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 |
뻑뻑한 눈은 여러번 깜빡여봐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않아 지호는 손바닥으로 두 눈을 지긋히 눌렀다. 꽤 높은 열이 손을 통해 느껴진다. 이 상태가 며칠짼지 이젠 슬슬 머리도 어질해지는 느낌이라 지호는 끼고다니던 핸드폰도 책상에 아무렇게나 버려두고 침대에 풀썩 주저앉았다. 내일은 과외도 나가야되고 알바도 가야하는데 이 상태면 둘 다 제대로하지 못할게 분명할 것같다는 생각에 지호의 입에선 한숨이 끊이질 않았다. 그리고 그 생각이 현실로 나타난 건 몇시간 지나지 않아서였다. 커다란 프렌차이즈 카페구석에 자리잡은 지호는 손목시계를 힐끔거리며 지훈을 기다렸다. 학원가라서 그런지 여기저기 저와 비슷한 모습으로 앉아있고 몇몇은 숙제라도 베끼듯 옹기종기 모여있다. 학원뺑뺑이에 답답할테지만 학생이라 그런지 활기차보이는 무리들과는 달리 차가운 벽에 기대 열로 달아오른 몸을 식히는 지호는 축 쳐져있었다. "형! 어디아파? 왜 이렇게 골골대." 찬기운을 잔뜩 몰고 나타난 지훈에 지호가 자세를 바로했다. 곧 이어 들리는 짤막한 말들에 미간을 찌푸렸지만 존댓말 좀 하라고 잔소리 할 기력도 없어 입을 다물었다. 진짜 아픈가보네-하고 작게 말한 지훈이 지호의 이마에 자신의 손을 댔다가 금세 손을 뗐다. "와, 미쳤어. 형? 이 상태로 여기까지 온 거야? 이 정도면 집으로 오라고 하던가 하루 쉬어야지." 화난 상태로 잔소리를 해대는 표지훈에 머리가 울려 지호의 손이 그만하라는 듯 저어졌다. 오늘은 그냥 쉬고 다음에 해. 지훈은 잔뜩 펼쳐진 문제집들을 하나씩 접어 지호의 가방에 넣어버렸다. 지호는 안되는데 하면서도 내심 쉬고싶은 마음에 그저 자리에서 뜨거운 머리를 팔에 기대고 앉았다. "미안해, 내가 오늘 정신이 없어서 다음에 꼭 보충해줄게" "어이구, 그런건 다음에 생각하시구요. 일단 몸이나 잘 관리하세요" 빈정대는 지훈의 말투에도 걱정하는 마음이 스며든 걸 알기에 지호는 별다른 핀잔없이 가방을 들고 있어났다. 일어나서도 계속되는 어지러움에 그대로 멈춰서 벽을 짚었다. 이래서야 집까지 가겠어? 가기전에 쓰러지겠네, 지훈이 지호의 가방을 채가며 중얼거렸다. 괜한 자신의 객기로 지훈의 시간만 뺐은 기분에 지호는 왠지 머쓱해졌다. 카페를 나서고 가방을 받으려는데 그런 지호의 손을 가볍게 지나쳐 지호의 집을 향하는 버스를 잡아버리는 지훈에 어리둥절해하다 지훈을 따라 버스에 올랐다. "뭐야, 너 학원 안가?" "오늘은 패스. 우리 형 케어해주는게 더 중요해서. 학원보단 형이 더 잘가르쳐주니까." 싱긋 웃는 지훈을 따라 자신도 모르게 힘없이 입꼬리를 올린 지호는 머리를 푹 숙였다. 예전부터 느꼈지만 지호 자신은 표지훈에 잘 휘둘린다. 지훈이 사람을 잘 다루는 걸지도 모르지. 이런저런 생각이 잔뜩 들은 지호의 머리가 숙여진 그대로 방향만 바뀐채 지훈의 어깨에 안착했다. 으어? 괴상한 소리가 새어나오며 움찔거리자 기대요, 하고 나지막한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고3짜리 남자놈한테 기대있는게 쪽팔리면서도 윙윙-울리는 머리가 가라앉는 느낌이라 지호는 가만히 목에서 힘을 뺐다. |
집에 들어서자마자 숨이 턱 막혀왔다. 우중충한 밖의 날씨랑 맞는 노오란 조명에 기분이 침체됬다. 나에게 집은 그랬다, 하나부터 열까지 내 발목을 잡고 안놓는 끈적한 분위기는 날 미쳐가게한다. 드르륵- 성능 좋은 휠체어도 어쩔 수 없는지 작은 소리가 난다. 아니, 일부러 소리를 내는 걸지도 모르지. 나 역시 일부러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나란히 벗어놓은 신발에만 고정시킨 눈을 굴리지않은채 두툼한 외투를 벗어 팔에 걸쳤다. 우지호 나 봐. 강압적인 말투 역시 날 꽉 잡아왔다. 답답하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우리가. 신발에 고정돼있던 눈을 떼어 휠체어에서 날 올려다보는 표지훈을 바라봤다. 밖에 나가질않아 생기없어보이는 얼굴임에도 눈만은 반짝였다. 까만 눈은 날 끌어당기는 듯하다. 오늘은 끝내자는 말을 건내자, 마음을 굳게먹고 온 날에도 저 눈을 보면 뭔지모를 죄책감에 항상 고개를 젓고 휠체어를 밀어 방까지 바래다 주곤했다. 그래, 처음엔 방긋방긋 웃으며 사랑를 속삭이다가 같은 침대에 누워 잠들고 다음 날 서로 미소를 보이며 눈을 뜬 적도 있었지. 하, 그런 일도 있었지...다 옛날 일이다. 권태
오랜만에네요ㅎㅎ
메모장을 뒤지니까 저번에 안올렸던 썰이 두개가 더 있네욬ㅋㅋㅋㅋㅋㅋㅋㅋ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메모만...ㅋㅋㅋ
둘 다 독방에는 올렸었는데 보셨는지 모르겠네요
집배원썰 써야하는데 아직 못썼어요ㅠㅠㅠ조만간 올릴게요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