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우현x김성규
김명수x이성열
이호원x장동우
이성종
H : heart_
뱀파이어 시티 02-3 [현성] BGM이 재생됩니다. |
남우현 x 김성규 뱀파이어 x 인간
그건 거의 일주일 만에 해보는 엄마와의 통화였다.
[우현인 좀 어떠니? 잘 지내?]
그래, 말 그대로 근 일주일만의 통화인데, 성규는 엄마가 저 말고 우현을 챙기는 게 못마땅하다 못해 마음이 언짢고 불만스러웠다.
“왜 내가 아니라 남우현 걱정이야? 엄마 아들은 나거든!!”
얜 왜 소릴 지르고 그래? 성규의 어머니는 빗발치는 성규의 목소리에도 쉽게 동요하지 않았다.
[성규 니가 워낙 까칠하니까 괜히 우현이가 못 견디는 건 아닌가 해서 그런다. 우현이 스트레스 받으면 니가 책임질래? 할아버지한테 다시 보낼 때까지 잘 돌보기로 약속했잖아.]
“아 됐고, 그냥 날짜 앞당겨서 얘 좀 빨리 데려가면 안 돼? 내가 얘 스트레스 받는 걸 왜 책임 지냐고, 스트레스 받는 것도 남우현이 아니라 나야.”
[얘가 이런다니까… 우현이 같았으면 제가 책임 질게요 어머님- 하면서 붙임성 있게 굴었을 텐데, 넌 그래서 어느 여자한테 장가갈래? 솔직히, 엄만 니가 우현이 성격 좀 닮아줬음 좋겠다. 얼마나 넉살 좋고 귀여워? 그러니까 너도 애교 좀 부리고 그래보…]
“그런 소리 할 거면 끊어!”
애교는 무슨- 통화종료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침대위로 휴대폰을 던졌다. 성규는 조금 전, 콧소리까지 섞어가며 우현의 말투를 흉내 내던 제 어머니가 떠올라 눈살을 찌푸렸다. 엄마라는 사람은 아들이 뱀파이어랑 산다는데 왜 걱정을 안 해? 또, 남우현은 대체 어느 틈에 우리 엄마를 홀려놨지? 시선을 조금 옮겨 침대에 널부러진 채로 잠만 퍼질러 자고 있는 우현을 보고 있자니 성규는 배알이 꼴렸다.
약, 한 달 전까지만해도 우현은 성규의 할아버지가 소장으로 계시는 뱀파이어 연구소에서 지내고 있었다. 그곳에서 따뜻한 관심과 보호를 받으며 지냈던 우현은 갑작스레 중단된 연구로 인해 더 이상 연구소에 머무를 수가 없게 되었고, 평소 우현을 아꼈던 성규의 할아버지는 비슷한 또래의 제 손자에게 우현을 맡기기로 결정했다. 성규도 처음에는 호기심 반으로 할아버지의 뜻을 따라 우현을 제 자취방으로 들였지만, 날이 갈수록 자신이 상상하던 조용한 삶과는 멀어져갔다.
내가 이러려고 자취를 시작한 게 아닌데…. 성규는 불만이 가득 묻은 그 얼굴을 굳이 필 생각도 하지 않고 옷 방에서 들고 나온 야상과 외출복으로 한 겹씩 갈아입는다. 부스럭대는 소리에 잠에서 깬 건지 우현이 꿈틀거리며 실눈을 떠보였다. 잠시 동안 눈을 꾹 감은 채로 잠을 떨쳐내던 우현은 외출복으로 갈아입은 성규를 향해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응? … 성규 어디가?”
도서관. 성규가 시큰둥한 대답을 마치며 돌아서자 우현이 상체를 벌떡 일으키며 침대에서 빠져나와 성규에게 곧장 달려들었다. 방금 전까지도 남우현에게 제 엄마를 빼앗겼다는 생각으로 불만을 품고 있던 성규에겐 우현의 생글거리는 얼굴이 달갑게 다가올 리 없었다. 성규는 우현을 직접 타박 하는 대신 공부를 하면서 머릴 진정시킬 생각이었다. 멀쩡한 대학생활의 끄트머리를 위해서는 이 망할 뱀파이어의 곁에서 한시라도 떨어져 있어야만 했다.
자신의 뒤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는 우현을 뒤로한 채 성규는 거울 앞에서 머리를 대충 손질했다. 그 와중에도 거울 속 우현의 모습이 어찌나 선명하고 여지없이 비춰지던지.
남우현, 남우현, 그놈의 남우현. 성규는 한 자리에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 일부러 집 안 곳곳을 휘젓고 다니며 우현과 가까이 서있는 시간을 줄였다. 성규가 백팩을 어깨에 메며 우현 쪽을 돌아다본다. 녀석은 아직도 성규가 좋아서 죽겠다는 얼굴이었다. 그런 우현에게 성규는 불퉁스레 쏘아붙였다.
