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규가 초점이 없는 눈으로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얼굴엔 우현의 피가 잔뜩 묻어있고 옷도 피로 엉망진창이 되있었다. 서둘러 핸드폰을 꺼내든 동우가 우현의 집으로 전화를 걸었고 호원은 어디선가 얻어온 담요를 성규에게 덮어주었다.
" 천사가 꼴이 이게 뭐냐... "
" 사자님. 우현이 데리고 가면 안 되요.데리고 가지 마세요."
" 일단 너 정신 좀 차리고 이야기하자."
" 지금 우현이네 부모님 이리로 오신대요.성규형 ! 괜찮아요 ? 정신 좀 차려봐요 ! "
몸을 부들부들 떨며 눈물을 흘리던 성규가 그대로 옆으로 고꾸라졌다.
*
" ...... "
" 형 ! 정신이 좀 들어요 ? "
" 성규혀엉!!!!!흐어어엉!!! 난 형 어떻게 되는 줄 알고!!!!"
성열이 울면서 성규를 와락 끌어안았다. 익숙한 향기에 익숙한 천장. 우현이의 방안이다.
성규가 눈을 꿈벅거리며 차례대로 성열과 명수를 천천히 쳐다보더니 물었다.
" ...우현이..."
" 우현이 아까 수술들어갔어요...7시간 지났는데 아직 안 끝났나봐요..."
명수가 착잡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고개를 저었다. 벽에 걸린 시간을 확인하니 5시를 조금 넘어가는 시간이였다. 성규가 꾸역꾸역 몸을 일으켰다.
" 동우는... "
" 그 사자라는 사람이랑 병원에 있어요."
" 아..."
" 일단 나중에 들을께요. 형 좀 쉬어요. 동우 말로는 아까 쓰러졌다면서요."
" 흐어어엉 !!! "
" 야...성규형 쉬게 좀 그만 울어라..."
성규가 머리를 감싸며 눈을 감았다. 성열이 갈아입혀준건지 옷은 모두 우현의 것으로 갈아입혀져있었다.
" ...... "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게 무엇이 있을까. 온통 무능력으로 가득 차있다.
자괴감에 빠져드는 성규가 또 다시 눈물을 흘리며 무릎사이로 고개를 묻었다.
" 나 천사 맞을까..."
" 흐읍...그게 무슨 소리야,형 ? "
"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어...왜 이렇게 난 쓸모가 없는 거야..."
" 형 ! 그런 소리하지마 ! "
성열이 눈물을 그렁그렁 단채로 소리쳤다.
" 단지 운이 없었을 뿐이지 그게 왜 형 탓인데 ! 절대 그런 생각하지마 ! "
" 야...안되겠다. 형 ! 쉬세요. 성열이는 제가 데리고 있을께요. 야,얼른 나와."
성열을 뒤에서 번쩍 안아든 명수가 질질 끌듯이 성열을 데리고 나갔고 방에는 적막함이 찾아왔다. 과연 우현이 운이 없었던 걸까...그런거라면 자신에게 있는 운이란 운은 모두 우현에게 주고 싶은데...
" ......! "
나한테 있는 운이라면...
갑자기 침대에서 일어난 성규가 서둘러 방을 나와 성열에게 물었다.
" 내 옷 !!! 내 옷 어딨어 !? "
" 가,갑자기 기운이라도 차린거야 ? "
"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 내 천상옷 어디갔어 ?! "
" 그거 피 묻고 그래서...지금 표백제에 담가놨는데...입으려면 좀 기다려야..."
" 아이씨...그,그럼 성열아 ! 그것 좀 벗어봐."
'뭐어?!' 성열이 자신이 입고 있던 천상옷을 움켜쥐며 인상을 찌푸렸다.
" 갑자기 왜 ?! "
" 급하니까 얼른 !! "
" 아니 그러니까 이유를 ! 우왁 !!! "
성열의 손을 잡고 우현의 방으로 들어간 성규가 무지막지한 힘으로 성열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속수무책으로 옷을 빼앗긴 성열이 코를 훌쩍이며 성규가 벗어주는 우현의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었다. 바지가 짧아 발목이 조금 튀어나왔다. 성열의 천상옷을 뺏어 입은 성규가 손목과 발목을 두어번 접었다. 그리고는 서둘러 구석에 놓인 자신의 가방에서 무언갈 꺼내보였고 동시에 성열이의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 형...지금...돌아가려고 ? "
" 아니. "
" 그러면 그건..."
하늘색 액체가 살랑거리고 있는 비약 물병을 조심스럽게 손에 쥔 성규가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
" 내 방 창가에 있는 화분 알지."
" 당연히 알지. 형이 파수꾼 시험 붙고 선물로 받은 거 말하는 거 아냐 ? 그 행운을 모아주는..."
