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친구 정재현 지독하게 짝사랑하는 썰 5
“오랜만이야 여주야. 이거 주면 예쁨 받을 수 있대서 사왔어. 졸업 축하해.”
여주는 자기 앞에서 해사하게 웃고 있는 재현이 꿈인가 싶어. 재현을 만나지 못 한 지난 몇 년 간 재현이는 꿈에서 조차 여주에게 웃어주지 않았어. 꿈속의 재현은 늘 굳은 얼굴로 여주의 마음을 거절했거든.
처음 만난 그 날처럼 웃어주는 재현을 보면서 여주는 욕심이 생겨.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자, 서영호의 여동생 서여주가 아니라 여자 서여주로 다시 시작해보자 하는 그런 욕심. 여주는 몇 년 전 재현에게 했던 말을 떠올려. 이제 자신도 이기적으로 굴 거라는 말. 이제 뻔뻔하게 마음을 보여줘야겠다고 다짐하지.
“오빠, 나랑 연애하자고 이렇게 온 거야?”
여주 한 마디에 영호, 재현 얼어붙어. 영호는 지금 여주가 연애라고 했어...연애... 이러면서 멘탈 붕괴 직전에 놓여 있고, 재현이는 여주가 당연히 마음 접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영호 앞에서 대놓고 이러니까 당황하지. 와중에 여주 옆에서 장난치던 재민이는 재현이 보자마자 저 형이구나. 여주가 좋아하는 사람. 하면서 세상 제일 평온한 표정 짓고 있어. 여주도 살짝 싸해진 분위기 느껴. 하지만 뻔뻔해지기로 한 이상 아무렇지 않은 척 재현에게 팔짱끼면서 “나랑도 사진 찍자”하지.
영호, 재현 당황한 표정 상상만 해도 귀엽다. 영호 벙찐 상태로 아무 것도 못하니까 성격 좋은 재민이가 “아이고 형님, 제가 찍을게요”하면서 카메라로 재현 여주 찍어줘. 재민이는 여주 좋아하잖아. 솔직히 찍어주기 싫은데 그래도 오랫동안 한 사람 좋아하는 마음 누구보다 잘 아니까 예쁘게 찍어주려고 하는 거지. 재민이 벌써부터 짠 내 난다.
시간 흘러서 여주 대학 입학하고, 새내기 라이프 즐겨. 그러면서도 재현이한테 계속 끼부리지. 재현이도 여주가 끼부리는 거 이제 익숙해져서 당황하지도 않고 철벽 쳐. 뻔하긴 해도 여주가 “오빠는 4위야. 우리 엄마 사위” 이러면 재현이 귀 빨개져서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마”이러고 “오빠 나 너무 아파” 이래서 재현이가 걱정하면 “오빠 얼굴만 보면 심장이 아파”이러면서 장난치지. 고등학교 때와는 다르게 거의 매일 보니까 여주 재현이 더 좋아하게 되고, 놓지 못 해.
말 나온 김에 여주가 재현이 못 놓는 썰 풀어볼게. 일단 영호는 여주한테 착한 오빠야. 그렇다고 해서 매번 져주지는 않아. 바쁜 부모님 대신할 여주 보호자는 영호니까 마냥 받아줄 수는 없는 거지. 그래서 여주가 잘못하면 쓴 소리도 하고 그래.
그 날은 여주 동아리 회식이 있는 날이었어. 재현이도 늦게까지 여주 집에서 영호랑 축구 경기 보고 있었지. 12시 넘었는데도 여주 안 오니까 영호 엄청 걱정하는 거지. 심지어 여주 연락도 잘 안 돼. 안 되겠다 싶어서 재현이랑 같이 집 앞 골목에서 여주 기다려.
여주는 그것도 모르고 나재민이랑 어깨동무하고 집으로 향해. 깜빡하고 말 안 했는데 재민이랑 여주는 같은 대학교 갔어. 과는 달라도 교양 같은 거 신청하고, 동아리도 같아서 엄청 붙어 다니지. 선배들이 여주 불여우라고 욕하고 다니면 재민은 자기가 여주한테 꼬리치는 거니까 차라리 자기를 욕하라고 하면서 화내고. 뒤에서 여주 엄청 챙겨준다. 여주만 몰라. 여주가 그냥 나재민이랑 사귀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모두가 행복할 텐데.
