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우현x김성규
김명수x이성열
이호원x장동우
이성종
뱀파이어 시티 03-2 [수열] BGM이 재생됩니다. |
김명수 x 이성열 인간 x 뱀파이어
촬영장소로 이동하는 벤 안에서, 성열이 조금은 억울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나 원래 피냄새 잘 참아. 훈련 잘 받아서.” “그럼 아까 달려든 건 뭔데?” “그건 니가 이상한거야!! 아까도 말했지만 니 피냄새가 유별난 거라니까?” “구라치시네.” “구라 아니거든? 말이 좀 웃기지만 나 진짜 피 잘 참아서 여기로 보내진 거야!!”
알았으니까 소리 지르지 마, 골 울려. 명수의 미간이 꿈틀거리자 성열이 질 수 없다는 듯 작은 목소리로 칭얼댔다. 짜증나, 못된 인간 만난 것 아. 그 소리를 듣자마자 읽고 있던 대본을 덮은 명수가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까불지 마라.
내가 왜?! 성열이 당황한 듯 한 층 높아진 톤으로 받아치자 명수가 자켓 안주머니에서 작은 주사기를 태연히 꺼내 보이며 말했다. 그의 한 쪽 입꼬리는 자연스럽게 말려 올라가 있었다.
“주사기 또 있어.”
“… …!!”
명수의 손에 들린 주사기를 보고 있자니 제 옆구리가 욱신거리는 기분이 든 성열이 창가 쪽으로 바짝 붙었다. 그런 성열의 모습을 본 명수가 주사기를 도로 집어넣곤 대본을 재차 펴들더니 입을 열었다. 시선은 여전히 대본에 묻어둔 채였다.
“친한척해라.”
뜬금없는 지시에 성열의 고개가 갸웃거렸다. 친한 척하라고? 어떡하지? 멈칫거리던 성열이 명수 쪽으로 엉덩이를 가까이 붙이더니 명수의 널찍한 어깨에 제 팔을 두르며 목소리를 높였다.
“친구!!”
그와 동시에 명수의 표정이 대번에 비틀어지는 걸 확인한 성열은 어깨에 둘렀던 팔을 냉큼 거두며 말을 더듬었다. 왜, 왜 그래, 친한 척하라며?! 그 목소리에 운전석에서도 작은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뭐야, 어쩌라고! 이렇게 하는 거 아니야? 적잖이 당황한 듯 성열의 얼굴이 화륵 달아오르자 명수의 입술사이로 한숨이 비집고 나왔다. 진짜 한심하다.
“누가 당장하래? … 다른 사람들 있을 때 하라는 소리였으니까 좀 떨어져, 남자한테 꼴리려고 하니까.”
뭐라고?! 주사기보다 더 섬뜩한 말에 성열이 기겁을 하며 명수에게서 저만치 떨어졌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 창문에 머리를 박자 쿵- 소리와 함께 인형 같은 그 얼굴이 구겨져 버린다. 아오 아파! 부딪힌 자리를 빠르게 비벼대는 성열이 웃겼는지 명수가 주먹으로 살짝 입을 가리며 소리 없이 웃었다.
명수야, 도착했다. 벤이 주차장으로 진입하고 있을 때쯤 이었다. 매니저가 촬영장에 도착되었음을 알리자 제 손목시계를 잠깐 내려다보던 명수가 가방에서 꺼낸 흰 약통과 물병을 성열의 품으로 던졌다. 지금 두 알 먹어놔. 그 명령조에도 성열은 반박 없이 조용히 약 뚜껑을 열었다. 약을 먹는 와중에도 미미하게 풍겨오는 명수만의 달콤한 피냄새에 성열의 맥이 당장이라도 풀려버릴 듯 위태로웠다는 건 열이만 아는 비밀.
Vampire City
촬영장에 들어서자 스탭들의 시선이 일제히 명수와 성열에게로 향했다. 뭐야, 뱀파이어야?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적잖게 들려오자 명수의 뒤를 따르던 성열의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뱀파이어가 갖는 특유의 머리색 때문에 명수의 뒤로 바짝 붙어봤자 성열은 제 모습을 감추기가 어려웠다. 앉아서 대본을 훑어보던 메인PD가 그 모습을 보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명수를 향해 언성을 높였다.
“아니, 엘씨는 촬영장에 뱀파이어를 데려오면 어쩌자는 겁니까?”
“누가 어쩌자고 데려왔나요?”
헉,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명수의 대답으로 인해 PD의 뒤로 비치는 촬영 스탭들의 눈이 커졌다. 미쳤어, 감독님한테 저러면 어떡해…. 여자 스탭들은 정확히 명수 쪽을 흘기며 저들끼리 모여서 입을 가린 채 쑥덕였다. 명수도 이 정도 반응은 어느 정도 예상 해두었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하지만 스탭들의 경멸스런 눈빛을 얼추 읽을 수 있는 성열의 상황은 전혀 달랐다. 금방이라도 저를 쫓아낼 듯한 분위기에 휩쓸린 나머지 무의식적으로 아랫입술을 비틀어 깨문다. 날카로운 송곳니에 찔린 제 입술로부터 흘러나온 피가 입안으로 비릿한 향을 감돌게 만들었다. 여차하는 순간에 명수가 성열의 손목을 잡아끌며 속삭였다. 주눅 들지마, 쟤들 별거 아냐. 그렇게 마주한 명수의 눈빛은 금방이라도 저를 잡아먹을 것 마냥 강렬하게 와 닿았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허리를 곧게 편 명수가 제 손에 끼워져 있던 가죽장갑을 벗어 매니저에게 건냈다. 성열은 재빠르게 정신을 차렸다. 따지고 보면 명수의 말처럼 자신이 주눅들 필요는 없지 않은가? 저는 웬만해선 아무나 물지 않는 안전하고, 착하고, 잘생긴, 흔치않은 뱀파이어니까.
