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씨발....좆됐다.... "
이미 써버려서 흐물흐물해진 콘돔이 휴지뒤에 숨어 빼꼼히 얼굴을 드러내보이고 있었다. 그 안에 들어있는 하얀 액체들...
바닥에 철퍽 주저앉아 머리를 감쌌다.
" 그르릉....그르릉...."
성열이 두어번 코를 골았다.
*
" ...으으...쓰라려..."
너구리 눈깔이 된 명수가 깨끗이 씻은 계란을 눈에 돌리며 터진 입술에서 나오는 피를 휴지로 슥 닦아냈다.
흐어어엉.소파에 앉아있는 성열이 엉엉거리며 서럽게 울어댔다.
" 개놈자식.나쁜자식.개자식.죽일놈.멍청이!!! "
소파에 있던 쿠션을 명수를 향해 던지자 바닥에 앉아있던 명수가 가볍게 홱 피한다.
성열은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엄청난 비명을 질러대며 팬티만 입고 있는 명수를 타작하다가 문득 명수의 얼굴이 불그스레해지며 자신을 쳐다보는걸 보고는 자신이 아무
것도 안 입고 있다는 사실에 광분하며 허겁지겁 옷을 챙겨입으면서 더욱 거세게 타작을 했다. 베게도 집어던지고 이불도 집어던지고 명수의 핸드폰도 집어던지고 자명
종도 집어던지고 스탠드도 집어던지...
" 그래도 스탠드는 너무했어..."
" 흐엉..난 몰라!!!! "
인간과,그것도 남자와 성관계를 !
살풋살풋 어젯밤의 장면들이 떠오른다. 처음엔 명수의 밑에서 앙앙. 가끔씩은 자신이 올라타 앉은채로 앙앙. 옆으로도 앙앙.마주보면서도 앙앙. 온통 앙앙 !!!!!
" 야 ! 나도 지금 당황스럽거든 !!! 너만 그런게 아니라고 !!! "
" 뭐 !?! 아악 !!! "
소파에서 신경질적으로 벌떡 일어난 성열이 허리를 부여잡고 쓰러지자 명수가 깜짝놀라 다가갔다.
" 괘,괜찮냐 ? "
" 으헝.아퍼.흐허어아앙!!! "
" 아이씨...기다려봐."
" 아흐응!!! "
허리를 조심스럽게 주무르자 성열이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며 명수의 손을 꽈악 잡았다.
" 흐어엉.진짜 아퍼!!! "
" 천사도 이런건 느끼는 구..."
" 진짜 죽을래해 !!!! "
" 아,알았어.소리지르지마. 너 목 쉬겠다..."
명수가 성열의 허리를 조물조물거리자 간간히 신음을 흘린 성열이 좀 괜찮아지는 상태에 눈을 감고 인상을 찌푸렸다. 명수는 우유처럼 하얀 허리를 마사지해주며 생각
했다. 첫 경험을 남자와 했다.근데 기분이 나쁘지않기보단...뭔가...정복했다는...승리감? 그리고 무언가 지켜주고 싶은 기분도 들고...아무튼 성열이 온전히 자신의
것이 된 그런 야릇한 기분이 들었다. 왜 이러지.
" 어때 ? "
" 흐으...난 타락했어. 난 타락한 천사야..."
" 큼...나도 아직까지 너랑 내가 어젯밤에 그걸 했다는게 믿기지않지만...내가 책임질께."
성열이 몸을 일으켜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채로 명수를 노려보듯이 쳐다봤다.
" 니가 나를 ?! 참나. 어떻게 책임질껀데 !!! "
" 나도 몰라. "
그냥 어떻게든지.
순간 명수의 표정이 짐짓 진지해졌고 성열이 훌쩍이며 눈물을 손등으로 닦아낸 뒤 쿠션을 다시 집어던졌다. 눈을 감고 누운 성열이 방금 명수가 했던말에 가슴이 두근
두근거리는 걸 느꼈다. 이미 알게 모르게 폴링럽...
*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우현과 성규는 여전히,아니 어쩌면 훨씬 더 물고 빨아댔다. 처음엔 성규도 쑥쓰럽고 약간은 소름끼치는 느낌에 몸을 움츠렸으나 이제는 좀 스킨쉽이 짧게 끝난다싶으면
오히려 아쉬워하며 슬쩍 슬쩍 우현을 건드렸다.
명수와 성열네도 여전히 티격태격댔다. 정말 사소한 것에도 티격태격.
하지만 달라진게 있다면 달콤하면서도 미묘한 기류가 흘렀다. 가끔식 명수가 아무말없이 씨익 웃으며 핫바를 먹는 성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 성열은 살짝씩 볼을 붉혔
고 명수는 그걸 놓치지않고 캐치해 놀려댔다.
그리고 동우는....
" 여기 앉아서 뭐해 ?! "
" 아...생각 좀 하느라... "
주말에 모여 신나게 공원에서 배드민턴과 물총놀이를 하며 노는데 동우 혼자 멍하니 벤치에 앉아 멍하니 구경만 했다.
