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주머니속에 상자를 넣고 꼭 쥐고 있는 모양새가 아니꼬왔지만 지훈은 내색하지않고 허공에 입김만 훅훅 불어댔다. 둥실 떠올랐다가 스르르 사라지는 하얀연기를 보고있자니 오랜만에 담배가 땡기는 순간이였다.
" 담배 좀 필게. "
" ... ... ... "
한참이 지나도 대답이 없는 지호. 바지 뒷주머니를 뒤적이던 지훈이 왠지 옆자리가 횡하니 빈듯한 느낌에 옆으로 고갤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없다, 우지호가.
지훈은 아랫입술을 꽉 물었다. 몸을 뒤로 돌려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니 바닷물처럼 밀려드는 인파속에서 분홍색 쇼핑백을 덜렁거리며 사람들안에 낑겨있는 지호를 발견했다. 자신을 찾고 있는 건지 사방을 두리번 거리는데 화가 나기보다는 다행이라는 생각.
안도의 한숨을 내쉰 지훈이 삐죽이 나와있는 지호의 손목을 잡아챘다. 아아아..아파- 자신도 모르게 힘이 들어간 것 인지 지호가 작게 신음을 흘리며 지훈의 손위에 자신의 손을 겹쳐올렸다.
차가운 살갗의 느낌에 화들짝 놀라 급히 손을 땠고, 따라서 놀란 지호가 눈을 동그랗게 말아올리고 지훈과 눈을 마주했다. 입술만 달싹달싹. 뭐라고 하는데 잘 안들려서 가까이 다가갔는데 하는소리가.
" 미안해..지훈아. "
감기가 살짝 들었는지 코를 훌쩍이면서 띄엄띄엄 말하는게 어쩜 그렇게 사랑스러울수가. 이런 우지호를 최진리한테 넘겨주라니, 그건 존나 말이 안되는 이야기다.
날아갈것같은 기분을 못참고 지호를 꼭 안아버린 지훈이었다. 과연 이게 꿈일까, 하는 생각에 볼을 꼬집는 순간. 물감을 섞어 놓은 것처럼 세상이 어지럽게 돌아갔다.
마이러버 지호는 사라진지 오래였고 지훈이 감은 눈을 떴을땐 새벽의 중간, 하늘이 약간 어스름해 졌을 때 였다. 오늘 있었던 일을 반복해서 꾼 꿈이었다. 마지막은 좀 달랐지만.
약하게 눈발이날리는 창밖에 주황색 가로등을 멍하니 쳐다보던 지훈이 아랫도리가 뻐근한 느낌에 이불을 걷었다. 당당하게도 불퉁히 솓아있는 아들래미에 지훈이 이마에 손을 짚었다. 최악이야,이건.
" 둘이 뭔짓을 한것도 아니고, 알몸도 아니었는데 왜? "
진심으로 울고 싶었지만 이로서 지호를 가져야하는 이유가 확실해졌다.
*
햇살은 반짝 반짝 빛이 나고, 내 마음은 풍요롭기 그지 없구나. 시끌 벅적한 점심시간, 경은 자신의 옆에서 침을 질질 흘리며 꿈나라에서 헤매이고 있는 권이를 한번 보고 씩 웃었다.
오랜만에 용돈도 받았겠다, 분명 저 새끼앞에서 이 초록색지폐를 꺼냈으면 또 뭘사달라고 졸랐겠지. 들뜬 마음으로 신나게 계단을 세칸씩 내려가고 있던 경이의 패딩모자를 잡아챈 누군가. 순간적으로 숨이 턱 막혀서 사망에 이를 줄만 알았다. 시발 어떤 놈이야. 경이 콧잔등을 씰룩였다.
안그래도 커다란눈을 부릅뜨고서 뒤를 돌아보니 짗은 눈썹을 움찔거리며 무섭게 자신을 내려보는 지훈이 서있었다. 아..악마다. 지훈은 겁에 질려 잔뜩 움츠려든 경이의 어깨를 잡았다. 가만히 있던 턱이 절로 벌어졌고, 사시나무 떨듯 목소리도 덜덜 떨렸다. 미..미안한데, 오늘은 초코우유가 없어.
