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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혁에게는 알리지 않을 것이다. 아버지께 아프단 핑계를 대서라도 절대 가지 않을 것이다. 온전히 이곳 사람도 아닌 내가, 혹여나 국모라도 된다면 .. 큰일 날 소리였다.
나는 아버지의 방인 사랑방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거라.”
문을 조심스레 열고 들어가자, 아버지는 읽던 책을 덮으시고는 나를 보며 앉으라 하신다. 머리를 한 번 숙이고는 치마를 들고 앉았다.
“무슨 일이냐.”
“아버지 저..”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까지 집에서 나의 간택을 위해 쓴 돈이 얼마일까. 상상도 가지 않는다. 갈 때 입는 한복에, 가마에.. 끝도 없을 것이다.
내가 망설이니, 아버지께서 어서 말해보라는 듯 인자한 웃음을 지으시며 고개를 한 번 살짝 끄덕이신다. 그에 나는, 용기를 얻어 말한다. 어차피 한 번은 말해야 될 일 아니었을까 하며.
“삼간택에 가고 싶지 않아요.”
내 예상대로였다. 아버지의 인자한 웃음이 가득했던 얼굴은, 표정이 싹 비워져 표정이 없는, 화가 난 표정을 하고 계신다.
“그게 나는 당최 무슨 말인지 모르겠구나.”
“..”
“너는 대체 아이가 종잡을 수가 없어. 초간택에 나가게 해 달라고 하여 처녀단자까지 올렸는데. 갑자기 어찌 ..”
어영이의 말이 사실이었나 보다. 잘생겨서 뭐 반했다나. 그러면 나는, 내가 아니었던, 전에 이 세상에 살던 철없었던 나를 탓한다.
그리고 나는, 절대 안 말할 줄 알았던, 그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정인이 있어요.”
내 얘기를 들은 아버지는 내가 얼토당토 않는 말을 한 듯 나를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신다. 그리고는
“못 들은 걸로 하마.”
덮으려 하신다.
“죄송해요. 전 정말 못 갈 것 같아요.”
예의에 어긋나는 걸 알면서도, 저 말을 하고 고개를 한 번 숙여 일어섰다. 나가려고. 내 의사는 충분히 전달되었을 줄 알았다. 처음에 굉장히 엄하실 줄 알았다던 아버지에 대한
내 생각이 다시 머릿속에 자리 잡는 느낌이었다.
“이미 여기까지 올라온 이상, 나는 너를 내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서라도”
“...”
“너를 국모의 자리에 앉힐 것이다.”
*
“어디 가세요?”
“나 잠깐만 나갔다 올게.”
언제부터인가 내가 항상 기분이 좋지 않을 때 가는 곳은 저잣거리였다. 사람이 북적북적하고, 시끄러운 곳에서 정감을 느낀다고 해야 하나. 아, 물론 옛날의 나였으면 무조건 조용한 방 안에 틀어박혀, 이어폰을 귀에 꼽고 혼자 암울 속으로 들어가 기분이 풀릴 때까지 웅크려 있는 것이었다. 물론 기분이 풀리지 않으면, 하루에도 몇 시간이고 계속 그러고 있었다. 기분이 풀릴 때까지.
이곳에서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휴대폰도 없고, 텔레비전도 없고.. 이제는 집안에서 유일한 나의 친구였던, 나의 재간택 합격 소식을 그렇게 좋아하던 어영이에게도 마음 놓고 내 본심을 털어놓을 수가 없다.
그래서 내가 하는 말은 항상 나가자는 말이었다. 방 안에 혼자 있으면 외로움만 더해지니까. 나가자. 그러면 어영이는 영문도 모른 채 그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오늘은 나 혼자 나갈 것이다. 오늘 뭔가 같이 나가면 말하게 될 것 같아서였다. 아직은 난 어영이에게 알릴 준비가 안 됐다.
혼자 나가서 걷고 있다, 기분이 풀릴 때였다. 한 남자가 내 어깨를 친다. 가볍게 톡톡 하고.
그리고는 내게 아까 내가 떨어뜨린 듯한 내 돈주머니를 건넨다.
“이거요.”
미친. 존나게 잘 생겼다. 응. 그래. 이러니까 내가 기분이 안 좋으면 저잣거리에 오지. 내가 원래 살던 세계에서는 볼 수 없을 법한 외모를 가졌다. 문제는 정색을 했는데 존나 무섭게 생겨서 감사하단 말을 당당히 못 하고
“ㄱ..ㄱ..감사합니다.”