평소와 다른 기운에 성규가 동우의 옆자리에 털썩 앉았다.
" 무슨 생각 ? 기운 없어 보이네."
" ...형 ! "
" 응 ? "
" 우연으로 만나는 방법이 있을까요 ? "
우연으로 만나는 방법 ? 성규가 되묻자 동우가 크게 고개를 끄덕거린다.
" 사실 어떤 사람이 있는데요.
" 어떤 사람 ? "
" 네...암튼 그 사람이랑 예전엔 특별히 약속이나 미리 연락같은 거 안해도 진짜 잘 마주쳤거든요 ? 그것도 딱 내가 필요할 순간이나 내가 지칠때 ! 귀신처럼 딱딱 마
주쳤는데...그것도 이 넓고 넓은 서울에서 말이에요 ! 근데 요즘엔...한번도 못 봤어요...자꾸 만나고 싶고 보고 싶은데 안 나타나네요. 맨날 내가 폐만 끼쳐서 나 피
해다니나..."
" ...흠..."
동우의 말을 경청해들은 성규가 고개를 살살 끄덕이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 사자...아니, 호원씨 말하는거지 ? "
동우가 눈을 동그랗게뜨며 ' 어떻게 알았어요?'하고 놀란 표정을 짓자 성규가 씨익 웃었다.
" 형은 천사야.자랑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모르는 것보단 아는게 더 많기도 하고."
" ...아아..."
" ...호원씨 좋아해 ? "
예에 ?! 그게 무슨소리에요.
화들짝 놀라며 손을 저어대던 동우가 잠시 손을 멈춘채로 생각하더니 한숨 쉬듯이 말했다.
" ...내가 둔한건가..."
" 좋아하는데 남자여자가 어딨어. 심각해하지마. 좋아하는건 좋아하는거야. 숨길수록 커지고 감출수록 드러나는거지."
" ......형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안 보이니깐 보고 싶고 자꾸 아른거리고 이러다가 상사병에 걸릴 것도 같고...
성규가 환히 웃으며 동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뭐해 ! 얼른와 ! ' 우현이 소리치며 손짓치자 성규가 잠시 동우와 얘기 좀 하겠다며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 이걸...말해줘도 될지 모르겠네."
성규가 손톰을 몇 번 깨물거리며 동우의 눈치를 본다.
" 무슨 얘긴데 그래요 ? ...안 좋은 얘기에요 ? "
" 음...그건 아닌데...아,그럴 수도 있구..."
" ...후우후우후우...흡 ! 준비됐어요 ! 얘기해주세요 ! "
몇번 숨을 들이쉰 동우가 조금은 떨리는 시선으로 성규의 눈동자를 봤고 몇 번이나 더 고민을 한 성규가 결심한 듯 자신의 손목에 있던 삼베띠를 풀어 동우의 손목에
조심스럽게 둘러주었다.
" 이건 형 팔찌잖아요 ? "
" 이거 차고 있으면 호원씨랑 만날 수 있을꺼야. "
" ...이거 패션팔찌..."
" 패션팔찌아니야...그리고 지금부터 하는 얘기를 듣고 너무 놀라진 않았으면 좋겠어."
동우의 손을 꼭 잡은 성규가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호원의 존재와 할아버지에 관한 일들. 동우의 손에 땀이 흥건히 고이는 게 느껴졌다.
*
" 너 너무 무리하는 거 아냐 ? 일주일에 명부를 세 번이나 채우다니..."
" 원래 이게 제가 하는 일이잖아요. 오늘은 몇 명이에요 ? "
" 미안한데 오늘은 없어."
" 네 ? "
호원이 무슨 말이냐는 듯이 쳐다보자 명부를 관리하는 남자가 어깨를 으쓱해보이며 설명했다.
" 지금 너가 니 소관말고도 여러 지역을 맡아 죽은 혼을 수거하는 바람에 나머지 사자들이 빈둥빈둥 놀고 먹잖아. 이제 당분간 너에겐 수거할 혼이 안 갈꺼야.
며칠동안 푹 쉬어. 일종의 휴가인 셈이지. 열심히 일한 당신,떠나라. 아니,쉬어라."
" ...네... "
아무것도 찍히지않은 명부를 건네받은 호원이 기숙사로 향했다. 뒤늦게 수거를 하러 나서는 동기들이 나가는 인사로 호원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지나갔고 호원은
그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거려주었다.
요 며칠사이에 호원은 미친듯이 혼을 수거하며 다녔다.
잠도 안자고 정신이 나간 듯 일에만 몰두했고 며칠전에는 우수 활동 사자에게 주는 금뱃지도 받았다. 하지만 호원은 기쁘지않았다. 조금도 웃질 않았다.
침대에 눕자 천장에 희미하게 누군가의 얼굴이 그려지더니 이내 모습을 나타냈다. 싱글싱글 웃고있는 동우의 얼굴이다. 지금 보니 참 빛이 나는 아이다.
