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핫초코를 마시는 진영을 보니 문득 왜 하필 게이바 같은데서 몸을 팔게 되었는지 의문이 들었다. 얼굴을 보니 분명 스물초반정도 밖에 안되었을테고 그 나이면 할수있는일이 많을텐데. 그리고 분명 남자와 하는 섹스는 처음이였다. 돈이 없다든지, 엄마가 몸을 판다던지 해서 어쩌다보니 아버지 없이 태어났다든지 이런 소설이나 성인드라마에서나 나올 듯한 상황을 생각하다 결국 직접 물어보는게 가장 정확하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설마 진짜로 자신이 알지못하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을까 하는, 괜히 물어봐서 진영의 상처를 건드릴까 하는 걱정. 하지만 그렇다고 안물어보자니 궁금하고.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어떻게든 괜찮을거라고 되뇌이고는 물었다.
"저 진영씨."
"에?"
"그.. 바에서.
" 마지막으로 고민하다 눈 딱 감고 빠르게 물어본다. 괜찮겠지, 함부로 데려온 거에 대해서도 크게 화 안냈으니까 .
"왜 게이바 같은데서 몸 판거에요?"
"...."
정적. 진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선우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역시 자신이 아픈곳을 건드렸나 하는 생각에 미안했던 선우는 괜시리 말을 더듬는다.
"ㅍ..푸하하..흐하하하!!!"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박장대소를 하는 진영을 미쳤냐는 듯 쳐다본다. 내가 너무 아픈 상처를 건드렸나 보다. 저러다 울면은 난 천하의 개새끼야.
"그래서 그렇게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있었었던 거에요? 내가 왜 몸 팔았을거라고 생각했는데요? 막 설마 돈이 없다든지 잘못 태어난 사람이라든지.. 그런거라고 생각한거에요?"
정말로 그렇게 생각 한 선우는 아무말도 하지않고 진영만 쳐다봤다. 괜히 찔리는 건 둘째치고 진영이 아무렇지 않게 말을 뱉어내는 게 꽤나 혼란이었다. 음, 시발 그럼 뭐지.
"설마 진짜 그렇게 생각한 거에요? 난 별다른 이유는 없었는데."
"그럼 왜 그런데에서 ... ..."
"그냥 남자랑 섹스하고 싶어서."
"뭐요?"
"남자랑 섹스하고 싶어서라구요. 원나잇 같은건 돈도 못받고 내 몸만 대주는 거잖아. 차라리 돈받으면서 하는게 더 득이지. 안그래요?"
그게 뭐가 잘못이냐는듯 당당히 묻는 진영을 보며 할 말을 잃은 선우다. 뭐 자신도 모르는 남자와 자주 섹스를 하긴 하지만 박는것과 박히는건 다를텐데. 집에 얹혀살겠다고 할 때부터 알아봐야 됬었어. 섹스에 대해 너무 개방적인 마인드를 가지고있는 해맑은 진영을 보면서 앞으로 다른사람과 섹스를 못하게 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머리가 아렸다.
집 구경을 끝마쳤는지 어느새 진영은 선우의 핸드폰을 들고 이것저것을 검색하고 있다. 그제야 진영이 바에 핸드폰을 두고왔다는게 생각났지만 다시는 들어갈 수 없을것 같았기에 다음에 같이 하나 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선우는 뭘그리 열심히 보는지 톡톡 소리를 내며 댓글까지 남기고있는 진영을 슬쩍 보다가 물었다. "뭘 그렇게 자세히봐요?" "아 선우씨. 이거봐봐요." 진영이 건넨 핸드폰 화면에는 [매일 성관계시 수명이 8년 늘어나...] 라는 제목의 기사가 떠 있었고 진영에게 시선을 옮겼을땐 이미 하얀 허벅지와 얇쌍한 라인, 섹시한 눈꼬리밖에 보이지 않았다. 급하게 입을 맞추려고하자 뒤로 물러난 '오늘은 아까 했으니까 내일.' 이라고 속삭이며 이미 조금 불룩해져있는 선우의 앞섶을 톡톡 치고는 유유히 방으로 들어갔다. 앞으로은 굳이 다른 남자를 찾아 섹스를 하지 않아도 될것 같다. 집에 겁없는 여우 한 마리가 들어와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