거기까지 말하자 성규가 입술을 앙 다물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 설마 그걸 갖다주겠다는 건 아니지 ? "
" 지금 내가 해줄 순 있는 건 그것뿐이야."
" 미쳤어 ?! 할매가 비약을 두 개라도 준거야 ? "
" 아니. 하나야."
" 그럼 갖다와서는 어떡하려고 ? "
" 몰라. 지금 그런거 생각할 여유없어."
" 진짜 내가 아는 김성규 맞아 ?! "
" 응.아마도. "
행운을 모아주는 화분. 그거라면 우현이를 살릴 수 있어.
성규의 가슴속에 두근거리는 울림이 퍼지기 시작했다. 호원이 이틀동안 시간은 있다고 했으니 아직 늦지는 않았다.
" 그 화분 형이 무지 아끼던 거였잖아 ! 확 시들어버리면 어쩌려고 ?"
" 그게 시들고 우현이 산다면 시들어도 상관없어. "
" 이건 진짜 무모한거야. 할매가 알면 형은 진짜 뼈도 못 추려! 남우현이 형한테 어떤 존재인데 이렇게까지 하는거야 ? "
" 우현이는 내 전부야. 우현이 없으면 나도 없어."
성규가 딱 부러지게 대답을 하자 말문이 턱 막힌다.조심스럽게 비약 뚜껑을 열었다. 긴장되는 표정으로 꿀꺽 침을 삼키자 옆에 있던 성열도 덩달아 꿀꺽 침을 삼킨다.
" 진짜 다시 잘 생각해봐,형.이거 없으면 천상 못 간다고."
" ...어떻게든 되겠지."
" 진짜 아닌데...이건..."
" 후우..."
조심스럽게 비약을 입에 가까이 가져다대려는 순간 방문이 벌컥 열리고 명수가 소리쳤다.
" 우현이 수술 끝났대요 !!! "
*
" ...... "
" ...우현이네 부모님은 ? "
" 아저씨는 의사선생님이랑 얘기중이시구 아주머니는...다른 병실에 입원하셨어. 아까 실신하셔가지고..."
" 아... "
팔과 다리에 깁스를 하고 머리에는 붕대가 돌돌 말려져있다. 여전히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고 중환자실안은 예전 그 기계음들로 가득차있었다. 창문이란 창문은 다 열어놓고 싶을 정도로 답답하다.
" 우현이...어떻게 수술 잘 된 거래 ? "
" 몰라...방금 끝난거라서..."
동우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 근데 좋은 상태는 아닌 것 같아..."
" ...... "
눈을 감은 채 산소호흡기에 의존해 숨을 쉬고 있는 우현에게서 생명력이란 느낄 수 없었다. 목을 죄여오는 어두운 기운이 아침보다 훨씬 더 풍겨나오고 있었다. 성규가 눈물을 글썽거리며 우현의 손을 꼬옥 잡았다. 예전 같았으면 꽉 잡아올 손인데 나사가 모두 풀린 것 처럼 아무런 움직임이 없이 자꾸 추욱 쳐지기만 한다. 잠시후 우현의 아버지와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가 중환자실로 들어왔고 가장 먼저 의사에게 다가간 명수가 물었다.
" 우현이 어떻게 된 거에요 ? 괜찮은 거죠 ? 금방 일어나는 거 맞죠 ? "
" ...... "
의사가 우현의 아버지에게 말해도 되냐는듯한 눈빛을 보냈고 우현의 아버지가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아마 하늘이 무너진다는 기분이 이런 기분일 것이다.
" 의식이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소량이지만 뇌출혈도 있었고 중간에 산소공급도 멈추는 바람에 애를 먹었지만 일단 수술은 잘 끝났습니다.이제 상태경과를 지켜봐야 알 것 같네요. "
" 아,아예 못 깨어나는 건 아니죠 ? "
" 정확히 말씀드리기가... "
명수가 말문이 막히는 듯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고 동우도 결국 참아왔던 울음을 터트렸다. 간호사가 면회 시간이 끝났다며 중환자실 대기실로 안내했고 모두가 얼굴이 하얗게 질려선 대기실로 향했다.
" 성열아."
" 으응 ? "
" 나 다녀올께."
성규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명수와 동우가 성규를 슥 올려다본다.
" 어디 가시게요 ? "
" 응. 우현이 좀 부탁해. "
그리고는 성큼성큼 병원 옥상으로 향하기 시작한다. 성규를 뒤따라온 성열이 꽤 굵은 빗방울을 보고는 성규를 말렸다.
" 형. 이 날씨로는 힘들어. 좀 기다렸다가 날씨 좋아지면..."
