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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카/크리스열] Helene 1 | 인스티즈



[세카/크리스열] Helene

w. -49℃

 

 

 

 

*

 

 

 

 

    체육관을 메운 인원이 제법인 건지 여간 시끄러운 게 아니었다. 종인은 여직 어색하기만 한 교복을 매만지며 끔뻑끔뻑 눈을 감았다가 뜨는 행동을 반복했다. 옆에 앉은 종대는 벌써 다른 아이들과 친해졌는지 시시껄렁한 농담 따먹기를 하며 떠들고 있었다.

 비어있던 왼쪽 자리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종인은 하품을 해서 그런지 눈에 고인 눈물을 닦아내며 고개를 돌렸다. 얼굴은 새하얗다 못해 창백하고, 입술은 도드라지게 붉은 소년이 제 옆에 앉아 있었다. 옆모습만 보았음에도 살아있는 사람의 것 같지가 않아서, 종인은 한참이고 소년을 쳐다보았다.

 

 “그렇게 자꾸 쳐다보면,”

 “어?”

 “잡아먹을 지도 모르는데.”

 

 여전히 정면을 응시하고 있던 소년이 말을 끝마치며 혀로 입술을 핥았다. 종인이 급하게 소년의 옆모습으로부터 고개를 돌려 앞만 쳐다보았다. 그 모습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소년은 여전했다. 종대도, 종인도 앳된 모습이 남아있던 얼굴에서 조금은 또렷해진 이목구비로 바뀌었으나 소년은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처음 만났던 그때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때도, 지금도, 소년은 가끔 살아있는 사람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여름임에도 햇빛을 똑같이 쬔 다른 이들과 다르게 하얀 피부, 선명한 빛깔의 입술, 나른한 눈길, 그리고 가끔 종인과 마주하는 짙고 검은 눈동자까지도, 소년은 그대로였다.

 소년과 종인은 항상 같은 반이었다. 그리고 올해도 다를 바 없이, 한 반에 배정되었다. 그러나 입학식 이후로 소년과 종인 사이에서는 어떠한 대화도 없었다. 가끔 종인이 시선을 돌릴 때면 처음부터 쳐다보고 있었노라 말하기라도 하는 듯 맞춰오는 시선이 전부였다.

 입학식 날에서 정확히 2년이 흐른 지금, 소년은 그날로부터 2년만에 다시 종인의 옆자리에 앉아 먼저 말을 건넸다. 종인은 2년 전의 그날처럼 소년의 옆모습만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말했잖아,”

 “……?”

 “그렇게 자꾸 쳐다보면 잡아먹을 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종인은 그날과 똑같이 급하게 고개를 돌렸다.

 

 

 

 

*

 

 

 

 

    권좌 위에 앉아있는 폭군은 때론 고요하다. 루한이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지팡이를 쥔 손가락을 작게 꿈틀거렸다. 그런 그의 바짓가랑이를 잡은 늙은 노인이 살려달란 말만 반복하며 계속해서 고개를 조아렸다. 노인은 문 옆에서 대기하며 서 있는 사내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그가 들고 있는 횃불을. 어두컴컴한 실내의 음침한 분위기를 더하는 몇 개의 촛불로부터 촛농이 뚝뚝, 떨어졌다.

 잘 다려진 정장 바지의 끄트머리가 구겨지는 걸 마냥 지켜만 보던 루한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손에 쥐어져 있던 지팡이가 제 역할을 하며 루한을 일부 지탱했다. 루한의 움직임을 따라 노인의 손길에도 간절함이 더해졌다. 하지만 루한은 그 간절함 가득한 주름 진 노인의 손을 무시했다. 루한의 고개가 사인을 보내자, 문 옆에 서 있던 사내가 뚜벅, 뚜벅, 대리석 위를 울리는 소리를 내며 걸어왔다. 루한은 빠른 걸음으로 방을 빠져나갔다. 루한이 문을 닫자마자, 안에서는 노인의 처절한 비명이 울렸다. 루한의 입이 비스듬하게 틀어진, 나약한 자를 향한 비웃음을 만들어냈다.

 

    지하에서 올라오는 계단을 급하게 내려가던 백현과 마주친 루한이 그를 붙잡았다. 그 노인을 찾는 거라면 왔던 길 되돌아가는 게 좋을텐데. 백현은 루한에게 붙잡힌 팔을 빼내려는 행위를 멈추곤 루한을 쳐다보았다. 이제야 저를 보는 백현에게 루한이 생긋, 웃어주었다.

 

 “죽었어.”

 “허,”

 “살려달라고 비는데, 그리 불쌍하진 않더라고. 어차피 죽을 꺼, 조금 앞당겨서 보냈어. 뱀파이어도 아닌 주제에 비밀을 알려 들다니, 미쳤지.”

 “설마 불에 태워 죽였어?”

 

 루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백현보다 한 계단 위에 서 있던 루한이 몸을 완전히 돌려 백현 쪽으로 허리를 살짝 숙였다. 백현이 제 귓가를 찢고 들어오는 루한의 음성에 몸을 흠칫, 떨었다. 사지를 분질러놓는 거로는 부족해. 죽여야지, 확실하게. 나긋나긋한 음성과 다르게 말 속에 박힌 가시는 날카로웠다. 백현을 놓아준 루한은 발걸음 하나에도 미련을 남기지 않은 채 계단을 올라갔다. 웃을 때면 아이같이 해사한 저 얼굴은, 사실 폭군의 잔인한 모습을 가리고 있는 가면에 불과했다. 백현은 지하, 정확히는 그곳에 있는 감옥의 시작인 문을 응시하다가 곧 뒤돌아 루한을 따라 계단을 올라갔다. 루한의 오해는 이미 결과를 만든 상태였다. 백현은 제 손에 들린 서류 봉투를 홀에 있는 벽난로 안으로 집어넣었다.