완전 개 쫄보 찌질이가 됐다. 그 사람은 고개를 한 번 꾸벅 숙이더니 뒤돌아서 사라져 버렸다. 나는 손에 돈주머니를 쥔 채 그의 뒷모습만 보고 있고.
그 때였다. 내 어깨를 툭툭. 톡톡히 아닌 툭툭으로 치는 사람이 있었으니
“뭐 하냐? 아주 수줍어 죽을라하네”
띠꺼운 표정의 이동혁이었다.
나는 들켜버린 나의 표정에 무안해서 아니거든?! 하며 소리를 쳤고, 이동혁은 맞받아쳤다. 뭘. 수줍어서 기절하려 하더니만. 하며.
“뭐라는 거야! 아니라니까?”
“와 곧 이제 두 번째 정인 되겠다. 그치? 사람 많은 저잣거리에서 이러고 있으니 서러워서 사나 내가.”
존나 얄밉다. 진짜 미치게 얄밉다. 말하는 것이 현주가 내게 비꼬는 것보다 얄밉다. 그러더니 먼저 휘적휘적 걸어가 버린다. 그리곤 홱 뒤 돌아서 내게
“안 와? 그럼 나 먼저 가고.”
하더니 다시 앞으로 가는 게 아닌가. 물론 나는 그러면
“아 이동혁 같이 가!!”
속으로 욕을 하며 그의 뒤를 쫓아 갈 뿐이지만.
*
“너 뭐 하냐니까?”
“기다려 보라고.”
어느새 손 잡는 게 익숙해진 나와 이동혁은, 한참을 손을 잡고 저잣거리를 돌아다녔다. 뭐 이동혁의 근황 얘기도 듣고, 이동혁네 강아지인 몽이도 보고 오고..
이동혁은 요새 굉장한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국왕이 직접 내린 지시라 말은 정확히 못 해준다 했고. 국왕이라는 말을 들으니, 또 재간택 합격 통지서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렇게 여러 얘기를 하다, 해가 졌다. 달이 높이 뜬 밤이 되었다. 지금 얘가 뭘 하고 있느냐면, 저잣거리 끝쪽에 있는 조금 높은 정자에 앉아, 이동혁에게 내 손을 맡기고 있다.
눈을 뜨지 말래서 몰래 보기라도 하려고 하면 이동혁이 그걸 눈치채고 날 흘겨본다. 왜.뭔데!!!
내 손을 가져다가 꼼지락대던 이동혁은, 다 됐다며 내 손을 내게 내밀었다. 그가 내민 내 손에는, 토끼풀로 만든 팔찌가 끼워져 있었다. 하늘 높이 떠 있는 저 달이, 그 달빛이. 흰 꽃을 더 돋보이게 해 주는 것 같았다.
"와. 예뻐.."
"열심히 만든 거니까 집 들어가서 씻기 전까지는 차고 있어."
그리고 내가 싫어하면 어쩌나 하고 긴장을 하던 그의 표정에, 웃음이 폈다. 힐끗 보니, 그의 팔에도 똑같은 팔찌가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동혁에게 결국 말을 하기로 결심했다.
더 이상 죄책감이 들어서 못 살겠다. 미칠 것만 같다.
"있잖아 동혁아."
내 말에 이동혁이 자신의 표정에서 개구진 웃음을 작은 웃음만을 띄웠다. 편하게 말해 보라는 듯.
"나 사실.."
"알아."
이동혁의 대답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봤다. 안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어?"
"재간택."
".."
"합격한 거. 알고 있다고."
이미 다 알아버린 이동혁의 반응에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늦게 말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해야 하나, 내가 그러고 싶은 게 절대 아니라고 변명같이 들리는 말을 해야 하나.
결국 나는, 내 속에 있는. 원래 내 계획이 성사되면, 이동혁한테도 말하지 않으려 한. 그 얘기를 꺼냈다.
"근데 나 안 갈거야."
"어?'
"아파 죽는다고 하고 안 갈래. 나 병 있다고 할 거야. 지병이 있으면 날 데려가려 하지도 않겠지."
".."
"아버지께 말씀도 드렸어. 물론 반대하셨지만 난 끝까지 떼라도 쓸거야."
횡설수설. 마음에 있는 말을 미처 다 정리하지 못하고 입밖으로 내뱉은 것이 티가 났다. 조용히 내 말을 다 듣고 있던 이동혁이 입을 열었다.