" 지금 그런거 가릴 시간 없어. "
" 진짜 무리인데... "
" 니가 이것 좀 맡아줘라. "
손목에서 삼베띠를 푸른 성규가 성열의 손목에 잘 묶어준 뒤 가방을 열어 비약을 꺼냈다. 그리곤 이번엔 망설임없이 뚜껑을 열고 쭈욱 원샷을 한다.
" 으윽!"
" 혀,형! 괜찮아 !? "
입을 막은 성규가 헛구역질 비슷한 걸 하며 잠시 몸을 비틀거렸다.
" 으응,괜찮아. 되게 맛없네,이거...후우... "
" 불안해미치겠네,진짜... "
" 걱정마. 금방 올께."
성열의 어깨를 두어번 두드린 성규가 가방끈을 고쳐잡고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성열이 쏟아지는 비를 손으로 가리고 하늘을 바라보며 조심하라고 외쳐댔고 곧 시야에서 성규가 사라졌다.
*
우현은 회복실로 옮겨졌다.
넘쳐나는 중환자실 환자들때문에 아버지와 의사의 이야기끝에 결정한 것이였다. 우현은 회복정도에 따라 1인실로 옮겨졌고 그 곁은 동우와 명수가 지켰다. 병실 창문에 앉아 명부를 손에 쥐고 있는 호원에게 동우가 물었다.
" ...그거 못 지우죠."
" ...그래."
" 그냥 불태우면 안 되요 ? "
명수가 말하자 호원이 소용없다는 말을 하며 불태우면 우현의 혼이 저승으로 못가고 이승을 떠도는 떠돌이 영혼이 된다고 설명했다.
" 우현이...데려가기저까지 얼마나 남았어요 ? "
" 거의 하루."
" 하아... "
호원을 원망할 순 없는 노릇이다.
병실안은 동우와 명수의 한숨으로 가득 채워지고 있을때 성열이 중얼거리듯이 입을 열었다.
" 남우현. 안 죽어. "
" ...뭐 ? "
" 쟤 안 죽는다고. "
확신에 가득 찬 표정으로 말하자 명부를 주머니에 넣은 호원이 궁금한 말투로 물었다.
" 무슨 방법이 있는거야 ? "
" 네. 방법도 있고 이미 성규형이 행동으로 옮겼죠."
" 성규형이 ? "
" 그래. 그러니까 걱정말고 기다려. 남우현 안 죽으니깐. "
" 흐음... "
호원이 턱을 어루만지며 곰곰히 생각했다. 자신도 모르는 방법이 있었다니...
*
" ....... "
다행히 비가 와서 태궁시간이 미뤄진 건지 태궁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성규가 잔뜩 지친 몸을 이끌고 태궁장에 몸을 뻗었다. 비약을 먹어도 이렇게 힘든데 벌써부터 나중이 걱정된다. 하나밖에 없는 비약을 썼으니 나중에는 어떻게 올라와야할지 막막했다. 혹시나 천상사람들의 눈에 띌까싶어 서둘러 몸을 일으킨 성규가 기둥뒤에 몸을 숨겨가며 조심스럽게 자신의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 어 !!! 성규님..."
" 쉿 !!! 쉬이잇!!! "
기숙사 잡일을 도맡아하는 다니엘의 눈에 띄고 말았다. 다니엘의 입을 꾸욱 막은 성규가 기둥뒤로 홱 끌어당겼다.
" 드디어 돌아오셨네요 !!! "
" 소리낮춰,다니엘 !!! "
" 왜,왜요 ? "
" 그건 나중에 말해줄게. 넌 날 못 본거야. 알겠지 ? 삼신님은 어디계셔 ? "
" 아마 쉬고 계시겠죠...근데 성규님 꼴이 왜 이래요 ? 어서 삼신님에게 인사를..."
" 아냐 ! 다시 내려가야돼. 일단 얼른 너 하던거 해. 너 누구한테 나 봤다는 소리하면 죽는다. "
성규가 주먹을 들어보인뒤 까치발을 든채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성규님이 달라지셨어. 다니엘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킨뒤 걸레빨으러 가던 길을 재촉했다.
" 휴우... "
오랜만에 들어오는 방안은 자신의 향기로 가득했다. 은은한 햇빛이 들어오고 반짝거리는 바람으로 가득한 곳. 하지만 그런 걸 느낄 여유가 없었다.
" 다행이다."
예전 그 모습 그대로 눈부시게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행운을 모으는' 화분을 조심스럽게 창가에서 꺼내 품에 안았다.
*
흐흡흐르응
주말동안은 길게 나온다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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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알림필수 !!!!!
신작알림!!!!!!!!!!!!!!!!무조건 필수!!!!!!!!!!!!!!!!!!!!!!!!!!!!!!!
댓글은 10분후부터 가능하니깐 기다렸다가 달아주는 센스!!!!!!!!!!!!!!!!!!!!!!!!!
에그몽은 매일 8~10시사이에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