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들아, 들어봐. 여중 여고 나온 내가 흔히들 말하는 남사친이 하나 있거든? 학원 봉고차 같이 타다 친해졌는데 이것부터 얘기하면 너무 길 것 같아서 일단 생략하고 말하려던 것부터 할게.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 ..
"야 김여주 엄마가 장봐오래!"
"뭐래 김동영 너 보고 가라고 했겠지! 나 바빠!"
뭐하는데, 하고 김동영이 내 방 문을 벌컥 열었을 때 나 뭐하고 있었냐고? 진짜 바빴어 나. 침대에 누워서 SNS 새로고침을 하고 있었거든. ㅋㅋㅋㅋㅋㅋ... 잡혀서 장보러 같이 나감..다행히도 아침에 머리를 감았었기 때문에 대충 앞머리 넘겨서 캡모자 하나 쓰고 쫄래쫄래 나왔지. 야, 나 아이스크림 사줘라. 왜. 따라가주잖아. 이런 소리 하면서 김동영이랑 같이 걷는데 이시끼가 옆에 동생 두고 핸드폰 하는거야. 섭섭했냐고?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당연히 뒷통수 냅다 후리고 튀었지. 근데 생각해보니까 도망가봐야 마트더라... 잘못했어 안했어 이딴 거 물으면서 막 목에 팔걸고 조여오길래 하나도 안했어! 하다가 좀 아프게 헤드락 당하고 막 그러면서 마트 들어갔음. 이게 사건의 시작이지 시작이야.
"뭐뭐 사오래?"
"아 잠깐만. 문자로 보내줬어 엄마가."
장 볼 리스트를 문자로 적어서 보내줬다면서 그걸 찾으려고 또 한참을 핸드폰 들여다보고 있길래 답답해서 나도 까치발 (아 자존심상해. 안들면 안보이는거.) 들고 화면을 같이 보려고 했음. 당연히 김동영은 안보인다 머리 저리 치워라 하면서 정수리를 손으로 툭툭 밀어내고 그랬지. 그래도 엄마가 보내준 문자 다 읽을 때까지는 막 세게 밀치지는 않았던 것 같아. 아닌가? 그냥 세게 밀었는데 내가 안밀려난건가? 그런건가???? 아니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 이야기를 왜 시작했더라? 아 그래 맞아. 남사친 이동혁.
걔가 그 때 그 마트에 있었던거야. 어디서부터 봤는지는 모르겠는데 나랑 김동영 투닥거리는 걸 봤대. 사실 우리 동네 사는 건 알고 있었거든? 당연하지. 봉고차를 맨날 같은 데에서 내렸었는데 모르면 그게 약간 바보 아닌가. 난 바보 아니라서 알고 있었어. 근데 얘가 학원 자습실에서 날 보자마자 그 얘기를 막 꺼내. 나 그 때 주말에 너 마트 앞에서 봤다. 기분 좋아보이더라. 하면서. 나는 대체 어디가?? 싶었지. 내가 김동영이랑 있었는데 기분이 좋아보였다고? 혹시 뒤통수 때리고 도망가는 걸 본건가? 아니면 김동영이 선심 쓰듯 사 준 400원짜리 문구점 사탕 먹는 걸 본건가? 당시에 나는 별 생각이 없었어서 대충 대답했던 것 같아. 말했잖아, 자습실이었다고. 더 떠들다가 걸리면 혼나.
근데 얘는 이게 그렇게 가볍게 넘어갈 일이 아니었던 거지. 아 다시 생각하니까 좀 귀엽네 이동혁. 이제는 자습시간이며 뭐며 학원 봉고차가 아니라 버스를 타고 집에 들어가는데 이동혁이 딱 그 버스 정류장에 있더라고. 나는 나랑 비슷하게 끝났나 싶어서 뒤에서 놀래키려고 했다? 근데 눈치채서 먼저 뒤돌더라. 평소 같았으면 이어폰 끼고 음음 거리면서 노래부르고 있었을 애가 노래도 안 듣고 있었어. 분위기가 좀 평소랑 다르게 얌전하더라. 어색해서 무슨 말이라도 해야하나 조금 고민하고 있었어.
"야, 김여주."
"뭐 이동혁."
"너 여중 여고 나왔다며."
"엉."
"그래서 남자랑 얘기 잘 못한다며."
"응 그렇지. 너는 예외임. 걱정 노노해."
"그럼 그 때 그 마트 형은?"
