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아래 숨는다해서 내게 득이되는것은 없었다.
그가 떠오르지않는것도 아니고, 그가 잊혀지지않는것도 아니였다.
귀를막고 눈을감았다.
그런데도 천둥번개는 내 귀와 눈에 닿였다.
그래, 숨는다고 되는것은 없었다.
이불을 밀어내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옷장에서 가디건을 꺼내 걸치고는 우산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맑은 빗소리가 천둥소리와 함께 겹쳐들려왔다.
투둑, 투둑 하며 우산을 젖혀가던 비는 발치까지 축축하게 만들었다.
흙이 잔뜩묻은 운동화가 안쓰러웠다.
나도 그랬다.
흙이묻은 운동화처럼 나도 안쓰러웠다.
사람이 적은 시골에는 버스도 잘 오지않았다.
물론 지금처럼 늦은시간에는 버스가 다닐리가 만무했다.
그래도 누군가 기다려보겠다고 버스정류장 의자에 앉았다.
한적한 거리에는 차는 물론이고 사람도 잘 다니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이 거리가 무섭긴 했다.
나를 찾아 올 사람도 없었다.
그래도 아직 조금이나마 기대가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마지막이라면서 끈질기다, 라는 말도 내겐 적합했다.
불쌍해.
나에게 소리쳤다.
이렇게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내가 불쌍해.
오지않을걸 알면서도 그리워하는 내가 너무 불쌍해.
그리고 너무, 미련해.
정말 바보같았다.
우산을 썼음에도 젖은 어깨와 눈.
오늘같은 날은 정말로… 그가 너무 그립다.
까만 어둠이 절망스러웠다.
한숨을 쉬고는 바닥을 보고있는데, 비를 잔뜩맞은 강아지 한마리가 꼬리를 흔들며 내게 다가왔다.
옆집 할머니가 키우시는 강아지였다.
하얀 몸이 진흙때문에 거멓게 변해있었다.
손을 들어 몸을 쓰다듬어주었다.
반갑다며 다리에 얼굴을 부비는 행동이 귀여웠다.
다친 마음이 조금이나마 위로되는 느낌이었다.
이제그만하고, 집에가야지.
조그마한 강아지를 품에안았다.
너도 집에가자, 할머니가 걱정하시겠어.
흙이 묻던말던 신경쓰지않았다.
어차피 씻으면, 다 지워지는 자국들이었다.
아까 걸어왔던 거리를 되돌아갔다.
우산은 쓰지않았다.
우산을 쓰거나 안쓰거나 젖는건 같았다.
세차게 내리는 비가 온몸을 적셨다.
강아지가 걱정되어 가디건 새로 강아지를 꼬옥 감싸안았다.
조금이나마 따뜻해 지겠지.
뒤에서 밝아오는 차 한대의 헤드라이트가 눈부셨다.
" 왜 우산안써. "
" 그냥. "
" 빨리 타. "
차 한대가 내 걸음에 맞춰 달렸다.
조수석 창문너머로 보인 얼굴은 그렇게나 그리워하던 그였다.
마치 예전부터 내 곁에 있었던것처럼 대화를 나눴다.
멍청하게도, 나는 아직도 마음을 닫지 않았다.
그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에게 계속해서 말을걸었다.
오늘이 마지막인데…
오늘만 지나면 이제 그를 잊어야 하는데…
다행히도 비를 맞은덕에 눈물은 보이지 않았다.
" 빨리 타. "
" 싫어. "
" 니가 어린애야? "
" … "
" 왜 너밖에 모르는데 대체. "
그가 차에서 내려 내게로 뛰어왔다.
그를 보고 품에 안겨있던 강아지가 짖었다.
그가 웃으며 강아지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나를 보더니 우산을 펼쳐들었다.
" 안탈꺼면 우산이라도 써. "
" 오늘은 안울고 잘 있었나보네? "
.
.
.
예전 일이 생각났다.
어렸을때의 안좋은 기억으로 큰소리와 번쩍이는것을 무서워 하던 나는 당연히 천둥번개도 무서워했다.
너는 밤늦게 내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지못하고 자고있었지.
계속해서 울리는 진동에 깨어난 너는 내 전화를 받고 한걸음에 우리집으로 달려왔었다.
너는 이불을 덮고 서럽게 울던 나를 달래며 안아주었고, 나는 금방 안정을 되찾았다.
그 뒤로 비가 심하게 내리는 날에 너는 내 곁을 항상 지켜주었다.
그 익숙함이, 지금까지 몸에 배여 나를 힘들게 할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니, 모를수 밖에.
모든 연인들이 그렇듯 우리가 헤어질것이라는건 예상도 못하기, 아니 안하기 때문이다.
옛날의 너와 내 모습이 떠올라 실소를 터뜨렸다.
그가 손을들어 머리를 정리해주더니 나를 차에 태웠다.
너를 보면 무작정 눈물부터 날 것 같았다.
울면서 너에게 안겨 보고싶었다고, 그리웠다고 그럴 것 같았다.
세상은 익숙한 것에 약했다.
너에게 맞추어져있던 나는, 너를 보고 놀라거나 하지 않았다.
원래 곁에 있던것 마냥, 그렇게 행동했다.
니가 없을때는 정말 죽을 것 같았다.
익숙했던 네가 곁에 없으니 정말 죽을 것 같았다.
닫혀 있는줄만 알았던 마음은 활짝 열린 창문과 같았다.
비가 창문새로 들어오듯 너도 그랬다.
세상의 이치인듯 익숙하게 다시 내 마음으로 들어왔다.
눈이 점점 감겨왔다.
네 왼쪽 약지에 끼워진 반지가 예쁘게 빛났다.
윤석영권 |
ㅇ,아니 이게 뭐죠..? 앞글과 전혀 연관성 없어보이는...ㅠㅠㅠㅠㅠㅠㅠㅠ 죄송해요ㅠㅠㅠㅠㅠ 늦게 온것도 죄송하고 늦게 온다고 들고온 글이 똥글이라는것도 죄송해요ㅠㅠㅠㅠㅠㅠㅠ 끊어서 쓰다보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 |
♥암호닉♥ |
♥ koogle 흥민이론 바나나 현기증 ♥
항상 제글 읽어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