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19살, 내 남편 전정국
W. 달감
19
14살, 엄마가 병원에 입원해야한다고 아빠에게 들었을 때, 나는 직감적으로 눈치챘다.
이번에 엄마가 가버리면 아주 오랫동안 엄마를 보지 못하겠구나.
그래서 나는 더 필사적으로 엄마에게 매달렸다.
하지만 엄마는 그 차갑고 쓸쓸한 하얀건물로 그렇게 가버렸다.
"정국아 나 이제 우리 엄마 못보나봐. 나 이제 진짜 못살것같아."
엄마와 아빠가 하얀 건물로 들어가버린 뒤,
전정국과 단 둘이 남은 나는 병원건물 정문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모든 걸 잃은 것 같은 기분에 더이상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앞으로 있을 엄마가 없는 나날들이 껌껌하게만 느껴져서 더이상 버틸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절망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을 때 내 손에 물 한 방울이 떨어졌다.
나는 놀라서 고개를 들어 전정국을 바라보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는 전정국의 눈물이었다.
항상 씩씩하고 강하기만했던 전정국의 눈에서도 눈물이 흐를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알았다.
전정국은 나에게 눈물을 보이기 싫었는지 무릎을 꿇으며, 주저앉은 날 꼭 끌어안았다.
'너네 친부모님은 나한테도 친부모님이나 마찬가지야'
언젠가 전정국이 내게 그렇게 말했던 적이 있었다.
비교적 무서운 부모님 아래서 자란 전정국은 밝고 유쾌한 우리 집에서의 추억을 한가득 가지고 있었다.
우리 아빠는 전정국에게 친구같은 장인어른이 되어주었고,
우리 엄마는 항상 따듯한 미소로 전정국을 아껴주는 장모님이 되어주었다.
전정국에게도 우리 가족은, 우리 엄마는 한없이 소중했다.
전정국도 나 못지않게 많이 슬퍼하는 것이 당연했는데, 나 슬퍼하기에 바빠서 그걸 잊고 있었다.
"너는 내 옆에서 마음껏 울어.
나는 오늘 이후로 절대 안울어.
나는 너 지키기로 어머님이랑 약속했으니깐."
처음들어보는 전정국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내 귀에 울려퍼졌을 때, 나는 순간 정신이 바짝 들었다.
내가 매순간 엄마가 갑자기 아플까봐 가슴 졸였을 때도,
사람들이 우리 엄마가 정신병자라고 날 무시할 때도,
그 모든 순간에 전정국이 날 위로해주고, 웃게만들어주었을 때도,
전정국은 울지 않았던 게 아니라 날 위해서 눈물을 참아왔던거구나.
전정국도 모든 순간에 나만큼 슬프고 힘들었었구나.
나는 나와 내 가족을 위해 눈물을 흘려줄 소중한 또 하나의 가족이 있다.
나도 더이상 이렇게 계속 나약하게 의지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전정국이 그동안 나를 위해 강해져왔던 것처럼
나 또한 전정국을 위해 강해져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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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이 지금까지 평생을 어떤 마음으로 나와 우리 가족을 위해 애써왔는지 알기때문에
전정국의 그 마음이 얼마나 소중한지 너무 잘 알기때문에
나는 바들바들 떨리는 목소리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
"최보나 너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쓰레기였구나.
나랑 우리엄마 그리고 전정국 상처는 너가 이렇게 함부로 이용해도될만큼 가볍지않아."
"쓰레기? 내가 쓰레기라고?
너는 태어나서부터 아내라는 이름으로 전정국을 가졌잖아.
그리고 전정국은 줄곧 너만 봐왔잖아.
내가 그렇게 나 좀 봐달라고 발악을 했는데도 전정국은 너만 봐왔잖아!
근데 내가 왜 쓰레기야, 내가 왜 쓰레기냐고?!!"
빨개진 눈알을 동그랗게 뜨며 날카롭게 소리치는 최보나에 나는 깜짝 놀랐다.
요조숙녀처럼 굴던 최보나의 처음보는 모습이었다.
매일같이 예뻐보이던 최보나가 한없이 추해보였다.
'저기 저 불여우는 속은 엉망인데 겉만 예뻐.'