“도서관까지 쫓아오면 알아서 해.” “그래! 알아서 할게!”
너무나 천진한 우현의 대답에 성규는 일순간 맥이 빠졌다. 대체… 이 생물체는 바보인걸까 아니면 바보인 척하는 걸까. 그렇게 눈치가 없나? 누가 들어도 이건 따라오지 말란 소리인데. 응? 왜 그래? 성규의 얼굴을 천천히 살피던 우현이 고개를 갸웃대자, 성규의 입이 피곤하게 열렸다.
“알아서 하라는 게 그 소리가 아니잖아….”
됐다. 내가 너한테 무슨 말을 더 하겠냐, 괜히 나만 이상한 놈 될 텐데. 성규가 보란 듯이 다 들리도록 중얼대는데도 우현은 여전히 밝은 모습 그대로였다. 여느 때보다 더 우수에 찬 그 눈빛이 성규에게 말하고 있었다. 나도 데려가! 라고.
여실히 드러나는 그 들뜬 모습에 성규는 어쩐지 기분이 묘하게 뒤틀렸다. 짜증나니까 그런 눈으로 보지 마. 속으로 곱씹던 말이 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튀어나가자 성규 본인도 당황한 눈치였다. 내내 웃는 얼굴로 일관하고 있던 우현도 예외는 없었다. …내가 짜증나? 우현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자 성규가 잠시 입술을 감쳐물었다. 아 그래, 기왕 말 나온거 뭐 하나 묻자. 성규가 큰 결심이라도 한 듯 가방을 고쳐 메며 입을 삐죽였다.
“너, 할아버지한테 언제 갈래?” “…어?” “할아버지 연구소로 언제 돌아갈 거냐고. 너 처음부터 나랑 계속 같이 살 거 아니었잖아, 언제까지 내 집에 얹혀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넌 내가 빨리 돌아갔으면 좋겠어?”
되려 제 쪽으로 되돌아오는 질문에 성규는 말문이 막혀버리고 말았다. 그런 질문을 던지는 우현의 얼굴은 구겨지지도, 그렇다고 좋아보이지도 않았다. 이 집에서 함께 지내는 동안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그런 얼굴. 성규는 줄곧 우현에게 고정되어 있던 시선을 바닥으로 떨어트렸다. 그래도 저 좋다고 따라다녔던 놈한테 매몰차게 굴려니 저 자신만 나쁜 놈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여기서 말을 무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아무리 바보 같은 남우현 이라지만, 그 앞에서 알량한 제 자존심조차 굽힐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성규는 우현의 얼굴도 살피지 않고 그대로 뒤돌아서 현관으로 향했다. 아까부터 제 꽁무니를 따라오던 기척도 들리지 않았다. 그 말은 곧 우현이 저를 따라오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했다. 성규는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집을 나섰다.
그 날은, 잘 다녀오라는 우현의 인사가 없었다.
Vampire City
도서관에서도 도저히 공부가 되질 않았다. 성규는 아까부터 같은 문제에서 헤매고 있는 중이었다. 제 머릿속이 불안함으로 가득 차 있다는 걸 성규 자신도 잘 알고 있었기에 누구의 탓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머리를 식힐 심산으로 등받이에 상체를 뉘이곤 천장만 뚫어져라 본다. 마음에 담아둔 우현과의 앙금을 쉽게 가라앉히질 못했다. 아무리 불쾌했어도 돌아가란 소리는 꺼내선 안 되는 거였는데. 조금 시끄러웠어도 남우현 때문에 김성규 자취방이 사람 사는 집 같았잖아.
통화내용 … 혹시 남우현이 들었을까? 평소보다 기상시간이 늦었는데, 설마 자는 척한건 아니겠지…. 잘 정돈되어 있던 제 머리를 아무렇게나 헝클던 성규가 자세를 바꿔 책상위에 턱을 괴어본다. 사실 집을 빠져나왔을 때부터 제가 우현에게 너무 속 좁고 유치하게 굴었단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돌아갈 순 없었다. 아무리 저를 잘 따른다지만 남우현도 명색에 뱀파이어인데 여차해서 화나면 자제력을 잃고 저를 물어 버릴까봐 두려웠던 탓이었다. 성규는 형광등 불빛에 의존해서 보고 있던 책을 망설임 없이 덮고 벽시계를 올려본다. 9시 25분, 집에는 별 일 없겠지. 없을 거야. …없어야 돼. 어렵사리 맡아뒀던 제 좌석번호를 한 번 흘기고서야 성규는 제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열람실을 나서는 성규의 발걸음에 점점 속도가 붙었다. 성큼성큼, 정체모를 불안감에 쫓기듯 계단을 내려와 눈앞에 펼쳐진 복도를 지났다. 중간에 모르는 이와 어깨를 부딪치는 것쯤이야 안중에도 없었다. 뛰자. 도서관 안내데스크 앞에서 몸을 틀어 문 밖으로 나서려던 걸음을 급하게 멈추었다. 굵은 물줄기가 바닥을 쉼 없이 때리는 소리를 듣고서야 알아챘다. 밖에서는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추운 날씨에 비가 오니 오한이 서려 제 양 팔을 끌어안은 성규가 발만 동동 굴렀다. 어떡하지. 성규는 우산도 없이 이 거센 빗줄기를 뚫고 집까지 뛰어갈 용기가 없었다. 남우현이 상처받고 집을 나가버렸을지도 모르는데, 빨리 가야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초조함만 더해가는 통에 성규는 우산을 펼치고 도서관을 빠져나오는 사람들을 부러운 시선으로 훑었다. 가방이라도 쓰고 가야겠다. 성규가 메고 있던 백팩을 양 손으로 들어 제 머리 위에 올린 채 발을 떼려던 참이었다.