마트...형? 그게 누구지? 마크 뭐 그런 이름을 마트라고 말한 건가.. 아니면 마트에 있는 남자? 아닌데 우리 동네 마트 캐셔 분들 중에 남자 분 없는데.. 막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가 (나도 모르게 김동영을 후보에서 제외하고 있었음 ㅋㅋㅋㅋ) 마지막에 되어서야 김동영 얘기구나 싶은거야.
"엥 우리 오빠가 왜?"
암만 그래도 집 밖에서, 다른 애한테까지 김동영 그 놈이 왜? 할 수는 없어서 그렇게 말한건데, 거기서 갑자기 이동혁 표정이 안 좋아지더니 애꿎은 바닥만 막 차는 거 있지. 아, 얘가 뭐 할 말이 있구나 딱 짐작을 했지. 그래서 기다려 줬더니 꺼내는 이야기가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겨.
"이야, 우리 오빠냐? 대단하다? 아 나도 너보다 생일 빠르지 않냐? 그러면 오빠 아닌가."
"뭔 헛소리야 갑자기."
"야 나랑도 해."
"헛소리 두 배네. 뭐?"
"아니, 하, 아.. 나 뭐래냐.."
"그러게 너 진짜 뭐래, 네가 우리집 장을 왜 같이 보려고 하는데?"
"그 형이랑은 같이 갔잖아, 마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동혁도 여기까지 들어놓고 눈치를 못챈거야. 친오빠 김동영이랑 같이 장을 보러 갔다! 이게 아니라 남친(XX 어떻게 나랑 걔 사이를 그렇게 보지?)이나 뭐 엄청 친한 오빠랑 장을 보러 다녀온거라고 생각했던거지. 아니 근데 그 형이랑은 마트 갔잖아 라고 말하는 걸 듣고 있는데 슬슬 눈치가 오기 시작하는거야. 아 얘 질투하네. 귀엽다. 뭐 그렇게. 그리고 보니까 귀도 빨개져있고 손도 막 꼼지락 거리고 있고.아 어쩌지 싶다가 그냥 말했어.
"야, 친오빠야."
"뭐?"
"친오빠라고. 마트 같이 간 거. 너 무슨 생각했냐?"
그랬더니 애가 벙지더니 천천히 상황파악이 되기 시작하는 게 얼굴에 보여. 표정이 싹 굳었다가 서서히 입꼬리가 움찔, 그러다가 얼굴이 새빨개져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버스 정류장 앞에 털썩 쪼그려 앉는거야. 그러더니 하는 말이 ,
"아 존나 쪽팔려."
쳐다보지 말래. 너 그냥 다음에 오는 버스 타고 가버리라고 한 손으로 저기 버스 오는 쪽 삿대질 하면서 말하는데 아직도 나머지 한 손으로는 얼굴 가리고 있고. 아 너무 귀엽네 진짜. 그래서 내가 그 앞에 같이 쪼그려 앉으면서 싫은데, 했더니 진짜 부끄러워 죽으려고 하더라.
"아니 난 진짜 남자친구인 줄 알고.."
"도대체 어딜 보고..?"
"네가 지난 번에 그랬잖아.. 키 크고 어깨 넓은 남자가 좋다고.. 그 형이 딱 그렇길래.."
솔직히 여기 듣고 이동혁 이 놈이 날 좋아하는 게 아니라 김동영한테 반한 건가 싶기도 하더라,,ㅋㅋㅋ. 오래 쪼그려 앉았더니 무릎 아파서 아, 무릎 아파 하고 콩콩 거리니까 이동혁 화들짝 놀라서 일어나 앉으라고 같이 일으켜서 버스 정류장에 붙어있는 의자에 앉는데, 모양새가 좀 웃기더라. 아직도 부끄러워서 막 머리만 털고 나 안 보고 저 멀리만 보고 있는 거 구경하고 있으려니까 뭐라고 중얼거려.
"..."
"뭐라고?"
"좀, 그만 보라고."
여기서 대 놓고 크게 웃었음 내가. 아 어떻게 참냐 솔직히. 그래 치사해서 그만 본다. 하고 앞에 보면서 다리 구르고 있었음. 좀 늦은 시간이라 차 지나가는 소리 밖에 안들리고, 조용하더라. 버스는 한 10분쯤 남았고. 버스 알림 전광판을 보다가 내가 먼저 말했어.
"이만큼 했는데, 그냥 넘어갈거야?"
"아 좀 기다려봐."
"나 10분 뒤에 버스 와."
"그 버스 나랑 같이 타거든."
"아 그렇네."