전에 김태형이 했던 말이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15살 때 내 고백받아줘서 나랑 사귈때도,
16살 때 괜히 관심끌고 싶어서 헤어지자고 했을때도,
매년 몰래 뒤에서 지켜만보다가 19살 때 일반고로 전정국 따라서 전학갔을 때도,
전정국은 그 어느 순간에도 단 한 번도 날 봐준 적이 없었어.
내가 그렇게 관심받으려고 온갖 짓을 다해봐도 결국 전정국 시선을 따라가면 너가 있잖아.
그게 얼마나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줄 알아?"
"..."
"그랬던 전정국이 이렇게 우리 엄마도 정신병자라고 도와달라고 애걸복걸하니깐
그제서야 날 봐주더라.
거짓말 좀 하면 어때?
전정국이 이제야 날 이렇게 바라봐주는데"
"..."
"김탄소. 너도 착각하지마.
전정국이 널 그렇게 쭉 바라봐왔던 건
니네 엄마가 정신병자라서 니년이 불쌍해서 그런거였으니깐."
나는 나도 모르게 최보나의 뺨을 내리쳤다.
사람이 해도 되는 일이 있고, 아닌 일이 있는 거다.
이렇게 남의 가장 큰 상처를 함부로 이용하고 짓걸이는 일은 절대 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나랑 전정국이 어린 시절부터 함께 아파했던 이 상처는 절대 그렇게 가벼운 상처가 아니다.
어릴 때 우리 엄마가 정신병자라고 무시당할 때마다 나는 못으로 내 가슴을 후벼파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럴 때마다 더 화내고 싶은데도 너무 마음이 아파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고 몸만 벌벌 떨었다.
오늘도 역시 그런 느낌이 들어 난 그대로 굳은 채 눈물을 떨궜다.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이런 상황에서 항상 나 대신 화를 내주던 사람이 있기 때문이었다.
전정국의 말을 끝으로 최보나의 울먹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보이지 않는 최보나의 표정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하지만 더이상 최보나를 보고 싶지 않았다. 그걸 알아챘는지 전정국은 그대로 나의 손을 잡고 병실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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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 복도를 지나, 넓은 정원을 지나, 정문을 지나,
내 손을 잡고 그렇게 걷는 동안 전정국은 단 한번도 날 바라보지않았다.
많은 생각을 하는 듯한 전정국에 나는 걱정이 되어서 전정국의 뒷모습만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주차장에 도착해서야 전정국은 내 손을 놓고 날 바라보았다.
"미안해."
"..."
"나는 정말로 최보나가 슬퍼할 때마다 너가 슬퍼하던 게 떠올라서 그랬어.
남의 가족사이기도하고, 기업의 일급비밀이라고 그래서 함부로 말할 수도 없었어.
또... 그리고... 또..."
미안함을 눈에 가득 담은 채 자기도 많이 놀랐으면서 날 달래주기 위해 여러 말들을 꺼내는 전정국이었다.
자기도 같이 놀랐고 힘든 마음이면서 또 자기는 꾹 참고 나 먼저 챙기려한다.
나는 이번에는 내가 먼저 전정국을 위해 강해지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아무말 없이 전정국을 꼭 안아주었다.
그러자 전정국은 살짝 놀란 듯 내 품에 기대었다.
"괜찮아."
"..."
"난 정말 괜찮아. 내가 너였어도 최보나를 도와주려고 했을거야.
내가 아는 전정국은 아파하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그냥 지나칠 사람이 아니니깐."
"..."
"너도 많이 힘들었겠다. 전정국."
진심으로 최보나의 엄마를 걱정하며, 힘들었던 어린 날의 기억들을 떠올렸을 전정국을 나는 토닥여주었다.
그리고 또 나를 위해 강해지려고 했던 어린 전정국 또한 토닥여주었다.
전정국은 내 생각보다 내게 훨씬 더 소중하고 고마운 사람이었다.
지금까지 전정국이 날 위해주었던 것처럼, 나도 평생을 전정국을 위하며 살고싶다.
전정국은 내 생각보다 훨씬 내가 사랑하는 사람인가보다.
"사랑해"
내가 진심을 다해 말하자 전정국이 살짝 미소지으며 내게 더 가득 안겼다.
이렇게 전정국을 안고있으니 그동안의 상처들은 모두 사라지고
이제 좋은 일들만 가득할 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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