“성규야!!”
성규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더니 소리의 근원지를 찾으려 작은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뭐야, 잘못 들은 건가? 왼 발을 디디려던 찰나, 성규는 순식간에 제 앞에 드리운 그림자에 가슴이 철렁했다. 바닥으로부터 천천히 올린 시선의 끝에는 쫄딱 젖은 모습의 우현이 언제나처럼 생글거리며 웃고 있었다. 그 모습에 성규는 그만 제 머리위에 받치고 있던 가방을 놓아버리고야 말았다. 투욱-, 하고 떨어진 무거운 책가방을 성규대신 금세 주워든 우현이 구정물이라도 묻었을라 제 손으로 가방을 연신 털어냈다. 그러더니 이번엔 품에 꼭 끌어안고 있던 성규의 우산을 꺼내 보인다. 이거 쓰고 가자 성규야. 성규가 멍한 얼굴로 우산만 쳐다보고 있자 우현이 그런 성규의 어깨를 한 손으로 감싸 쥐며 입을 열었다.
“난 괜찮아.”
빗물로 축축하게 젖어버린 입술 사이를 비집고나온 나긋나긋한 목소리에 성규는 반나절 동안 꽁꽁 묵혀뒀던 앙금을 그제서야 터트려 버린다. 속에서부터 북받쳐 오르는 이상한 감정을 이겨내지 못한 성규가 우현이 준 우산을 받아들고 펑펑 울기 시작했다. 우는 성규의 모습이 너무나 생소했던 우현은 마냥 안절부절 못했다. 이 멍청아, 니가 우산 쓰고, 오면 될 걸, 왜, 비 다 맞고, 왔어. 뚝뚝 끊기는 성규의 말마저도 잘 알아들었다며 우현은 고개를 한참이나 끄덕여준다.
“성규꺼 마음대로 쓰면 혼내겠다고, 예전부터 그랬잖아.”
남우현이 우산을 쓰고 오지 않은 이유 또한 결국, 저 때문이었다. 죄책감이 밀려왔다.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눈물 때문에 시야가 흐릿해졌다.
“그리고 난 괜찮다니까?”
“지금 니 꼴을 보고도 괜찮냐?!”
저를 반쯤 질책하는 성규의 목소리에 우현은 도서관 유리문에 비친 제 모습을 위 아래로 훑었다. 물기 때문에 추욱 가라앉은 제 머리카락을 마구 털더니 성규를 향해 헤죽헤죽 웃어보였다. 응, 괜찮아! 우현은 빗물에 젖은 자신의 몸 따윈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눈치였다. 지난날을 떠올리게 하는 천진한 우현의 웃음 뒤로 못난 제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아 성규는 고개를 푸욱 꺼트린 채 소매로 눈물을 훔쳤다.
할아버지한테 돌아가지마, 연구소 가지 마, … 우리 집 나가지마…. 기어들어가는 성규의 목소리에 잠시 얼어 있던 우현은 그 자리에서 성규를 한 팔로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
“고마워, 가지 말라고 해줘서.”
“… ….”
“나 어디 안 가. …… 안 갈게. 그러니까 울지 마.”
우현은 제 품에서 떼어낸 성규를 향해 다시 한 번 눈꼬리를 접어 웃어 보이며 타일렀다. 이제 집에 가야지?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일요일 밤, 서로가 서로에게 한 발 다가섰다.
[남우현x김성규] 다음이야기
넉살좋은 우현이가 성규따라 학교에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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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 어떡해.
꼭 이렇게 글 올 릴때 쯤이면 소변이 마려워요 저는.
왜죠?
암호닉 (스압주의, ㄱㄴㄷ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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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4일 오후 4시 20분] 현재 [304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