이렇게 보니까 대화가 좀 멍청했네. 그렇게 10분 동안 나는 이노래 저노래 흥얼거리고 이동혁은 생각정리 한답시고 한숨 푸푸 쉬고 이리 저리 고개 움직이다가, 결국 버스 와서 탔어. 와중에 이동혁 버스카드 잔액 없어서 내가 찍어줬음 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쭉 들어가서 타려는데 뭔가 삘이 얘가 한칸 짜리 좌석에 앉을 것 같아서 내가 먼저 2인 좌석에 앉은 다음에 옆자리 팡팡 쳤음. 그랬더니 좀 난감해하면서 옆에 앉는데 나한테 닿으면 뭐 터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저 끝에 앉는거야. 근데 알잖아, 시내 버스 좌석 별로 안 넓은 거. 버스가 왼쪽으로 꺾이니까 이동혁이 내 쪽으로 쏠린거야.
"어어, 야, 미안."
내 어깨를 안 누르려고 앞 좌석 잡고 꾹 버티다가 결국 살짝 스쳤는데 그거 가지고도 사과하면서 멀찍이 떨어지더라 또. 솔직히 버스 타는 동안 조금 마음 졸이고 떨리고 긴장되고 기대되고 막 그런거 있었는데 티 안내려고 노력했음. 버스 내릴 때까지 별 일 없더라고. 근데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그러니까 우리 집 근처 버스 정류장에 얘가 다시 앉는거야. 그러더니 나도 그 옆에 앉아 보래.
"왜."
"아, 후, 진짜 이렇게 말할 생각은 없었는데."
"응."
그리고 다시 뜸을 들여. 이게 심장이 얼마나 뛰는데. 갑자기 내 얼굴을 딱 바라보더니 좋아해. 하는 거야.
"좋아해."
그 세 글자가 순간 훅 들어오더라. 이번에는 내 귀가 빨개졌을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아니 아무큰 그렇게 고백하고 나서는 입이 트이는지 말을 줄줄 하더라고.
"아 그래, 솔직히. 그 형이 남자친구인 줄 알고 질투했어. 내가 지난 며칠을 그것만 생각하고 지냈다고. 언제부터 사귄거지부터 시작해서, 네가 나한테는 한 번도 티낸 적 없던 것 같은데, 손에도 커플링 같은 거 없었는데, 아닌가 내가 기억 못 하는 건가. 내가 기억 못 할 리가 없는데. 설마 커플링도 안 해주는 형이랑 사귀는 건가. 근데 와중에 너 모자 쓴 거는 또 처음봐서 계속 떠으르고, 그러더라. 오늘 너한테 그 날 봤다고 얘기하면 뭐라도 얘기해주겠지 싶었는데 별 얘기도 안하고. 수업도 제대로 못들었어. 아 언제는 제대로 들었냐고 뭐라고 하지마라 진짜. 공부 하기 싫어서 연필이 안잡힌 적도, 네 생각이 나서 연필이 안잡힌 적도 많은데, 내가 살다살다 남의 친오빠 얼굴 떠올리느라 공부를 못했어."
여기서 고개 푹 숙이고 아 이게 아니라. 하더니 다시 고개를 팍 들더라.
"사귀자."
"뭐?"
"그렇게 생긴 형 보고 살면 내가 좀, 키 작고, 어깨 좁아 보일 수도 있는데,"
"아니아니, 뭐라고?"
못 들은게 아니라 당연히 다시 말해달라는 거였지. 이동혁도 그거 알고 나랑 눈 마주치고 입술 한 번 꾹 눌렀다가 놓고는 다시 말하는 거야.
"사귀자. 나랑 연애하자."
응, 정정해야겠다 맨 앞에 쓴 거. 여중 여고 나온 내가 흔히들 말하는 남사친, 그런 거 이제는 없는 거 같고 남자친구 생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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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번에는 좀 덜 늦은 시간에 왔습니다! 야 호 !
지난 번에 신청해주신 친오빠 질투하는 동혁이 썰인데.. 마음에 드실 지 모르겠어요 사실상 질투하는 건 얼마 안나온 거 같기도 하고.. 애매하게 끝났다! 싶으면 말씀해주세요.!! 아 그리고 지난 세 글을 삭제하려다가 말았는데, 그냥 두는 게 나을까요? 고민고민..
사실 지난 글이 제 문체고 썰은 잘 안 쓰는데 어떤지도 잘 모르겠어요. ㅎㅅㅎ... 그리고 구독료가 비싼건지도.. 걱정입니다.. 의견을 주세요..
**암호닉 : 루니 릴리 토쟁이 또잉 야다 동쓰 코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