“그래도 저딴 짐승을 촬영장에 들이면 촬영에 지장이…!”
“지금 지장이 있는 건 열이가 아니라 감독님 같은데….”
“엘씨, 촬영하기 싫어요?”
“감독님, 촬영하기 싫으세요?”
“지금 저런 뱀파이어나 데려와서는 뭘 잘했다고 지금.”
“우리 열이가 왜요.”
한 마디도 지는 경우가 없었다. 그도 그런 것이 명수는 지금 PD가 괜한 자존심을 세우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촬영장에 뱀파이어를 데려오면 안 된다는 사전공지라도 하셨어요? 제가 뱀파이어 데리고 사는거 뻔히 아셨잖아요. 명수의 무심한 눈길이 감독을 향해 쏘아붙여지자 감독은 애꿎은 대본으로 연신 부채질만 해댄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테니까.
한 마디를 해도 설득력 있는 그 모습에 촬영장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명수 쪽으로 기울었다. 감독님, 그냥 들여보내시는 건 어떨까요… 보니까 교육도 잘 된 뱀파이어 같은데…. 가만히 서서 보고만 있던 보조감독이 명수를 거들었다. 이 바닥 미친개한테 직통으로 물릴 바에야 차라리 이 편이 훨씬 나았다. 김명수는 보통고집이 아니기로 소문난 연예인이니까.
Vampire City
“너 아까, 끝까지 입 다물고 있더라? 난 너 들여보내겠다고 감독이랑 대놓고 싸웠는데.”
협찬의상으로 말끔하게 갈아입은 명수가 대기실로 들어오며 던진 말에 쇼파에 앉아 잠자코 기다리던 성열의 몸이 움찔거렸다. 됐어, 그렇다고 니가 잘못 했다는 건 아니야. 확실히 조금 전보단 풀어진 목소리였다. 성열이 뒷목을 긁적였다. 길게 뻗은 하얀 목선에 제일 먼저 눈길이 갔다. 집 안에서 봤을 때보다 더 예뻐 보이는 건 조명 탓인걸까 기분 탓인걸까. 그런 성열을 뚫어지게 보고 있자니 저 자신이 변태가 되어가는듯한 기분이 들어 최대한 티 안나게 시선을 돌렸다.
“약, 잘 가지고 있어?”
평소 혼자만의 대기실을 즐겨왔던 명수였기에 제 공간 안에 누군가를 들여놓으려니 여간 어색한 것이 아니었다. 정적을 깨기 위해 던졌던 말에 성열은 주머니에 들어있던 약통을 꺼내들어 보였다. 명수가 푸근하게 웃으며 성열의 맞은편에 천천히 자리를 잡았다.
“언젠가, 오늘처럼 덤비고 널 무시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그냥 당당하게 굴어.”
“… ….”
“너 헤칠 수 있는 사람 아무도 없어. 나 밖에는.”
“…미친놈아, 안그래도 내가 본 인간들 중에서 니가 제일 무섭거든?”
장난 반, 진심 반 섞인 성열의 말투가 마음에 들었는지 명수가 또 한 번 작게 웃었다. 너 참전도 했을거 아니야, 그때 배짱은 다 어디에 뒀어? 생각없이 뱉은 질문에 사슴같은 성열의 눈망울이 정확히 명수를 담았다. 충분히 자존심 상했을 질문에도 어쩐지 성열은 짜증은 커녕 스스럼없이 입을 열려했다.
“이렇게 말하면 내 꼴이 우스워질거 알지만, 뭐, …그래도 아깐 고마웠으니까 말해줄게.”
“실컷 떠들어봐 그럼.”
“하여튼 존나 재수 없어 너.”
“그건 관심 없고, 하려던 말이나 계속 해.”
“아오 진짜, 그럼 잘 들어라………. ”
“듣고 있어.”
“…똑바로 싸우지도 못하는 주제에 무조건 피만 갈구하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어떻게 되는데?”
“전쟁터에 못 들어가. …… 몸이 안 따라줘서 오히려 아군한테 방해만 되거든.”
“…….”
“내가 그 꼴이었어. …무기로 태어난 주제에 제 역할 똑바로 못한다고 무시나 당하고, 밤마다 놀림거리나 되고.”
누군 뱀파이어 되고 싶어서 됐을까봐…. 흔들리는 말꼬리를 잘못 들었나싶어 명수가 고개를 들어 성열의 얼굴을 살폈다. 야, 괜찮아? 명수가 답지 않게 걱정스러운 어투로 묻자 성열이 아무렇지 않은 척 눈가를 비볐다. 이성열은 분명 살갑게 웃고 있었지만 보는 사람이 다 불편할 만큼 어딘가 어정쩡했다. 넘어져서 다쳐놓고는 하나도 안 아프다며 씩씩하게 구는 여느 어린아이처럼.
“그러고 보니까, 나 기억리셋 덜 됐어!”
그 모습을 보면서 명수는 스스로 단정 지었다. 이성열은 어쩌면,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반대로 나약한 존재일지 모른다고. 그런 이성열이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의 곁에서 탈 없이 지내는 건 상상도 못하겠다고. 괴롭혀도 차라리 제가 괴롭히는 게 낫다고.
그래요. 열이는 전쟁참여도 못했던 수준이하의 뱀파이어였음..... 슬프다..... 자 이제 열이는 명수의 보호와 떡을 받으실게요. (의심미)
|
/
암호닉 신청은 모두 끝났습니다~ (스압주의, ㄱㄴㄷ순.) |
31
[2월 9일 오후 9시 30분] 현재 [306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