"예쁘다."
그리고, 티비에서 보던 그 분위기. 묘한 분위기 말이다. 그게 형성되더라. 그 쪽이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었다.
이동혁이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내 볼을 잡고, 몇 초 안 되는 시간동안 짧게 입을 맞추고 떨어졌다.
그리고는 자신도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가, 그의 상체를 조금 숙여 부끄러운 듯 자신의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아마 달빛이 환히 비춘 것이 토끼풀만이 아닌 것이 분명했다. 지금 이 시각, 달빛은 우리둘을 훔쳐보고 있으리라. 그렇게 믿었다. 이 대한민국에서, 나와 이동혁만이 지금 제일 밝을 것이라고. 그렇지 않고서야 이동혁의 빨간 볼과 귀가 다 보일 리가.
어린아이의 풋사랑에서 느끼는 감정처럼, 심장이 주체할 수 없이 뛴다.
아 이젠 어쩌지.
이동혁 없이는 살아갈 수 없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바야흐로, 여름이 시작되는 때였다.
! 작가의 말 ! |
와, 오늘 진짜 춥지 않았어요? 눈 맞으면서 걸어간.. ㅠㅠ. 진짜 빈 말이 아니라 다들 감기조심 하세요 T^T 내일 암호닉 마감입니다! 본래 신청해주신 분들도 확인 해 주셔야 돼요. 아니면 암호닉에서 자를 거에요. 신청만 해 놓고 안 읽으시고 나중에 텍파만 받아 간다는 분들이 꽤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0^.,,.! 무조건 확인 해 주세요!. (해 주신 분들 모두 감사 드리구요 '_' !!!) ♥ 오늘도 많이 부족한 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
♥ 암호닉 ♥ |
저 글에 신청하시기 전 + 신청하신 분들 다 합친 거에요! 암호닉 받는거 내일 오후 11:59:59 까지 받아요! 공지를 늦게 읽어서 생기는 암호닉 불이익은 제가 책임지지 않습니닷.. 나중에 사정이 있었다고 설명 해 주시면 조금 듣고 제 생각에 정말 사정 때문이라고 판단이 되면 모르겠지만요..! 그러니, 전에 암호닉 신청하셨던 분들! 암호닉 관련 글에 '확인 댓글' 달아주세요! T^T 이분들 중에 다음화에서 못 뵈는 암호닉이 없길 바라요 '_' ! [ 복쯍아보기 ♥ 김곰 ♥ 쟨 ♥ 무한씨티 ♥ 나나 ♥ 앓다쥬금 ♥ 달탤 ♥ 동혁오빠 ♥ 안돼 ♥ 슈비두바 ♥ 루나 ♥ 도룽 ♥ 사둥맠 ♥ 도령 ♥ 짝사랑 ♥ 미뇽 ♥ 엘은 ♥ 캐나다 갈맹이 ♥ 우주 ♥ 오른 ♥ 망고망고 ♥ 도레미 ♥ 바나나 ♥ 유타유타 ♥ 맠맠 ♥ 매니악 ♥ 마끄마끄리 ♥ 크림치즈빵 ♥ 바람꽃 ♥ 마끄리 ♥ 윤슬 ♥ 요거트 ♥ 해짜니 ♥ 붕어빵 ♥ 약간 ♥식빵 ♥ 이불킥 ♥ 세일러문 ♥ 마그마 ♥ 요귤 ♥ 르래 ♥ 꼬미 ♥ 스청스청 ♥ 도라애몽 ♥ 지성맛빼빼로 ♥ 쎄로 ♥ 젤리 ♥ 0802 ♥ 보름달 ♥ 갓재현 ♥ 로로 ♥ 말끌리 ♥ 길성이 ♥ 뭉게구름 ♥ 밤삐 ♥ 에프엠 ♥ 키친타올 ♥ 돞 ♥ 통통 ♥ 공백 ♥ 굿띵 ♥ 유타야 쟈니 ♥ 돌아애몽 ♥ 동동 ♥ 시민 ♥ 반달 ♥ 1978 ♥ 숭아재현 ♥ 러쁍 ♥ 리뮬 ♥ 뿌뿌 ♥ 애슐리 ♥ 자몽몽몽 ♥ 도릉도릉 ♥ 1 ♥ 심시티 ♥ 바닐라라떼 ♥ 툥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