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다. 왜 안하지?
생리주기가 지났는데도 왜 안하는건지.
설마설마 하지만 아니겠지 아니겠지 했는데….
약국에서 급하게 사온 테스트기. 화장실에서 후 한숨을 내뱉은 뒤…눈을 감고 조금 기다린 뒤 다시 눈을 뜨는데 눈앞에 보니는 선명한 빨간줄 두줄.
오빠한테는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앞으론 어떻게 해야 하는건지. 부모님껜 무어라 말씀드려야 좋을지. 엄마가 된다는 기쁨에 웃음부터 나올 줄 알았다.
나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던것처럼 좋을 줄만 알았다. 하지만 막상 내 눈앞에 보인 빨간 두줄이 내 숨통을 조여온다.
한참 상승세를 타는 오빠의 발목을 잡고 싶지 않았다. 혼전임신. 이미지에도 타격이 크겠지.
1. 구자철
"…ㅇㅇㅇ 일어나봐."
한참 잠에 빠져있던 나를 깨우는 그의 낮고 조용한 음성. 그 목소리는 내 귓속을 타고 머릿속에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리고 오빠 손에 들린 임신테스트기. 정신이 없었던 터라 버린다는걸 화장실에 두고 나왔나보다.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오빠 표정은 그 어떤 사람들보다 무서웠다. 차갑고 날카로웠다.
"이게 뭐야?"
"…"
"…이게 뭐냐구"
오빠의 싸늘한 눈빛은 나와 내 뱃속의 아기를 조여오는 기분이었다. 아무런 말도 입에서 나오지 못했다.
그냥 그저 오빠의 앞길을 막지 않는 선에서 언젠가 말하려고 했었다. 생각보다 빨리 그리고 내 입으로 밝히지 못해 아무런 준비도 안된채로 오빠는 내 임신사실을 알아버렸다.
나는 내 배를 감싸안고 눈물만 흘렀다.
"…임신…한거야?"
"…"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벙 찐 얼굴로 나를 보며 내 옆에 앉는 그.
그리고 곧 나를 감싸는 오빠의 두 팔. 나를 꼭 안는 오빠. 따뜻한 온기가 내게도 느껴졌다.
"왜 말 안했어."
"…말하면 그냥…"
말문이 막힌 나를 묵묵히 안아주는 오빠. 내 등을 부드럽게 쓸어준다.
"아이…낳고싶어."
"당연한거 아냐?"
"…뭐?"
"그럼 내가 지우라고 할 줄 알았어?"
"…"
후- 정말. 나를 보며 못말린단 표정을 짓더니 곧 부드러운 얼굴로 날 쳐다본다.
사실 그럴 확률도 없지않아 있을거라 생각했다. 아니면 이별이라거나. 그게 싫었지만 아기도 낳고 싶었다. 그래서 언젠가 기회를 보다 말하려던 것 뿐이였는데.
생각보다 담담한 오빠의 반응에 안심이 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근데 너 닮으면 안되는데."
"뭐야?"
"아니 내가 너보다 더 예ㅃ…아니다. 얼마나 된거야?"
"…아직 몰라. 내일 병원 가봐야 돼."
"같이 가자."
"괜찮겠어?"
"당연히 괜찮지. 아 긴장돼. 그럼 나 아빠되는거야?"
많이 놀랐을 텐데 나보다 더 들떠서는 소녀같은 포스를 풍기는 구자철.
2. 박종우
"어디 갔다 왔어?"
산부인과에 다녀 오는데 집 소파에 앉아 내게 다정한 얼굴로 묻는 그.
내가 아무말 없이 물한모금을 마시자 내 앞으로 다과와 턱을 괴고 날 쳐다보는 오빠.
…4주차였다. 앞으로 머지않아 난 배도 나올거고 더이상을 숨길 수 없겠지 싶어 오빠를 만나게 되면 말해야 겠다 하고 있는데 마침 내 눈앞에 있는 남자친구.
하지만 막상 입을 떼려니 두려웠다. 혹시나…. 혹시나 우리가 이것 때문에 안좋아 질까봐.
"저…할 말 있어."
그리고는 오빠 앞에 물한잔을 건네자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날 보는 오빠.
"나 목 안말라. 뭔데?"
"우선 한잔 마셔. 마시고 들어."
그제서야 내가 따라준 물을 꼴깍꼴깍 다 마신다. 나의 표정, 그리고 묵직한 표정에 오빠도 뭔가 눈치챘는지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심호흡을 해도 진정이 되지않는 심장. 물 한잔을 오빠 앞에. 그리고 내 앞에 둔 뒤. 눈을 감고 입을 열었다.
