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빠, 정말… 나빠. "
날이 밝고 둘은 같은 공간, 같은 침대에서 숨을 쉬고 있었다. 민망할정도로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로 둘은 잠에서 깨었다. 익인은 어젯밤의 악몽같던 일이 생각난 듯 울며 나쁘다는말만 반복하고 있었고, 퉁각은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알싸한 담배향이 퉁각의 오피스텔에 퍼져가고 있었다.
" 내가 왜나쁜데?, 너 내가 어제 퉁했을때 각했잖아. 왜이렇게 변덕이 심해? "
" 그, 그건 나도모르게 그만… "
" 그건 어쩔수 없었다는게 아니라 이미 우리는 하나였다는거야. "
" …… "
퉁각의 말을 들은 익인은 옷을 주섬주섬 입기 시작했다. 대충 다 입고 나서는 퉁각을 뚫어질듯이 노려보며, 바보, 다신 안볼꺼야. 내눈앞에 나타나지마… 꼴도보기 싫으니까. 라고선 오피스텔을 뛰쳐나갔다. 퉁각의 표정이 굳어졌다. 어제, 오늘. 벌써 두번이나 차였다. 왜, 왜… 어젯밤엔 분명히 각이라고 해줬잖아. 그런데 왜… 나를 떠나는건데.
" 상근아… "
상근이가 문득 생각난 퉁각은 팬티를 입고는 핸드폰을 들어 상근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상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상근은 퉁각에게는 부모같은 존재였다. 힘이들때면 항상 달려와서 위로해주고, 상담해주고 격려해주는. 퉁각에게는 상근만한 친구가 없었다.
" 후, 나 어떡하냐… "
- 왜또 그러는데.
" … 여자는 어떻게잊어야되냐? "
- …익인이때문에 그래?
" … 피식, 알고있었냐? "
- 응…
미안, 알고있었는데 말할 상황이 없었어… 당장 이리로 와줘. 응? 이리로 오라고. 아…알았어, 오피스텔이지? 어. 응, 기다려 금방갈께. 통화를 끊은 퉁각은 어느덧 짧아진 담
배를 재떨이에 비비곤 침대에 벌러덩, 누워버렸다. 어느새 배어버린 익인의 향기… 나는 이렇게 널 좋아하는데, 왜 넌 나한테 오질 않는거니 익인아.
퉁각이 새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이미 퍼질 대로 퍼진 담배 향기. 독하지만 끊을수 없는, 마치 익인을 닮은. 익인생각이 난 퉁각은 다시한번 피식, 웃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은 익인을 생각하고있다. 왜 이렇게 좋아하는데, 그런 마음이 익인에게는 전해지지가 않는건지.
삐비빅, 빠라밤-
퉁각의 오피스텔 문이 열렸다. 상근이였다. 상근은 팬티만 입고있는 퉁각의 모습을 보곤 고개를 돌렸다. 왜그러냐? 둘다 남잔데. 넌 목욕탕도 안가냐? 라는 무심한 퉁각의 말
에 상근이 고개를 다시 들었다.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상근은, 퉁각을 좋아해왔다. 어떤 차와 치여도 퉁하고 소릴 낼것 같았기 때문에. 심지어 자신과 섹스를 하더라도 질퍽
질퍽한 소리 대신에 퉁, 퉁 소리를 낼 것만 같았으니까. 아, 퉁각이 나를 덮쳤으면. 하는 생각을 하다 상근의 아랫도리가 뻐근해져왔다.
" 뭐해? 들어오지 않고. "
삐리릭, 덜컥-
상근이 문을 열고 뛰쳐나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