사랑받기 충분하고 사랑을 주고 싶게 생긴 아이. 호원이 고개를 저으며 눈을 감았다. 방안이 답답하다.결국 얼마 못 가 다시 인간세상으로 내려왔다.
이제는 사관부보다 인간세상이 더 편하고 자유롭다. 어느새 노을이 떨어지고 조명불빛들로 넘쳐나는 밤이 찾아왔다.
대충 근처에 보이는 높은 빌딩으로 올라가 반짝거리며 빛을 내는 빌딩숲을 멍하니 쳐다봤다. 낮보다는 많이 식은 바람이 불어오자 갑자기 체육대회때 보았던 동우의
모습들이 떠오르려고 한다. 한숨을 뱉었다. 더럽게 보고싶다. 이래서 인간을 조심하고 냉정하게 대하려 했던 건데. 너무 많은 걸 보여주고 많은 걸 받아와버렸다.
후회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도중 바람결을 타고 익숙한 기운이 느껴져온다.
죽은 혼의 기운에 가깝지만 그렇다고 온전히 죽은 혼의 기운은 아닌 중간의 기운. 성규의 기운이다.
그래.성규와 대화하다보면 좀 나아질지도 몰라.
호원이 그대로 몸을 날려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향했다.
" 어...?"
어느 아파트 옥상에 착지한 호원이 깜짝 놀라며 뒤로 한발짝 물러섰다.
" 형이 찾아오기쉬우라고 내 나름대로 높은 곳에 올라오긴해봤는데...잘 보였어요 ? "
" 너... 어떻게... "
분명 몸을 숨긴 상태인데...
호원이 자신에 손에 둘러져있는 띠를 쳐다보자 밤바람에 팔뚝에 돋아오는 소름을 문지른 동우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 ...다 들었어요. 성규형이 다 말해줬거든요. "
" ...... "
아무 말없이 뒤를 돌은 호원이 다시 날아가려는듯이 발을 떼자 후다닥 달려온 동우가 호원의 검은 옷자락을 꾸욱 잡아당겼다.
" 나 형 원망 눈곱만큼도 안해요.그러니까 이제 나 피하지말아요."
" 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말하자 동우가 히끅 딸꾹질을 하며 오히려 잡은 손에 힘을 더 꽉 쥐었다.
" 잘 들어. 처음부터 너랑 나는 만나면 안 되는 사이였어. 실수로 만난거고 그 실수가 좀 길어졌을 뿐이야. 앞으로 볼일 없을꺼다.
아니지.나중에 언젠가 내가 너를 데리러 올 날에 만나겠네."
" 혀엉...왜 그래요,무섭게..."
" 그냥 잊어. 나랑 친해져봤자 좋을 거 없어.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 그,그럼 의형제라도 안 돼요 ? "
" 미안,동우야. 이건 정말 아냐."
" 이씨...난 형 진짜 좋아한단 말이에요 !!!"
" ...... "
옥상에 동우의 외침이 울려펴졌고 호원의 몸이 다시 땅에 내려앉았다. 동시에 가슴도 철렁 내려앉는걸 느꼈다.
" 형이 사자인걸 몰랐을때도 좋았고 지금도...지금도 난 형이 진짜 엄청 좋단 말이에요..."
갑자기 슬픔이 북받친 동우가 말을 꾸역꾸역 내뱉으며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 이,이제 나 피할 이유없는거죠,그쵸 ? "
가지말라는 듯이 뒤에서 호원을 꽉 껴안았다. 등뒤로 억지로 울음을 참으려는듯이 들썩들썩거리는 동우가 느껴졌고 호원이 결국 홱 돌아섰다.
" 동우야.잘 들어."
" 흐어엉!!!!가지마요!!!"
결국 터져버렸다.
동우가 손등으로 눈을 가린채 엉엉 울자 호원이 씨익 웃으며 엄지손가락으로 동우의 볼에 흐르는 눈물을 대충 슥슥 닦아냈다.이건 정말 아닌데...동우를 살포시 껴안은 호원이 조용히 속삭였다.
" 나도 너 좋아하니깐 그만 울어. "
*
" 흠...두 사람 잘 된거겠지 ? "
" 모르지.죽이 되든 밥이 되든. 얼른 집에 가자.은근히 춥다."
우현이 성규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동우와 호원이 있는 아파트 옥상을 빠져나왔다.
*
왜 짧냐구요 ?
제가 지금 신작 스포글을 쓰고 있기 때문이죠.
신작 스포글은 잠시 뒤에 올라옵니다.
+ 30분지나서 펑했어요 ㅠㅎㅎㅎㅎ 나중에 좀 더 고퀄로 올릴거기때문에!!ㅎㅎㅎ 못보신 분들은 아쉽짐나 ㅠㅠ
이제 에그몽도 서서히.....흡.....
노래는 내 사랑 아델의 don't you remember
에그몽은 매일 8~10시사이에 올라옵니다.
신작알림 필수
댓글도 필수
댓글은 글이 올라오고 10분 후부터 달리니까 잊지말아주세요....
기운을 주십쇼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