라보았다.
새하얀 눈이 가득 내려있는 스키장이 눈에 들어왔다.
다른 코디나 스텝들은 다른 차로 오고 있는 중이었다.
새해에 제일 먼저 하는 행사가 스키장에서 하는 행사라니. 오랜만에 찾아온 스키장은 참으로 눈이 부셨다.
수북하게 쌓여있는 눈밭 사이로 가득 찍혀있는 발자국들도 참 오랜만이었다.
눈덮힌 스키장을 지나 내가 도착한 곳은 스키장 옆에 있는 호텔이었다.
내일 있을 행사를 위해 미리 잡아놓은 숙소였다.
"추우니까 들어가있어. 스텝들 다 오면 바로 연락할게."
"고마워요."
"숙소 어딘지 알지?"
"알아요."
나는 언니에게서 숙소 키를 받아들며 작게 웃어보였다.
아. 춥다. 빨리 들어가서 옷 갈아입고 샤워해야지.
따듯한 물로 샤워하면 좀 잠이 오려나.
나는 핸드폰이 이어폰을 끼고 너에게 전화를 걸었다.
바로 숙소로 돌아간다 했으니 지금쯤 너는 숙소 침대에서 뒹굴거리고 있을 게 분명했다.
(여보세요?)
아니나 다를까. 너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다 왔어."
(춥지?)
"호텔 들어가고 있어."
(OO호텔?)
"응."
(지난번에 우리도 거기 썼는데.)
"행사"
(아니. 태형이랑 지민이랑 놀러갔었어.)
"여기 눈 진짜 예쁘더라."
아. 맞다.
차에서 벗어놓은 안대 갖고 오는 걸 깜빡했네.
나는 내 방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돌려 다시 호텔 로비로 향했다.
너는 이 스키장에서 꽤나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고 갔던 모양이었다.
침대 위에 엎드린 채로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조금은 잠긴듯한 목소리로 나긋나긋하게 들려오는 네 목소리가 참 간지러웠다.
밖으로 나와 고개를 두리번거리니 아직 스텝들이 오지 않은 건지 그대로 서있는 우리 벤이 눈에 들어왔다.
매니저 언니는 화장실에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문단속 제대로 하라니까. 나는 혀를 끌끌 차며 차 문을 열었다.
빨리 안대만 갖고 가야지.
(그래서 태형이 감기 엄청 심하게 걸리고 그랬잖아.)
"그랬어?"
(말도 마. 중간에 키도 잃어버려서 진짜 죽는 줄 알았어.)
"너도 스틱 잃어버렸다며."
(나는 바로 찾았지.)
"그래. 잘했... 응?"
(왜?)
"안대가 없어."
(안대?)
"응. 차에 수면안대 두고 와서 가질러 왔는데 안보이네."
바닥에 떨어졌나?
싶어서 밑을 봤지만 역시나 안대는 보이지 않았다.
내가 내리면서 땅바닥에 떨어뜨렸나. 아. 안대 하나 새로 사야하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차에서 내렸다.
1000원 밖에 안하는 건데.
근처에 다이소가 있으려나.
오늘은 그냥 수건으로 눈 가리고 자던지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다시 너와의 통화를 이어갔다.
호텔 뒤로 하얀 눈으로 가득 덮힌 높은 산봉우리가 보였다.
다음에 너랑 같이 여기 놀러올 수는 있을까.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한 번쯤은 너랑 같이 놀러오고 싶은 그런 곳이었다.
-
[암호닉]
2화에서 신청해주신 분들, 제 실수로 누락되신 분들 암호닉 업데이트는 다음화에서 바로 해드릴게요!
지금 할머니댁이라...ㅎㅎ 죄송합니다ㅠㅠ
우와탄 삐봉 전아장 헤융 꿀떡맛탕 인디핑크 솜구 경쨩 야야 강여우 키딩미 별 민윤기를 고소합니다 분홍빛★ 마솨 모찌 자몽주스 오츠카레 와장창 토끼
디즈니 쁘니야 7842 하쿠 정꾸기냥 녹차 쿠키랑 나랑 뉸기찌 연꾹 0609 땅위 율 동동 희망이♥ 비비빅 썬키스트자몽 둥둥이 꾸엥 0622 망개야망개야
진진자라 열렬 쿠쿠 스티치 만두짱 단아한사과 숨채 잇찌니홉찌니 요를레히 밍슈가 꽃길 8월디디 코코몽 ♡율♡ 웃음꽃 감귤 킁카킁카 방칠이방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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