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벨벳 - Z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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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T] 호그와트부터 보바통까지의 거리를 구하시오 03
w. 2젠5
"아 왜 이래-"
나와 이제노가 박지성의 어깨를 한 쪽씩 잡고 끌고 나오자 박지성이 징징거렸다. 미안하다 지성아. 누나랑 형이 지금 아주 중요한 일을 하고 있어. 이제노가 뭐가 그리도 재밌는지 계속 낄낄거렸다. 벤치에 좀 떨어진 곳이었다. 저 멀리 쟈니 오빠와 태용 오빠가 보바통 애들에게 둘러싸여있는게 보였다. 이민형이 잘 중재해서, 황인준과 이동혁이 다시 예전처럼 돌아갔으면 좋겠다. 일주일간의 보바통 생활이 재미있는 추억이 되었으면.
정처 없이 걷다보니 길을 잃었다. 박지성이 제 머리를 헤집으며 더욱 더 징징거리기 시작했다. 결국 우리 셋은 예쁜 분수대 옆에 서서 머리를 맞대고 고심하기 시작했다. 셋 다 낯을 아주 많이 가리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일은 죽어도 할 수가 없었다. 사실 이미 가위바위보를 세번이나 했는데, 두번은 이제노가 졌고, 한번은 박지성이 졌다. 근데도 못 가겠다고 또 가위바위보를 하자고 징징거리는 바람에 다 흐지부지 되어버린 상태였다. 그 때였다, 길을 잃었나봐요, 가슴팍에 호박주스 얼룩이 묻은 보바통 남자애가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그 애는 흰색 브로치를 하고 있었다.
박지성이 얼굴을 알아보곤 나와 이제노의 뒤에 숨었다. 물론 박지성은 나보다 한참 커서 가려지지 않았지만, 박지성은 내 뒤에서 제 몸을 베베 꼬았다. 아까는, 정말 죄송.. 했습니다. 박지성의 말에 그 애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손을 내저었다. 괜찮아요, 어차피 빨았어야 했는데. 하하, 어색한 웃음이 오갔다. 이제노가 내 망토 끝자락을 잡아당겼다. 분수대에서 물줄기가 치솟았다. 제 이름은 정재현이에요. 순간, 그 애의 뒤 쪽으로 무지개가 피어올랐다.
정재현은 우리보다 한살이 많았는데, 어차피 일주일이라며 말을 놓아도 된다고 했다. 어디서도 잘 어울릴 수 있는 아이들을 위한 기숙사, 그 기숙사는 재현을 위한 곳 같았다. 우리와 순식간에 친해진 그 애는 이민형과 이동혁을 대신해 보바통의 곳곳을 소개해주었고, 우리는 재현의 친구들과도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재현은 오늘 밤 있을 퀴디치 경기의 해설을 맡을 도영도 소개해주었는데, (도영도 말을 놓아도 좋다고 했다. 역시 보바통...) 내 쌍둥이 오빠가 이동혁이라고 말하자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내 어깨를 토닥였다. 그런 미친 애랑 같이 사느라 고생이 많아. 아무래도, 이동혁은 집에서나 보바통에서나 똑같은 것 같았다.
황인준과 이동혁의 관계가 얼만큼 진전되었는지 모르기에, 벤치 쪽으로 다시 데려다 주겠다고 재현이 말해도 우리는 그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조금 있으면 퀴디치 시작이라, 이제노는 쟈니 오빠의 손에 이끌려 사라졌고 나와 박지성, 정재현 셋 만이 남아있었다. 누가 이길 것 같아? 정재현이 그렇게 물어왔다. 솔직히 정말 모르겠다. 이제노는 인간 자석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스니치를 잘 찾는 수색꾼이었고, 쟈니 오빠는 수비를 정말 잘하는 파수꾼이었기 때문이다. 가끔 방학 때 마다 어딘가 부러진 채 집에 돌아오곤 했던 이동혁을 떠올리면, 이 시합은 별 의미가 없을 것 같기도 했다.
퀴디치 보러 갈까? 정재현이 경기장에 얼른 가야 좋은 자리에서 볼 수 있다며 우릴 재촉했다. 누나, 근데 민형이 형이랑 동혁 형 가면 인준 형은? 오 그래~ 하며 정재현 뒤를 따르는 나를 박지성의 목소리가 잡아세웠다. 이민형과 이동혁도 퀴디치 선수였기 때문에 황인준은 지금쯤 혼자가 되어있을거였다. 아니면, 같이 퀴디치 경기장으로 갔으려나? 나 좀 챙기지? 그 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는 재현, 우리 보다 한 살 많은데 그냥 말 놓아도 괜찮대."
