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이야기
_알아가고
(with.옹성우)
마음은 생각보다 고집이 세고, 제멋대로라 머리에서 아무리 외쳐도 듣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일이 잘못됐다고 생각을 해도 마음이 선뜻 머리가 내뱉는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말이죠.
그리고 마음이 느끼는 감정이 사랑일 때, 아마도 생각은 마음에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못할 겁니다.
그 사람이 좋다고, 아무리 봐도 좋은 사람이라고 마음이 느끼는 순간부터.
"오래 기다리셨어요?"
그 사람은 마냥 좋은 사람이 되어버리는 겁니다.
처음 지하철에서 남자를 만나 버스정류장에서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닮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생각, 행동, 취미나 취향 모두 각자가 가진 틀을 크게 벗어나는 것이 없었고, 있었다고 해도
'아, 그런 것도 있구나. 궁금하네요, 뭔지.'
서로를 다르다고 생각하기보단 이해하려는 마음이 더 커서, 상처 낼 일도 없었고요.
"저번에 갔던 카페 되게 예뻤잖아요, 근데 제 친구도 애인이랑 자주 가는 곳이라고 하더라고요."
"아, 저는 거기가 우리 둘만 아는 곳 같아서 좋았는데."
"... 그냥 못 들은 걸로 해요 우리."
"우리 방금 무슨 얘기 했어요?"
장난스럽게 이야기하는 특유의 말투가 좋았습니다. 늘 웃는 그 얼굴이, 눈치가 빨라 기분 변화를 금방 눈치채는 것 전부요.
"왜 그렇게 봐요? 되게 할 말 있어 보이는데, 지금."
"그날 거기서 성우 씨 만난 게 정말 다행인 것 같아요."
"그런 사람치고는 지하철에서 날 두고 너무 막 도망치지 않으셨나?"
"아, 그건 도망이 아니라 그 날 약속이 있어서,"
"알아요, 소개팅이었죠?"
정정해야겠네요, 눈치가 빠른 건 좋기도 하지만 가끔은 변명거리를 생각할 시간조차 주지 않습니다. 이것도 매력이라면 매력이겠지만 말이에요.
"어떻게 알았어요?"
"그 날 이름씨 되게 예뻤거든요."
"에이, 무슨..."
서슴없이 칭찬을 내뱉는 저 성격도 참 사랑스럽다고 느낄 즈음 서로에 대해 더 알고 싶고, 서로를 조금은 더 생각하게 된 것 같습니다.
저 사람은 평소에 무엇을 할까, 자기 전엔 뭘 할까, 어떤 생각을 할까 하는 작은 것부터 날 보면 어떤 마음일까 하는 큰 생각까지.
점점 불어나기만 하는 질문들에 오늘도 마음을 다잡아야만 했습니다.
모든 것에는 적절한 시기가 있는 법이니까요.
"그리고 그 날 소개팅 별로였잖아요, 이것도 맞죠?"
"성우 씨 생각보다 무서운 사람이네요, 사실 날 알고 있었다. 이런 건 아니죠?"
"사실 내가 7년 전부터 이름씨를..."
정적이었던 사람을 누구보다 동적으로 만드는 사람, 그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웃는 날이 더 많아진 것 같기도 합니다.
마주 보며 웃는 이 상황이 너무도 행복함을 알았기 때문이겠지요.
"사실, 저는 좀 그 소개팅 하러 나온 남자분한테 감사하고 있어요."
"왜요?"
우리는 가끔, 답을 알면서 질문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질문할 때의 그 설렘과, 은근한 긴장감이 속을 간지럽게 하고
"덕분에 제가 지금 이름씨를 알아가고 있으니까요."
원하는 답을 들었을 때의 행복감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마주 앉아 이어간 사소하고 긴 대화의 한 타임이 끝맺음을 짓는 순간, 지금 이 순간 나의 가장 큰 관심사인 사람이 날 바라보는 눈빛이 나와 같을 때,
"성우 씨는 보통 자기 전에 뭐해요?"
"음, 저는 아마도 이름씨한테 잘 자라는 인사?"
"아닌 것 같은데..."
"이름씨는 자기 전에 뭐하는데요?"
"성우씨한테 잘 자라는 인사받기?"
비로소 마음에 잡아두었던 질문을 하나씩 풀어나갈 수 있게 됩니다.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사소한 것부터 하나씩.
그간 홀로 주춤하고 망설였던 만큼 그 시간은 더 즐겁겠죠.
우리가 더 깊어질 수 있는 관계임을 아주 조금은 확신할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될 것 같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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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전개에 비해 내용이 좀 많이 짧죠?
뭔가 여러 부분을 덧붙이기 보다는 그 과정에 충실하고 싶었어요!
이번 화는 알아간다는 것의 소중함을 써보고 싶었답니다 하핫
그나저나... 성우 첫 짤 너무 미연시 느낌이지 않나요? ㅋㅋㅋㅋ
만남에 이어 알아가기까지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