 

 노인은 뱀파이어의 정체를 알려하지 않았다. 백현은 노인이 뒤집어 쓴 혐의를 벗겨내기 위해 증거를 손에 넣자마자 성으로 달려 왔으나, 애석하게도 노인은 이미 루한에 의해 죽은 후였다. 범인은 따로 있었다. 노인과 함께 살던 그의 손자, 그가 바로 진범이었다.

 뱀파이어들 사이에서 가장 중요시 되는 법은 비밀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그들이 정한 그 어떠한 규율도 초월한 이것을 어긴 자들 중엔 살아남은 이가 없었다, 그것이 누구든.

 루한에 대한 일종의 도전이었다, 노인을 살리기 위해 애썼던 모든 노력들은. 그러나 모두 다 수포로 돌아갔다. 백현은 허탈함에 홀 바닥에 주저앉았다. 서류 봉투를 잘도 삼킨 벽난로가 백현을 조롱하듯 더 활활, 불타올랐다. 백현은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넌 너무 위험해.”

 

 백현은 제 머리 위로 톡, 하고 차가운 빗방울이 떨어지듯 내려앉는 목소리에 위로 고개를 들었다. 루한이 백현을 내려다보며, 그의 앞에 서 있었다. 

 

 “지나치게 인간을 위하지, 그들이 우리보다 약하고, 어리석으며 하찮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야.” 

 “…….”

 “다수를 위하는 관점에서도, 나를 위하는 관점에서도, 넌 위험해.”

 “……!”

 “날 밟아버리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는 네게, 조금이라도 양보해 줄 생각 없으니 그만 기어올라. 그 예쁜 목 비틀어질라.”

 

 무릎을 굽혀 쪼그려 앉은 루한이 몸을 옴츠린 백현의 목을 손으로 살살, 쓰다듬으며 말했다. 마지막 말엔 살기가 가득 담겨져 있었다.

 루한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시 지팡이를 쥐고 걸음을 옮기던 루한이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막 밟았을 때, 잠시 행동을 멈추곤 고개를 살짝, 뒤로 돌렸다. 여직 홀 바닥에 앉아있는 백현은 그것을 눈치채지 못한 채 굳어 있었다. 싸늘하게 고개를 돌린 루한이 계단을 마저 올라갔다. 정장 구두와 대리석의 마찰음이 홀 안을 울렸다.





턴백입니다 :)

 안녕하세요, 턴백입니다. 드디어 Helene라는 제목과 함께 올리게 되었네요^^ 올렸던 망상을 그대로 가져오긴 했으나 그 아래 덧붙여진 내용에 대한 설명을 좀 드리려고 합니다. 제가 생각해본 Helene 속 뱀파이어들 세계로 설명이 될 거 같네요! 하핳!!!

 세카가 대화하면서 상당수가 나와서 전반적인 2가지 말씀드릴게요. 추후 수정의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1. 계급이 있는 사회.

 ―루한과 백현은 어퍼클래스(상류층)입니다. 그들은 계급 자체를 클래스, 라고 구분하여 부르며 대다수의 뱀파이어들이 보통 평범한 클래스를 가지고 있으나 하위층도 있습니다. 루한과 백현은 최상위층이며, 루한은 모든 뱀파이어들 위에 군림한 자이죠. 백현은 그보다 한 단계 아래에서 루한과 대립하는 인물입니다. 그리고 세훈은 그냥 평범한 뱀파이어일 뿐입니다. 아, 루한이 트와일라잇 시리즈 속 아로 같네요. 전 개인적으로 트와일라잇 시리즈 굉장히 재밌게 봤습니다, 책도, 영화도 다^^ 비슷한 설정은 있으나 정해놓고 보니 비슷한 거 같아 말씀드리는 것이지, 도용한 게 아니라는 점 밝힙니다.

 

2. 본거지

―산 속 깊숙한 곳에 있는 성이 본거지입니다. 근원지는 각기 다르지만 본거지는 한국 어딘가죠^^ 물론 설정 상으로요. 세계 곳곳에 인간이 들어갈 수 없는 숨겨진 성들이 그들이 지내는 곳입니다. 군림한 자가 지내는 곳이 메인이 되죠. 현재 루한이 한국에 있으니, 한국에 있는 곳이 메인이 되겠습니다, 설정상으로....;;;;;;;;



   아 그리고 다른 곳에서 이 글 보셨을 수도 있는데 인티에 벌써 원래 쓰던 필명이 있었던 관계로 턴백으로! 도용아님.. 도용아니에요!

   암호닉 받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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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저 작가님 글 검색하다가 봤는데 여기서 보게되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턴백
제 글을 검색하셨다니ㅠㅠㅠㅠㅠㅠ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2
세종이라니!!!!!ㅠㅠㅠㅠㅠㅠ!진짜 흥분하면서 콧김뿜으면서 들어왔어요 암호닉 신청해도 되나요? 암호닉은 세종대왕 할래요ㅠㅠㅠㅠ으앙ㅠㅠ신알신하고가요..짱재밌어
11년 전
턴백
암호닉 받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11년 전
독자3
허르 작가님... 진짜 좋아요. 커플링도 좋고 내용도 다 좋아요. 글도 되게 잘 쓰시고... 말재주가 없어서 댓글을 잘 못 써서 원래 잘 안 다는데 다음편 되게 기대 되네요ㅜㅜ 크리스열은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엄청 궁금합니다! 암호닉 파래로 신청해도 될까요? 건필하세요!!
11년 전
턴백
진짜 좋다니 아닙니다ㅠㅠ 크리스열도 곧! 나옵니다. 암호닉 신청 감사합니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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