" 여기 받아, 저번일은 아주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었어. "
피크닉이네. 초코우유보다 삼백원 더 싼거. 아니 이게 아니고. 사과맛 음료와 지훈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던 경이 위험한 야생동물에게 다가가는것 마냥 아주 천천히 피크닉에게 손을 뻗었다. 방심한 순간 피크닉을 뒤로 휙 숨겨버리는 지훈의 뜬금없는 행동에 경은 미간을 좁혔다.
뭐여, 지금 놀리는거?
" 너, 우지호 친구 맞지? "
" 응. "
" 그럼 최진리도 잘 알겠네. "
" 그, 그렇다고 할수 있겠지."
나한테 정보좀줘, 그럼 내가 너한테 이거 줄게. 마치 동물원 원숭이를 조련하는 사육사처럼. 경이의 달팽이관에서 낮게 울려퍼지는 지훈의 목소리는 최면 같았다.
시선은 여전히 지훈의 뒤에 꼭꼭 숨겨져있는 피크닉에게 가있는 경이 홀린듯 응응만 연달아 대답했다. 피크닉,피크닉,피크닉님. 당신을 위해서 무엇을 못하리.
*
' 최진리 여우로 유명하잖아. 거의 좀 생겼다 싶으면 가서 꼬리치는거, 그거에 지호가 넘어간거야. 처음엔 말렸지, 사귀지말라고. 근데 이미 푹 빠진걸 어떻게해. '
" 어제 내가 카톡했는데, 봤어? "
' 그래도 한번 봐야겠다 싶어서 소개시켜달라고 했는데 그때마다 진리가 피곤하다나 뭐라나. 그 병신같은..아니, 여튼 걔가 최진리한테 쏟아부은 돈이 30은 넘을 꺼야, 아마도.'
" 니가 답이 없길래 관심 없는 줄 알았지. "
' 돌아오는건 아무것도 없는데 그래도 좋다그러는걸 내가 뭘 어쩌겠어. 정신차릴때 까지 냅둬야지. "
" 지훈아, 지훈아? 듣고 있어? "
어,어? 어. 듣고 있어. 지호와의 하굣길을 포기하고 진리를 카페로 불러들인 지훈. 그녀를 앞에 두고 다시한번 한참동안 경이 해준말들을 곱씹어보았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되는데 입이 안떨어져서 예의상 억지로라도 웃음을 지어주니 누가봐도 반할것 같은 눈웃음을 한껏머금고 있는 진리였다.
발랄하기 그지없는 말투에 지훈의 눈앞에서 보이냐며 귀엽게 손을 휙휙 저어 보이는 행동까지. 다른 남자들이었으면 한방에 뻑 갈것같은 완벽한 작업의 요소중 하나였겠지만, 지금 지훈에게는 그런게 먹힐리가 없었다.
쪽 찢어진 눈매로 휘어지게 웃는건 누군갈 연상시키게 했지만 지호는 양손을 턱에괴고 예쁜척을 하지는 않는다. 그런 모습들을 있는 그대로가 아닌 인위적이게 쥐어짜려 애쓰는 행동에 지훈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 있잖아 지훈아, 너 정말 멋있는것같아. 눈썹 찡그리는 거랑. 막, 그런거."
" 고맙다, 근데 "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 수 없는 지훈의 눈빛에선 귀찮음이 묻어나왔다. 연신 종알거리는 입술, 진리가 양손으로 쥐고있는 머그컵만 뚫어져라 쳐다보며 응,그래? 어. 등의 성의 없는 대답만 툭툭 내던졌다.
" 사실 나도 너 좀 맘에 들었어. 얼굴도 예쁘고, 착한것도 같고. "
" ... ... ... "
" 설마, 지금 사귀고 있는 남자친구 있는건 아니지? "
" 그런거 있을리가 없잖아. "
오늘은 분량이 똥이군여 그래서 쩜오 |
ㅋㅋㅋㅋ 나머지는 내일 바로 나올예정 죄송합니다. 요즘 정말 글이 안써지네요 슬럼픈가봐요...ㄸㄹㄹ 암닉 정리도 내일 ㄸㄹㄹ 브금 어떤가욬ㅋㅋㅋ 진심 약빨고 고른듯요...브금 고르는게 제일 어려워요.. ㅠㅠ 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