아무튼 취한 와중에도 여주는 나나야 재현오빠는 나 언제 좋아해주려나? 있잖아. 오빠는 웃을 때 보조개가 진짜 예쁘다, 재현오빠는, 재현오빠는 하면서 재현이에 대한 말을 멈추지 못해. 재민이 여주 좋아하니까 더는 못 들을 것 같아서 정색하고 “정당히 해 서여주” 하고 한 마디 해. 여주 조금 조용해지고 재민이 여주 부축하면서 걸어.
동생이 취해서 오는데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어. 여주 보자마자 영호 한숨 쉬고 여주 받아서 들어가. 재현이도 바로 들어갔냐고? 재현이 재민이한테 한 소리 해줘야지.
“여주 고등학교 동창 맞죠? 친한 친구라고 들었어요. 여주가 좋은 친구라고 얘기 많이 하더라고요. 아무리 친해도 앞으로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술 마시는 거 자제해주세요. 집에서 여주 걱정해요.”
재민은 저 말 듣고 어이가 없어. 왜 자기가 여주랑 친구인 걸 저렇게까지 강조를 하는지도 모르겠고, 친오빠도 그냥 들어가는 와중에 본인이 도대체 뭐라고 저한테 이렇게 차갑게 말하는지 이해가 안 되는 거지. 그래도 여주가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그냥 한 마디 하고 재민도 집으로 가.
다음 날 아침에 여주 머리 아파하면서 일어나. 서영호한테 죽었다 하면서 거실 나가려는데 책상 위에 복숭아 주스랑 쪽지 놓여 있어.
‘일어나면 마셔. 집에 늦게 오는 건 아무래도 괜찮은데 전화는 잘 받자. 오빠들 걱정해.’
그냥 봐도, 앞구르기 하면서 봐도 정재현이 쓴 쪽지에 여주 기뻐서 방방 뛰어. 내가 술 마시고 복숭아 주스 마시는 건 또 어떻게 알았지? 하면서 여주 재현한테 전화 걸어서 “오빠, 나 해장국 사줘”하지.
그 뒤로는 모든 게 평화로워. 여주가 재현한테 고백하는 건 일상이 돼. 재현이 매일 거절하면 포기할 법도 한데 전혀 안 그래. 그도 그럴 게 재현이 여주 잘 챙기잖아. 여주가 술 마셔서 늦는 날에 데리러 가기도 하고, 여주 혼자 밥 먹는 거 싫어해서 시간 맞으면 같이 밥도 먹어주고 그러니까. 여주한테는 그런 재현의 행동들이 희망이 돼 돌아와. 물론 재현은 의도한 게 아니겠지만. 아무튼 여주는 불도저처럼 들이 대. 우연인 척 얼굴 한 번 더 보려고 재현이 집 가는 길에서 재현이 기다려보기도 하고, 낯선 여자가 재현 번호 따려고 말 걸면 여자친구인 척 슬쩍 다가가서 팔짱 껴보기도 하지.
아무리 여주가 쉽고 가볍게 말을 내뱉어도, 그 감정이 전혀 가볍지 않다는 거 재현도 어느 정도 아니까. 그래서 자기가 아끼는 동생이라는 명목 하에 잘 챙겨주는 게 여주한테는 여지를 주는 행동인 것도 느끼는 거야. 영호가 실실 웃고 있는 것 같아 보여도 술만 마시면 재현한테 여주 걱정하는 말 늘어놓기도 하고. 그래서 재현이는 여주에게 확실하게 선을 그어야겠다고 생각해. 평화롭다면 평화로운 나날들이 깨지고 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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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도 분량 조절 실패한 것 같아요ㅠㅠㅠ 어색하게 끝을 내버렸네요ㅠㅠㅠ
글 읽고 감상평 남겨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제가 글을 쓰는 이유가 되었어요...ㅎㅎ
한 독자분께서 '암호닉'을 신청하셨는데...그게 뭔지 몰라가지고ㅠㅠㅠ 게시판에 검색해봤는데 자세한 설명을 못 찾았어요ㅠㅠㅠ
그걸 제가 해드려야 하는 거면...방법 아시는 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앞으로는 최대한 1일 1글 하려고 하는데...저도 현생이 있다보니 잘 지켜지지 않더라도 이해 부탁드려요!
재현, 여주, 재민이한테 보고 싶은 썰 있으면 말해주세요!!
굿-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