"나…아니 우리… 아…기가 생겼어."
"…뭐?"
"…나 임신했어."
놀란 얼굴로 날 쳐다보는 오빠. 정말 절실했다. 나는 아이를 낳고싶었다 정말. 그렇지만 우리 사이가 안좋아 질까 두렵기도 했다.
다시 감은 눈. 그리고 눈을 떠보니 나를 보며 웃는 오빠.
"…축하해!"
"…"
"이건 축하할 일이지!"
"…괜찮은거야?"
"당연하지!"
잠시 놀란듯 했지만 정말 좋아했다. 아이를 갖는다는 설레임을 드디어 그제서야 나는 느꼈다. 드디어 엄마가 되는구나. 드디어.
언제 왔는지 내 옆에 앉아 내 배를 쓰다듬는 오빠.
"…아 얼마나 됐을까? 엄청 작겠지?"
"…"
그래도 조금은 걱정되는 내 표정을 읽었는지 나를 다정하게 쳐다보며 다시 입을 여는 남자친구.
"그냥 우리 결혼을 예상보다 일찍 하는것 뿐이야. 걱정하지마."
그러면서 내 입술에 뽀뽀 쪽 박종우.
3. 기성용
"야 무슨일 있냐."
불안한 표정으로 오빠 주위를 맴돌던 나. 오빠의 퉁명스러운 물음에 온몸이 경직된다.
아…어떻게 하지. 아 정말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하면 오빠가 납득할 수 있을까. 오빠가 오기 전부터 계속 내내 걱정했다.
"밥이나 먹자."
그리곤 냉장고를 열어 반찬 몇개와 찌개를 끓여 내 앞에 놓는 그.
웁…. 토할것 같애. 헛구역질을 하곤 화장실로 달려가 속을 게워내는데 놀란듯한 얼굴로 내 뒤에 서있는 오빠. 그리고 변기 위에 올려놨던 철분제.
"야 너 저게 뭐냐."
"…"
철분제를 들어 보더니 이거 철분제잖아. 하는 오빠.
"이거 니가 왜 먹어? 어디 아파?"
계속 내게 묻는 오빠를 보니 갑자기 무섭기도하고 덜컥 겁이나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 울자 당황한 표정으로 내 앞에 앉아 왜그래…. 하는 남자친구.
아이를 위해서. 나를 위해서도 더이상 숨길 수 없을것 같아 오빠를 쳐다보는데 도저히 말 못하겠어…. 조금 진정되는것 같는 나를 살피더니.
나를 부축해 침대에 앉힌 뒤 따뜻한 물을 내게 건네며 내 옆에 앉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앉아 나를 조심스럽게 쳐다본다.
"… 나 할 말 있어."
"뭔데."
"…"
"얘기 해봐 괜찮으니까."
"…임신…했어…."
"…뭐 임신?"
더이상 숨길 수 없었다. 아기를 위해서. 나는 아기를 위해 그에게 솔직해져야만 했다. 그럴 필요가 있었다.
조심스럽게 그에게 말하자 당황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근데…아이 낳고싶어. 낳을거야."
"그래. 그래야지."
"괜찮은거야?"
"괜찮지 그럼."
나를 보는 따뜻한 오빠의 눈빛. 그리고는 잠시 밖에 나가더니 따뜻하게 끓여 온 미음을 내게 건넨다.
"밥부터 먹어. 애기 배고프겠다. 뭐 먹고싶은거 있어?"
"…괜찮아."
"빨리 말하지."
"…미안해."
"딸이면 좋겠다."
설레이는 표정으로 나를 보며 딸이면 좋겠다고 말하는 오빠.
그리고 나를 꼭 끌어안아주는 기성용.
아아아아아ㅏ 오늘 사실 제가 안좋은 일이 있어 얼굴에 상처가….
눈탱이 밤탱이 되어서 글을 쓰고 있네요ㅠㅠ 혹시 얼굴에 멍들면 안빠지는건 아니겠죠?
우울한 마음에 주제도 완전 우울한걸로 가려다가 갑자기 생각나 쓰게 되었습니다.
이번 내용은 사실 달달하다기 보다 무거운 주제라 저도 독자분들도 공감대가 없을것 같아 망설였는데. 그래도 써보고 싶었던 주제라 쓰게 되었어용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