황인준이 나와 박지성에게 짜증을 내려다가 재현을 보고 멈춰섰다. 누구야? 그렇게 묻는 황인준에게 재현을 소개하자, 재현이 제 손을 내밀었다. 안녕, 정재현이야. 황인준은 아무 말 없이 그 손을 맞잡았다. 얼른 가자, 늦겠어. 재현과 지성은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벌써 형아, 왜 동생, 하면서 친해져있었고, 어깨동무를 한 채 앞서 걷는 그 둘을 나와 황인준이 뒤따랐다. 황인준의 표정이 아까보다 훨씬 부드러웠다.
"그냥 물어봐, 이동혁이랑 화해 했냐고. 어. 했어, 화해."
황인준한테 이동혁이랑 화해했냐고 묻고 싶었는데, 혹시 화해 하지 못 했을까봐, 계속 황인준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 내가 자길 흘긋 거리는게 싫었던건지, 아니면 정말로 기분이 좋은 건지 황인준이 제 뒷통수를 긁적거리며 말했다. 그때 때린거 미안하대. 그리고, 너가, 나랑 있어서 마음이 편하대. 황인준이 그렇게 말하며 미소지었다. 황인준은 어릴 때 부터 어른스러웠다. 나와 이동혁 그리고 이민형이 감정적이라면 황인준은 이성적이었다. 자칫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을 침착하게 잘 헤쳐나갔고, 어쩌면 내게 오려던 이동혁을 막아선 황인준의 행동은 당연했을지도 모르겠다.
"안녕 시민~ 옆엔 처음보는 얼굴이네!"
좌석에 앉으려면 중계석을 지나야했는데, 해설을 준비하고 있던 도영이 나와 인준에게 손을 흔들었다. 황인준은 그새 친구를 몇이나 사귄거냐며 놀라워했고 난 괜히 멋쩍어져서 뒷통수를 긁적였다. 황인준이에요. 황인준이 도영의 손을 맞잡았다. 객석으로 올라가는 도중에, 나와 황인준을 본 건지 대기실에서 뛰어나와 손을 흔드는 이제노가 보였다. 야!! 잘 해라! 그렇게 소리질렀는데 보바통애들이 다 쳐다봐서.....진쨔...부끄러웠다.
박지성과 황인준의 가운데 앉았다. 안녕 재현- 재현은 보바통의 쟈니 오빠 같은 느낌이었다. 아는 사람이 뭐가 그렇게 많은지 낯을 가리는 우리 셋은 아주 죽을 맛이었다. 재현에게 인사를 하는 모든 이들은 다들 우리에게도 인사를 건넸고, 그럴 때면 박지성은 고개를 숙이고 헛기침을 했고, 황인준은 얼굴이 잔뜩 벌게져서는 내 쪽을 보고 어색하게 웃었다. (물론 나 역시도 아무말도 못하고 손을 흔들 뿐이었다.) 어, 저기 그 호그와트 대표지? 재현이 별안간 관객석 한쪽을 가리켰다. 그 곳엔 보바통 애들에게 잔뜩 둘러싸인 태용오빠가 있었는데 우릴 찾고 있었던 것인지, 우리를 보자마자 야~~ 얘들아~ 하면서 우리 쪽으로 부리나케 뛰어왔다. (그 탓에 보바통 애들이 우릴 쳐다봐서 엄청 부끄러웠다.) 태용 오빠의 말에 따르면, 쟈니 오빠가 가고 나서 쟈니 오빠의 수많은 친구들이 제게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고 했다. 솔직히 나였어도 그랬다. 공부 잘하지, 착하지, 잘 생겼지. 내가 태용 오빠와 대화를 나누자, 옆에 있던 정재현이 누구냐며 물어왔다. 아, 잊고 있었는데 태용 오빠도 낯을 가리는 편이었다. (물론 나와 황인준, 이제노, 박지성 보다는 덜 하지만. 황인준이 낯을 제일 많이 가리고, 그 다음은 나, 이제노, 박지성 순으로 낯을 많이 가렸다.) 오,,시민 누구야..? 이제노의 옆에 앉은 태용 오빠가 황인준의 망토 끝자락에 제 얼굴을 숨겼다. 황인준이 얼굴을 구기며 태용 오빠의 손에서 제 망토 자락을 빼냈다. 난..태용이야. 태용 오빠의 손 마디마디가 붉게 물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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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그와트와 보바통의 127번째 경기! 해설을 맡게 된 김도영입니다.
