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삽질을 하려고 삽을 샀다. 백현은 아파오는 머리에 침대 속으로 쏙 들어갔다. 아오, 씹... 변백현 꼴이 말이 아니네. 백현은 학창시절의 저를 회상했다. 교내에서 노는 애, 하면 변똥개였는데. 그래서 여친도 많이 갈아끼우고, 그 중에는 또 요즘 대세 걸그룹의 메인 멤버도 있고... 이야기가 산으로 흘러간다. 백현은 아무래도 이 남자에게 지금 연락을 하지 않으면 안 될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왜? " 왜 내가 그 사람한테 연락을 하려고 하지? " 백현은 그것이 의문이였다. 일단 첫 번째로... 내가 그 남자를 끔찍히 싫어하나? 아니다. 그 남자는 내게 한 일이 없다. 설마 밥 먹다가 불렀다고 이렇게 전화할만큼 백현은 속이 좁은 사람이 아니였다. 그러면 선택지는 딱 하나였다. " 내가... 관심이 있나... " 백현은 아파오는 머리에 머리를 꾹 짚었다. 으윽... 씨바알... 내가 게이라니... 야동도 잘 보는 내가! 게이라니! 변백현이 게이라면 이 세상 모든 여자들은 어떻게 해! 태희누나, 혜교누나, 지현누나... 민아누나... 죄송합니다, 저 같은 놈은 게이였어요... 백현은 심호흡을 하며 전화 버튼을 눌렀다. 남자의 얼굴을 생각했다. 다른 남자들과는 달랐다. 특유의 분위기... 같은 건, 흘러넘쳐서 백현을 잠식시켰다. 간결한 통화음에 백현이 침을 꿀꺽 삼켰다. 제발, 제발 받아라... " 제발... " - ... 네? " 네? " 백현은 헛기침을 했다. 남자는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6. 그리고 반대쪽에서도 삽질을 했다. - 제발... " ... 네? " - 네? 경수는 걸려온 전화를 받자마자 들리는 한숨 섞인 소리에 심장이 쿵 내려앉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모, 모야. 경수는 괜히 침울해졌다. 제발... 제발 아는 척 하지 말라는 소리인가? 내가 조폭이라서? 경수는 세훈을 생각하며 손톱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경수야, 뭘 하고 있어! 어서 미안하다고 먼저 꺼지겠다고 말해! 경수의 머리 위에서 천사가 뿅 하고 속삭였다. 아냐, 도경수. 네가 안 될게 뭐가 있어. 얼른 확 잡아먹어버렷! 악마가 천사를 밀어내고 소리쳤다. 경수는 으으, 고민하다 곧 전화기에 속삭였다. 저, 저기... " 제가... 싫으... 세요? " - ...... " 아... 역시, 전 나쁜 사람이니까... " -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에요? " 느에? " 경수는 입을 틀어막았다. 그럼 제가 좋다는 거에요? 물어보지 못하는 질문이 목구멍에서 맴돌았다. 수화기 저편의 남자는 다정한 말투였다. 제가 그 쪽을 싫어할 이유가 없잖아요. 사실... 오늘 오후에 전화를 걸었는데 다른 분이 받으시더라구요. 그래서 이따 전화를 주시라고 말씀드렸는데, 그 분이 전달을 못하신 건지, 아니면 깜빡 잊고 계신건지 해서 연락 드렸어요. 저야말로 여쭙고 싶은데... 제가 너무 주제 넘나요? 경수는 심장이 빠른 속도로 뛰는 걸 주체하지 못했다. 으아, 으아아아... 경수의 얼굴은 잔뜩 붉어진 채였다. 푹 익은 얼굴을 쓸어내리던 경수는 상대방에겐 자신의 모습이 안 보인다는 걸 잊은 듯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말했다. 주제 넘긴 무슨! " 저, 사실... " - 네, 말씀하세요. " ...... " - 여보세요? " 예? " - 저 먼저 말해도 되는 거죠? 남자가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 저 그쪽한테 관심 있는 것 같아요. " ...... " - 더 알아가고 싶어요. " ...... " - 그쪽을. 경수는 이제 얼굴을 들지도 못할 정도였다. 말이 없는 경수에 상대방은 다시 한번 웃었다. 설마 죽은 건 아니죠? 아직 좋아하는 단계는 아니에요, 그 쪽도 그러죠? 저는 단지, 이런 호감 느낀 게 흔한 일이 아니라서요. 싫어도 생각 좀 해주셨으면 좋겠... " 저, 저... " - 네. " 저도요... " - 저도요라뇨? 남자가 능글맞은 목소리로 말했다. 경수는 발가락을 잔뜩 오므린채 소리쳤다. 저도 그 쪽한테 관심 있는 거 같다고! ...요. 히이잉... 경수가 앓는 소리를 내자 상대방은 또 다시 웃었다. 아, 되게... 귀엽네요. - 근데 생각해보니 우리 서로 이름도 모르죠? " 아... 그, 그렇네요. " - 저는 변백현이에요. 스물 셋이구요. " 도... 도경수예요. 저도 스물... 셋이요. " - 경수... " 이름 갑자기 부르니까 조금 부끄러운, " - 경수야. 경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잘 자. 담백한 목소리로 담아내는 말은 꽤 근사했다. 루한이나 세훈이 말할 때는 별거 아닌 말투였는데... 괜히 심장박동이 빨라진 것 같았다. 경수는 가슴 깊은 곳에서 무언가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백현아, 너도... 잘 자. 경수가 웃자 백현도 웃었다. 통화를 끊자마자 경수는 일어나 제자리에서 콩콩 뛰었다. 대박이야, 대박! 대-박이라구! 변백현, 백현이, 백, 허니, 마이 백! 꺄악! 여자처럼 소리를 지른 경수는 그대로 침대 위로 뛰어들었다. 곰인형을 꼭 안아들은 경수는 갑자기 제자리에서 일어나 철장 앞으로 갔다. 야, 너어... 진짜 고맙다, 새끼... 햄스터는 자는 듯 축 늘어져있었다. 경수는 흐흥 콧소리를 내며 웃다 기지개를 폈다. 휴대폰에는 어느새 백현의 문자가 도착해있었다. 언제 시간 괜찮아요? 경수 씨 괜찮은 시간에 연락해 주세요. 경수는 내일 중요한 스케쥴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답장을 보냈다. 그리고, 밖의 세훈은 경수의 방에서 들리는 이상한 소리들에 어쩔 줄 몰라했다. 루한 형님, 진짜 그냥 자도 되는 걸까요? 보스 아픈 것 같은데... 루한은 인상을 찌푸리며 세훈을 잡아끌었다. 저 새끼 저러는 게 한두번이냐, 얼른 자자. 그리고, 저택의 마지막 불이 꺼지고 곧 침묵이 찾아왔다. 경수는 오랜만에 기분 좋게 잠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음 날이 문제였다. 저번 화 댓글 달아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ㅠㅠ 조금 늦었습니다... (소금) 〈〈 암호닉 사물카드 고양만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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