도영이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해설을 시작했다. 곧 하늘색 교복을 입은 행렬이 줄 지어 날아올랐고, 웬 거무죽죽한 옷을 입은 호그와트 애들도 날아올랐다. 옷은 좀 그지 같았지만, 그래도 알아보기 쉽게 다들 머리에 웬 띠 같은 걸 두르고 있었다. 이제노의 머리에는 빨간 띠가 둘러져있었는데, 이민형의 머리에도 같은 색의 띠가 둘러져있었다. 그러니까, 이민형도 수색꾼이었다. 그럼 난 누구를 응원해야하는거지? 분명히 내 기억 속 이민형은 그렇게 운동을 잘하는 편이 아니었다. 나와 이민형이 팀을 하면 항상 이동혁과 황인준 팀에게 졌기 때문에, 이동혁과 황인준은 그런 우리를 배려해주곤 했었는데. 연휴나 방학 때 만났었지만, 제 학교에 있는 이민형은 내가 아는 이민형과 달랐다. 관객석 앞을 천천히 선회하던 이민형이 나를 보곤 해사하게 웃었다. 어어~ 시민~ 관객들의 소리에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이민형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았다.
삐, 하는 소리와 함께 공들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내 눈에는 분명히 스니치가 보이지 않았는데 이제노와 이민형은 벌써 투닥거리며 빠르게 날고 있었다. 퀘이플이 이리저리 움직여서 이제노가 머리를 맞을 뻔 하기도 했다. 그런데, 잊고 있었던게 있었다. 여기는 보바통이었고, 호그와트 학생들은 겨우 24명이라는 거. 그마저도 7명이 출전을 했기에 응원 석엔 17명 밖에 없다는 점. 그러니까, 우리는 보바통 학생 600여명 사이에 껴있다는 거였다. 겨우 17명이!!
쟈니 오빠의 방어선이 뚫릴 때 마다 내 귀도 같이 뚫리는 느낌이었다. 황인준은 신경질을 내며 우리의 주위에 방음 보호막을 쳤다. (그 와중에 박지성은 해설을 듣겠다며 머리를 보호막 바깥으로 내놓았다가 소리를 지르며 일어나는 재현의 주먹에 귀를 맞았다.) 이제노가 경기장 가운데에 가만히 떠 있었다. 보여? 이제노가 입모양으로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안 보여! 분명 스니치가 보이냐고 묻는 거겠지. 하지만 난 아까도 말했듯이 스니치같은건 전혀 보이지가 않았다. 황인준도 이제노를 본건지 제 손으로 엑스자를 만들어보였다. 이제노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어~ 갑자기 태용 오빠가 소리를 지르며 몸을 구기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고개를 쭉 빼고 보면, 경기장 가운데 가만히 떠 있는 이제노의 뒤 쪽으로 블러져가 날아오고 있었다. 시발, 저거 맞으면 무조건 병원 신세다 싶었다. 이제노!!!!!! 블러져!!! 방음 보호막을 뚫고 나가 이제노에게 소리질렀다. 그러나 600여명 사이에 껴있는 한명의 목소리가 이제노에게 들릴리 없었고, 이제노는 뭐라고?! 라고 말하며 내 쪽으로 몸을 기울일 뿐이었다.
아 시발,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던 황인준이 가만히 욕을 읊조렸다. 이제노가 피하지 않으면 저 블러져는 분명히 이제노의 머리를 강타할 게 분명했다. 어어? 그 때 태용 오빠의 목소리가 다시금 들렸다. 이민형, 그 애가 이제노의 뒷 쪽으로 날아오던 블러져를 제 팔로 쳐냈기 때문이었다. 뭐라고 말했는지는 모르지만, 이민형은 이제노의 어깨를 두어번 두드리고 다시 어딘가로 날아갔다. 이제노가 제 뒷통수를 만지작거리면서 이민형을 따라 날았다.
현재 스코어는 30 대 40. 놀랍게도 우리 쪽이 40이었다. 보바통 추격꾼 하나가 블러져에 맞아 기권했기 때문에 우리 쪽에 유리한 경기였다. 황인준이 제 팔을 붙잡고 낑낑대는 태용 오빠를 떼어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야 이거 이겨도 문제고 져도 문제야. 황인준이 얼굴을 찡그렸다. 이기면 남은 일주일 어떻게 보내냐고, 600명이 꼽 줄텐데. 지면 600명이 놀릴거고; 어느 쪽이 더 견디기 쉬울까? 황인준의 물음에 대답하기 여간 곤란한게 아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다시 호그와트로 돌아가는게 답인 것 같았다.
벌써 10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우리는 퀘이플을 두번 정도 밖에 더 넣지 못했고, 보바통은 세번 더 넣었다. 이제노와 이민형은 필드 위에선 잘 볼 수가 없었는데, 하늘 위로 날아간 두 사람이 디멘터한테 끌려 간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돌았다. 아니, 지 친구들 아니라고 말을 너무 막하는거 아니냐고! 그때, 오오~~~!! 하며 관객들이 일어났다. (황인준은 앞이 안 보인다며 짜증을 냈다.) 잔뜩 일어선 머리통들 사이로, 스니치의 양 날개를 사이 좋게 잡은 이제노와 이민형이 보였다. 게임 오버, 결과는 210 대 210 동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